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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2

    찌뿌둥한 몸을 풀며 나는 늦은 작업을 시작했다.

     

    도끼질을 이어가며 나는 잠시 어젯밤에 일어난 일들을 상기했다.

     

     

    미소가 나오는 기억이었다.

     

    기나긴 세월 끝에 드디어 네르와 이어졌으니.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로써 드디어 올바른 굴레가 굴러가기 시작한게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서로의 모든걸 보여주지도 않고 부부라 할 수 있을까.

     

    어제의 네르는 내게 모든걸 보여주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용기를 내 모든걸 내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내면에 숨어있던 짙은 욕망까지도 표현해주었다.

     

     

    고작 몸을 섞은 일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체적인 쾌락 외에도 정신적인 유대가 나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네르도 마찬가지였는지 자꾸만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눈만 마주하더라도 그녀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실댔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듯 입술을 슬며시 깨물며 정욕도 드러냈고, 신체적으로도 더욱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렇게 본다면 다 좋았을 것이다.

     

     

    “…좋았어요?”

     

    “…”

     

     

    문제는 아르윈이었다.

     

    그녀는 땅을 평탄화 하는날 굳이굳이 따라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다치지 않을만큼의 거리밖에서, 조신하게 접힌 무릎에 팔꿈치를 기대고 있다.

     

    녹발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기나긴 귀가 그녀의 특이한 종족을 증명했다.

     

     

    “…좋았어요, 베르그?”

     

    “…”

     

    그런 그녀의 입에서는 더없이 차가운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꾸만 도끼질을 이어갔다.

     

     

    마치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연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를 외면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어떠한 말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을뿐.

     

     

    시엔은 몸조리를 하기 위해 오늘은 쉬기로 했고, 네르는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며 숙소에 남았다.

     

     

    나를 따라온건 아르윈 뿐이라는 소리였다.

     

     

    그녀도 그 이유로 내게 끝없는 압박을 건네오고 있었다.

     

    “…좋았나보다. 그쵸.”

     

    -쿵…! 쿵…! 쿵…!

     

     

    “나는 수명을 다 걸어서 당신을 살려드렸는데. 나보다 네르를 먼저 안아주고…그쵸.”

     

    -툭.

     

     

    나는 어렵게 목을 풀었다.

     

    “그…아르윈.”

     

    “아니, 뭐…수명을 내어준건 제 선택이었으니까 후회는 없지만…그래도 조금…뭐라해야할까요? 뭐가 조금…그렇다고 해야하나?”

     

    “…아르윈, 나도 계획을 하고 관계를 가진건 아니라-”

     

    “-그렇겠죠. 최근 네르의 태도를 보면 알았죠. 발정기가 오고 있기도 했고. 다 이해해요, 베르그.”

     

     

    이해한다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아랫입술이 툭 튀어나와있고, 시선은 나를 마주하지 않는다.

     

    그녀의 모든 태도가 자신은 삐졌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가끔은 잊는다. 아르윈이 잘 삐지는 성격이라는 걸.

     

    그 모습을 평소에도 차가운 표정으로 숨긴다지만…가까이 할수록 서로의 변화에는 민감히 반응할 수 있었다.

     

     

    “…”

     

    나는 결국 대답을 찾지 못했다.

     

    어색하게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다시 도끼를 들었다.

     

     

    그렇게 또 나무에 도끼를 박아넣으려하는 순간 울려오는 목소리.

     

     

    “하아….우리는 언제 관계를 가지려나.”

     

    -우뚝.

     

     

    그녀의 목소리에 또 몸이 굳었다.

     

     

    “나는 언제 사랑해주려나.”

     

    “…”

     

     

    나는 결국 도끼를 툭 내려놓고 아르윈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르윈은 일순 곁눈질로 내가 다가오는걸 살피고는, 더더욱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면서도 내가 다가가는게 내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앉아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게 하나의 증거였다.

     

     

    나는 아르윈의 고개가 돌려간 쪽에 앉았다.

     

    -휙!

     

    그러자 아르윈은 반대편으로 또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

     

    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속삭였다.

     

    “삐졌어?”

     

    “…하! 아니요?”

     

     

    치-! 하며 공기를 픽 내뱉은 아르윈의 말은 그보다 거짓말처럼 들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말했잖아, 계획하고 한게 아니라고. 순서가 마음의 크기를 나타내는건 아니란 말이야.”

