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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내가 신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첫째.

        인간 아케포라스와 관련된 사항들을 모두 취소하는 것.

       

        둘째.

        나를 해하려 한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의 처벌.

       

        위의 두 사항은 지켜졌다.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는 자신의 신앙을 깎는 위험을 감수하며 아케포라스에게 내려진 마지막 시련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림자의 여신 칼리파는 나의 노예로서 떨어졌다.

       

        “이거 놔! 이거…….”

       

        콰드득!

       

        나는 단숨에 나를 해하려 했던 신을 물어 죽였다.

       

        비록 이 여신에게 나를 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여신은 나를 해하려 했다.

        ‘의도가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피해가 될 뻔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이빨을 드러낸 경쟁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콰드득!

       

        주륵…….

       

        신앙에 의해 금빛으로 빛나는 신혈(神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의 신이 목숨을 잃었다.

       

        툭!

       

        떼구르르…….

       

        = 소멸시키지는 않겠다.

       

        “……고맙소.”

       

        그림자의 여신이었던 초월자의 머리를 챙겨 든 페르제스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내 본체는 다시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제 다시금 100년의 긴 잠에 빠져들 계획이다.

       

        “마지막 요구는 확실하겠지?”

       

        “물론이오.”

       

        아바타인 나의 말에, 페르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들에게 요청한 마지막 세 번째 요구.

        그것은 ‘조건부로 이들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나도 신들도 ‘내 본체’를 세상에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나는 필요성 때문에 이 조건을 걸었을 뿐이고, 신들도 내가 이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것을 꺼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합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조만간 우리 신들의 연회가 열릴 예정이오. 그때 부르도록 하지.”

       

        “그래.”

       

        하늘의 주신인 페르제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한 페르제스는 다른 신들과 함께 신계로 돌아갔다.

       

        신들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곳에 남은 신계의 파수꾼 푸푸르마와 인간 아케포라스를 바라보았다.

       

        “요르의 왕자, 인간 아케포라스여. 이제 돌아가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멸천룡이시여! 이 은혜, 제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인간 아케포라스가 절절한 감정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내려진 8번째 시련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8번째 시련이 단순히 ‘이번 것은 취소하고, 새로운 시련을 내린다’라는 의미였다면 이렇게까지 감사를 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늘의 주신도 자기 신앙을 그렇게 깎아내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다.

        즉, 이번에 ‘시련의 취소’가 뜻하는 의미는 ‘8번째 시련 자체가 사라졌다’라는 의미다.

       

        “멸천룡님 덕분에, 저희 요르에 내려진 벌은 전부 끝났습니다. 또한 제 목숨까지 보살펴 주셨으니, 어찌 이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나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은혜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흠…….”

       

        계속 감사를 전하는 인간 아케포라스.

        나는 그런 인간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우선은 돌아가거라. 가서, 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서의 책임을 다하거라.”

       

        “네!”

       

        “푸푸르마. 데리고 가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푸푸르마와 아케포라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 어우.

        – 깔끔하게 죽이셨넼ㅋㅋ

        – 너무 편하게 보내신 것 아님?

        – 소멸도 안시키셨다고요?

        – ㅎㄷㄷ

        – 너무 무르게 처벌하신 것 아닌가요?

       

        “무르게라…….”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그렇게 처리했을 터다.”

       

        – ?

        – 왜요?

        – ???

        – 본보기를 보여야 하지 않음?

        – 읭?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모두가 잊은 것 같아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 차원에 ‘손님’의 신분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대가를 지급했고, 당당히 손님으로서 그 차원에 머물다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피해를 입히려던 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했지.”

       

        그런 내 요구에, 저들은 그 범인을 나에게 넘겨 버렸다.

        나는 그저 그들의 규칙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바랐는데, 그들은 그 처벌마저도 나에게 넘긴 것이다.

        내가 칼리파를 죽인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 그러니까 더 괴롭히는 것이 낫지 않나요?

        – 바로 죽이기보단, 살려서 고통을 주는 쪽이 더 낫지 않나요?

        – ㅋㅋㅋㅋ

        – 그냥 살려서 계속 때리시지.

        – 아닠ㅋㅋㅋ

        – 왜 이렇게들 살벌햌ㅋㅋㅋ

        – ㅋㅋㅋㅋ

       

        “너희의 의도는 잘 알겠다.”

       

        저들의 무슨 의미로 저렇게 말하는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하려면, 나 역시 계속 그쪽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느냐?”

       

        살려 두고 계속 고통을 준다?

        그 말은, 나 역시 그쪽에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소리다.

       

        죄인이 죽지 않도록 살피고, 어떻게 해야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죄인이 도망치지 않을지 감시하고.

        물론 상대도 초월자고, 나 역시 초월자이니 하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생긴다.

       

        “내가 귀찮게 그런 수고를 할 정도로, 그 여신이 나에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지 않으냐?”

