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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시훈이 잠시 당혹감을 추스르는 사이. 예나는 쇼핑몰 사이트를 캡쳐한 화면을 보내고 있었다. 

       

       침묵의 의미를 정보 부족에 대한 항의로 해석하기라도 한 걸까. 가격과 높은 평점에 빨간 동그라미까지 친절하게 쳐둔 스크린샷이다.

       

       대체 어디부터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흐름이었다. 늘 그러하듯이.

       

       예전이라면 그대로 말려들었겠지. 하지만, 이젠 시훈 역시 예나의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한 바였다.

        

       무엇보다- 당혹감을 치우고 보면, 이번엔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애초에 상품 설명부터가 캠핑용 손도끼 아닌가.

        

       분명 이렇게 대화를 시작해서, 결국은 이전에 거절당했던 캠핑을 다시 제안하려는 거겠지. 겸사겸사 나무꾼 운운하며 놀려먹을 겸.

        

       절대, 그리 둘 생각은 없었다.

        

       [안 사요]

        

       [이예나: 괜찮아요]

       [이예나: 선물해드릴 거예요]

        

       ‘하여간-’

        

       포기를 모르는 여자였다. 랭킹 1등을 찍을 정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서도.

        

       그런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 까지는 아니더라도, 덜 휘둘리는 방법은 결국 모든 걸 뛰어넘는 단호함 뿐이었다.

       

       [캠핑 안 가요]

        

       과연 그리 단호하게 대해서 좋은 게 뭐냐고 하면, 막상 답변이 궁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당하고 당하다 보면, 설령 경계할 필요가 없는 국면처럼 보이더라도 방패부터 세우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격한다는 인식조차 없이 치명타를 흩뿌리고 다니는 이를 상대론.

        

       다만-

        

       [이예나: 😢]

       [이예나: 아직 제안도 못했는데]

       [이예나: 성격이 급하시네요😭]

        

       온라인은 늘, 이런게 문제였다.

        

       저 화면 너머에선 분명 그,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눈꼬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는데.

        

       겨우 저 이모지 하나에 머릿속으로 울먹거리는 이예나를 상상하게 되고- 제풀에 마음이 약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이럴 때 강경하게 나가야-’

        

       그리하여, ‘뭐라 해도 캠핑은 절대 안 간다’는 취지를 담아, 단호하기 그지없는 답변을 보내려던 순간.

        

       -우우웅

       -우우웅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예나]

        

       무슨 수를 써서든 허를 찌르는 걸 즐기는 그녀의 플레이 스타일은, 현실 성격에서 온 걸까.

        

       나름- 아니, 제법 익숙해졌다고 자부하는 시훈으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패턴이었다.

        

       -우우웅

        

       조금 전까지 메시지를 주고받던 상황이니, 안 받는 건 더 이상하겠지. 통화를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 허점을 드러내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 터이니.

        

       -후

        

       가벼이. 가벼이 대하는 게 최선이리라.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아. 여러가지 있는데요. 우선……도끼, 예쁘지 않나요.》

        

       물론, 그리 다짐한다고 하여 쉬이 대응이 가능한 것은 아니더랬다.

        

       《혹시 양손도끼를 선호하셔서 그러시는 거면……그거 현실에선 별로예요. 정말로. 손도끼가 진짜 전천후 도구예요. 여차하면 요리도 가능하고.》

        

       “……마음만 받을게요. 아니, 애초에 갑자기 웬 선물이야. 오늘 무슨 날인가?”

        

       《……최근에 도와주신 게 많은데, 보답을 너무 못하는 것 같아서요. 뭘 드리려고 해도 거절만 하시고.》

        

       “제발 보답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던 거 같은데.”

        

       《……억울하네요.》

        

       시무룩한 목소리. 단단하게 세워둔 방벽이 다시금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시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캠핑 갈 일 생기게 되면 따로 부탁할게요. 아무튼. 설마 그거 하나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닐 거고.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어요?”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아니에요?”

        

       《원래 게임 진짜 못하는 사람한테는 못한다고 놀리면 안 되는 거예요.》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맞다는 뜻이잖아.”

        

       《……양손도끼도 사드릴까요.》

        

       놀리는 거겠지. 알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아니, 본인은 진심일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에 대해 평가가 박한 사람이니.

        

       애초에 예나가 정말로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로 친해지기도 어려웠을 텐데.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데미지가 들어가야 딜교환을 할 것 아닌가.

        

       -하아

        

       마이크를 가리고 길게 숨을 내뱉은 시훈은, 애써 웃음기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해드릴 수 있는 거면 당연히 도와드릴 테니까 선물은 넣어둬요.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고민이 있어서요.》

        

       “네.”

        

       《카페에 사진이 너무 많이 올라와요. 조금……조금은, 막는 노하우 없을까요. 도댓님이나 레반님 카페 보면 사진 그렇게까지는 안 올라오던데.》

        

       “……본인 사진이요?”

        

       《네.》

       

       그러니까, 본인 팬카페에 본인 사진이 올라오는 게 고민이란 소리였다.

       

       시훈이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그리 답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왜 당연하냐는 질문이 돌아올 터인데, 설명을 하려면 예나의 외모에 관한 묘사를 피할 수 없으니.

