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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233 – 재단의 스파이>

     

    “그만!”

    “엥. 아직 안 끝났는데요?”

     

    유미의 얼굴이 조금 더 울적해졌다.

     

    “실력만 봤으면 됐지. 정말 굉장하네. 네 소질은… 가히 천재적인 모기술사야. 뱀파이어도 너만큼 모기를 잘 다루지는 못할 것 같아!”

    “에헤헤. 칭찬 고마워요.”

    “굉장한 재능의 후배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 답례로 나도 좋은 걸 보여줄게.”

     

    유미가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붉은 가루를 공중에 퍼뜨렸다.

    잠시 후, 위이잉 소리와 함께 작은 소형모기 세 마리가 유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쏙쏙.

     

    작은 발로 부지런히 붉은 가루를 집어 주둥이의 침으로 녹여 드링크처럼 쪽쪽 빨아먹는 모기들.

     

    “혈액가루?”

    “정답. 밀가루와 섞어서 점성을 높인 다음에 기름에 튀긴 뒤에 한 번 잘게 빻은 혈액튀김가루야.”

    “우와아.”

    “그렇게 갖고 싶어?”

    “넹!”

    “너도 참 별난 아이네. 혈석을 구하던 것도 그렇고. 정체를 숨긴 모기술사중에 너처럼 대단한 아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솔직히 말해봐. 너 실은 뱀파이어 아니야?”

    “모르겠어요!”

    “그럼 부모님 중에 한 분이 뱀파이어일지도 모르겠네. 이 정도의 정밀함은 혈족능력이 없으면 말이 되지 않거든.”

     

    유미는 굉장한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

    시치미 뚝 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크노디의 모습에서 어디 가서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도 밝히지 못하는 모기술사의 애환이 엿보였다.

    분명 저기 뒤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는 메이드를 의식한 탓도 있겠지.

     

    “자, 가져가. 이 가루를 뿌리면 근방 100m에 있는 야생모기들도 몰려올 테니 조심하고. 내가 주는 모기들을 다루는 마력신호는 여기 쪽지에 적어뒀으니 보고 암기해서 실전에서 써먹어봐.”

    “우와. 고마워요!”

    “근데 나한테 빌린 모기들은 데려가서 어디다가 쓰려고?”

    “운동회에서 혼내주고 싶은 학생들이 있어서요!”

    “조심해. 잘못 걸리면 너도 나처럼 철창신세야.”

    “명심할게요!”

     

    훗. 정말 싹이 보이는 후배야.

    유미는 손을 흔들며 환풍구로 떠나는 오크노디와 모기들을 배웅해주었다.

     

     

    * *

     

     

    와이히엠하이 재단에서 기프트 아카데미에 심어둔 재단스파이 에이프릴.

    고양이수인 청소메이드로 위장한 그녀는 혼란을 틈타 대감옥의 죄수들을 찾아가 재단의 내부협력자로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면회로 마주한 유미는 모기술사라는 영문 모를 클래스와는 별개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메이드가 여길 왜 와요? 설마 내 방에 있는 짐 빼서 가져다주려고?”

    “비인기 클래스를 지녀서 자유를 박탈당한 몸이 된 처지가 원망스럽지 않으십니까?”

     

    포섭의 운을 떼기 무섭게 날카로운 살의가 피부 곳곳을 따끔따끔 찔렀다.

    모기의 침처럼 날카롭게 정제된 살의가 노리는 곳은 신체의 급소들.

    전문 암살자나 다름없는 농밀한 살기에 순간 다리를 오므릴 뻔했다.

     

    ‘안 돼. 함부로 다리를 움직이거나 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면.’

     

    수인으로 분장하기 위해 엉덩이에 장착한 꼬리에 자극이 가해졌다간 신체가 반응한다.

    포섭하러 왔다면서 이런 변태 같은 장비아이템을 착용했음을 들켰다간 재단의 높으신 분들의 사악한 ‘벌’의 존재를 깨닫고 곧장 도망치겠지.

     

    “흥. 너도 어차피 비키니전사단이나 마인결사단처럼 이름도 순 이상한 조직에 들어오라는 영입제안이나 하러 왔지?”

