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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매일 한다고?’

       

       강민아는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겨울에 대한 소문을 꺼냈다.

       야생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수인족 아이에 대한 소문이었다.

       

       세상에.

       그게 진짜였다고?

       강민아가 기겁하는 사이, 겨울은 저만치 달려나가고 있었다.

       

       “우와.”

       

       깡-! 깡-!

       거대한 해머로 군용 텐트 팩을 내려 찍는 병사.

       겨울이 그 옆에서 눈을 빛냈다.

       

       “······?”

       

       겨울이네.

       구경하러 온 건가?

       팩을 박는 병사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평소보다 작업 속도가 빨랐다.

       

       “이 텐트는 내 천막만큼이나 멋있네.”

       

       이 정도 크기면 스무 명이 자도 되겠다.

       텐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 겨울이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텐트를 빠져나온 겨울은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훈련장을 뛰어다니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런 겨울의 뒤를 강민아가 쫓았다.

       

       “자, 잠깐만···”

       

       작은 아이가 비현실적으로 빠르다.

       분명 모험가 등급도 제일 낮은 거였는데?

       

       강민아는 쫓을수록 멀어지는 겨울을 보며 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수인족 아이라 그런지 발이 너무 빨랐다.

       

       ‘어쩌지.’

       

       과자 같은 걸로 꾀어야 하나.

       강민아가 고민하던 때였다.

       

       누군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겨울을 낚아챘다.

       강민아는 그녀가 여명 길드의 한여름임을 알고 있었다.

       

       “아이고, 혹시나 했는데 여기 있었네.”

       

       “응. 나 여기 있었어.”

       

       한여름의 손길에 겨울의 꼬리가 흔들렸다.

       이를 지켜보던 군인들은 겨울이 한여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군인분들 방해하고 있었어?”

       

       “아, 아냐. 나 방해 안 했어.”

       

       혼나는 건가.

       겨울의 야성이 약간 사그라졌다.

       흔들리던 꼬리도 속도가 조금 줄었다.

       

       “군인분들 훈련하는데 막 뛰어다녔잖아.”

       

       “그게, 나도 군인 되고 싶어서···”

       

       “겨울이 군인 되려고? 군인도 되게 멋있는 거긴 한데, 군인 되면 길드에서 나가야 하는데?”

       

       “······!”

       

       맞다 그랬지.

       야성이 사그라진 겨울은 그제야 조금씩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군인 하면 가족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그거 감당할 수 있는 어른들만 군인 하는 거야.”

       

       “그, 그게, 저 군인 안 할래요.”

       

       “겨울이한텐 아직 어렵지?”

       

       “네에···”

       

       겨울이 한여름의 품에 얼굴을 숨겼다.

       그 모습에 헤헤 웃던 한여름이, 주변을 향해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몇 번이고 사과했다.

       

       

       **

       

       

       집으로 돌아오자 이성이 돌아왔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랬지···!’

       

       야성은 이성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사람을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꿔 버린다.

       나 같은 경우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팡팡팡-

       소파에 엎드려 머리를 박았다.

       팔다리를 마구 흔들기도 했다.

       그런 내 등을 한여름이 토닥여 주었다.

       

       “겨, 겨울아. 괜찮아···?”

       

       “네··· 죄송해요···”

       

       “괜찮아. 야성 때문이었잖아. 소피아님이 그러는데 아직은 제어 못 하는 게 당연한 거래.”

       

       “그, 그래요···?”

       

       조심스레 소파에서 일어났다.

       한여름이 나를 안아 들고는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조금씩 안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진 거 알아?”

       

       “···처음에 어땠죠?”

       

       “엄청 무서웠어.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았다?”

       

       제어 능력이 생긴 건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안도감과 한탄이 섞인 한숨을 내쉬며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군인분들한테 사과해야겠어요.”

       

       “응. 언니가 도와줄게.”

       

       “아뇨, 제가 잘못한 거니까 혼자 할게요.”

       

       소파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한여름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겨울아, 길드에서 군인분들한테 지원 나가기로 한 거 있거든?”

       

       “지원이요?”

       

       “응. 물이랑 간식 같은 거.”

       

       “아···”

       

       간식 나눠주는 걸 도와달라는 건가.

       사과하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언니랑 같이할까?”

       

       “네. 할게요.”

       

       옆에서 민들레 차를 나눠줘야지.

       밑에 내려가서 붕어빵도 되는지 물어봐야겠다.

       빠르게 잘못을 수습하기로 했다.

       

       

       **

       

       

       물과 음료수.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간식까지.

       나는 그 옆에 서서 주전자를 들고 민들레차를 나눠주었다.

       

       “저기, 아까는 죄송해요···”

       

       차를 따르며 사과를 전했다.

       해머로 텐트 팩을 박던 병사였다.

       

       “···뭐가?”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때문에 사과하느냐는 모습이었다.

       그 행동에 내가 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뭐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데, 어째선지 대부분 같은 반응이었다.

       왜 사과를 하는지 몰라 하고 있었다.

       

       “야, 겨울이 왜 차 따르면서 사과하고 있냐?”

       

       “잘 모르겠습니다.”

       

       군인들이 차를 마시며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머쓱함에 뺨을 긁적이며 다음 사람을 반겼다.

