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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생일 축하해! 이거, 받아.”

     

    한 아이가 건넨 선물은 꽤 비싸보이는 느낌의 포장이 되어있는 과자세트였다.

    오랜 시간 전통적인 방식의 제과방식만을 고집하여 만드는 장인이 직접 수제로 만들어낸 것이라, 공산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포장만 보아도 절로 침이 고일 정도로 꽤 괜찮아보인다.

     

    “고맙구나, 잘 먹겠다.”

    “루크, 내 선물도 받아!”

     

    다음으로 건네어진 것은 품에 안기에 딱 맞는 크기의 곰인형이었다.

    꽤 고급진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감촉이 썩 나쁘지 않다.

     

    “으음, 그래. 귀여운 인형으로구나. 케이트 옆에 두면 괜찮겠어.”

    “케이트?”

    “아, 인형의 이름이다. 이전에 이미 선물로 받은 인형이 하나 있어서 말이지.”

     

    루크는 이전에 놀이공원에서 예르나가 상품으로 따낸 커다란 인형에 이름을 붙여두었다.

    왜냐하면, 이름이라는 것에는 분명히 마력이 존재하니까.

     

    이름을 지닌 인형에는 마법적으로 특별한 효과가 있으니 루크로서도 딱히 나쁠 것은 없었다.

    이름이 지어져 깊은 유대가 쌓인 인형은 주술적 제물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쓸 일이 있을 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고.

     

    “아~. 그렇구나! 그거 좋겠네!”

     

    루크에게 인형을 선물했던 소녀는 납득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 인형에 이름을 짓는 것은 이 시대의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별로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그저 루크도 역시 여자아이구나~ 같은 감상을 내뱉을 뿐.

     

    “자, 이건 내 선물이야.”

    “이것도 받아!”

     

    하지만 그 뒤로도 루크에게 건네어지는 선물은 계속되었다.

    주로 사탕이나 장난감, 학용품 같은 종류였다.

    역시 아이들다운 선물이라고 해야할까.

    비싸진 않은 물건이더라도 모두가자신을 위해서 굳이 이렇게 준비를 해 왔다는 사실이 마냥 기특할 따름이다.

     

    루크가 선물을 건넨 모두에게 일일이 감사를 전하고 선물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이야, 꼬마야. 너 정말 실력이 대단하구나. 체력도 보통이 아니고 말이야.”

    “맞아, 정말 굉장한 연주였어.”

    “헤헤헤, 그래?”

     

    파이리스가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에게 칭찬을 받으며 쑥쓰러워하고 있다.

     

    확실히,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보기보다 체력을 쓰는 일이다.

    어떤 악기든 힘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없는데다, 하나의 곡을 온전히 연주하기 위해서는 집중력도 굉장히 많이 소모하는 작업이니까.

    어린 아이가 몇시간이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손을 맞춰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파이리스는 비록 중간에 끼어들었다고는 하나 연주자들과 계속 합을 맞추며 거의 마지막까지 연주를 하지 않았던가.

     

    아주 대단한 재능임에 틀림없으리라.

     

    ‘파이리스가 일반적인 아이였다면 말이지…….’

     

    하지만 파이리스는 정령이지 않나.

    저 사람들이 음악의 시초와도 같은 정령에게 칭찬을 건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아주 약간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 사실을 이런 곳에서 밝힐 생각은 딱히 없지만 말이다.

     

    연주자는 기분좋은 듯 웃고 있는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정도면 토스크 콩쿠르에서 입상도 노려볼만 하겠는 걸?”

    “토스크 콩쿠르?”

    “응, 가을에 열리는 경연대회인데, 꽤 커다란 무대야. 농담 안하고, 너라면 거기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 수준인데?”

    “음……. 거기 가면 연주 많이 해?”

    “그럼. 가장 커다란 무대일걸?”

     

    “뭐…….”

     

    루크는 파이리스가 토스크 콩쿠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토스크 콩쿠르에는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조기졸업을 위한 수상실적에 꽤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안타깝게도 예정된 드랙상과 라스상은 당장에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었으니, 루크의 시야는 이제 토스크 콩쿠르에 쏠려 있었다.

    확실히 정령친화력이 높은 이 몸이라면 그 콩쿠르에서 수상을 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파이리스가 참가한다면…….

    자신은 정령과 음악으로 대결을 해야 하는 셈이다.

     

    아무리 자신의 정령친화력이 높다고는 해도, 실제 정령에 비할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파이리스는 자신의 음악 스승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애초에, 자신이 첼로를 수준이상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된 이유부터가 파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응! 나 나갈래!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나중에 이쪽으로 연락해주렴. 여기, 명함이야. 이 언니가 여러가지로 가르쳐줄테니까.”

    “응!”

     

    “아.”

     

    루크는 그 모습에 이마를 짚었다.

     

    마음 같아서는 말리고 싶지만, 파이리스의 의지를 꺾을 자신이 없다.

    이제는 예전과는 달리 많은 마나를 회복했기에 파이리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관계는 아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의 성격이 문제다.

     

    정령체일 때에는 많은 욕구가 금지된 상태였기 때문일까?

    파이리스는 물질의 몸을 얻고 난 뒤로는 굉장히 고집도 심해지고, 충동도 강해졌다.

     

    때문에 루크는 스스로도 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강요해서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

     

    단지, 대상은 물건너갔다 생각할 뿐.

     

    ——–

     

    어느새 어둑해진 밤하늘.

    오늘도 별은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보니 사념에 잠길 수 밖에 없다.

