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32

       잠시 뒤.

         

       수옥빈까지 돌아오자, 우리는 다시 빵빵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팽진아가 팔짱을 낀 채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실헤실 웃으며 내 팔을 장난감처럼 쿡쿡 찌르는 매화검후가 보였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 속,

       속 재료 상태.

         

       이 모습에 빵빵한 빵 역할을 담당한 팽진아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사저. 왜 굳이 앞좌석을 놔두고 옆에 오신 겁니까?”

       “그야 나도 유세하군, 옆에 있고 싶은걸~”

       “…사저! 제발 점잖게 구십시오!”

       “정장겡궁싱시옹~”

       “사저!”

         

       팽진아는 이익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헤실헤실 웃기만 하는 검후.

         

       그 뒤로도 유치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진짜 자매라서 하는 말싸움 같았다.

         

       나는 대충 그러려니 하였다.

       오히려 신선한 기분.

       팽진아는 평소 애 같은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검후만 보면 언니에게 투정 부리는 여동생처럼 행동하는 게, 이건 또 이거대로 귀여운 맛이 있었다.

         

       “…유세하 생도. 뭘 그리 기분 나쁘게 웃는 거냐.”

         

       아, 이런 입꼬리를 제어 못 했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으으!”

         

       나는 유들유들하게 넘겼다.

       이어서 수옥빈에게 향해 물어보았다.

       지금 가는 목적지를 말이다.

         

       “부협회장-”

       “누나~”

       “…누님. 근데 저도 정말로 검천동부에 들어갈 수 있나요?”

         

       <검천동부(劍天洞府)>.

         

       나를 포함하여 패천검, 매화검후, 부협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치의 누님들과 향하는 장소.

         

       입원해 있을 때, 옆에서 간호해 주던 팽진아가 처음으로 언급하였다.

         

       -유세하 생도. 혹시 그대도 같이 가겠나?

         

       팽진아는 설명했다.

       수옥빈과 단둘이 나와 말다툼을 하였던 그날.

       ‘기린’ 토벌이 끝나면 다 같이 가서 머리 좀 식히자고.

         

       나의 물음에 눈을 끔벅이던 수옥빈은, 풋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애초에 기린을 쓰러트린 영웅께서 안 가면 대체 누가 간다는 말이죠?”

       “…아니 그리 금칠해도…”

       “금칠이 아닙니다.”

         

       수옥빈은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꽤 진지한 눈빛을 보내왔다.

         

       “유세하님은 영웅입니다. 그러니 자격은 충분하지요.”

       “…수옥빈. 유세하는 보호가 필요한 어린 생도다.”

       “네, 그렇지요. 아직은 생도죠.”

       “…수옥빈!”

       “자, 자~ 두 사람 싸우지 말고. 아무튼 유세하군? 아까 말랑 쫀득한 볼을 만져보면서 능력치를 측정한 결과! 충분히 자격이 됩니다~그리고 걱정하지 말렴.”

         

       두 사람을 중재한 매화검후가, 나를 향해 윙크했다.

       동시에 가슴을 당당히 펴며 작게 콧방귀도 끼었다.

         

       “여기에 내가 바로 S급인데~그쪽에서 무슨 권리로 막겠어?

         

       음, 저 정도까지 말하니 입장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아무튼, 슬슬 궁금할 거다.

         

       도대체 검천동부(劍天洞府)가 뭔지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레벨업 장소…라고 하면 될려나.’

         

       생산직 클래스들이, <철혈야장>을 꿈의 장소로 여긴다면.

       무인들, 특히 검사들에게는 <검천동부>를 꿈의 장소로 여겼다.

       검을 주력으로 다루는 자라면, 꼭 한번 들르고 싶어 하는 장소.

         

       이유는, 내가 공략했던 <전사자들의 축제>만큼은 아니지만, 무기에 대한 숙련도를 보정해주는 귀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외부와의 시간 흐름을 뒤트는 결계가 상시 유지된다고 한다.

         

       ‘듣기로 이곳에서 5일이 밖에서는 하루라고 했던가.’

         

       말 그대로 수련하기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여기에 그냥 평범한 훈련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부가 엄청 넓어서 사실상 하나의 도시라고 했지.’

         

       그만큼 다양한 <헌터>들이 머물고.

       그런 헌터들에게 다양한 장비를 판매하기 위한 상인이나 기타 등등의 인물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검천동부의 진짜 정체는 <탑>이기 때문이다.

         

       던전, 시련조차 뛰어넘는 법칙이 뭉쳐진 미증유의 장소.

         

       과거, <교단>이 ‘신탁의 탑’을 공략하며 그 일부를 소유권으로 가져온 것처럼.