     

    이 악물고 태연한 척 행세하는 에이프릴의 노력과는 별개로 포섭은 실패로 기울었다.

    다른 조직에서도 탐낼 정도로 뛰어난 기술, 낮은 사회적 인식, 반사회적 기질을 지닌 모기술사 유미는 이미 많은 스카우트를 받아 영입제안이 반감이 생긴 상태였다.

    아쉽게도 재단의 지령은 실패로 돌아갔다.

    설마 ‘벌’이 주어지지는 않겠지?

    성장기라면서 더 커다란 고양이꼬리가 배달된다면 어떡하지.

    현실적인 공포심에 다리가 떨렸다.

     

    “앗 여기였구나! 어쩐지 감방 안에 없더라니.”

     

    이변은 환풍구 뚜껑을 열며 들이닥쳤다.

    수석장학생 오크노디.

    재단의 차세대 거물이 어째서 여기에 나타났지?

    밖은 대운동회가 한창일 텐데.

     

    “모기 좀 잠깐만 빌려주세요!”

     

    황당하게도 오크노디는 모기술사의 모기를 빌린다는 엉뚱한 짓을 했다.

    망신만 당하고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크노디는 현역 모기술사 유미조차 당혹스러워할 정도의 엄청난 실력을 선보였다.

     

    ‘뱀파이어 혈족능력!’

     

    유미와 오크노디의 대화를 엿들으며 에이프릴은 공포심을 느꼈다.

    밤의 귀족 뱀파이어.

    그들에 대한 명성은 수인족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개인간이나 고양이인간처럼 대부분의 수인들이 청소메이드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는 것과 달리, 박쥐인간은 뱀파이어라는 근사한 이름을 지닌 채 수인계의 엘리트로 그 이름을 높이 새겼다.

    상대를 매혹하여 피를 빨아 마시고, 자신의 종복으로 부리며 인간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노예계급이나 다를 바 없는 수인족에게 뱀파이어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사회체제를 극복한 혁명가, 인생의 롤모델이었다.

     

    ‘뭐, 나야 진짜 수인은 아니지만.’

     

    밤마다 놀아달라고 낑낑거리며 혀로 얼굴을 핥아대는 귀찮은 개수인 해피라면 배가 고파질 때까지 멍멍 뱀파이어 좋아! 소리만 삼십 번은 외치겠지.

    종족정체성의 비밀이 드러난 오크노디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갈게요!”를 외치며 환풍구 속으로 쏙 사라졌다.

     

    ‘이거… 재단 상층부에 보고해야 하는 걸까?’

     

    에이프릴은 망설였다.

    대놓고 보여줬으면 보라고 보여준 거 아닐까?

    그 이전에 오크노디는 모기를 왜 빌렸지?

    정말로 뱀파이어라면 모기쯤은 밖에서 자기가 직접 구해도 될 텐데.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생각에 끙끙 앓던 그녀에게 유미가 물었다.

     

    “너 괜찮아? 뭔가 괴로워 보이는데. 다리도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괘, 괜찮습니다.”

    “영입이 아니라 휴식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희 조직도 참 문제네. 조직원을 이렇게 혹사시키고. 빨리 포기하고 돌아가. 조직원 대우가 험한 그런 위험한 조직, 절대 들어갈 생각 없으니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면회실을 나서려던 에이프릴은 유미의 발언에서 하나의 키워드가 열쇠를 열 자물쇠처럼 딱 맞아 들어가는 사고의 확장을 느꼈다.

     

    수석장학생이 재단의 스파이가 하는 일에 끼어든 이유가 뭘까.

    실패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혈족능력의 비밀을 대놓고 보란 듯이 보여준 이유가 뭘까.

    재단상층부와 자신.

    둘 중 어느 쪽에 충성을 바칠지 똑바로 생각하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이다.

    교관동에서 자신의 첩보행위가 들켰음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관대함을 보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먹다 남은 감자칩이나 있는 압수품 따위를 턴다는 황당한 행동으로 함께 도둑질을 하는 척 안심시킬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그녀는 오크노디에게 영입을 당한 것이다!

