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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야성은 수인족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수인족으로서의 경력이 일 년도 되지 않은 겨울은 더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왕아! 뭔가 분위기가 변했다!”

       

       “응. 난 사자거든.”

       

       “헉···! 사자였냐?!”

       

       레비나스의 물음에 겨울이 한여름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과가 정말로 사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한여름은 그런 겨울에게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겨울이 무슨 종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탓이었다.

       

       “글쎄··· 언니도 잘 모르겠네. 일단 사자 해볼까?”

       

       “응. 일단 사자 해보자.”

       

       사자는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도 사납기로 유명하지.

       야성이 생긴 겨울은 사자가 마음에 들었다.

       

       “킥킥, 레비나스는 왕이 사자 하나도 안 무서운데.”

       

       “···안 무서워?”

       

       사자는 무서워야 하는데.

       무섭게 행동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겨울의 옆으로 레비나스가 달라붙었다.

       

       “레비나스랑 왕이는 가족이잖아!”

       

       “···맞네.”

       

       가족끼리 무섭게 하면 안 되지.

       사나움은 최대한 자제하자.

       흠흠, 겨울이 목을 가다듬으며 책의 사자 항목을 살펴보았다.

       사자에 대해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사자는···’

       

       사자는 밤에 사냥한다.

       사자는 무리 생활을 한다.

       성체가 된 사자는 무리에 이탈하여 독립 생활을 한다.

       

       “독립?”

       

       어른이 되면 가족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겨울의 뺨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자 수인족도 독립을 해야 하나?

       야성이 생긴 겨울은 생각보단 본능이 앞섰다.

       겨울은 힐끔거리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생각해 보니까 나 사자는 아닌 거 같아.”

       

       “그래?”

       

       “응. 나는··· 치타인가?”

       

       겨울이 책 속 치타를 지목했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라는 설명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와, 치타 좋다. 겨울이랑 진짜 잘 어울려.”

       

       짝짝-

       한여름이 미소와 함께 박수를 쳐 주었다.

       겨울의 어깨가 힘껏 올라갔다.

       

       “난 사실 치타였나 봐.”

       

       “응. 치타 흉내 내볼래? 언니가 비슷한지 확인해 볼게.”

       

       “어··· 치타는···”

       

       크앙.

       겨울이 상상 속 사나운 치타를 흉내 냈다.

       아이들과 함께 먹던 과자봉지를 길에다 내던지기도 했다.

       겨울이 할 수 있는 사나운 행동 중 하나였다.

       

       “겨울아, 길에다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

       

       한여름이 겨울의 뺨을 죽 잡아당겼다.

       아프진 않았지만, 가볍게 혼났다는 사실은 모르지 않았다.

       사나웠던 겨울의 귀와 꼬리가 축 가라앉았다.

       

       “왜, 왜요···? 사나운 건데···”

       

       “사나운 거랑 나쁜 거랑 다른 거야. 쓰레기 버리면 나쁜 치타다?”

       

       “네, 네에···”

       

       겨울이 벤치에서 내려와 쓰레기를 주웠다.

       잘했어요, 한여름이 겨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겨울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때, 새벽이가 겨울의 뺨을 콕 찔렀다.

       

       “겨울아, 치타는 크아앙 하고 안 울어.”

       

       “그래?”

       

       “응.”

       

       그러면 치타는 어떻게 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겨울에게 한여름이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였다.

       

       “이거 봐봐 치타 울음소리래.”

       

       “치타?”

       

       모두의 시선이 스마트폰 화면에 꽂혔다.

       치타가 빠르게 달리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왕아, 치타 되게 빠르다. 근데 왕이가 더 빠르지 않냐?”

       

       “당연히 내가 더 빠르지.”

       

       겨울이 성난 얼굴로 벤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주변을 빠르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화면 속 치타보다 빠른 속도에 레비나스가 뿔토끼 눈을 떴다.

       

       “헉! 왕이가 훨씬 빠르다!”

       

       “그치?”

       

       흠흠.

       겨울이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시선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해 있었다.

       때마침 치타가 영상 속 촬영자에게 도착해 있었다.

       

       -먀옹.

       

       치타가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고양이인지 병아리인지 모르게 삐약거렸다.

       위엄 하나 없는 귀여운 울음소리였다.

       

       “???”

       

       내가 생각한 치타 울음소리는 이게 아닌데?

       겨울이 뿔토끼눈을 떴다.

       

       ‘치타는 아닌가?’

       

       영상 속 치타는 사나움과 거리가 멀었다.

       아무래도 치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오··· 뭔가 겨울이랑 느낌이 비슷하다.”

       

       “맞다! 비슷하다! 왕이는 사실 치타였냐?!”

       

       “에엥?”

       

       나는 치타처럼 먀옹하고 운 적이 없는데?

       당황한 겨울이 아니라며 손을 마구 내저었다.

       

       “아냐, 나 치타 아냐.”

       

       “왜? 언니는 되게 귀여워서 치타 했으면 좋겠는데.”

       

       “하, 하나도 안 귀여워요···”

       

       겨울에겐 귀엽다는 말에 대한 내성이 없었다.

       야성이 생긴 겨울은 더욱 그랬다.

       부끄러움과 깎여나간 자존심 탓에 겨울은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을 하기로 했다.

       자신이 얼마나 사나운 존재인지 보여주는 일이었다.

       

       겨울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가로이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새들이 보였다.