     

    “…”

     

    “지금도 봐, 나는 너와 관련된 장신구만 두 개를 가지고 있는걸? 반지와 목걸이까지…게다가, 이 곳에 집을 짓기로 한건 네가 원했으니 그랬던 거였잖아. 아니야?”

     

    “…”

     

    설명을 이어갈수록 아르윈의 경직된 몸이 점차 풀려가기 시작했다.

     

    태도도 조금씩은 누그러지는게 보였다.

     

     

    탈출구가 보인만큼 나는 계속해서 달콤한 말을 흘렸다.

     

    “아르윈, 화 풀어. 집을 짓고 나면 행복한 삶밖에 남아있지 않을텐데 벌써부터 삐걱거려야 되겠어?”

     

    “…우리가 지금 삐걱거리는거는 아니거든요.”

     

     

    나는 아르윈의 말에 미소를 짓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

     

    그 애정표현에 아르윈이 힐끔거리며 내 쪽을 바라본다.

     

    분노가 풀려가고 있다는것만큼은 확실했다.

     

     

    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그녀의 볼을 계속해서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입술을 부딪힐때마다 그녀의 입술에도 호선이 그려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킥킥대기까지 했다.

     

    “하…이길수가 없네요, 정말.”

     

    “화 풀렸어?”

     

     

    하지만 아르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요.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말해.”

     

     

    아르윈은 그에 망설이지 않고 말해왔다.

     

    “…반지.”

     

    “반지?”

     

    “…저와의 반지. 이제는 제 반지도 한번쯤은 왼손 약지에 끼워주세요. 절 더 사랑한다고 표현해줘요.”

     

     

    나는 내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양손 약지에 끼워진 두 반지.

     

    그리고 왼손 검지에 끼워진 아르윈의 반지.

     

     

    잠시 눈을 깜빡이는 내게 아르윈이 속삭였다.

     

    “…뭐예요. 시엔님과 네르랑은 관계를 다 가졌으면서. 그런데 저는 왼손 약지에 반지도 끼워주지 않는거예요? 저만 너무 안봐주시는거 아니에요?”

     

     

    아까와는 달리 정말로 섭섭하다는 듯 말하는 아르윈의 말에 나는 곧장 반지를 벗었다.

     

    그녀의 말이 맞다.

     

     

    몸을 섞으면 확실히 정서적인 유대가 깊어지긴 한다.

     

    그 관계를 가지지 않은건 오로지 아르윈 뿐이었다.

     

     

    거기다 더해, 시엔과 네르의 반지는 한동안 왼손 약지에 끼우고 다녔다.

     

    첫 혼인때 네르의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었고.

     

    시엔과 결합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의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우고 있다.

     

     

    왼손 약지에 끼워보지 못한 반지는 아르윈의 반지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반지들을 뒤섞었다.

     

    그리고는 아르윈이 원하는 부탁을 이뤄주었다.

     

     

    “됐지?”

     

    결국 시기적절하게 반지를 뒤섞어가며 끼우면 될 일이었다.

     

    아르윈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은 이렇게 봐줄게요.”

     

     

    ****

     

     

    아르윈은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베르그에게 가졌던 불만을 잠재웠지만…그렇다고 가슴속에 일렁이는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머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당장 관계를 가져 좋을게 없다는 사실을.

     

     

    결국에 당장 함께하고 있는 네 명이 은거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 상황속에서, 특이함은 감출수록 유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베르그와 방에 들어가는 모든 여인이 신음을 흘리고,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걸 암암리에 모두가 알아간다면…그 흔적들이 결국에는 어떠한 불행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아르윈은 당장 욕망을 감춰야만 한다는 걸 알았다.

     

    베르그와 몸을 섞고 싶어도 참아야만 했다.

     

     

    물론 엘프로서, 아르윈은 다른 종족보다는 성욕이 약한 듯 했다.

     

    인족보다는 당연히 덜했고, 발정기의 늑인족보다도 낮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관계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말은 아니었다.

     

    베르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성욕도 마찬가지로 쎄지는것만 같았으니.

