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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1

   백양단의 복도.

   카란디스에게 글렌을 맡긴 크라슈는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콰앙, 콰앙!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소음은 백양단 건물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소음이었다.

     

   ‘아슬란은.’

     

   분명 바크람과 부딪치고 있겠지.

     

   승산은 모르겠다.

   마법 쪽은 정말 순수한 지식의 싸움이니까.

     

   마법을 잠시 멈췄던 아슬란에 비해 바크람은 마왕의 아들답게 끊임없이 마법을 연구했을 터.

     

   바크람 또한 아슬란 못지않은 천재다.

     

   ‘믿어 봐야겠지.’

     

   설령 이번 전투에서 다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메이리에게 반드시 도달하겠다.

   크라슈는 그 생각과 함께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크라슈의 제 육감이 예민하게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메이리는 백양단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지켜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만큼 크라슈는 메이리를 찾기 위해 더더욱 제 육감을 곤두세웠다.

     

   어느새 백양단 건물의 감각이 이곳저곳에 퍼졌다.

     

   사람들이 워낙 많은 탓에 뒤죽박죽이긴 했으나.

   크라슈는 차근히 메이리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유달리 제 육감이 통하지 않는 장소를 발견했다.

     

   마치, 일부러 이곳을 감지 영역에서 숨기기 위해 막아 놓은 듯한 장소.

     

   ‘여기다.’

     

   거기까지 도달한 순간 크라슈가 즉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제 육감을 너무 쓴 탓일까.

   조금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위치가 확인된 시점에서 망설일 것 없었다.

     

   “크라슈다!”

   “막아!”

     

   그 순간 달려가는 길목에서 백양단과 인마단 일원들과 마주했다.

     

   두 단이 연합한 증거였다.

     

   “후우.”

     

   그들이 보이자마자 크라슈는 곧바로 입에 연기를 내뿜었다.

   동시에 고속으로 몸 내부를 훑은 멸화침식과 함께 폭발적으로 도약했다.

     

   크라슈의 도약에 맞춰 백양단 일원이 창을 휘둘러 왔다.

   그러나 크라슈는 역으로 창대를 손으로 잡음과 동시에 그대로 몸을 틀어 올라 그의 머리에 발을 꽂아 넣었다.

     

   빠각!

     

   크라슈의 받아치기에 당한 백양단 일원이 벽에 파묻혔다.

   크라슈는 그 상태로 창을 잡아 인마단 일원을 향해 던졌다.

     

   투척 된 창이 맹렬한 속도로 인마단 일원에게 날아들었다.

     

   인마단 일원은 급히 검을 휘두르며 창을 받아치려 했다.

     

   그 순간 창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덕분에 그는 애꿎은 허공을 크게 베며 균형이 깨졌다.

     

   위기를 짐작한 그가 서둘러 자세를 잡으려 했을 때는 늦었다.

   어느새 크라슈의 손으로 되돌아온 창이 그의 가슴팍을 갈라 버렸기 때문이었다.

     

   푸각!

     

   “크하악!”

     

   가슴팍이 찢겨 나간 이가 비명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라슈는 뒤에서 은근슬쩍 접근하던 이에게 쥐고 있던 창을 던져 꿰뚫어 버리곤 다시 복도를 달렸다.

     

   깔끔하게 세 명을 정리해 버린 것이다.

     

   그들 또한 자기 과에서 나름 날고 기는 학생들이었지만.

   크라슈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다.

     

   창공의 세대가 아니고서야 크라슈의 발목을 붙잡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걸 상대도 알아서일까.

   크라슈는 결국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왜냐하면 앞에서 익숙한 얼굴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네가 나왔냐.”

   “……크라슈.”

     

   크라슈가 숨을 가볍게 고르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그의 앞에 선 이는 살짝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갈색빛의 머리카락을 지닌 훤칠하게 생긴 청년.

     

   거해단의 학생단장.

   평민의 영웅, 펠레이.

     

   그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양단에는 시그린이 있다.

   그녀의 권력은 제국 내에서 막강한 힘을 미치는 만큼.

     

   제국 내 일반 평민들이 다수 있는 거해단은 시그린에게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욱이 시그린은 펠레이를 위해.

   라헬른 아카데미를 재학 중인 평민들에게 귀족들이 해코지를 못 하도록 기꺼이 힘을 빌려준 상황.

     

   그렇다 보니 펠레이도 마냥 시그린에게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크라슈도 그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 별말 하지 않고 우뢰성을 겨누었다.