       

        내 남편을 고통스럽게 죽였던 신들이라면…… 그들이라면 내가 신경 써서 오랫동안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그 부분만은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고는 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그 여신은……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주위를 날아다니는 파리에 불과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맞는 말이긴 함ㅋㅋㅋㅋ

        – 고문하는 것도 목적이 있으니까 하는 거긴 함.

        – ㅋㅋㅋㅋㅋㅋ

        – 맞넼ㅋㅋㅋㅋㅋㅋ

        – 귀찮게 고문을 왜함?

        – 그냥 죽이면 깔끔하긴 함ㅋㅋㅋㅋㅋ

       

        “그렇지?”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이 세상의 인간들은 고문이 기본전제라고 생각할 뻔했다.

       

        – 아닠ㅋㅋㅋㅋ 저기욬ㅋㅋㅋ

        – 저희는 무슨 고문쟁이로 아시나요?

        – 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모두가 한목소리로 나에게 고문을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내가 그런 오해를 할 법도 하지 않은가?

        그런 내 말에 시청자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할 말이 없겠지…….

       

        – 이건 딱하면 딱인데.

        – 종족이 다르니까 뭐라고 하기 애매하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우리 라나님 하고 싶은 거 다해!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

        – 세계 멸망 같은 것만 제외하고 다 하셔요.

        – ㅋㅋㅋㅋㅋ

       

        “큼큼!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시청자들의 말을 가볍게 넘긴 후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로부터 약…… 10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쯤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던 것 같다.

        섬에서 느긋하게 찜질을 하던 나에게, 방문자가 찾아왔다.

       

        “약속했던 세상의 구경. 그 첫 시작인 신들의 연회에 대한 안내인이었단다.”

       

       

        *            *            *

       

       

        = 멸천룡이시여.

       

        = 왔구나.

       

        나는 몸을 담그고 있던 마그마에서 목을 쭉 뺐다.

        그리고 예를 취하는 푸푸르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 시간이냐?

       

        = 그렇습니다.

       

        푸푸르마의 말에, 나는 즉시 용금을 빼어내 아바타를 생성했다. 

        내 본체로 자그마한(?) 신들의 연회에 가는 것은 무리가 있는 행동이었고, 또한 ‘세상의 구경’에 허락받은 것은 내 본체가 아닌 아바타였기 때문이다.

       

        “가자꾸나.”

       

        = 네.

       

        나의 아바타의 주위로 푸푸르마의 초월이 휘감기 시작한다.

        ‘공간’, 혹은 ‘이동’과 관련된 초월이었던 듯, 순식간에 우리는 차원을 넘었다.

       

        나의 용금에 의해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대지는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구름의 형상을 띈 대지.

        그리고 그 위로 지어진 신들의 건물이었다.

       

        = 어서 오십시오. 이곳이 바로 저희들의 신계인 ‘아르하티아’입니다.

       

        “그렇구나.”

       

        이 세상에 막 도착했을 때 본체의 모습으로 한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들의 차원인 만큼, 독특한 개성이 돋보이는 신계의 형태를 느긋하게 구경한다.

        그러는 사이, 나와 푸푸르마의 곁으로 다른 이들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음? 너희들은 누구냐?”

       

        “저희는 페르제스님의 권속입니다. 이곳에 머무시는 동안, 멸천룡님의 시중을 명 받았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권속들이 온 것을 확인한 푸푸르마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 나머지 안내는 이들에게 받으시면 됩니다.

       

        “그래. 너도 수고하거라.”

       

        = 네. 그럼…….

       

        스르륵!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진 푸푸르마의 빈자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안내하거라.”

       

        “네.”

       

        그렇게 나는 나에게 배정된 신전으로 향했다.

        신들의 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            *            *

       

       

        – 오오오오!

        – 신들의 연회!

        – 그래서요? 그래서요? 그래서……

        – 기대 중!

        – 큭! 빨리요! 다음 편!

       

        “그래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던 내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아. 뭔가 불길한데?

        – ㅋㅋㅋㅋ

        – 저 시선! 설마?!

        – 아앀ㅋㅋㅋㅋ

        – 제기랄!

        – 더 월드! 더 월드으으!!

       

        “……방송 종료 시간이 다 되었구나.”

       

        – 안대대대ㅐ애ㅐㅐㅐ1!

        – ㅡㅏ로ㅓ랴ㅗㅇ리ㅓㅜㅁ;으차ㅓㄱㅂ

        – 끄아아아앙!!

        – ㅋㅋㅋㅋㅋㅋㅋ

        – 에휴. 용바.

        – 내일 될까지 나 좀 기절시켜줘!!

        – 끼에에에에에에에ㅔㅔㅔㅔ!!

       

        내 말에 시청자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로 지른 이들은 없겠…… 없겠지?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해 주마.”

       

        – 용바

        – 라바!

        – 용바용바!

        – 용바바요.

        – 빠빠이

        – 힝… 용바

       

        그렇게 오늘의 방송은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글이 잘 안써집니다. ㅠㅠ

    슬럼프인가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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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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