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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죽을 뻔했다는 단어는 과장이 아니었다.

       

       용은 떠올렸다.

       

       있어서는 안 될 기운을 느끼고서 다급히 이 섬에 당도한 순간에 저 재앙과 마주했던 순간을.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처럼 넘실거리는 불길한 기운과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던 차가운 눈동자를.

       

       그 모습은 생물의 근본적인 두려움을 건드리는 악몽 그 자체였으니.

       

       아무리 용이 격이 높은 존재라 하더라도 그 앞에서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소란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면 경고를 내릴 생각으로 그 앞에 당도했던 용은 살아 움직이는 공포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이 꺾여 바다 아래에 수장될 뿐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재앙이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는 것이다.

       

       그녀가 지닌 기운은 분명 재앙이나 다름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를 품고 인도하는 것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재앙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을 인간이라 불러야하는 지는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 자비 아래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용은 돌벽에 턱을 괸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이한 일이야. 분명 이 세상에 더 이상 무인과 도술사는 남아있지 않을 터인데.”

       

       머나먼 과거에는 분명 존재하긴 했으나 현대에 들어선 지금 그들은 상상 속의 잔재로 남아있을 따름.

       

       완전히 잊혀져 명맥조차 끊어져 버린 지금 어찌 과거 무인들이 꿈꾸던 존재가 현실에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어디 다른 세상에서 뚝하고 떨어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용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을 하며 너털웃음을 흘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저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중에 저 자가 다시금 이 곳에 찾아와 도술을 펼치겠다 그런다면 그 때에는 어찌 설득을 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설득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단순히 저 자의 자비와 변덕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답이 없구나. 답이 없어.

       

       “만일 저 자가 정말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이라면 그를 데리고 온 자를 원망해야겠구나.”

       

       *

       

       여느 때처럼 밤 늦은 시간에 산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도술을 펼치던 바루는 일을 대략적으로 끝마친 후에 기지개를 폈다.

       

       백주가 오고 나서 많은 도움을 준 덕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구나.

       

       이 정도 속도로 화산의 복구가 진행된다면 머잖아 그 녀석도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겠지.

       

       “백주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그럴까요?”

       “그래. 오늘 민가 그 녀석 때문에 많이 고생하지 않았느냐.”

       

       민가. 그 녀석을 떠올리니 또 다시 머리가 아프구나.

       

       대체 그 놈은 왜 그리 제멋대로에 기분가는 대로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세상을 다 가진 줄 아는 멍청이가 그딴 식으로 움직인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대개 그런 녀석들은 발악을 해봐야 별 대단한 일도 이루지 못하잖느냐.

       

       그렇지만 민가는 다르다.

       

       자신이 지닌 무의 경지만으로 재앙이 될 수 있는 녀석이.

       

       또한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일 수 있는 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이 왜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무언가를 저지르는 것인지.

       

       “지금 생각해봐도 살벌하네요. 민가님이 펼치려 했던 게 정말로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되었긴. 화산이 민둥산이 되었겠지.”

       “그 정도로 끝났을까요?”

       “…글쎄다.”

       

       바루도. 백주도.

       

       민가가 펼치던 것이 완성되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도술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도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운으로 길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길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다.

       

       그 색도. 모양새도. 담긴 기운의 양도.

       

       산들 바람이 강하게 분다 하여 폭풍이 될까?

       

       그렇지 않다.

       

       폭풍은 단순히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것이 아니니만큼 더 다양하고 많은 길을 그 속에 품고 있다.

       

       기운이 많다 하여 그를 따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허나 민가는 단순히 기운을 더 많이 담는 것으로 무언가를 일으키려고 했다.

       

       그건 도술이 아니었다.

       

       도술이라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 현상을 일으켜 달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현상을 일으키라 협박하는 것을 어찌 도술이라 부르겠는가.

       

       본래라면 그는 세상에 거부당해 흩어져야 했다.

       

       허나 민가가 펼치려는 것은 달랐다.

       

       응당 사라져야했을 것은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아 현상을 일으키고야 말았으니.

       

       흩어졌어야 할 산들바람은 강풍이 되어 돌아왔다.

       

       세상이 민가의 협박을 못 이겨 그 뜻을 어느 정도 들어준 것이다.

       

       만일 세상이 민가의 아래에 굴복하야 민가가 이루려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 뒤를 본 자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그 일은 이 이상 생각하지 말자꾸나. 무위로 돌아간 일이지 않은가.”

       “당장은 그렇죠.”

       

       당장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두려울 줄이야.

       

       백주의 말이 옳았다.

       

       민가는 아직까지 자신의 본래 경지를 되찾지 못한 상태.

       

       만일 그녀가 자신이 본래 올랐던 곳에 올라 같은 일을 벌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쨌든 그는 지금 고민한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지 않으냐. 다른 것을 이야기해보자꾸나.”

       “민가님이 왜 도술을 펼칠 수 있는지요?”

       “그래.”

       

       전자는 억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다.

       

       민가 그 녀석이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협박했다고 한다면 뭐 말이 안 될 것도 없지.

       

       그것도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그 녀석이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허나 이것은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도술의 기본적인 대전제 자체를 무시한 행위란 말이다.

       

       “녀석은 세상을 속이지 않았다.”

