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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해가 저물어갈 즈음.

         

       열심히 땀 흘리는 조원들을 뒤로한 채, 백우진은 연무장을 나섰다.

         

       이를 본 혈수마녀가 뒤를 따랐다.

         

       “어디 가는 게냐.”

       “잠시 볼일이 좀 있어서요.”

         

       잠시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워낙 사고를 친 전적이 많다 보니 볼일이라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이내 거두어졌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학관에서 큰 사고를 치진 않을 테지.”

       “허허.”

         

       신뢰라는 게 박살 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별일 아니니 조원들이나 잘 보고 계십쇼, 누이.”

         

       혈수마녀의 얼굴이 단숨에 빨개졌다.

         

       “누, 누가 누이라는 게냐!”

       “아님 말고요.”

       “이놈이…!”

       “그럼 갑니다!”

         

       들끓기 시작한 혈수마녀의 기세를 눈치챈 백우진이 한발 앞서 신법을 운용해 줄행랑쳤다.

         

       그녀가 잡고자 마음먹었다면 진즉에 잡혔을 테지만, 다행히 뒤따라오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흐흐,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그녀를 놀릴 때면 흡사 아슬아슬한 외줄 위를 거니는 느낌이다.

         

       조금만 삐끗하면 현경 고수의 일장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그 짜릿함이 그를 더없이 흥분되게 만들었다.

         

       쾌감 찾다가 저승길을 먼저 찾아버린 이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그도 곧 황천길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신법을 극성으로 발휘한 그는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객잔.

         

       제 기숙사만큼이나 자주 찾는 곳이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대협! 바로 지부장께 모시겠습니다요.”

         

       미리 언질이라도 받은 듯, 점소이는 객잔 안으로 들어선 백우진을 곧장 어딘가로 이끌었다.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이 층 가장 끄트머리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지부장이 그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필요 이상으로 깍듯한 모습에 백우진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왜 그렇게 깍듯해? 전에 만났을 땐 그 정돈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무슨 지시?”

       “백우진 공자님을 귀빈 중의 귀빈으로 대접하라는 지시였습니다.”

       “호오….”

         

       이를 들은 백우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귀빈 중의 귀빈이라.

         

       과연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을까.

         

       “어디에서 내려온 건데?”

       “문주님께서 직접 보내셨습니다.”

       “…하오문주가?”

         

       이때만큼은 백우진도 제법 놀랐다.

         

       하오문주.

         

       모든 게 감춰져 있어 존재하는지 자체가 의심된다고 전해지는 신비의 인물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니.

         

       지부장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만간 직접 찾아뵙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얼굴을 본 이가 손에 꼽을 정도인 하오문주가 나를 보러 직접 오겠다고.”

       “예, 문인들이 범한 무례에 대해 사죄드리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겠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건 단 하나.

         

       ‘얘네 나랑 척지기 더럽게 싫은가 보다.’

         

       어떻게든 자신과 척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하오문이 제아무리 개방과 더불어 이대 정보집단으로 불리고 있다곤 하나, 틀린 정보도 간혹 섞여 있기 마련이고, 문인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것 또한 다반사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오문의 구성원 중 9할가량이 점소이, 소매치기, 좀도둑, 기녀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렇다고 그들이 일어난 모든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고, 배상하느냐?

         

       그럴 리가.

         

       어차피 그들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이 생기면 꼬리만 끊어버리면 그만이니,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의사 표명조차 않는다.

         

       그런 그들이, 심지어 하오문주가 직접 나선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했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뭐, 좋아. 언제든 찾아오라고 전해.”

       “예, 곧장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오문주와의 만남은 득이 되면 되었지, 절대 실은 되지 않는 일이니.

         

       “그건 이제 됐고, 내가 부탁한 정보는?”

         

       선발전이 끝난 이후.

         

       백우진은 지부장에게 새로운 정보를 요청했다.

         

       다름 아닌 금여울과 관련된 것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지부장이 두툼한 종이 뭉치를 공손히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백우진은 곧장 한 장씩 넘기며 정보를 습득했다.

         

       정보의 초점은 그녀의 가문인 금가에 맞춰져 있었다.

         

       최악의 경우 멸문지화를 입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금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흐음….”

         

       일단 최악은 면했고.

         

       정보는 자객이 습격해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가문의 인원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쯔쯧.”

         

       제법 많은 이들이 죽었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가문에서 죽은 이들만 수십에, 자객들에게 쫓기다 명을 달리한 이들 또한 수십.

         

       백우진은 죽은 이들의 명단을 살폈다.

         

       길게 나열된 이름 중 금여울의 아버지이자 황금상단의 대행수인 금철군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행수는 살아 있나?”

       “…숨이 붙어있냐를 물으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돌아온 대답이 애매모호했다.

         

       “어째 숨만 붙어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습니다.”

         

       황금상단의 대행수 금철군은 무예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경지는 초절정.

         

       어지간한 살수가 아닌 이상 그의 목숨을 빼앗기는 쉽지 않았을 터.

         

       실제로 그는 살아 돌아왔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뿔뿔이 흩어진 가솔들을 찾기 위해 가문을 정비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것.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 혹 독에 중독된 건가 싶어 당가의 장로까지 초청하여 병세를 살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당가의 장로가 알아내지 못한 거라면 중독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를 갑자기 쓰러지게 했을까.

         

       지금 생각해서 나올 답은 아닌 듯했다.