     

     

    문제는 이걸 표현할 방식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솔직한 말로…아무리 모든걸 숨겨야한다 해도…베르그가 관계를 가지자며 옷을 뜯어내버리면 몸을 내어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날을 기다리고 있는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베르그도 아르윈만큼의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었고, 그는 집이 생길때까지 관계를 가지지 않으려는 듯 했다.

     

    아르윈 또한, 네르만큼의 저돌성이 없어 먼저 관계를 갖자고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러니 자꾸만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것이다.

     

    베르그와 같이 침대를 나눠도 아르윈은 그저 그의 옆에서 침을 꼴깍이는 수 밖에 없었다.

     

    큰 용기를 내어 베르그의 손을 야하게 잡아보아도, 베르그는 그저 미소를 지어주며 그녀를 품에 안기만 했다.

     

     

    그렇게 답답한 며칠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집의 공사는 수월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플린트가 데려온 드워프 목수들이 작업에 착수해 집의 기틀을 만들었다.

     

     

    날이 지날때마다 새끼 강아지가 성장하듯 집은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아르윈 안의 욕구도 강렬해지는 듯 했다.

     

    어쩌면 저 집이 지어지고 난 이후를 상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배고픈 사람의 눈 앞에서 음식을 흔들어보이듯, 저 집이 완공된 이후 가지게 될 관계에 그녀는 더더욱 간절해져갔다.

     

     

     

    문제는, 여기다 더해 네르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관계를 가져 아침이 될 때까지 여관을 뒤흔들 신음을 흘렸던 네르였기에, 그녀는 베르그와 관계를 갖는데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둘이 함께 동침을 할때마다 그 방에서는 네르의 행복해 미쳐가는 신음이 흘러왔다.

     

    퍽퍽, 살결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베르그는 다음날이 되면 충분히 저항해봤다며 변명했고.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솔직한 말로 아르윈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도 네르처럼 행동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네르의 미소는 더더욱 커져갔고, 그녀의 피부는 더더욱 반들반들해졌으며, 베르그를 보는 눈이 더더욱 사랑스러워져갔다.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말을 네르의 눈빛을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

     

    저토록 행복해하는 네르는 처음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르윈의 질투심도 짙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계속해서 상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베르그와 관계를 가져야 할지.

     

    어떻게 그를 속여 넘겨트릴지.

     

    어떻게 그가 자신을 탐하게 만들지.

     

     

     

    그리고 그 욕망이 짙어갈수록, 아르윈은 자신이 이성적인 선택에서 더더욱 멀어지고 있음은 깨닫지 못했다.

     

     

    ****

     

     

    “후!”

     

    나는 오늘도 공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미소 나올 일밖에 없었다.

     

    모든게 그저 너무나도 행복했다.

     

     

    어릴때부터 이어졌던 압박감이 드디어 나를 떠난 듯 했다.

     

     

    슬럼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할지 고민했고.

     

    슬럼을 벗어나서는 어떻게 시엔과 생활을 이어갈지 고민했다.

     

    용병단에 들어가서는 동료들의 목숨을 걱정했으며, 영지가 생겼을때는 영지민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나는 이제 나만의 집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히 살아갈 일만 남게 된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부르며 여관 1층에서 시간을 축이고 있었다.

     

    오늘은 인부들도, 플린트도 오지 않는 날이었기에…하루쯤은 쉬기로 결정한 것이다.

     

     

    술을 낮부터 가볍게 걸치며 여유를 즐긴다.

     

    창을 통해 저 멀리서 보이는 풍경에 잠겨가고 있었다.

     

     

    “…베르그?”

     

    그때, 홀로 앉아있던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2층에서부터 내려오는 아르윈을 보았다.

     

     

    “…?”

     

    얼굴이 묘하게 붉은 그녀. 엘프라 그런지 창백한 피부에 올라운 홍조가 더 눈에 띈다.

     

    어째서인지 눈빛조차 야하다.

     

     

    “…하아…하아…”

     

    숨조차도 일반적이지 않다.

     

    -드르륵!

     

     

    나는 그녀의 몸에 생긴 이상증상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르윈, 괜찮아?”

     

    “…베…베르그…”

     

    아르윈은 내가 다가서자마자 내게 기대며 몸을 밀착했다.

     

    힘없이 내게 기대오는 아르윈의 모습에 걱정은 커져만 간다.

     

     

    “무…무슨 일이야. 어디가 아파?”