       “그쵸.”

       “녀석은 그 자체로 세상에 인정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네. 맞아요.”

       “민가는 어찌 자연이 되려 하지 않았음에도 세상의 인정을 받았는가.”

       

       도술의 대전제는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됨으로써 세상에 그려내는 그림을 세상에 인정받는 것이다.

       

       자연에서 태어난 신령들이 도술을 잘 다루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애초부터 자연에 속한 이들은 이 대전제를 무시하고서 세상에 그림을 그려낼 수 있으니까.

       

       허나 민가는 다르다.

       

       그녀는 인간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자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녀석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도 고고한 자아를 지닌 이다.

       

       그런 민가가 어찌 그 자체로 도술을 펼칠 수 있는가.

       

       “모르겠네요. 완전히 처음 보는 일이라서. 혹시 외부인이라 그런 걸까요?”

       “모르겠구나. 본인도 도술을 다루는 외부인을 본 일이 없는지라.”

       

       돌산에 틀어박혀 있다 민가와 함께 세상으로 나온 바루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동반경은 화산 혹은 민가의 곁일 뿐이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고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지만 그렇다 한들 여전히 바루에게 세상이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장소였다.

       

       “다른 외부인 분들에게 물어봐야겠네요.”

       “이 시간에 있는 녀석이라면 나설인가.”

       

       요새 그 녀석도 바쁜 듯 예전에 비해 이 세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만.

       

       바루와 백주는 다시금 화산의 부지로 돌아와 그 안을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찾던 나설은 아직까지 화산에 머무르고 있었다.

       

       다만 평소처럼 수련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학영충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학영충. 신기한 일이군. 그대와 왜 아직까지 여기에 있는가?”

       

       보통 낮에 이 곳에 머무르며 외부인들을 가르치다 밤이 되면 자신의 세력을 관리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 자가 밤늦은 시간까지 화산에 머무르는 건 거의 처음 보는 듯한데.

       

       “최근에 여유가 생겨서 말입니다.”

       

       흐음. 자신 없이도 세력이 굴러갈 수 있게 정리한다 하더니 드디어 그게 결실을 이루었나보구나.

       

       “지금 나설과 무언가를 하고 있느냐?”

       “가르침을 주고 있었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좀 기다려야겠구나.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리 길지 않은 일이라면 잠시 비켜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양해를 구하마.”

       

       학영충이 한 걸음 물러난 후 바루는 나설에게 물음을 던졌다.

       

       외부인 중에서 도술을 다루는 이가 있냐고.

       

       있다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 도술을 다루느냐고.

       

       그 물음에 나설은 별 망설임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도술을 다루는 사람이 있기는 하고 그들은 대개 외부인이 지닌 특수한 힘을 사용해 도술을 사용한다고.

       

       다만 이는 민가와 관계가 없다고.

       

       “왜지?”

       “그 분은 외부인이 지닌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렇다는 소리는 민가가 외부인인 것과 그 현상에 아무런 관련이 없단 이야기겠구나.

       

       민가 개인의 특수성이라는 소린가.

       

       “대답해주어서 고맙다. 수고하거라.”

       “아뇨. 별 것도 아닌데요.”

       

       머쓱하게 웃는 나설의 모습을 보던 바루는 가만 그녀의 가슴팍을 바라보다가 작별 인사의 뒤에 말을 더했다.

       

       “무엇을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천천히 하거라. 급해서는 될 것도 실패하고 마니까.”

       “네? 네.”

       

       결국에 오늘 하룻 동안 내린 결론은 민가의 특수성을 우리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구나.

       

       바루가 한숨을 내쉬자 그 옆에 서 있던 백주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바루. 차라리 신선 분들게 여쭈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식 자체는 저희가 지닌 것보다 그분들이 지닌 것이 더 많을 텐데.”

       “…그거 좋은 방법이구나.”

       

       그래. 우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 손을 뻗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본래라면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신선이라는 존재지만 민가가 곁에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민가 그 녀석도 자신의 특수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듯 하였으니 민가를 데리고서 신선계로 가보아야겠구나.

       

       *

       

       “신선계에 가자꾸나!”

       

       현실에서 벽을 마주하겠다는 계획에 실패한 다음 날.

       

       다른 도술에 관해 배우고자 화룡무인의 세상에 접속하자마자 바루가 목소리를 냈다.

       

       “선계에?”

       “그래! 그 곳에 있는 신선들은 평생토록 도술에 관한 지식을 쌓아온 이들! 네 특이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있을 것이다!”

       

       특이성이라니.

       

       세상에 고개 숙이지 않고도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 현상을 얘기하는 것이냐?

       

       흐음. 그 제안은 본인도 구미가 당기는 구나.

       

       신선놈들은 어제 그 멍청한 뱀대가리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답을 내어 줄 가능성이 높지 않으냐.

       

       “그래. 가보자꾸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자 바루는 즉시 본인의 뜻을 이해하고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선계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창을 조작하던 중 바루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아 참. 민가야. 제발 이번에는 선계문을 부수는 무식한 짓은 하지 말아다오.”

       “보고.”

       

       부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부수어야 하지 않겠느냐.

       

       내 무덤덤한 대답에 바루는 가만 내 눈을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 신선들의 주적이 되지 않을까 두렵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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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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