     

   “막을 거지.”

   “응.”

     

   거해단을 위해서라도 펠레이는 크라슈를 막아야 한다.

   그러니 펠레이 또한 크라슈를 따라 검을 뽑아 들었다.

     

   “반드시 막을 거야.”

     

   펠레이의 몸에서 기세가 흘러나왔다.

   그는 하덴하르츠 때 구해주었던 때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펠레이도 결국 마스터에 돌입했나.’

     

   아주 여기저기서 강해지지 못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런 펠레이를 적으로 마주했음에도 크라슈는 입가에 미소를 거닐고 있었다.

     

   펠레이는 크라슈의 뜻을 따라 착실하게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그럼 난 반드시 뚫고 간다.”

     

   그 말을 끝으로 크라슈의 검에서 흑염이 피어올랐다.

     

   거해단의 학생 단장 평민의 영웅, 펠레이.

   라헬른 아카데미의 신성, 무학과 2기생 수석 크라슈 발하임.

     

   두 사람이 맞부딪치는 순간이었다.

     

     

   * * *

     

     

   백양단의 건물 앞에 지어진 정원.

     

   그곳에는 다른 공간과는 단절된 거대한 반구 형태의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무척이나 새까만 그림자로 된 공간이었다.

     

   그러한 그림자 공간 안쪽.

   그 안에서는 끊임없는 폭음과 전투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소리의 중심에 있는 것은 검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소녀였다.

   검푸른 머리카락의 반구체 형태로 된 공간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검성, 샬롯 발하임이었다.

     

   그 순간 그림자 공간의 벽에서 그림자로 된 기둥이 마구잡이로 그녀에게 쏟아져 내렸다.

   샬롯은 쏟아지는 그림자 기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의 움직임만으로 기둥을 전부 회피했다.

     

   처음 몇 번은 그림자 기둥을 베었지만.

   그림자는 마치, 물처럼 베어지는 것에 상관없이 다시금 뻗어져 왔다.

     

   그러니 샬롯도 검을 휘둘러 힘을 빼기보다 회피만 하는 것이었다.

     

   “꼭 춤추는 거 같아요.”

     

   그런 샬롯을 보며 검은 머리카락의 붉은 눈을 지닌 소년.

     

   조디악 클로리아.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은색 낫을 지고 있는 그는 샬롯의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의 스킬 ‘움브라’.

     

   이곳은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가 만들어 낸 그림자 공간이었다.

     

   두꺼운 그림자 외벽은 물리 공격의 면역이기 때문에 아무리 베어도 바로 복구된다.

     

   그러니 검사에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조건은 단 하나.

   조디악을 쓰러트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는 조디악의 근접전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거고.

     

   채엥!

     

   둘은 지금 샬롯과 검을 맞부딪친 한 명 때문이었다.

     

   “샬롯, 네 검은 항상 무거운 느낌이야!”

     

   천박한 웃음을 지닌 채 금발을 흩날린 남자.

   하이젠 핸드릭슨.

     

   그는 기이하게도 샬롯과 똑같은 검술을 구사 중이었다.

     

   그가 지닌 스킬 ‘엑시고’.

     

   상대가 지닌 비술을 똑같이 모방해내는 스킬이자 더 나아가 경지가 스킬을 지닌 본인의 경지가 뛰어나다면 상대방의 경지와 버릇마저 똑같이 모방할 수 있는 스킬.

     

   그러나 그만큼 남의 능력을 따라 하는 대가로 본인의 육체에 부하 되는 힘이 강한 만큼 단점도 큰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이젠이 지닌 그 단점은 다른 것으로 보완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몸에 두르고 있는 조디악의 그림자 갑옷이었다.

     

   그의 육체를 완벽하게 보조하고 있는 그림자 갑옷은 하이젠의 몸 안 속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덕분에 그의 육체는 자신보다도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샬롯의 검술까지 구사하고 있었다.

     

   샬롯의 차디찬 눈이 하이젠에게 향했다.

     

   “이크.”

     

   그것을 본 하이젠이 바로 바닥을 박찬 순간 그 자리에는 검의 기류가 몰아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샬롯은 등 뒤를 향해 휘둘러진 다른 검을 받아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번에 내려쳐진 검에서 온 충격은 다른 이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오죽하면 검을 받아낸 샬롯조차 팔이 저릿할 만큼 큰 충격이었다.

