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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2

   샬롯과 시그린이 부딪치는 전장 속.

     

   샬롯의 검이 점점 더 예리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녀의 발놀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발재간을 밟기 시작했다.

     

   기묘한 발걸음 속.

   샬롯이 날아드는 그림자 기둥을 춤을 추듯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빨랐다.

   분명 발재간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녀는 바닥을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조디악이었다.

   조디악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따라붙은 샬롯을 보며 급히 기둥들을 연거푸 세웠다.

     

   그러나 샬롯은 그 또한 전부 피하며 조디악과 거리를 좁혔다.

   그 광경을 본 조디악이 경악하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샬롯의 눈은 조디악의 오러의 흐름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그림자 기둥은 결국 그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그 사실을 알기에 조디악의 의도를 꿰뚫으며 그림자 기둥이 날아올 방향을 전부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었다.

     

   “뭔.”

     

   그 사실을 눈치챈 조디악이 터무니없는 괴물을 본 기분에 빠졌을 때.

   샬롯의 앞을 하이젠이 가로막았다.

     

   하이젠은 샬롯과 똑같은 걸음걸이로 그녀에게 따라붙은 것이었다.

     

   그 순간 샬롯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선명히 흘러나왔다.

   기운은 하이젠의 목과 정확히 이어졌고, 검은 한순간에 빛을 흩뿌리며 하이젠에게 뻗어 나왔다.

     

   그러자 하이젠의 검에서도 샬롯과 똑같은 푸른 기운이 쏟아나왔다.

   샬롯이 사용하는 오리지널 비기 무천독존과 똑같이 복사된 검이었기 때문이었다.

     

   샬롯에게 피해 입히지는 못할망정 똑같은 힘으로 막을 수 있다.

     

   그 이점으로 샬롯과 맞서고 있는 하이젠이 즉시 샬롯에게 검을 내려쳤다.

     

   그리고 하이젠의 검과 샬롯의 검이 맞부딪치려는 순간.

     

   퉁!

     

   어째서인가 맞부딪친 샬롯의 검이 무척이나 손쉽게 뒤로 밀려났다.

     

   그 광경을 본 하이젠의 눈에 의문이 서렸을 때.

   하이젠은 뒤늦게 샬롯이 검을 휘두르는 자세 그대로 검의 손잡이를 놓았음을 깨달았다.

     

   하이젠의 검의 힘으로 샬롯의 검이 반 바퀴 회전했다.

   샬롯은 검을 놓았던 오른손 팔꿈치로 검의 손잡이를 강타했다.

     

   그 순간 샬롯의 팔꿈치에 맞부딪친 검이 다시 회전하는 힘을 받아 검날이 하이젠의 겨드랑이 아래 갈비뼈 쪽으로 날아들었다.

     

   사실상 곡예에 가까운 기행이었다.

   그러나 그 기행은 엑시고를 발동 중인 하이젠도 쫓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가 발동한 엑시고는 어디까지나 샬롯의 비기를 모방하는 것.

   그녀의 움직임까지 완전히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하이젠은 부하를 견디며 샬롯의 비기를 끊고, 검을 되돌렸다.

   그러곤 아슬하게 검가드 부분으로 샬롯의 검날을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악수였다.

   샬롯이 회전한 검의 손잡이를 어느새 다시 잡았기 때문이었다.

     

   “미친.”

     

   하이젠이 천박한 웃음도 거두고 허망한 얼굴을 했을 때.

   샬롯의 검에 다시금 푸른 빛이 이어졌다.

     

   거기에 담긴 힘을 하이젠이 예상했을 때는 늦었다.

     

   꾸국!

     

   하이젠의 검가드와 검날째로 일그러트린 샬롯의 검이 그대로 휘둘러지며 하이젠을 날려 버렸다.

     

   터무니없는 힘으로 날려진 하이젠이 순식간에 하늘을 날았다.

   그것을 본 조디악이 급히 그림자 벽으로 그를 받아 내려 했으나 그는 그것조차 뚫고 지나가 바닥을 굴렀다.

     

   쿠당탕! 데구르르르-.

     

   찌부러진 검이 바닥을 구르다 멈췄다.

     

   그리고 그러한 검 너머에는 부서져 버린 왼쪽 팔과 갈비뼈를 드러낸 하이젠이 눈을 까뒤집은 채 있었다.

     

   샬롯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넘실거렸다.

     

   “윽!”

     

   조디악은 하이젠을 살필 틈도 없이 샬롯의 다음 목적이 자신임을 눈치챘다.

     

   그가 서둘러 낫을 바닥에 쿠웅 찍자 그림자가 꾸물거리며 그림자 공간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순식간에 생겨난 거대한 그림자 벽이 그대로 샬롯을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샬롯을 그림자 벽으로 깔아뭉갤 속셈이었다.

