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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선 하멜의 어느 식당 앞.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세 사람은 벤치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갈색 코트를 입은 남자.

       집사 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이이익!! 내놔아!”

       

       

       어린아이와 말씨름하고 있는 여자까지. 좀처럼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흠.’ 헛기침을 한 나는 ’12번’이라고 적혀있는 종이 번호표를 손에 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님.”

       “지금 분석하고 있으니, 말 걸지 말도록.”

       

       

       나는 말릭의 단호한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뱉었다. 분석보다 더 중요한 부끄러움이란 게 있었으니까. 나는 혼날 것을 각오하고 말릭에게 물었다.

       

       

       “얼굴에 이상한 수염은 왜 붙였습니까?”

       “…음 수염 말인가.”

       

       

       변장한 모습을 알아봐 줘서 신이 난 말릭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답했다.

       

       

       “위장이라고 하는 거다.”

       “그게요?”

       “그렇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복장.

       

       

       갈색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에 가짜 수염까지 붙인 말릭은 지나가는 경비대에게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수상해 보였다.

       

       

       “너무 수상해 보이는데요.”

       “…”

       “저희가 산업 스파이라고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이상합니다.”

       

       

       말릭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정말 이상하냐고.

       

       

       “많이 이상한가.”

       “네.”

       “수염도?”

       “수염 때문에 더 이상해 보입니다.”

       “…직원들이 감쪽같다고 좋아했었는데.”

       “사장님한테 대놓고 별로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

       

       

       기껏 준비한 변장이 허사로 돌아가자, 말릭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에 붙여놨던 엉성한 수염을 떼어냈다.

       

       

       “정말로 이상한가.”

       

       

       아직도 미련이 남는지, 반쯤 떼어낸 수염을 손에 쥐고 머뭇거리는 말릭. 나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릭은 속상했다.

         

         

       줄은 길었다.

       우리 차례가 오려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될 정도로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었다.

       

       

       ‘많네.’

       

       

       ‘숲의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긴 웨이팅. 빨리 먹고 일을 해야 되는 하멜의 특성과 맞지 않은 모습에 나는 의문을 가지고 말릭에게 물었다.

       

       

       “사람이 상당히 많네요.”

       “그렇지.”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했죠?”

       “2주. 네가 북부 여행을 갔을 때 오픈했다.”

       “2주요?”

       

       

       나는 고개를 들어 가게를 바라봤다.

       

       

       [식당 : 유람]

       

       

       특별할 것 없는 간판에 평범한 인테리어. 점원도 많은 것도 아녔다. 테이블 회전율도 빠른 것도 아니었고.

       

       

       넓지도 않고.

       특색있는 메뉴도 없는 식당에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건지, 아무리 개업 버프를 받았다고 해도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나는 의문을 담아 말릭에게 물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요. 개업 때문에 손님이 많은 시기도 이제 슬슬 끌 날 때가 됐는데.”

       “그렇지.”

       

       

       말릭은 문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게 이상해서 이곳에 오자고 한 거다. 특별한 것 없는 가게에 손님이 왜 이리 많은지 궁금하니까.”

       “수익에 타격은 있습니까?”

       “아니, 고객층이 달라서 손해는 없었다. 단지 배울 게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나는 자본으로 밀어붙였으니까, 밑바닥을 잘 모르거든.”

       “흐음…”

       

       

       나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의 메뉴판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데.’

       

       

       수도에 오픈한 떡볶이 레시피를 배겼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샐러드나 리조또.

       스테이크와 빵 정도가 전부인 메뉴에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할 이유는 없으니까.

       

       

       나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작은 한숨을 뱉으며 초콜릿을 먹고 있는 아가씨를 내려다봤다.

       

       

       “아가씨.”

       “응.”

       “초콜릿은 어디서 나셨습니까?”

       

       

       아가씨는 손가락으로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꼬마를 가리키며 답했다.

       

       

       “쟤꺼 뺏었어.”

       “오…”

       “내가 달라고 하니까 주던데.”

       “강탈 아닙니까?”

       

       

       아가씨는 방긋 웃으며 당당히 말했다.

       

       

       “이것도 능력이야.”

       “확실히 재능이긴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회의 질서를 어린아이에게 알려준 아가씨를 칭찬했다.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옆에 있는 누구처럼 아침마다 ‘공습경보’를 울릴 테니까.

       

       

       “리카르도 속으로 내 욕했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눈빛이 그랬어.”

       “날카로우시군요.”

       

       

       나는 아가씨의 입에 초콜릿을 밀어 넣으며 입을 닫게 했다. 말싸움으론 아가씨를 이길 수 없으니까. 참된 집사의 마음가짐으로 아가씨의 입을 닫았다.

       

       

       “이익…”

       

       

       입에 당이 들어오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고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뱉었다.

       

       

       “아가씨,”

       “웅.”

       “이 식당 맛있을 것 같나요?”

       “몰라.”

       “냄새가 맛있을 것 같다던가, 별로일 것 같다던가.”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리카르도.”

       “네.”

       “나 개 아니야.”

       

       

       확실히 맞는 말을 하는 아가씨였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앞에 선 손님이 들어가고 새롭게 뒤에 줄을 서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울고 있던 아이에게 초콜릿 하나를 쥐여주고 올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길었던 기다림의 끝이 찾아왔다.

       

       

       -12번 손님!

       

         

       산업 스파이로서 일할 시간이 찾아왔다.

       

       

       *

       

       

       -달그락.

       

       

       “…”

       “…”

       “…”

       

       

       -달그락.