       내가 처음 만났던 대위 여군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응. 군인 놀이는 그만 둔거니?”

       

       “그게, 사실 놀이는 아니었어요.”

       

       “아니었어?”

       

       아까와는 달리 잔잔해진 내 태도에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에게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훈련 중에 야성이 제어가 안 됐거든요.”

       

       “야성?”

       

       “네. 수인족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건데. 전 아직 제어가 안 되거든요.”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녀가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를 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제가 너무 사납게 굴었죠?”

       

       “···아니?”

       

       “엥? 엄청 사납지 않았어요?”

       

       “···아니?”

       

       그녀가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정말로 사납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 진짜 막 나갔는데?’

       

       이게 안 사나운 거면 대체 뭐가 사나운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이거 귀한 차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나눠줘도 괜찮은 거야?”

       

       “네. 차보다 더 귀한분들이 마시는 거니까요.”

       

       “그··· 응···! 보답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겨울이는 꼭 지켜줄게.”

       

       “헤헤.”

       

       무장한 군인들이 지켜주면 든든하긴 하겠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한 명씩 차를 따라주었다.

       더이상 사과는 할 필요가 없었다.

       

       “겨울아, 이제 좀 쉴까?”

       

       “네에.”

       

       한여름의 부름에 근처 수풀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붕어빵을 나눠주던 윤채린도 함께 쉬었다.

       

       “후아.”

       

       왼쪽 오른쪽.

       저린 팔뚝을 번갈아 가며 주물렀다.

       근력이 많이 약해서 그런지, 팔이 금세 저려왔다.

       회복도 놀라울 만큼 빠르긴 했지만.

       

       ‘벌써 회복 됐네.’

       

       회복력이 빠른 건 이 세계 사람들의 특징이려나?

       아니면, 수인족의?

       금세 멀쩡해진 팔뚝이 신기하다.

       

       하염없이 팔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군인들 사이에서 레비나스가 다급한 모습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왕아! 왕아아!”

       

       “레비나스?”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야?”

       

       “저기에 괴물이 있다!”

       

       “괴물?”

       

       모험가랑 군인들이 많은 이 한복판에 괴물이?

       나는 레비나스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괴물 탈을 쓴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가짜 괴물이었다.

       

       “어···”

       

       저건 뭐에요?

       한여름을 바라보았다.

       한여름이 헤헤 웃으며 답했다.

       

       “훈련용 괴물이네.”

       

       “아, 훈련용.”

       

       레비나스가 괴물 가면에 놀랐나 보다.

       겁이 많은 아이니까.

       

       괜찮다며 레비나스를 다독여 주려는 순간이었다.

       놀란 레비나스가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왕아! 괴물이 온다! 괴물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레비나스가, 대뜸 풀밭 위에 드러누웠다.

       눈을 꼭 감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게, 기절을 한 것처럼 보였다.

       

       “레비나스?”

       

       진짜 기절한 것 같진 않은데.

       레비나스의 뺨을 콕콕 눌러보았다.

       그러자 레비나스가 실눈을 뜨고는 작게 속삭였다.

       

       “왕아, 빨리 죽은 척해라···! 그러면 산다···!”

       

       “응.”

       

       뭔가 재밌어 보인다.

       레비나스를 따라 풀밭 위에 엎드렸다.

       죽은 사람처럼 대자로 엎드렸다.

       

       “왕아, 숨도 쉬지 마라···!”

       

       “응.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어떡하지?”

       

       “강한 사람 많아서 괜찮다···! 죽은 척 하고 있으면 잡아 줄 거다···!”

       

       강한 사람.

       주변에 있는 군인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바로 옆에 한여름도 있었고.

       레비나스 나름대로 군인들을 향한 신뢰감을 내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고, 우리 아가들이 죽어버렸네.”

       

       아이고 아이고.

       한여름이 곡소리를 내며 내 등위로 손을 올렸다.

       장난스레 올라온 손에 꼬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라? 죽었는데 꼬리가 움직이네?”

       

       윤채린이 내 꼬리를 톡톡 건드렸다.

       두 사람의 손길이 닿자 꼬리가 더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왕아 빨리 꼬리 멈춰라···!”

       

       “미안, 이거는 못 멈추는 거야. 난 틀렸나 봐···” 

       

       “안대···!”

       

       덥썩-!

       누워있던 레비나스가 손만 빠르게 움직여 내 꼬리를 붙잡았다.

       동시에 괴물 탈을 쓴 군인이 우리 근처로 다가왔다.

       

       “저기, 내가 진짜 괴물이 아니라···”

       

       그가 괴물 탈을 벗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레비나스는 눈을 꾹 감고 있기에 이를 보지 못했다.

       레비나스는 숨도 쉬지 않고 죽은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레비나스를 따라 죽은 척을 했다.

       

       “···얘들아?”

       

       “······.”

       

       움직이지마.

       그런 의미를 담아 레비나스가 내 꼬리를 꼭 붙잡았다.

       흔들리는 꼬리를 붙잡은 레비나스의 팔이 움찔움찔 작은 춤을 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숲에서 곰 만나면 죽은 척 하지 마세요!
    잡아 먹힌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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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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