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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2

    “으윽…….”

    “아아…….”

     

    어느 폐 건물의 내부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시하군.”

     

    서드는 옷의 흐트러짐을 가볍게 정돈했다.

    다 합해서 몇이었더라, 10명? 12명? 그 정도쯤 되던가?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그들은 모두 신체의 한 부분을 붙잡은 채로 쓰러진 채, 앓는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패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혼자서도 충분했으니까.

     

    그야 당연하다.

     

    하늘과 땅,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간격이 그 아이들과 자신의 사이에 있었으니 말이다.

     

    서드는 마치 도발을 하듯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식전 운동도 안되겠어.”

    “크, 크윽……! 너, 너이자식……!”

     

    한동안 골골대던 그들은 이제 맞았던 곳은 조금 나아졌는지 하나둘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드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다.

    그야, 그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전부 자신이 직접 힘을 조절해 타격했기 때문이니 말이다.

     

    그들은 사람을 진심으로 죽이려 마음먹은 적도 없었고, 실제로 죽여본 적도 없었다.

    살기 위해 매일같이 투쟁하던 그런 경험이 없었다.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는 애송이들을 상대로, 진심을 내보일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단지, 슬쩍 살기를 내비치며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히, 히이익!”

    “도, 도망쳐!”

    “살려줘!”

     

    그리고, 그건 이미 한번 호되게 당한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꽤 좋았다.

     

    곧바로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도망쳐버리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그 광경을 뒤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 우와……. 미친! 대박이다!”

    “어, 엄청 잘 싸우잖아, 너!”

     

    너무나 압도적인 무용을 보인 탓일까, 그 장면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아주 단단히 박혔다.

    모든 주먹질과 발길질을 마치 물 흐르듯이 회피하고, 무심한 듯 내지르는 주먹에 맞은 녀석들은 그대로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쓰러지고 만다.

    12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했다!

     

    카를로스는 흥분해 외쳤다.

     

    “싸움을 그냥 조금 잘하는 수준이 아니잖아! 대체 그런 싸움은 어디에서 배운 거야?”

     

    딱히 배운 적은 없다.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니 알게 되었을 뿐이지.

    서드는 그런 카를로스의 눈빛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대답했다.

     

    “배운 것이 아니다. 알게 된거지.”

    “……뭐?”

    카를로스가 붙잡혀있던 아이를 수습하는 사이, 서드는 한번 어깨를 으쓱 하고는 건물에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밥이나 먹으러 가지.”

    카를로스는 그렇게 서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존나 멋있어…….’

     

    “야! 서드! 가, 같이가!”

    ——–

     

    헬레나는 루크가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역시나 루크는 케이크를 먹는 행동 조차도 굉장히 우아했다.

    하지만…….

     

    루크는 헬레나의 시선을 느껴 잠시 케이크를 먹는 동작을 멈추고는 물었다.

     

    “음? 헬레나, 왜 너는 케이크를 전혀 들지 않는 게냐? 혹시 케이크의 맛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

    “아, 그건…….”

     

    헬레나는 잠시 멈칫 하며 루크의 모습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케이크 한 조각을 내려보았다.

     

    ‘이건 뭐, 달지도 않고…….’

     

    케이크는 본래 단 맛에 먹는 것이 아니던가.

    전혀 달지 않은 케이크라니…….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빵을 만들던 솜씨를 보면 제빵을 못 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만든 것일끼?

    신종 괴롭힘?

     

    하지만 이런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루크는 그 맛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는 듯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달지도 않은 케이크를 저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괴롭힘을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정말로 맛있어서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심지어, 이 과자도 전혀 달지 않아서 미묘하다.

     

    ‘이상한 취향…….’

     

    모든 음식이 다 이렇게 싱거운 것일까?

    아니면 간식만?

     

    만들어준 것은 고맙지만, 이런 식이라면 좋아할 수가 없다.

     

    헬레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찻잔이나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차는 꽤 좋았으니까.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이렇게 루크와 함께 뭔가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더라도 루크가 식사를 하는 모습은 볼 기회가 없던 헬레나에겐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다.

    루크와 자신은 식사를 하는 구역도 나뉘어져 있을뿐더러,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딱히 간식을 먹거나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던 루크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렇게 거의 쉴 틈도 없이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보니, 루크는 보기보다 먹성이 좋은 여자애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도 저렇게 많이 먹는 아이였나?

    자신에게 건네준 한 조각을 제외한 전부를 먹어치울 기세다.

     

    그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이 정말로 신기했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가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헬레나는 자신 몫으로 덜어져있던 케이크를 루크 쪽으로 밀며 말했다.

     

    “아니, 너. 보기보다 엄청 많이 먹네. 배고픈 것 같은데, 그냥 내 것도 먹어버려.”

    “크흠, 그렇게 보였느냐? 고맙구나.”

     

    루크는 멋쩍게 웃었다.

    자신이 먹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면 할 말이 없었으니까.