       

       

       말없이 접시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테이블. 아무 말 없이 접시에 올려진 고기를 써는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뭐랄까.

       

       

       맛은 있는데, 무난한 느낌.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주변에 있는 식당보다 조금 나을 정도의 맛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접시를 비워나가고 있었다.

       

       

       “이이익…”

       

       

       페x리 1호기에 앉은 아가씨는 분노의 나이프 질을 하면서 화를 삭이고 있었다.

       

       

       “안 익었어….”

       “‘음메’하고 우는 것 같잖아.”

       “사장….”

       

       

       ‘챙그랑’ 포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눈을 부릅뜬 아가씨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점원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이익..”

       

       

       나는 아가씨의 입을 막으며 미소를 지었다.

       

       

       “참으세요. 아가씨.”

       “못 참아. 내가 바싹 익혀달라고 했는데, 살아있는 소를 접시에 올려놨잖아!”

       “주문이 잘못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구워달라고 말할 테니까. 이번만 살려줍시다.”

       “이이이이이익!”

       

       

       아가씨의 표정은 살벌했다.

       

       

       고기라는 주제에 한해서 한없이 예민해지는 아가씨는 씩씩거리는 콧김을 뿜으며 화를 참고 있었다.

       

       

       아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방을 바라보며 합리적인 결론을 뱉어냈다.

       

       

       “나를 암살하려고 한 게 분명해.”

       

       

       손에 나이프를 쥐고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는 아가씨를 나는 차분히 안정시키고 접시에 놓인 음식을 가만히 바라봤다.

       

       

       ‘맛없네.’

       

       

       냉정하게 말해서 맛이 있는 건 아니었다.

       

       

       좋은 것만 먹어서 그런지, 입맛이 까다로워진 탓도 있었지만, 기다릴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니었다.

       

       

       말릭도 마찬가지.

       

       

       접시의 음식을 다 비운 말릭은 손수건으로 입술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군.”

       “…”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야.”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렇지. 양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지도 않고.”

       

       

       말릭은 헛웃음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맛도 아니고. 저렴해서도 아니다라…. 재미있어.”

       

       

       요식업에 미친 사람답게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접시의 소스를 맛보는 말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리카르도.”

       “네.”

       “너는 알겠나. 이 식당이 왜 인기가 많은지?”

       

       

       나는 말을 흐리며 답했다. 솔직히 모르겠으니까. 이 정도 요리로 맛집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만드는 게 더 맛있을 것 같아서 이렇다 할 말을 못 하겠네요.”

       “흠.”

       

       

       말릭은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지금까지 맛이 없는 식당이 성공한 사례를 세 가지 봐왔다.”

       

       

       하나.

       “인맥이 엄청 넓은 식당.”

       

       둘,

       “유명인이 차린 식당.”

       

       마지막 셋.

       

       

       말릭은 진지한 눈빛으로 주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이 예쁜 식당이다.”

       “네?”

       “내가 볼 때는 이 식당은 마지막 부류인 것 같은데.”

       

       

       말릭은 입가를 닦은 손수건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손을 슬그머니 들고 점원을 불렀다.

       

       

       그리고.

       

       

       “으익?!”

       

       

       아가씨가 먹고 있던 접시를 뺏으며 덜 익은 스테이크를 가리켰다.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는 아가씨.

         

         

         

       페x리 1호기로 고기를 구우려고 했던 아가씨는 멀리 떠나간 고기를 보며 주먹을 쥐었지만 말릭은 가볍게 무시하고 찾아온 점원에게 말했다.

       

       

       “고기가 덜 익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바꿔드리겠습니다!”

       

       

       말릭은 당황하는 점원을 향해 단호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사장을 보고 싶군.”

       “네?”

       “같은 요식업 종사자로서 참을 수 없어서 말이다.”

       

       

       말릭은 점원을 향해 팁을 내밀며 말했다.

       

       

       “나쁜 말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5분이란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만들어온 스테이크를 가지고 오는 여자는 말릭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 점원이 주문을 잘못 받은 것 같아서…. 원하시는 메뉴가 있으시면 서비스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말릭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

       

       

       “…그대가 사장인가.”

       

       

       그리고.

       

       

       마스크를 벗은 여자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사장입니다.”

       

       

       익숙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처럼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제법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흐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에 나는 의문을 품었다.

       

       

       ‘누구지.’

       

       

       나는 말릭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장을 보며 기억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옆에 작게 들려오는 아가씨의 중얼거림에 나는 익숙함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미하일…”

       

       

       미하일.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가 미하일의 어머니란 사실을.

         

         

       소설에서 그녀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서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나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여자가 웃을 수 없는 재회를 할 사연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비공개로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요새 4시 연재가 일상이 된 요정… 반성을 하고 있습니닷!
    빨리 돌아와야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닷! 최대한 빨리 돌려보겠습니닷!
    곰탕이에 대한 질문을 해주신 독자님!
    곰탕이는 살찐 그리즐리 베어라는 곰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순한 인상을 가지고 있고 뭔가 맹해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닷!
    한 가지 특징이라면 움직일 때마다 뒤뚱거린다는 특징이!
    동글동글한 곰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닷!

    독자님에게 주말을 화끈하게 보낼 수 있는 화끈의 요정! 불금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비공개로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헤응! 요정도 독자님의 사랑에 감사를 하고 있습니닷!
    최근 더워지는 날씨에 썬크림을 항상 챙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닷!
    자외선은 피부의 적! 항상 햇빛의 요정을 경계해야 하니까요!

    독자님에게 햇빛에 상처받는 피부를 지켜주는 방호의 요정! 늙지 않는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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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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