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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시루드는 자신의 말에 한껏 싸늘하게 식어버린 루크의 표정을 맞이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시루드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던 루크는 이제는 사라진 별똥별의 흔적을 쫓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전설이라…….”

     

    마법을 사용할 때 주로 고려되는 자원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바로 물질 자원, 시간 자원, 공간 자원.

    세계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이기도 한 그 자원들은 마법을 다룸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세테르, 메테르, 그리고 에테르로 상징되는 규칙이다.

     

    하지만, 그 밤하늘에 별똥별을 위한 법칙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째서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이 있는 것일까?

     

    잠시후, 루크는 어떤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속도는 매우 짧지.”

    “어? 어어…….”

     

    시루드는 갑자기 별똥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루크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일까?

     

    “그 짧은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소원이라면, 평소에도 마음 속 깊이 생각하던 소원이었겠지. 안 그런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찰나는, 곧장 소원을 염원하기만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정말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 떠올려 빌 수 있는 소원이라면, 분명히 그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꼭 이루고 싶은 소망임이 틀림없다.

     

    “……아마도?”

     

    시루드는 루크의 말에 그럭저럭 동조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마음 속에 그토록 깊이 생각하는 소원이 있다면, 분명히 그의 평소 사고방식과 행실로도 나타났을 테지.”

     

    루크는 몸을 돌려 시루드를 마주보면서 말을 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도 강해. 아마도 그렇기에 별똥별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그런 미신이 퍼지지 않았을까.”

     

    사람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

    그리고 의지를 통해 세상을 조율하는 마법사는 그 말을 그 누구보다도 신뢰한다.

    의지,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지닌 그 어떤 마법보다도 위대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별똥별이 소원을 이뤄준다는 말은, 다른 시선으로 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이때다 싶어 박수를 치며 외쳤다.

     

    “맞아! 내 말이 딱 그거야!”

     

    그러나 그런 시루드를 조금 차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던 루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마법사가 되어서,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다니, 그건 분명히 큰 문제가…….”

     

    루크의 말이 긴 잔소리로 이어질 조짐을 느낀 시루드는 비명처럼 외쳤다.

     

    “자, 잔소리는 이제 그만해! 됐으니까!”

     

    시루드는 빠르게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건넸다.

     

    원래는 조금 더 괜찮은 분위기에서 주려고 했던 것인데…….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루크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엔 이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이건?”

     

    루크는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작은 함에 하던 잔소리를 멈추고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루드는 상황이 자신의 의도대로 된 것에 안도하며 함을 건네며 말했다.

     

    “생일 선물이야. 받아.”

    “고맙구나.”

     

    루크는 함을 조심스레 받아들고는 살폈다.

    아까 전부터 시루드가 품에 갖고 있었던 이질적인 마나의 원천은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마석의 일종인가?’

     

    루크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곧장 함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함에 들어있던 물건을 확인한 루크는 전율했다.

     

    “마, 맙소사! 월영석?!”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루크의 양 볼이 상기되고, 입은 한껏 벌어진 채 다물어지질 못 하고 있었으며, 눈은 마치 별무리처럼 빛나고, 귀는 연신 쫑긋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방금까지 싸늘한 표정으로 잔소리나 늘어놓던 루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시루드는 그런 루크의 격한 반응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볼을 긁으며 시선을 피한 채 말했다.

     

    “그……. 저번에 세계수 박물관에서 봤는데, 월영석을 되게 유심히 보길래. 음, 그걸 선물로 주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

    “이, 이런 귀한 것을, 내가 정말 받아도 되는 것이냐?”

    “주려고 산건데, 안 받아주면 오히려 내가 곤란한데.”

    “고, 고맙다. 정말 고마워!”

     

    루크는 양 손으로 보석함을 감싸쥐며 너무나 밝게 웃었다.

    그만큼 굉장한 선물이었으니까.

     

    ‘맙소사, 월영석이라니!’

     

    보고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생일 선물로 월영석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정말 꿈에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저그런 마석 장식품정도를 생각했는데, 이것은 너무 과분한 수준이 아닌가?

     

    이 정도 크기라면 그야말로 수천만을 호가하는 고가품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루크의 행복했던 표정은 또 금세 미안한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닌가? 혹여 네 부모님께 손을 벌린 것은…….”

    “걱정 마, 자연적으로 떨어진 월영석이 아니고, 채취해온 거라서 그렇게 안 비싸. 내 용돈만으로 샀어.”

     

    시루드의 말에 루크는 금세 또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부모에게 돈까지 빌려서 자신에게 줄 선물을 구매한 것이라면 너무나 미안해지지 않은가.

    안 그래도 시루드에겐 여러가지로 받은 것이 많은데 말이다.