     

   “조디악, 비켜요.”

     

   그 순간 조디악은 옆에서 들려온 시그린의 목소리에 멈칫하였다.

   어느샌가 옆에 나타난 시그린이 백선의 검에서 백룡의 기운을 넘실거린 채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그린 님.”

     

   그가 그녀를 부른 그 순간.

     

   쩌적!

     

   그림자 기둥의 균열이 생겨났다.

   동시에 일어난 균열을 따라 조디악은 푸른 빛이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박살이 난 그림자 벽과 함께 뻗어 나온 참격이 조디악의 그림자 공간마저 반토막 내며 날아들었다.

   그것을 본 조디악이 무심코 비명을 내질렀을 때 시그린의 검이 따라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백색의 참격과 푸른 참격이 맞부딪치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조디악이 낫을 든 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사이.

   시그린은 연기 너머로 샬롯을 보았다.

     

   갈라진 그림자 공간 위 태양 빛이 흘러 들어왔다.

   물리 공격에 면역인 그림자 공간을 검에 집중시킨 오러의 참격 하나로 베어 버린 것이다.

     

   ‘괴물 같은 년.’

     

   하이젠과 조디악의 조합으로 최대한 체력을 빼고, 시간을 끌어 이기는 수를 더 확실히 해보려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진심을 내서 이 꼴을 만들었다.

     

   시그린의 눈에 리타이어 된 하이젠과 넋을 놓은 표정인 조디악이 보였다.

     

   아쉽지만 둘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 해주겠지.

     

   ‘됐어.’

     

   처음부터 둘을 데려온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검에서 백색의 기운이 더더욱 거세게 흘러나왔다.

     

   조금 전 샬롯의 참격과 맞부딪친 이후 그 힘이 더 강해진 것이었다.

     

   이 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 천상사강, 검황의 유산이자 비기.

     

   검광(劍撗)

     

   상대하는 이가 쏟아 내는 힘을 검에 계속해서 담아내는 검황만의 비기.

   그녀의 검에서 흘러넘치는 백색의 기운은 바로 이 검광을 통해 샬롯의 힘을 흡수한 결과였다.

     

   ‘더 모으고 싶었지만.’

     

   이 정도면 됐다.

     

   샬롯을 박살 내기에는 충분한 수가 모였으니까.

     

   “당신도 즐겁죠?”

     

   그녀는 샬롯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저도 즐겁답니다.”

   

   

     

   오늘 검성을 떨어트리는 날이다.

     

     

   * * *

     

     

   평민의 영웅 펠레이.

   스스로가 끊임없이 영웅인지를 되새기는 이.

     

   그런 그는 지금 눈앞에 선 한 인물과 마주하고 있었다.

     

   어느새인가 자신보다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영웅이라 칭송 받는 인물.

   크라슈 발하임.

     

   그런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펠레이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할 지경이었다.

     

   크라슈는 강하다.

   펠레이는 이 사실을 아주 오래전 제국의 무투 대회 때부터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펠레이는 노력하고 수련하여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음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매번 그는 스스로 크라슈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말을 되새기며 검을 다시 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현재에 이른 시점.

     

   펠레이는 무학과 내에서도 상위권에 가뿐하게 속할 만큼 강해져 있었다.

     

   원래도 재능의 원석으로서의 가치가 충만했던 그다.

   그런 그가 노력을 게을리하기는커녕 노력에 또 노력을 더 하니 재능이 만개하여 꽃 피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펠레이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눈앞에 크라슈를 마주하고 나니 또다시 깨닫게 된다.

   자신은 아직 한참 더 노력 해야 함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마냥 나쁘지 않았다.

     

   “크라슈.”

     

   그의 이름을 부른 펠레이가 검을 뽑아 들었다.

   넘실거리는 펠레이의 오러는 예전과 다르게 검기로서의 형태를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그가 마스터라는 증거였다.

     

   “난 언제쯤 널 따라갈 수 있을까.”

     

   펠레이의 질문을 들은 크라슈는 한차례 웃음을 흘렸다.

     

   “평생 뒤나 따라와. 인마.”

     

   장난기가 다분히 담긴 그 말은 펠레이도 따라 웃게 만들었다.

   그가 자신을 신분과 명성에 상관없이 그저 펠레이 한 사람으로서만 대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크라슈의 이러한 점들이 그의 곁에 나라와 신분의 상관 없이 수많은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것일 거다.

     

   “따라 잡히지나 말아.”

     

   그러니 펠레이도 크라슈에게 응수했다.

     

   그 순간 펠레이의 인영이 흩뜨려졌다.