     

   샬롯의 눈에 한 사람이 비추었다.

   거기에는 새하얀 기운을 넘실거리고 있는 여성이 서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 빛 색깔의 머리카락.

   거기에 사파이어와 같이 빛나는 푸른 눈.

     

   그녀를 처음 보는 이였다면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을 만한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여성이었다.

     

   제국의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

     

   10대 천검 중 하나.

   ‘백선의 검’을 지닌 그녀가 샬롯에게 공격을 해 온 것이었다.

     

   쩌적!

     

   그 순간 샬롯이 들고 있던 검 일부가 얼어붙었다.

   황족의 핏줄이 자체적으로 지닌 백룡의 냉기가 백선의 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샬롯의 주위에서 검의 기류를 휘몰아친 순간 시그린에게서 백룡의 기세가 쏟아 나왔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강!

     

   샬롯의 검의 기류와 시그린의 백룡의 기세가 맞부딪치며 거센 소음을 일으켰다.

   어느 한쪽의 힘의 우세는 없었으나 그걸로 두 개의 힘이 동시에 소멸했다.

     

   다수 전에서 가장 강한 위력을 보이는 샬롯의 특기인 비술 반경이 무력화된 것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네요.”

     

   백선의 검 너머에서 빙그레 웃은 시그린의 검을 샬롯이 뿌리쳤다.

   그러고는 즉시, 검을 휘두른 순간 시그린의 앞에 그림자 기둥이 치솟았다.

     

   캉!

     

   이번에는 액체가 아닌 고체 형태로 만들어진 그림자 기둥이 샬롯의 검과 맞부딪쳤다.

   물론 그것은 조금의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지만 시그린은 그 틈에 몸을 뒤로 빼었다.

     

   그러는 사이 그림자 기둥이 또다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기둥의 사이사이, 시그린과 하이젠은 집요하게 샬롯에게 공격해왔다.

     

   그들은 자신의 체력은 보존한 채 샬롯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게 만들고 있었다.

     

   ‘집요하네.’

     

   샬롯은 거기에 관해 비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강자를 상대로 수단을 가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으니까.

     

   단지, 문제는 다른 누구보다도 시그린이었다.

     

   ‘썩 느낌이 안 좋은데.’

     

   시그린은 본래도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손꼽힐 강자다.

     

   일부러인지 모르겠지만.

   시그린은 줄곧 샬롯과 직접적 부딪침 없이 늘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샬롯은 시그린의 실력을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 보니 알겠다.

   왜 그렇게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자신과 시그린의 두 이름이 동일선상에 올랐는지 말이다.

     

   ‘허투루 오른 건 아니라 이 소리이지.’

     

   시그린은 강했다.

   에파니아 황족이 지닌 고유의 능력인 백룡의 힘은 시그린의 육체를 일반인과는 궤를 달리하도록 만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축복 받은 육체 천무지체와 같이.

   시그린은 황가의 핏줄 중에서 백룡의 힘을 가장 강하게 지닌 이였다.

     

   그래서인지 몸에서 당연하듯 흘러나오는 냉기는 샬롯조차 섣불리 접근 못 할 만큼 거셌다.

     

   거기에 백룡의 핏줄 자체가 지닌 기세는 사람을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만약 샬롯이 아니었다면 대부분 시그린을 마주한 시점에서 머리를 숙여 복종하거나 공포심에 빠질 만큼.

   시그린이 지닌 백룡의 기세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샬롯이 느낌이 안 좋다고 평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는데.’

     

   시그린의 검과 맞부딪치면 맞부딪칠수록 시그린의 검은 계속해서 그 위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실제로 처음과 달리 시그린의 검은 못해도 세 배 가까이 그 힘이 강해졌다.

     

   샬롯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다.

   시그린이 사용하는 기묘한 검술의 출처를 그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샬롯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에서 열 배가 된다면.’

     

   샬롯은 시그린의 검을 받아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놀랐다.

   설마하니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그녀가 패배를 직감할 줄이야.

     

   ‘재밌네.’

     

   그리고 어째서인가 그녀의 입꼬리가 틀어 올려졌다.

   본래라면 초조함에 실수가 나와야겠으나 샬롯은 달랐다.

     

   그녀는 샬롯 발하임이었으니까.

     

   그녀의 얼굴이 악귀처럼 휘어졌다.

   어디까지 진심을 낼 수 있을까.

     

   그녀는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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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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