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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 ***

         

       와아아아아!!

         

       누루부치, 니마갈첸, 수달차는 4일 연속으로 마술공연을 즐겼다. 마술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인파는 무섭게 불어났으나 세 사람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역시 흑묘라는 처자와 호천안 시주가 확실히 뛰어나군.”

         

       마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기인이었지만 마술사들 중에서도 흑묘와 호천안의 인기는 특별히 더 드높았다. 호천안의 마술 실력은 다른 마술사와 격이 달랐고 그 뒤를 따르는 흑묘는 마술 실력에 그 외모까지 더해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저 흑묘라는 처자 좀 낯이 익지 않습니까?”

         

       누르부치의 발언에 니마갈첸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어허 어찌 그런 경박한 말을 입에 담는가? 자네는 좀 더 수도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할 듯 싶군.”

         

       “아니, 정말로..누구랑 닮았는데…누구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마술 관람이나 하게!”

         

       [자, 이제 불이 붙습니다!]

         

       마술 공연은 절단 마술로 끝나는 첫번째 공연과 탈출 마술로 끝나는 두번째 공연이 있었다. 금일 공연은 탈출 마술로 마무리되는 두번째 공연이었다.

       

       무대의 마지막을 알리는 탈출 마술이 시작되었다.  옥수수의 전신에 쇠사슬이 감기고 수많은 자물쇠가 채워졌다. 그 후 천으로 옥수수의 모습이 가려진 뒤 호천안은 망설임없이 천 위에 기름을 뿌리고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라사의 시민들이 점차 타들어가는 도화선을 보며 비명 섞인 환호성을 질렀다. 세 사람은 이미 한 번 본 마술이었지만 대화조차 잊고 눈을 부릅떴다.

       

       기름을 머금은 천이 활활 타오르고 사람들은 숨을 쉬는 쉬는 것초차 잊고 몰입했다. 천이 모두 타 들어가고 과연, 옥수수 마술사는 살아 있을 것인가! 

       

       포달랍궁의 세 사람은 탄성을 흘렸다. 

       

       “이런, 오늘도 놓쳤군.”

         

       “참으로 기오막측해. 가장 가까운 좌석이 거리도 무대와 가깝지 않으니 천막 속 인기척을 느끼기기 어렵군.”

         

       천막이 모두 불타오르고 남은 것은 시꺼먼 재와 쇠사슬 뿐!

         

       [정말 놀랍습니다! 옥수수 마술사는 과연 탈출에 성공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재만 남기고 사라진 것일까요? 모두 옥수수 마술사를 불러 봅시다!]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 마술사가 무대 뒷편에서 달려나오고 마술 공연은 역시나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 사람은 공연 시작 전에는 안전 요원이었으나 지금은 수금 요원으로 바뀐 일꾼의 바구니에 적정량의 돈을 집어 넣은뒤 포달랍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본 마술을 주제로 가볍게 한담을 나누던 누르부치는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러고보니 이제 며칠이나 더 마술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니마갈첸의 한숨에 누르부치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가?”

         

       “저희야 마술공연을 할 때마다 현장에 있어서 알 길이 없었지만 마술공연 때의 환호성이 포달랍궁에까지 들리는 모양입니다.”

         

       “음…”

         

       “벌써 사흘이나 살폈으니 이제 마술을 조사한다는 명분도 사실 약해졌고…”

         

       수달차가 점잖게 말했다.

         

       “일단은 모른 척 하고 있게나.”

         

       세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고 하면 외출도 끝장날 터.

         

       “알겠나? 궁주님이 직접 묻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일단은 함구하게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포달랍궁에 도착하자마자.

         

       “라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빠짐없이 고하거라.”

         

       포달랍궁의 궁주, 라노징부에게 소환되었다.

         

       *** ***

         

       포달랍궁의 궁주 라노징부는 정성스레 의관을 갖추었다. 뜨거운 물에 온 몸을 깨끗이 씻어낸 것은 물론이고 푹 삶아 잡스런 기운을 모두 털어낸 의복을 정제했다.

         

       “준비 되셨소?”

         

       “물론이지요.”

         

       라노징부는 자신의 아내인 차이랑과 함께 포달랍궁의 한 장소를 방문했다. 혹 누군가 방문하면 대장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몰아치는 곳이었다.

         

       “사라야, 우리가 왔단다.”

         

       “어서오세요. 어머니, 아버지.”

         

       포달랍궁의 소궁주이자 올해로 열 다섯 살이 된 사라는 시녀들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상세가…’

         

       포달랍궁의 궁주 라노징부는 자신의 딸, 라노사라의 상세를 조심히 살폈다. 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역시 상세에는 차도가 없었다. 아니 나빠졌다.