     

    게다가, 소중한 용돈을 모아 이렇게나 귀중한 선물을 주다니.

     

    “정말로, 너무나도 고맙다. 맙소사…….”

     

    루크는 다시 보석함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이 월영석으로 어떤 마법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자신의 개인차원공간을 여는 마법진을 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모습을 조금 옆에서 바라보던 시루드는 루크가 그렇게 표정이 다양한 아이인줄 오늘 처음 알았다.

    항상 은은하게 미소짓거나 진지한 표정만을 봐 왔는데, 루크의 표정이 불과 몇 분도 되지않는 순간에 이토록이나 빠르고 크게 변화하는 장면은 그 어느 순간에도 보지 못 한 장면이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선물해준 자신도 기분이 참 좋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원래 루크가 이 정도로 크게 리액션을 해주는 아이가 아니었다보니 더욱 그렇다.

    방금 전까지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지경.

     

    ‘보석……. 이거 진짜 효과 너무 좋잖아……?’

    여자애들 선물로는 보석이 최고라던 어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

     

    마침내 파티가 끝나고, 잔뜩 배부르고 피곤해진 파이리스와 디아나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루크는 여전히도 두 눈이 말똥말똥하다.

    가장 피곤했을 텐데도, 어쩜 저리 피로한 기색 하나 없는가 하면 바로 선물로 받았다는 저 목걸이 때문이다.

     

    예르나는 그런 루크에게 말을 건넸다.

     

    “파티는 재밌게 잘 즐겼어?”

    “그래. 너무나 즐거운 파티였다.”

     

    루크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엄지손가락 마디 크기의 짙은 푸른색 마석이 박힌 목걸이.

    이 목걸이는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를 않는다.

     

    일주일간 생일파티를 기획하며 쌓였던 모든 피로와 노력은 이것을 위해서였던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마법을 이루는 삼요소, 달과 해와 별 중에서 달을 상징하며 물질을 의미하는 월영석.

     

    그것은 과거 베리튼의 박물관에서 존재를 확인한 뒤부터 쭈욱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방식을 떠올리고 있었으나, 전혀 의외의 방식으로 얻게 되어버렸다.

     

    생일선물이라니.

     

    일전에 자신의 행동을 보고 기억해준 시루드가, 자신이 시키거나 부탁하지도 않았는데도 직접 모은 용돈을 탈탈 털어서 사준 선물이었다.

    정말이지 놀랍지 않은가?

     

    과거와는 달리 신분도, 권력도 없어서 제대로 된 보답도 줄 수 없는데도 시루드는 선뜻 이런 선물을 건네온 것이다.

     

    루크는 그것이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데다, 또 귀엽기까지 했다.

    마음 같아서는 껴안고 볼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자신이 너무 과하게 접촉하면 서클이 아프다는 시루드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여자와의 접촉이 그렇게도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때엔 자신이 소녀의 모습이라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자신이 여성의 몸이라 괜히 시루드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지만 한켠으로는, ‘그렇게 여성에게 약해서야 어찌해야할까…….’ 하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 여성과의 접촉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니……. 그건 너무도 큰 약점이 아닌가.

    역시……. 꾸준한 접촉만이 답이겠지.

     

    아무래도 시루드에게는 자신 말고도 다른 여자아이과도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선일듯 싶다.

     

    그 때, 목걸이를 보고 이런저런 표정을 짓고 있던 루크의 모습을 보던 다이튼은 큭큭 웃으며 말했다.

     

    “야, 그거 선물 받아서 그렇게 좋냐?”

    “그럼, 좋다 마다. 보거라, 정말 아름답지 않느냐?”

     

    마치 뽐내는 것처럼 목걸이를 들어보이는 루크.

    백미러로 그것을 확인한 예르나는 루크가 너무나 즐거워보여 자신도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참 예쁘네.”

    “그렇지? 대체 어디서 이런 물건을 구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야.”

    “좋겠네, 좋은 남자친구를 둬서.”

     

    그 말에 루크는 곤란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라니,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시루드는 그저 나의 친구이자, 제자일 뿐이야.”

     

    그런 루크의 주장에 다이튼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런 사이가 어느새 보면 잘만 사귀고 있더라.

    그럴 땐 한쪽이 고백만 하면 그대로 커플이 된다.

    그런 녀석들 주변에서 많이 봤다.

     

    “다이튼, 정말이래도? 그대는 나를 못 믿는가? 나는 남자아이에겐 전혀 흥미가 없어.”

    “네네. 알겠습니다. 믿지요. 믿어.”

     

    대체 왜 그런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루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영석은 잔소리하던 루크도 멈추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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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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