    고맙게 먹으면 될 일.

     

    그렇게 루크가 케이크에 포크를 대자, 헬레나가 자신에게 놓여진 찻잔을 들어 한모금 삼키며 한쪽으로 시선을 흘겼다.

    시루드가 앉아있는 방향이었다.

    나름대로 반에서 친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술은 꽤 많이 깬 모양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또 루크가 자신의 귓가에 속삭였던 한마디가 자꾸만 거슬린다.

     

    ‘네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있을지 모르는데?’

     

    ……라니, 그런데 그렇게 말해 놓고 자신은 이미 시루드하고는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니!

     

    하기사, 루크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누군지 어떻게 알았겠냐만은, 그래도 뭔가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잠깐이나마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게 루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루크가 걱정을 듬뿍 담아 묻는다.

     

    “저, 헬레나. 혹시 어디 아픈가? 역시 너무 피곤해서? 몸이 안 좋은가?”

     

    어쩐지 감정이 조금 마모된 듯 한 헬레나의 모습에 루크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루드를 만나고 온 이후 오히려 더욱 피곤해진 것 같았다.

     

    -달칵.

     

    “아니. 별로 피곤하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시루드는 계속 저렇게 혼자 둬도 괜찮아?”

     

    헬레나는 찻잔을 살짝 소리나게 내리며 루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루크의 표정을 보다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

     

    헬레나는 자신이 시루드를 좋아하고, 뭐 그런 사정은 딱히 루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루드에게 직접 들었는데 루크에게 또 물어봤자 자신만 더 비참해질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루크는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반문해온다.

     

    “시루드? 왜, 혼자서도 잘 있지 않은가?”

    “여자애들이 무진장 말 걸고 있잖아. 화 안나?”

    “화? 내가 대체 왜 그런 것으로 화를 내겠느냐?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지면 좋은 것이지.”

     

    루크는 오히려 당황한 모습이었다.

    헬레나는 그 모습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기 말고 다른 여자랑 저렇게 친한 듯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별로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너, 그러다가 큰일난다. 남자의 마음은 원래 모르는 거야. 나중에 시루드가 딴 여자애랑 눈이 맞아서, 너랑 대화도 안 해주면 어떻게 할 건데?”

    “하하……. 음, 뭐라고……?”

     

    루크는 고작 11살 아이의 입에서 나오기엔 꽤 무거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리 보기 드문 일도 아니기는 하다.

    과거에도 여색이나 도박 등에 빠져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경우는 꽤 많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루드는 그럴 아이가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직접 마법 이론을 비롯해, 마법사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까지 가르친 제자이니까.

     

    “시루드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나는 그 아이를 믿어.”

    “흐음……. 그래?”

     

    헬레나는 루크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거, 꽤 큰일 날 생각이라고.

     

    세상에 괜히 ‘바람’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헬레나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생긋 웃으며 루크에게 말했다.

     

    “아, 맞다. 루크. 우리 시험이 다 끝나면 한번 수영장에 가지 않을래? 너하고, 시루드까지 해서.”

    “수, 수영장을? 갑자기 거긴 왜?”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인지, 수영장이라는 말에 제법 격한 반응을 보이는 루크였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루크는 보나마나 제대로 놀지도 못하겠지만, 자신은 다르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도 수영은 꽤 잘하는 축에 속하니까.

     

    그러면 자연스레 시루드는 자신과 함께 놀 수밖에 없게 되겠지.

    과연 그런 모습을 보고도 루크는 지금처럼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시루드가 제안을 수락할지가 문제지만, 루크를 핑계로 하면 시루드도 초대에 응할 수 밖에 없겠지!

     

    게다가, 시루드의 수영복 모습도 볼 수 있을 테고…….

     

    꽤나 치밀한 작전이라고 생각하며 헬레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시험의 뒤풀이를 겸한 내 생일 선물이야. 아직 날씨가 꽤 덥잖아? 우리집에는 워터파크 회원권도 있거든. 어때?”

    “회원권이라고……?”

     

    루크는 꽤 기쁘게 웃으며 다가오는 헬레나의 표정에 대고 거절의 말을 내뱉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가 저렇게 자신과 함께 수영장을 가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어찌 ‘싫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아이의 말에 묻어나온 감정은 분명히 기쁨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생일 선물이라니…….

     

    루크는 순간 스케쥴을 점검해보았다.

    시험이 끝난 뒤 잠시 텀이 있으니, 국제 마법 경시대회의 일정에 별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으음, 그래, 그러지.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래, 이번 기회에 수영장에서 수영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존에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

     

    수영복을 다시 입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그렇긴 하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태연하게 중2병 대사 내뱉는 서드!
    그리고 그걸 멋있다고 생각하는 똑같은 나이대의 아이들!

    서드는 나중에 다 크면 이불을 많이 구매해야겠네요.

    그리고 루크는 NTR당할위기(?)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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