         

       라노징부는 능숙하게 표정 관리를 하며 라노사라에게 물어 보였다.

         

       “그래 오늘은 무엇을 하며 보냈느냐?”

         

       “마사라이가 책을 읽어 줬어요.”

         

       라노사라는 천천히 책의 내용을 말해 주었다. 어느 탁발승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불법을 깨우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승려가 비를 피해 동굴에…콜록. 콜록!”

         

       흥미로운 내용이었는지 조금 열을 올렸던 라노사라는 아니나 다를까 기침을 했고 대기하고 있던 의원이 서둘러 라노사라에게 탕약을 권하고 몸을 눕혔다.

         

       “사라야, 내일 또 이야기 하자꾸나.”

         

       “…네.”

         

       라노사라는 고개를 숙였다. 하루 종일 병상에 누워만 있는 사라에게 있어 부모님의 방문은 몇 안 되는 낙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시간이 자신의 기침 때문에 이리 싹둑 잘려버렸으니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라노징부와 차이랑은 라노사라의 실망한 기색에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

         

       그리고 그 침묵을 비집고 들어오는 미약한 함성 소리.

         

       “…바깥에 무슨 일이 있나요?”

         

       “음. 라사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어쩐지, 즐거운 기색이네요.”

         

       라노사라가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라노징부는 애써 얼굴을 펴며 웃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사라는 자신의 처소에서 나올 수 없는 처지였다. 방 주변에 뜨거운 불을 지펴 삿된 것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금새 병마가 사라의 몸에 자리잡기 때문이었다.

         

       바깥의 일에 관심과 호기심을 품어 봐야…사라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었다.

         

       “바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지.”

         

       “…그럴까요.”

         

       “그래. 쓸데없는 것에 심력을 소모하지 말고 병마를 물리치는데 집중하자꾸나.”

         

       “네.”

         

       라노사라는 이불을 덮고 누웠다. 마지막으로 그런 라노사라의 손을 잡은 두 사람이 빠져나가려는 찰나.

         

       “아버지, 어머니.”

         

       두 사람의 발이 멈추었다.

         

       “도시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렇구나.”

         

       라노사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 알아보도록 하마.”

         

       사라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고마워요, 아버지.”

         

       “그래.”

         

       사라의 처소를 빠져나온 차이랑이 눈물을 흘렸다. 라노징부는 한숨을 내쉬며 아내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 마음아파하지 마시게.”

         

       “흑흑, 하지만…저 아이가 이 포달랍궁에서 나간 지가 언제입니까. 그저 저 방에 갇혀…”

         

       라노징부는 말없이 아내의 등을 쓸었다. 차이랑을 진정시키고 방까지 배웅해 준 라노징부는 분노를 억누르며 빠른 걸음으로 포달랍궁의 내부를 걸었다.

         

       포달랍궁 안에서도 바깥의 환호성이 들린 지도 벌써 3일이 넘었다. 도시에서 소란이 이는 일은 드물긴 해도 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던지라 라노징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포달랍궁은 그저 승려들을 지키는 수호자일 뿐 라사의 지배자는 아니었으니까.

         

       라노징부는 자신의 분노가 그저 화풀이가 되지 않도록 간신히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딸아이가 아픈 것과 라사의 시민들이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는 일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내가 불행하고 슬프다고 하여 타인까지 불행하고 슬프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었다.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아이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만 하자.’

         

       “중직!”

         

       “궁주님.”

         

       “라사의 소란이 드높은 포달랍궁의 벽을 넘고 있다. 밀승과 승려분들의 수행에 방해가 될까 두렵구나. 속히 원인을 조사해 보도록.”

         

       “그러지 않아도 수달차 님이 조사를 해 보겠다며 궁을 나서셨습니다.”

         

       “수달차가?”

         

       라노징부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수달차는 라노징부의 친척이었다.

         

       ‘그래, 네가 그래도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는구나.’

         

       친척 동생이 자신이 신경 쓰기 전에 이미 사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소식에 라노징부는 잠시나마 흐뭇한 미소를 띄었다.

         

       중직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흘 전부터 나가셨는데…날이 갈수록 소란이 커지는 것을 보면 예삿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뭐라?”

         

       라노징부의 눈썹이 다시 역팔자를 그렸다.

         

       라노징부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 바보일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깥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실린 감정은 명확했다. 그의 딸인 라사조차도 숙소로 파고든 미약한 소리를 듣고 그 감정을 추측해 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흥분. 즐거움. 경탄.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바깥에서 벌어지는 것은 흥겨운 축제였다.