     

     

    아르윈은 숨을 하악대며 내쉬다,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더더욱 촉촉해보이는 그녀의 녹색 눈.

     

     

    아르윈은 귀를 빌려달라는 듯 고개를 틀었다.

     

    나는 그녀에게 귀를 내어주었다.

     

     

    “…도…도움이 필요해요, 베르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해. 아픈거야? 당장 의원을…아, 네르에게-”

     

    -탁!

     

    아르윈은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거부했다.

     

     

    “…부끄러워서 안돼요.”

     

    “…뭐?”

     

    “…당신만이 도와줄 수 있는거에요.”

     

    “…”

     

    나는 아르윈이 차분히 말을 이어갈수록 마음이 가라앉았다.

     

    보기보다 급한 문제가 아닌것만 같았다.

     

    일단 몸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으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갈까?”

     

    아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르윈의 몸을 붙잡고 그녀를 방으로 이끌었다.

     

    방에는 나와 그녀만이 존재했다.

     

     

    -툭!

     

    그렇게, 방에 들어서는 순간 문의 걸쇠가 걸린다.

     

    “…?”

     

    아르윈이 어느새 문을 잠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잠그는 그녀를 보며 내가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다시금 말해왔다.

     

     

    “…부…부끄러운 거라 했잖아요, 베르그.”

     

    “…….”

     

     

    나는 눈을 깜빡였다.

     

    아르윈은 안절부절 못하며 숨을 내쉬다, 이내 침대에 조신히 앉았다.

     

     

    “…저…한테 질리시면 안돼요?”

     

    그리고는 이상한 말을 꺼내왔다.

     

    몸이 아픈줄로만 알았는데, 질린다는 말을 왜 하는걸까?

     

     

    “내가 너한테 왜 질려.”

     

    “…”

     

    “…그런 걱정은 하지마.”

     

    “…”

     

     

    아르윈은 그 말에 용기를 얻은건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을 더듬더듬 이어갔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그녀가 저렇게 표정을 지으니 더없이 귀엽기만 했다.

     

     

    “…드…들어가선 안될게 몸에 들어갔어요.”

     

    “…?”

     

     

    아르윈은 표정을 감추며, 제 왼손을 들어보였다.

     

    “어?”

     

    약지에 끼워져있어야 할 반지가 사라져버렸다.

     

    “…반지 어디갔어.”

     

     

    아르윈은 또 한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속삭인다.

     

    “…말했잖아요, 들어가서는 안될게 몸에…”

     

    “…삼켰어?”

     

    -절레절레.

     

     

    나는 아르윈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굳어있던 그녀가 어렵게 말한다.

     

     

    “…다…베르그 잘못이에요.”

     

    “…뭐?”

     

    “먼저 알아줬으면…저도 이러지 않았잖아요.”

     

    “…”

     

    나는 아직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만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저라고 해서…성욕이 없는거 아니거든요?”

     

    “…”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잘때마다…저도 입맞춤 이상의 행동을 하고 싶다고요…”

     

    “…”

     

    “근데 베르그는 알아주지 않으니까…당신을 상상하며…혼자….풀어내고 있었는데…”

     

    “…아.”

     

     

    풀어내고 있다는 말이 나는 뭔지 모를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아르윈의 고백에 나까지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를 상상하며 성욕을 스스로 해소하고 있었다는 말에 심장이 한번 크게 뛰었다.

     

     

    그 아르윈이 나를 상상하며 성욕을 해결하고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이걸로 그녀를 판단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나로서는 그 고백이 나를 자극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반지가 사라진 일은 또 다른 일이다.

     

    왜 그녀가 그 말로부터 시작을 했는지…….

     

     

    “….”

     

    나는 이어지는 생각에 눈을 깜빡였다.

     

     

    “…반지 어디있는데.”

     

    나는 설마하는 마음에 아르윈에게 물었다.

     

     

    “…”

     

     

    그러자, 아르윈이 검지손가락을 조심스레 깨물며….다리를 아주 살짝 벌렸다.

     

    표정은 숨긴채 그녀가 속삭인다.

     

    “…예,예상치 못한 사고였어요.”

     

    “…”

     

    “…제 손가락으로는 이제 안닿아요.”

     

    “…”

     

    “…빼주세요, 베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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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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