   그의 모습은 어느새인가 크라슈의 코앞에 있었다.

     

   크라슈는 턱 끝을 향해 날아드는 검날을 고개를 젖혀 가까스로 피했다.

     

   빠르다.

   제 육감을 사용하고 있는 크라슈가 아슬하게 쫓아갈 만큼 펠레이의 천리십보는 예전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예전은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군.’

     

   크라슈의 회피에 맞춰 물 흐르듯 펠레이의 검이 따라 내려왔다.

   따라 내려온 펠레이의 검은 기묘한 흐름을 보였다.

     

   검 끝에 남은 수많은 잔상이 이어 따라오며 크라슈의 눈을 희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잔상이 아니었다.

     

   카가가가가강!

     

   크라슈의 둔검이 펠레이의 검에 반응한 순간 둔검에는 수십 자루의 검이 몰아친 감각이 느껴졌다.

   두드려지는 검은 마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같았다.

     

   청호우기(晴好雨奇)

   삼식(三式)

   매우(梅雨)

     

   펠레이의 검의 잔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카가가가가강!

     

   크라슈의 우뢰성과 부딪칠 때마다 크라슈의 우뢰성이 거칠게 흔들렸다.

   한 번에 수십 자루의 검을 받아내고 있으니 그 충격을 감당키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펠레이의 천리십보는 그가 크라슈에게서 한 치를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조금의 쉴 틈도 없이 크라슈를 계속해서 몰아쳤던 것이다.

     

   ‘내 둔검을 가정하고 만든 비기라 이건가.’

     

   둔검은 본디 상대의 눈에 느린 검으로 공간을 장악해 끝내 상대가 검을 휘두를 공간조차 없게 만드는 검술이다.

     

   하지만 펠레이의 비기 매우가 남긴 잔상은 크라슈가 공간을 장악할 틈을 주지 않았다.

     

   크라슈가 공간을 장악하고자 우뢰성을 들이밀어도 그 자리에는 잔상이 남아 방해하니.

   둔검이 제대로 펼쳐지지를 않았던 것이다.

     

   [ 임자 만났구나. ]

     

   키득거리는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한차례 들려왔다.

     

   그녀의 말대로 펠레이는 지난 무투 대회에서 둔검에 당한 이후로 줄곧 둔검을 파훼하기 위해 비기를 만들기를 거듭했던 모양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강!

     

   또 한 번 펠레이의 검과 크라슈의 검이 맞부딪치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펠레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크라슈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펠레이의 검이 서서히 다른 흐름을 지니기 시작했다.

     

   펠레이가 뻗어낸 검을 따라 만들어진 잔상이 이제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았다.

   펠레이가 춤을 추듯 검을 그려 나갈 때마다 남은 잔상의 갯수는 점차 늘어 갔다.

     

   유리처럼 남은 잔상을 크라슈가 눈치챘을 때.

     

   쨍그랑!

     

   잔상들이 일제히 깨져 나갔다.

   그리고 깨져 나간 잔상 조각들은 그대로 크라슈에게로 쏟아졌다.

     

   청호우기(晴好雨奇)

   사식(四式)

   풍상설우(風霜雪雨)

     

   눈비처럼 쏟아 오는 잔상 조각들이 크라슈를 덮쳐왔다.

     

   크라슈가 검을 휘두르며 잔상 조각들을 쳐내었다.

   그 틈을 타 펠레이가 기습적으로 덮쳐 왔다.

     

   잔상 조각에 펠레이의 잔상 검까지.

   크라슈는 마치, 폭우 속을 헤쳐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카가가가가강!

     

   검명이 울려 퍼지고, 잔상 조각들이 몰아쳤다.

   잔상 조각들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주변 건물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있었다.

     

   핏, 핏핏!

     

   거기에 크라슈의 둔검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그 증거로 크라슈의 몸 위에는 잔상 조각들이 스쳐 지나간 상처들이 남고 있었다.

     

   ‘하나하나 전부 오러를 심은 거냐.’

     

   크라슈의 육체는 듀란달의 비기 재룡락을 통해 극도로 강화된 상태이다.

   펠레이는 지금 그러한 크라슈의 육체에 상처를 남길 정도로 잔상 조각 하나하나에 오러를 심어 놓고 있었다.

     

   재룡락 덕분에 큰 부상은 생기지 않았지만 얕은 검상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강해졌다.

   펠레이는 정말로 못 알아볼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크라슈의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멸화침식의 2단계 수준으로는 펠레이를 꺾을 수 없음을 눈치챈 것이다.

     

   “하하.”

     

   그러는 와중 어째선가 크라슈의 입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펠레이가 이토록 강해진 이유가 자신을 뒤쫓아 왔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펠레이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펠레이가 쫓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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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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