       협회와 여러 유명한 클랜 일부가 <검제의 탑>이라고 불리는 장소를 토벌.

       그리고 개조하여 만든 장소가 바로 <검천동부>였다.

         

       ‘동부(洞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검제의 탑>이 선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장소라서 그렇다고 했지?’

         

       그만큼 괴물 같은 존재들이 득실득실.

       탑의 주인이자, 최종 보스인 ‘계층 군주’ 또한 ‘검성’이라는 칭호를 가진 강적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말이 좀 길어졌지만.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곳이라, 최소 B급에서 A급 이상.

       신원, 명성, 강함 모든 조건이 충족된 선택받은 자들만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시설을 쓰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위치에 있어야만 했다.

         

       설명에, 수옥빈은 첨언하듯 말을 더하였다.

         

       “저도 입장은 가능하지만…훈련시설은 이용할 수 없었죠. 그러던 찰나, 검후님이 제안을 주셨고, 제가 <패천검>에게 추가적인 말을 건넨 겁니다.”

         

       검사인 그녀라면 좋아하거라 여겼으니까요.

         

       *

         

       수옥빈의 설명이 끝나자, 묵묵히 듣던 팽진아가 살그머니 볼을 부풀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바로 검후.

         

       “…이제와서 좀 늦었지만, 사저. 왜 이야기 안 했습니까?”

       “응?”

       “몇 달 전 저에게 말씀하셨을 때는 저 요망한 년도 데려간다는 말은 없었잖습니까.”

         

       팽진아는 수옥빈이 탐탁지 않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대답에 검후는 눈을 끔벅거렸다.

       운전 중인 수옥빈을 힐끗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어머, 두 사람 그리 사이가 좋았어? 몰랐네~”

       “그럼요. 저랑 <패천검>이 얼마나 친한데요.”

       “우, 웃기지 마라! 나, 남의 제자 입술이나 탐한 주제에!”

        “어라?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제 기억상 분명 저보다 10초는 더 오래 쭈우우욱~한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대화에 검후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뭐야 뭐야?!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응? 우리 목석같은 진아가 쭉 이라고? 저 빵빵하고 탱탱하고 형태 좋은 검술주머니를 가졌으면서 남자 손 한번 안 잡아본 우리 진아가?”

       “사, 사, 사저! 헛소리하지 마십쇼!”

         

       아웅다웅한 대화의 장.

       나름대로 개성 강한 여자 세 명이 서로 뭉치니 텐션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언급에 어안이 벙벙했다.

         

       “…입술요?”

       “…아!”

       “후훗. 들켰네요. 알아서 자폭해 주니 보기 좋네요.”

       “이, 이 년이!”

        “스승님…?”

         

       얼굴이 새빨개지는 팽진아.

       양손을 휙휙 저었다.

         

       “아, 아니다! 오, 오해하지 마라! 어, 어쩔 수 없는 치료 과정이었다! 매, 맹세컨대 사적인 마음은 없었다!”

       “그런 것 치고는 역시 키스 시간이 너무 오래-”

       “-조용히 해라!”

         

       나는, ‘아하하…’ 거리며 이마를 긁적였다.

       구태여 캐묻지는 않았다.

       뭐 이유가 있으셨겠지.

         

       ‘보아하니 내가 기절했을 때의 이야기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 *

         

         

       2시간 뒤.

       도중 도중 <워프 게이트>까지 타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선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향이 느껴졌다.

       특유의 마력이 대기 중에 농밀하게 분포하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음~역시 공기 좋다. 세하군도 좋지?”

       “네. 확실히 향부터 다르네요.”

         

       전방, 약 60층 정도가 되는 큼지막한 건물이 보였다.

       최신식으로 지어진 건물.

       특이하게도 정중앙에 거대한 검 한 자루가 꽂혀있었다.

       당연히 진짜 검으로 내려찍은 건 아닐 테고.

       아마 상징성의 물품일 거다.

         

       “자, 자 모두 따라오라고~”

         

       우리를 이끌고 안으로 걸어가는 매화검후.

       입구 쪽에 헌터 수십 명이 서 있었다.

         

       나는 잠시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최소 B급인가.’

         

       다들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친 헌터들.

       그들의 시선은 처음에는 무덤덤했지만, 곧 검후랑 팽진아를 알아보고 경악으로 바뀌었다.

         

       여기저기서 ‘매, 매화검후다!’, ‘패천검도 있잖아…? 은퇴한 거 아니었어?’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곧, VIP 전용 입구로 들어가자고 손짓하는 매화검후.

       우리는 검후의 지인으로 입장하는 거라,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주변 헌터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시선을 받으며 그 뒤를 따랐다.

         

       곧, 눈앞에 <정보창>이 갱신됐다.