       멋있게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

       

       “크, 크아아.”

       

       겨울이 새들을 향해 달렸다.

       빠른 속도였으나, 울음소리 때문에 다 들켰다.

       겨울이 도착하기도 전에 새들이 하늘로 도망쳤다.

       

       “······.”

       

       겨울의 꼬리가 힘없이 가라앉았다.

       새가 있던 빈 터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햇다.

       

       “아이고.”

       

       이를 어쩌지?

       한여름이 두 눈을 꾹 감는 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세차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아아! 왕이가 새를 다 쫓아냈다!”

       

       “그, 그러게? 겨울이가 크아앙 하니까 새들이 무서워서 다 도망쳤네?”

       

       나이스.

       한여름이 속으로 외치며 함께 박수를 쳤다.

       축 가라앉았던 겨울의 꼬리가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운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

       

       

       그날 오후.

       아직도 야성이 풀리지 않은 겨울은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대체 무슨 종일까.

       기왕이면 사나운 종이면 좋겠는데.

       겨울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호랑인가?’

       

       그러기엔 색이 많이 다르지 않나?

       어쩌면 저번에 만났던 설표일지도?

       얼룩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일단은 같은 하얀색이니까.

       겨울이 제 꼬리 색을 살펴보는 때였다.

       

       “어···”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공원의 깊은 숲 속.

       아무도 없어야 할 그곳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합을 맞춰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뭐지.

       저긴 내가 심어 놓은 배추가 있는 곳인데.

       누가 배추를 서리하는 건가?

       

       겨울이 다급히 숲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이들은 서리 범이 아니었다.

       

       “···군인?”

       

       겨울이 숲 속에서 발견한 건 군인이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수의 군인이었다.

       

       총을 든 군인도 있고, 검과 지팡이를 든 군인도 있다.

       사용하는 무기로 병사와 간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박상욱 일병, 마나 감지기 설치했나?”

       

       “예! 지금 설치 중입니다!”

       

       “얼마나 걸리지?”

       

       “오 분 정도 걸립니다!”

       

       “···느리다. 삼 분으로 줄일 수 있도록.”

       

       “넵!”

       

       어깨에 다이아몬드가 세 개 박힌 여성이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다.

       군인 특유의 절도있는 행동과, 병사들을 움직이게 하는 카리스마까지.

       겨울이 생각하는 사나운 맹수의 모습과 일치했다.

       

       ‘오···’

       

       군인이 되면 카리스마와 야성에 대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야성이 충만했던 겨울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 대위 여성을 향해 달렸다.

       명찰에 강민아라는 이름이 보였다.

       

       “오늘 저녁은···”

       

       “여기요!”

       

       겨울이 강민아에게 주머니 속 간식을 내밀어 보였다.

       새벽이를 따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말린 멸치였다.

       

       “누구니···?”

       

       “저는 한겨울이에요.”

       

       한겨울.

       강민아는 눈앞의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여명 공원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것도.

       

       착하고 순한 아이라 들었는데, 어째선지 말투에 힘이 실렸다.

       겨울을 살펴보던 강민아는 나름대로 납득했다.

       겨울이 군인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고.

       

       ‘어쩐다.’

       

       아이들은 잘 타일러서 보내면 그만이었다.

       허나 눈앞의 겨울은 ‘여명 길드’의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이 빌린 공원의 주인이기도 했고.

       이 공간의 실세라는 의미였다.

       

       ‘···일단 대화를 먼저.’

       

       강민아가 아이를 대할 때의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갑작스레 사라진 카리스마에 겨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니?”

       

       “저도 군인이 될 수 있을까 해서요!”

       

       겨울의 눈매가 날카롭다.

       야성 때문이었지만, 강민아는 그걸 군인으로서의 다짐 정도로 여겼다.

       

       “지금은 훈련 중이라서 힘든데.”

       

       수도 방어 훈련.

       수도는 대부분 땅 주인이 있기에 빌려서 훈련을 한다.

       여명 공원처럼 넓은 장소가 군인들의 훈련 장소로 제격이었다.

       

       “군인 안 되나요?”

       

       “으음···”

       

       군인 놀이를 하고 싶었구나.

       이걸 어떻게 대해줘야 하지?

       병사들을 잘 다루기로 소문난 강민아였으나, 아이에게 만큼은 취약했다.

       

       “저 모험가 자격증도 있어요!”

       

       겨울이 가방에서 뱃지를 꺼내 들었다.

       여명 길드에서 받은 모험가 배지였다.

       

       “배지가 있네?”

       

       “네! 이거 군인으로 치면 계급이 뭘까요?”

       

       “···이등병?”

       

       “이등병! 그러면 저 이등병 할게요.”

       

       “음···”

       

       이러면 안 되는데.

       강민아는 조금 겁을 줘 보기로 했다.

       

       “···이거 되게 어려운 훈련인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많이 힘들어요?”

       

       “응. 밖에서 노숙해야 해. 시간 없어서 밥도 못 먹을걸?”

       

       어려워서 애들은 안 될 거야.

       그리 말했으나, 겨울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거는 맨날 하는 거예요. 별로 안 힘들어요!”

       

       “···그, 그래?”

       

       이걸 어떻게 맨날 해?

       강민아의 입에서 군인답지 않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겨울이가 모험가에서 군인으로 전직…!

    ───
    마이번냥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굴뚝새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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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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