     

    ‘차세대 재단의 거물로 성장할 것이 확정적인 오크노디와 그런 오크노디를 견제하는 지령을 보냈던 재단상층부. 한쪽의 손을 잡아야한다면…’

     

    수인용 꼬리나 보내는 재단상층부 vs 압수당한 포카칩을 훔치는 척 자신의 경계소홀을 눈감아주는 대인배 오크노디.

    어느 쪽의 라인을 서야 할지는 명백했다.

    에이프릴은 결심했다.

    키는 작아도 마음씨는 230cm마냥 커다란 이 아가씨의 도움이 되겠다고.

     

     

    * *

     

     

    “자, 모기들아. 가서 못된 짓을 하는 학생들의 살에 침을 박고 마비독을 뿌리며 피를 빨아버리렴!”

     

    대운동회에서 뉴비들은 경기를 열심히 뛰려고 노력하고, 중수들은 피지컬을 키워서 많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

    고수들은 필요한 포인트를 이미 벌고 억까를 피해 다니며 고인물은 억까를 역으로 사냥한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척 아카디아를 밧줄 위에서 넘어뜨리려던 학생이 모기의 블러디슈팅에 당해 반대쪽으로 균형을 잃고 혼자 넘어졌습니다.]

    [조종술 경험치+5]

     

    [많이 먹기 대회에서 손오천의 그릇에 매운가루를 은근슬쩍 집어넣은 학생의 접시에 모기들이 매운가루를 옮겨 넣었습니다.]

    [조종술 경험치+5]

     

    [장식품을 거는 척 지나가는 1학년의 머리 위로 물건을 떨어뜨려 기절시키려던 학생이 귓전에서 굉음을 일으키는 모기에 놀라 균형을 잃고 추락했습니다.]

    [조종술 경험치+5]

     

    [양질의 마나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모기들이 행복해합니다.]

    [길들이기 경험치+10]

     

    [도전목표 악당 참교육(1)을 달성했습니다.]

    [3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후후.

    비겁한 억까충 녀석들.

    고인물인 내가 있는 한 억까는 너희만 당한다.

    개인전에서 1등해봤자 얻는 포인트는 10점.

    억까충을 참교육하면 얻는 포인트는 100점.

    상식적으로 어느 쪽이 더 쉬운지는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다.

    …그럼 지금은 나도 11살이니까 초등학생인가?

    그래, 11살 초등학생인 나도 알 수 있다!

     

    “킥킥.”

     

    수풀 속에 숨어서 또 한 명의 억까충을 참교육 하던 내 뒤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메이드씨? 우리 교관동이랑 면회실에서도 봤죠?”

    “실례합니다. 이 정보를 원하실 것 같아서…”

     

    메이드씨가 건넨 명부에는 많은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게 몬데요?”

    “재단장학생 및 내부협력자 목록입니다.”

    “넹??”

    “오크노디님이 지금 사냥하고 계신 분들이 저희 재단의 장학생들과 내부협력자였습니다.”

     

    아니 레알루?

    그냥 억까방지도 하고 포인트도 버는 기분으로 가볍게 놀고 다녔는데 이게 재단 사람들이었어?

     

    “저 사람들은 그럼 왜 훼방을 놓고 다녀요?”

    “어차피 포인트를 얻지 못할 하급생이라면 교내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오크노디 님은 명부가 없이도 먼저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경고를 하고 계시지만요.”

    “경고요???”

    “재단의 상층부가 지령을 내려도 당신의 뜻을 거스르는 작전은 실행할 수 없다… 장학생들에게 힘의 우위를 보여주며 복종을 유발하는 것이 아닙니까?”

     

    기대에 가득 찬 메이드의 눈을 보니 차마 실망시킬 수가 없었다.

     

    “…맞아요! 용케도 제 속셈을 알아차리셨군요. 정말 대단해요!”

    “저 에이프릴, 이후로도 오크노디 님을 위하여 재단의 지령내용 보고 및 교내활동의 지원을 맡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졸지에 재단의 스파이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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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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