         

       [‘검천동부’에 입장합니다.]

       [무를 숭배하는 힘이 넘실거리듯 퍼져나갑니다.]

         

       *

         

       “……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자 보이는 풍경.

       곳곳에 다양한 상가와 여러 가지 시설들이 즐비해 있었다.

       하나하나 밖에서는 보기 힘든 장비들을 팔거나 거래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병장기를 부딪치며 서로의 실력을 드높이는 헌터들도 즐비했다.

         

       이 모든 게 놀라웠지만.

       역시 가장 압권인 건 눈앞에 보이는 나선형의 탑이었다.

         

       1층은 멀쩡하게.

       5층부터는 공간이 분단되어 하늘 높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최소 150층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

         

       아까 이야기했던 <검제의 탑>이었다.

       신전에서 보았던 <신탁의 탑>보다도 더욱 웅장하고 강력한 법칙의 힘이 흐르고 있었다.

         

       [‘검제의 탑’(개조)의 영향력을 받습니다. 이미 죽은 검성의 영향력이 미약하지만, 곳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모든 무기술에 추가 보정을 받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현실보다 빨라집니다.]

         

       확실히 무인들이 환장할 만하네.

         

       ‘그건 그렇고…’

         

       나는 힐끗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처음 입장할 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점점 보는 눈이 늘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이 특유의 감각.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전원.

       밖에서 줄을 선 헌터들보다, 훨씬 수준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이었다.

       이 중 몇몇은 TV나 인터넷에서 본 적 있었다.

         

       나는 칼날처럼 꽂히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일부는 호승심을 표하는 활활 타오르는 눈을.

       일부는 나의 가치를 측정하는 냉철한 눈을.

       일부는 나라는 존재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표하는 눈을.

       일부는 호기심과 흥미를 내비치는 눈을 하였다.

         

       가슴 속 간질거림이 강해졌다.

         

       뭔가 <아카데미>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진짜 헌터들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 느낌.

         

       그런 내 모습에, 어느새 등록을 마치고 다가온 검후가 실실 웃었다.

         

       “역시 어린 뉴페이스! 나보다도 인기 많네.”

       “…뉴페이스요?”

       “응, 응. 여기 있는 이 자들. 쉽게 말해서 고인물들이거든.”

         

       수많은 신예의 탄생을 바라며,

       그들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는 자들.

         

       “다들 한자리하는 놈들이라…나보다는 새로운 얼굴에 더 흥미를 드러내는 편이야. 특히나 세하군은 ‘기린’까지 처치한 영웅이잖아?”

       “…아하.”

       “이왕 이리된 거 세하군이 해볼래? 저거?”

       “…네?”

         

       빙그레 웃는 검후.

       <검제의 탑>을 가리켰다.

       정확하게는 휘몰아치는 게이트.

         

       설명을 들어서 뭔지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숙소라던가.

       다른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 시험은 저기에 들어가면 치를 수 있다고.

         

       그때, 귀신같이 팽진아가 등장했다.

       검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저. 유세하 생도에게는 이릅니다. 이제 갓 B급 헌터가 된 아이한테 무슨 짓을…!”

       “우음. 우리 진아. 제자 아끼는 건 알지만…객관적으로 좀 봤으면 좋겠는데.”

         

       검후는 어이없다는 듯 팽진아를 바라보았다.

       곧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느다란 실눈 안으로 보석 같은 눈동자가 빛을 낸다.

         

       “위험? 누가? 저 아이가?”

         

       나는 안에 있는 저 보스가 더 불쌍해 보이는데.

         

       “……”

         

       검후의 말에 팽진아는 반박할 수 없는지 입을 달싹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어깨에 손을 올렸다.

         

       “스승님. 해보고 싶습니다.”

       “…유세하 생도.”

         

       팽진아는 잠시 뒤, 한숨을 쉬었다.

       무언의 승낙임을 인지.

       바로 몸을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지금.

       당당히 탑의 입구에 들어섰다.

         

         

       * * *

         

         

       [‘검제의 탑’이 당신을 시험합니다.]

       [최소한의 자격을 증명하는 존재가 당신의 앞에 나타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주변 공간이 변모하였다.

       어딘가 대련장으로 추측되는 장소.

       아마, 이곳에서 보스랑 일기토(一騎討)를 하는 것으로 추측.

       간편하고 직관적이어서 좋았다.

         

       약 1분 정도 기다렸을까.

       귓가로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소리가 들려왔다.

         

       투박한 발걸음.

       이내 등장하는 주홍빛의 털과 검은색 줄무늬를 가진 이족보행의 짐승.

         

       나는 녀석을 보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라, 이 녀석?

         

       ‘왜 애가 여기서 나와?’

         

       “크르릉!!!”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