         

       백우진은 종이 뭉치를 넘기며 지부장에게 다시 물었다.

         

       “대행수 자식들은?”

       “아들 쪽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그리고 딸 쪽은…, 저희가 모시고 있지요.”

         

       처음 학관에 도착했을 당시.

         

       백우진은 금여울을 숨겨둘 곳이 필요했다.

         

       규정상 외부인을 마음대로 들이는 것은 규칙에 위배되는 일이었기에.

         

       그래서 이곳에 맡겼다.

         

       이곳은 학관의 출입을 허가받은 이들이 머무는 객잔이니, 그들 틈바구니에 있으면 걸릴 위험은 적을 테니까.

         

       백우진은 지부장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행방불명….”

         

       참으로 답답한 말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으니 체념할 수도 없고, 살아있을 거란 일말의 희망에 나날이 고통받을 테니.

         

       “그자의 행방을 찾는 데에 한 번 주력해봐. 자그마한 단서라도 나타나면 내게 알려주고.”

       “예, 알겠습니다.”

         

       백우진은 종이 뭉치를 내려놓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수고해.”

       “예, 살펴 가십시오.”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객실을 나선 그의 발걸음은 객잔 밖이 아닌, 또 다른 객실이었다.

         

       “금여울, 안에 있어?”

         

       바로 금여울이 머무는 곳이었다.

         

       안에서 허둥대는 소리가 돌아왔다.

         

       “자, 잠깐만 기다려!”

       “…….”

         

       이윽고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얼마나 어질러 두었기에 이토록 바쁘게 치우는 걸까.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갈까 고민할 즈음, 마침내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위태롭게 헐떡이는 금여울이 그를 맞이했다.

         

       “허억, 허억…, 드, 들어와!”

         

       그 시간에 얼마나 치웠겠냐 싶었는데, 내부는 제법 깔끔했다.

         

       무슨 요술을 부렸나 했더니.

         

       ‘한 곳에 전부 쑤셔 박은 거였구먼.’

         

       방구석에 놓인 자개장의 문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필시 그곳에 모든 잡동사니를 때려박았을 터.

         

       “어, 어쩐 일이야?”

         

       백우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눈치챈 금여울이 황급히 몸으로 막아서며 그에게 물었다.

         

       “잘 지내고 있나 확인도 할 겸해서 왔지. 할 말도 있고.”

       “보,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조금 답답하지만…, 헤헤.”

         

       궁궐 같은 넓은 집에서 매일 같이 드넓은 마당을 거니는 그녀에게 이곳은 좁았을 것이다.

         

       활발한 성격 탓에 더욱 답답했을 테고.

         

       그럼에도 그녀는 별다른 내색하지 않았다.

         

       제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만약 가문이 멸문지화를 입었다면 이곳마저도 감지덕지가 될 테니까.

         

       “그런데 할 말은 뭐야?”

         

       우울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화제를 돌리는 금여울.

         

       “조만간 출발할 예정이니까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준비를….”

       “정말?!”

         

       반색하는 그녀의 모습에 백우진이 쓰게 웃었다.

         

       “그래. 마침 백흑전이 호남에서 열리거든.”

         

       정무학관과 흑사무관.

         

       어린 정파인과 사파인의 대결은 호남에서 치르기로 결정됐다.

         

       백우진에겐 여러모로 호재였다.

         

       가는 길에 금여울의 일도 해결하고, 또 호남에는 무당파도 있으니 말이다.

         

       무당파에 볼일이 두 가지나 있다.

         

       양의신공 달라고 떼써야지, 장삼과 약속한 영술서에 대해서도 알아봐야지….

         

       “어휴.”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으니, 이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그걸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이를 본 금여울이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렇구나.”

         

       백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가문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 끝에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이후 그녀의 신세가 잠시 처량하게 보여야 하기에.

         

       “며칠 내로 너한테 소개시켜 줄 사람들이 있어.”

       “소개…?”

       “그래, 내 조원들.”

       “조원이라면…, 신룡조?!”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나 만나보고 싶어!”

         

       아무래도 그들에 대한 환상 같은 걸 품고 있는 듯했다.

         

       “그래, 보채지 않아도 만나게 될 거야.”

         

       환상과는 전혀 다른 신룡조를 말이지.

         

       “그 전에, 네가 미리 기억해둬야 할 게 있어.”

       “뭔데?”

       “잘 기억해. 우리는 마경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야.”

       “에? 그럼?”

       “마교에 붙잡혀 있던 너를, 내가 구출한 거야.”

         

       그녀들에게 마경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껏 걱정할 것도 있고,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무엇 하나 쉬이 꺼내기 어려운 것들이니.

         

       더군다나 금여울의 존재를 그녀들은 또 다른 위협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녀를 처량하게 여겨 쉬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밥이 완전히 지어지기 전까지는.

         

       백우진은 고향의 자랑, 주입식 교육을 통해 그녀에게 정보를 일러주었다.

         

       쓰지 않을 뿐, 머리가 좋은 금여울은 금세 이를 습득했다.

         

       그러나 의문은 남았다.

         

       “그렇게 말을 맞춰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

       “있지.”

       “뭔데…?”

       “어, 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도 나름 음모라면 음모가 아닐? 까요?

    음모의 밤 에피소드는 여기까집니다.

    내일은 다른 에피소드로 찾아 뵙겠읍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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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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