     

    이 시대의 하늘에서도 자신의 탄생성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5000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에게는 까마득하게 길지만, 저 하늘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왜 이런 곳에 혼자서 있어?”

     

    루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시루드였다.

     

    “잠깐 별을 좀 보고 있었다. 안쪽은……. 이제 좀 답답해서 말이지.”

    “나랑 똑같네.”

     

    시루드는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던 루크의 곁으로 걸어와 자리를 잡더니 마찬가지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그러고보니, 너 별 보는 거 좋아했나?”

    “물론이지, 마법사가 별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사실은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차피 별을 보아야 하는데, 굳이 싫어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면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을 고치게 된다.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에도 다 힘이 드는 법이니 말이다.

     

    루크는 문득 시루드에게 별자리에 대해 상세하고 자세하게 알려준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마법사라면 별자리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하지. 자, 지금이라도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엑, 봐주라. 이런 날까지 공부야?”

     

    시루드는 질린 듯이 손을 저었다.

    하지만 루크는 꽤 단호했다.

     

    루크는 시루드의 어깨에 팔을 얹어 이끌고는 손가락을 하나 펼쳐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잔말 말고 하늘을 좀 보거라. 저 별이 보이느냐?”

    “……응.”

     

    공부에 대한 루크의 고집을 아는 시루드로서는 하는 수 없이 루크의 손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뭐, 단 둘이 밤하늘을 보면서 별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하늘의 별은 세가지 규칙을 의해 상징한다.”

    “세가지 규칙?”

     

    “자, 저 별자리의 이름은 세테르라고 한단다. 저 별자리는 시간을 상징하지. 꽤 중요한 별자리다. 이 지상의 모든 것은 시간에 영향을 받으니까. 그래서 저 별자리는 달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 어긋나는 정도의 위치를 계산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으음, 그렇구나.”

     

    루크는 손을 들어 다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짐작컨데, 북쪽이었다.

     

    “그리고 저 별자리의 이름은 마테르라고 부른다. 물질과 힘, 기억을 상징하지. 그것은 보다시피 하늘에서 가장 명확하게 빛나고 있다.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지?”

    “응, 예쁘네.”

    “저 별자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마법의 수식에 집어넣으면,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지. 네가 지금도 배우고 있는 몇가지 방정식은 저 별자리의 위치를 계산하기 위해 있는 것이야.”

    “어, 그래? 그거 신기하다.”

     

    시루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또 다른 쪽을 가리키는 루크.

    이번에는 동쪽이려나.

     

    “자, 그럼 저것은 에테르. 공간과 신비, 지식을 상징한단다. 조금만 하늘이 흐려도 찾기 어렵지. 다행히 오늘은 구름이 그리 많지 않아서 잘 보이는구나. 어때, 보이느냐?”

    “응, 나도 잘 보여.”

    “모든 마법의 좌표지정식은 바로, 저 별자리에서 파생되는 거란다. 저 별자리는 언제나 저 위치에서 변하지 않지.”

    “그렇구나…….”

     

    듣다보니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시루드가 흥미를 보이는 것 같자, 루크는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느냐?”

    “어!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다!”

    “좋아. 훌륭한 마음가짐이로군.”

     

    루크는 한차례 목을 가다듬었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야, 지금 말한 것은 고작 흥미를 끌기 위한 소개문에 불과하니.

     

    —————

     

    “……그래서, 에테르의 위치에서부터 시작해 23방향으로 10을 지정하면, 정확한 위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게 육안으로 좌표를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이지.”

    “…….”

     

    시루드는 이제 더 이상 루크의 설명을 들을 기력이 없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들을 만 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어느순간 수식과 마력배열에 대한 복잡한 이론이 설명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들어도 도저히 모를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런데 또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라 무시할 수가 없어서 받아들이게 되어버린 정보의 홍수에 머리가 깨질 것 만 같다.

     

    더 이상 이건 즐거운 밤하늘 데이트 같은 게 아니라 전문적인 천문학 교육이다.

     

    “그리고, 저 위치에서 네가 곧 배우게 될 수식, 길리에르의 방정식을 대입하게 되면 이렇게…….”

     

    예쁜 목소리로 저렇게 끔찍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시루드는 싫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러지? 싫증이 났나? 아니면, 지금 내가 가르치는 것이 싫은가?”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것도 루크다운 것이긴 한데…….’

     

    루크가 루크다운 짓을 했을 뿐.

    시루드는 지금 그런 것보다, 루크의 입을 막아버릴 무엇을 꾸준히 생각하고 있었다.

     

    -반짝.

     

    마치 구원처럼, 별똥별 하나가 밤하늘에 길다란 꼬리를 남기곤 사라졌다.

    그 때를 놓칠세라, 시루드는 감탄하며 루크의 설명을 끊었다.

     

    “와, 와아! 벼, 별똥별이다! 루크, 그거 알아?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혹시 너도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있어?”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소문을 떠든다.

    꽤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말의 주제를 돌리기에는 충분할 것.

     

    하지만 루크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건 어느 마도서에 적힌 내용이지?”

     

    어느 마도서를 뒤져보아도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의 자료는 없었다.

    그야, 별똥별 자체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정말로 별똥별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를 일이다.

     

    안타깝지만, 별똥별에는 어떤 마력도 없다.

     

    마법사는 지식을 숭배하고 마법을 믿지만, 근거도 없는 미신만큼은 혐오한다.

     

    “그, 그냥 오래된 전설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시루드는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기가 죽어 시선을 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하는 소리에 갑자기 진지를 잔뜩 먹이는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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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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