        

       네가 예쁘니까 팬들은 사진을 올리고 싶겠지- 라는 말을 하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비교대상이 잘못되지 않았나. 남자 스트리머와 여자 스트리머 간 본질적인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나름 인터넷방송으로 잔뼈가 굵은 시훈이 생각하기엔, 이건 똑같이 실력 방송을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모여드는 팬들의 성향 자체가 다르니.

        

       다만, 예나에게 그리 말했다가는 혹여 게임에 대한 자부심을 건드릴까 걱정되는 터라.

        

       “얼굴을 공개한 직후여서 더 올라오는 것도 있을 겁니다. 시간 좀 지나면 그 정도는 아닐 거예요.”

        

       ‘어지간한 얼굴일 때 얘기긴 한데.’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스스로도 확신은 들지 않는 조언이었던 고로.

        

       《음……일리가 있긴 하네요. 기다려볼게요. 고마워요.》

        

       다시 시무룩해진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오기가 고개를 슬그머니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별히 사진 올라오는 게 싫은 이유라도 있어요?”

        

       《마음의 준비도 못한 상태로 자꾸 마주해서요. 주의 표기라도 해주면 모르겠는데, 자꾸 상관없는 글인 척하고 넣어. 그렇다고 반드시 표기하라고 공지하면, 오히려 함정 글이 잔뜩 올라올 게 뻔하고……탈출구 없이 금지하면 시위 일어날 거고. 고민이에요.》

        

       “……본인 팬들 착하다고 하지 않았었나.”

        

       《착한 거랑은 별개예요. 큼지막한 빨간색 버튼 밑에 누르지 마시오라고 써두면, 아무리 착해도 누르고 싶잖아. 함정수사는 불법인 이유가 있어요.》

        

       “……규칙에 대한 인식이 조금 이상한데, 그쪽 시청자들은 진짜 그럴 거 같아서 할 말은 없네. 아무튼, 그런 거면 차라리 게시판을 따로 파요. 본인 사진이나 영상은 이 게시판에만 올리라고 하고, 그 쪽을 안 보면 되잖아.”

        

       《……음. 좋은 생각인 거 같긴 한데……네. 그래야겠네요. 고마워요. 꼭 보답할게요.》

       

       밝은 어조. 도움이 된 걸까. 

       

       퍽 뿌듯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시훈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니, 제발 하지 말라고. 그리고 공지하기 전에 한번 보내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음……잠시만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 조금 전까지와 확연히 다른, 조금 굳은 목소리다.

        

       미리 보여달라는 건 과한 오지랖이었을까.

        

       하지만, 왠지 ‘레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따위의 말이 공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뒤늦게 따지고 물어봐야, 남의 공로를 빼앗을 순 없어요- 따위의 해명이나 듣게 될 터이니.

       

       그럼에도, 결국 안 보내도 괜찮다고 말하려던 순간-

        

       알림음과 함께, 2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하나는, 카페의 글쓰기 화면에서 작성해둔 공지를 캡쳐한 화면이었다. 짤막한 문구- ‘잡다한 사진/영상 게시판을 신설했습니다. 앞으로 게임과 무관한 사진이나 영상은 여기에만 올려주세요. 아래 예시입니다.’ -가 담긴.

        

       두 번째 사진에는, 조금 어색해보이는 표정의 여자가 담겨 있었다.

        

       보정은커녕, 조명도 제대로 비추지 않은 사진이다. 어둑한 방에는 창문 너머에서 들어오는 햇빛만 살짝 비치고 있고- 그나마도 얼굴에까지 미치지도 않는다.

       

       그 뿐이랴. 의상은, 생활감이 느껴지는 흰 티셔츠위에 가디건을 대충 걸친 상태였다. 누가 봐도, 잠옷 위에 급하게 옷가지 하나 주워다 걸친 모양새다.

        

       셀카를 찍은 경험이 전무하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묘한 분위기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올려다보는 시선도. 어색함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는 표정도. 조금 사이즈가 큰지, 흘러내리는 느낌의 티셔츠도. 급하게 걸친 느낌이 나는 가디건도. 그리고, 그 위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도.

       

       모두, 조명따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듯이 새하얀 피부와 어우러져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보냈어요.》

        

        그러니, 이번엔 시훈이 침묵을 지키는 수밖에.

       

       《레반님?》

       

       * * * *

       

       공지할 내용이 많은 날이었다.

       

       카나리아의 조언에 힘입어 사진에 관한 공지는 확정했다. 예시를 함께 올릴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가이드라인은 명확할 수록 좋으니까.

       

       이런 사진들을 여기에만 올리라는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역시 예시를 올리는 거고- 기왕 올리는 거, 오리지날리티가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과는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겠지. 

       

       다만……이건 결국 내가 개인적으로 힘겨워서 올리는 공지일 뿐이다.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공지는, 결국 격돌 대회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추측글만 수십개가 올라올 지경이었으니.

       

       그리고, 나도 이제 마음을 정한 고로.

       

       [대회 출전 예정입니다]

       

       조금은 비장한 마음으로 출사표를 적어 올렸다.

       

       다만, 막상 적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쓸 말이 없더라. 너무 주절주절 긴 것도 문제겠지만, 너무 간략한 것도 뭔가…….

       

       ……향후 캠핑 일정에 관한 공지도 여기 같이 적어도 되려나. 조금, 조금 고민되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바가이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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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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