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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2

       *** ***

         

       “왔느…냐, 제자야.”

         

       “다녀왔습니다. 스승.”

         

       당소열의 시선이 내 뒤에 붙은 라마승들을 훓었다. 라마승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라마승들의 경지는 일류 한 명, 절정 한 명, 그리고 내가 경지 파악이 안 된 사람 한 명이다.

         

       절정고수 둘을 감당할 수 없는 전력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겠지.

         

       대문파에 가면 발에 채이는 것이 절정고수지만 그냥 길 가다가 우연히 절정고수를 만날 가능성은 극히 적으니까.

         

       절정고수 두 사람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충분한 셈이다.

         

       “하하, 앉아서 차라도 한 잔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긴장해서 찻잔에 손도 안 대고 있는 라마승들.

         

       그러나 그런 라마승들의 얼굴은 오래 지나지 않아 푸르죽죽해졌다.

         

       “다녀왔습니다. 낭인님. 어라…이분들은?”

         

       “선배!”

         

       “은공.”

         

       “교관님.”

         

       초절정의 경지인 흑묘, 당도연, 여일예가 합류했다. 옥수수도 일류고수고 말이야.

         

       “…시주.”

         

       “저희는 수도자님들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습니다.”

         

       충돌에 대비해서 나름대로 기세를 내뿜고 있던 일행들이 기운을 거두고 방 안을 빠져나갔다.

         

       라마승의 머릿수만큼 초절정 고수가 있었던 상황에서 벗어난 누루부치가 식은땀을 닦으며 항의했다.

         

       “여러 가지로 들을 말이 많을 듯 싶구려.”

         

       “하하, 물론입니다. 그래…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나는 괜히 아련한 눈빛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 실내인지라 더러운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뭐든지 분위기가 중요한 법이지.

         

       “저는 천형을 타고 태어났습니다.”

         

       “음.”

         

       역시 시작은 충격적이어야 궁금증을 유발하며 흡입력이 생기는 법.

         

       “강호를 질타하는 한 사람의 고수가 되기 위해 전 사천낭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낮에는 검을 팔고 밤에는 무공을 연마하며 저를 갈고 닦았죠.”

         

       “오…”

         

       “수행자님들의 재능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어린 시절 괜찮은 재능이 있다 평가받았던 몸이기에 저는 금세 이류의 경지를 밟고 어렵지 않게 일류의 문턱에 닿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지요.”

         

       나는 그때의 절망감을 표현하듯이 미간을 팔자로 모으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일류에 오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해봤습니다. 한 줄기 소문에 의지해 기연을 찾아가보기도 했고 수년간 낭인 생활을 하며 번돈을 깡그리 털어 영약을 구하기도 했으며 저명한 의원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저는, 일류로 올라갈 수 없는 저주받은 체질이었던 겁니다.”

         

       내 기세에 잠시 눌렸던 누루부치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대는 지금 절정이지 않소.”

         

       “예, 맞습니다.”

         

       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천한 출신으로는 참으로 운이 좋게 당가와 연이 닿게 되었고 그 결과 천하삼대명의라고 불리우는 독의 어르신께 진료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독의 어르신께서는 영약을 통해 제 체질의 일부를 개선해 주셨습니다. 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던 증상을 영약으로 다스려 주신 거지요.”

         

       “오…그렇소?”

         

       슬슬 내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듯한 라마승들. 뭐 호천안 일대기가 아주 흥미진진하긴 해.

         

       지금까지는 실화 기반의 이야기로 빌드업을 쌓았으니 이제부터 슬슬 거짓과 진실을 섞어야지.

         

       나는 마치 고통을 억누르는 고행자와 같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무려 칠 년! 칠 년만에 일류의 경지에 올랐으나 독의님께서 하신 말씀은 참으로 절망적이었지요. 칠요 속성! 남들은 하나를 얻어도 기연이고 천운이 닿았다고 할 영약을 일곱 개나 소비해야 제가 절정의 경지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개라니…”

         

       라마승들은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워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할 부분이었지만 세 사람은 ‘그래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저 정도 영약은 들어야 말이 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음절맥에 걸린 소궁주를 둔 라마승들이다. 천형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다.

         

       “아까 보았던 면사 쓴 소저가 기억나십니까?”

         

       “물론이요, 어찌 그걸 잊을 수가 있겠소.”

         

       “그녀 역시 특수한 체질입니다. 태음성의 기운을 타고나 강한 음기가 남자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체질인지라 많은 고생을 했지요.”

         

       “그렇구려…”

         

       “그러나 저는 특수 체질로 인해 그녀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절 만난 그녀는 매료되지 않은 저를 기억하고는 제가 일하는 곳에 잠입했습니다.”

         

       “오, 정말 놀라운 일이구려!”

         

       “예,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대자비심 덕분이지요. 그 뒤 저희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의 체질을 확인하고 서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한 동맹을 결성했지요.”

         

       나는 계속해서 입을 놀리며 사천낭인 호천안이 아니라 ‘기연사냥꾼 호천안’ 스토리를 세 사람에게 주입시켰다.

         

       이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꾸며진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들의 머릿속에는 호천안이라는 존재가 구음절맥의 치료법을 알아도 이상하지 않은 대단한 모험가이자 기연사냥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천왕산 안개계곡 안쪽에는 정말로 커다란 동혈이 입을 벌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아름드리나무를 가볍게 동강내는 커다란 독각지네였습니다!”

         

       “세상에!”

         

       “정말 놀랍군!”

         

       알고 있는 기연 이벤트들을 마치 내가 겪은 일인 양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야말로 용사의 일대기 뺨치는 기연사냥꾼 호천안의 모험담에 세 사람은 손에 땀을 쥐고 집중했다.

         

       기연사냥꾼 호천안의 일대기는 사실이라는 뼈대에 모험이라는 허상의 살을 추가해 만들었다.

         

       현재 내 동료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는 사실을 기반으로 설명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내가 게임 속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며 경험했던 온갖 기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 넣어 이야기했다.

         

       세 사람은 내 말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을 열심히 파헤쳐 보았지만 내 거짓말은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였다. 결국 다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겪었던 이벤트인지라 이야기에 허점이 없었던 것.

         

       거기에 내 이야기에 진실미를 더해줄 물건들까지 있었으니.

         

       진짜 기연사냥을 나섰던 현천자의 비동에서 얻은 기사천을 보여주니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저들도 완전히 의심을 거두고 세 명의 청중들이 되어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서장에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모험을 하셨구려!”

         

       긴 이야기가 끝나고 방 안은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 대한 호감이 싹텄는지 손도 대지 않았던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는 모습.

         

       “호천안 시주의 이야기는 잘 들었소. 서장에 온 이유도 기연을 찾아서일 테고 어떤 연유로 이정도 고수가 모여있는지도 알겠소. 그러나 이 라사에서 마술을 펼치고 있는 연유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구려.”

         

       “…음. 이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나는 다시 무게를 잡았다. 포달랍궁의 라마승들이 ‘무슨 사연이 이렇게 많아’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부터는 또 다시 실화 기반의 이야기였다.

         

       “혹시 현재 중원의 정세에 대해서 아십니까?”

         

       세 사람은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서장에서 사천까지 가기 위해서는 험준한 산지를 넘고 또 넘어야 했다. 우리야 비천마차가 있으니 빠르게 서장에 도착했지만 사천의 소식을 전해들은 여행자나 상인들이 이 라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는 당가타의 참사와 사천정파와 운남사파간의 충돌을 요약해 이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으음…그런 참람된 일이.”

         

       “당가와 이래저래 연이 있던 저희는 당가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어찌 집안이 어지러운 이들에게 돈을 융통해 달라 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그렇겠구려.”

         

       “그러니 자구책을 마련해야지요. 그 자구책이 이 마술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간단하게 몇 개 손재주를 보여주었다.

         

       “이 신묘한 기술들은 역시 기연을 사냥하다가 발견한 서적에 쓰여 있던 것입니다. 이방인이 현지인들과 친해지기 딱 좋은 기술인 것 같아 열심히 익혔지요. 이 기술을 사용해서 공연을 하면 여비를 충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일을 벌이게 되었지요.”

         

       “음…이 정도 고수들이 모여 있다면 다른 돈벌이가 있지 않겠소?”

         

       나는 묵직한 눈빛을 연기하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외지인 고수가 필요한 일은 대저 뒤가 구린 일이지요. 타인의 피를 탐하면서까지 여비를 충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그런 의도가 아니었소. 무례를 용서하시게.”

         

       “괜찮습니다. 수행자님들의 의문은 좀 해소되셨습니까?”

         

       세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 좀 들었다고 이방인을 신뢰할 수 있다면 왜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있겠는가.

         

       나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의문이 풀리실 때까지 언제든지 찾아오셔도 괜찮습니다. 내일부터는 남쪽 공터에서 대규모 마술을 진행할 예정이거든요. 며칠 반응을 보고 입장권을 팔 예정이긴 하지만 포달랍궁의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세 사람의 표정이 일제히 밝아졌다.

         

       ….뭐야, 이 격렬한 반응은.

         

       설마 그냥 마술이 보고 싶어서 궁에서 빠져나온 녀석들인가?

         

       에이 설마. 라사에 소란이 좀 일어나니까 포달랍궁에서 보낸 정찰대겠지.

         

       아닐 거야. 마술이 보고 싶어서 빠져나온 잡놈들이라면 지금 내가 장장 한 시진이 넘게 떠든 기연사냥꾼 호천안 일대기를 또 들려줘야 하는데 그럴 리가 있겠어?

         

       “혹시 마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자리에서 좀 보여드릴까요?”

         

       세 사람이 반색하며 합장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주.”

         

       “….”

         

       아무래도 마술 보고 싶어서 궁에서 탈출한 놈팽이들인 모양이다.

         

       젠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

    이라기보다는 그냥 고봉밥이네요.

    고봉밥을 담으려고 보니 밥그릇이 넘쳐서 나눴습니다.

    *하늘연달님이 저번달부터 정기구독을 해 주셨었군요….!

    오늘 처음 알람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이리 애정을 보여주시니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첫번째 두번째 정기구독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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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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