         

       그런데 그런 ‘축제’가 벌어진 ‘원인’을 파악하는데 무려 사흘이나 걸린다고? 그것도 사흘 동안 나갔는데 사태가 수습되기는 커녕 더 커지고 있다고?

         

       라노징부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정황증거는 매우 명확했다.

         

       수달차는 조사가 아니라 놀러 나간 것이다!

         

       ‘이놈이….?!’

         

       조카딸이 앓아 누웠는데 지금 제놈은 핑계를 대고 나가서 축제를 즐겨?

         

       “그 자식이 들어오거들랑 곧바로 궁주전으로 보내게! 그 놈이랑 같이 나간 무도승들도 싹 다!”

         

       “예!”

         

       *** ***

         

       니마갈첸과 누르부치는 찍 소리도 하지 못한 채 대가리를 박듯이 합장했다. 난폭한 기세를 여과 없이 내뿜고 있는 궁주 때문이었다.

         

       “그래, 사흘이나 그 경과를 살폈으니 라사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겠구나?”

         

       “물론입니다. 궁주님.”

         

       누루부치와 니마갈첼은 여유롭다 못해 느물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수달차를 보며 뜨악했다.

       

       라노징부의 기세가 강해졌으나 수달차는 태연히 호천안 일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마술…?”

         

       “그렇습니다. 이름이 좀 그렇긴 하지만 내 사흘간 눈을 부릅뜨고 보았으나 사특한 기운이라고는 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루이틀이면 충분히 판단할 사안을 무려 사흘씩이나 투자했으니 아주 정확하겠지.”

         

       라노징부의 비꼼에도 수달차는 초지일관 뺀질거리는 태도로 일관했다. 누루부치와 니마갈첸은 그저 바닥만을 바라본 채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무리 두 사람이 형제나 다름없는 친척관계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반성하는 척을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어째서 이리 어깃장을 놓는지!

         

       “그래, 자중을 부탁해 보기는 했느냐?”

         

       “제가 무슨 염치와 명분으로 그들에게 자중을 부탁하겠습니까? 라사인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표현을 억제라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아니면 이역만리 타향에서 자립을 위해 자신의 재주를 펼치는 이들을 핍박이라도 해야 할까요?”

         

       라노징부는 묵직한 눈으로 수달차를 바라보았다.

         

       ‘아주 작정을 했구나.’

         

       라노징부는 수달차의 얼굴에서 확고한 결심을 읽었다. 이미 수달차의 마음 속에서 어떠한 결론이 뚜렷하게 서 있다는 것을 안 라노징부는 우선 수달차의 속내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일을 어찌 처리할 생각이냐?”

         

       “저들이 공연을 하는 이유는 금전적 문제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저들에게 여비를 제공하자?”

         

       라노징부는…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돈을 주어서는 저들 역시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포달랍궁 내부에서 공연을 한번 벌여달라고 하고 돈을 두둑하게..”

         

       “불가!”

         

       라노징부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수달차! 이곳은 승려들과 밀승들이 수련하는 신성한 포달랍궁이다! 이 신성한 수행의 장소에 예인들을 들여 소란을 피우자고? 제정신이냐!”

         

       “저는 아주 또렷하게 제정신입니다. 형님.”

         

       “궁주라 부르지 못할까!”

         

       “눈이 먼 것은 형님이요.”

         

       수달차는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님이 아는 라마님들과 밀승들은 대체 어떤 존재들이오! 병에 걸린 아이를 위문하기 위해 포달랍궁에 소란을 일으킨다 한들 화를 낼 자들인가? 결단코 아니오!”

         

       “이놈이…!”

         

       “형님이 이토록 화를 내는 이유는 이 신성한 공간에 소란을 일으켰다가 천벌을 받아 사라의 상태가 나빠질까하는 노파심 때문이 아니오!”

         

       라노징부는 대답하지 못했다.

         

       “형님, 이건 기회요. 내 사라의 약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문물을 구경했지만 저만한 재주를 부리는 이들은 내 평생 처음이었소. 이 라사에 저런 재주를 지닌 이들이 다시 올 일이 있겠소? 사라도 사람 답게 살며 즐거움을 느껴야 더 힘을…”

         

       “지금.”

         

       수달차는 입을 닫았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가 라노징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사람답지도 않게 지낸다고 말한 것이냐? 내 딸아이가 방 안에서만 지내는 현실이 나는 편하다고 여기느냐? 어떻게든 천형의 진행을 늦추고자하는 필사적인 발버둥 아니더냐! 그런데! 다른 자도 아니고 네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수달차는 고개를 숙였다.

         

       “….실언이었소. 형님.”

         

       “썩 물렀거라!”

         

       *** ***

         

       “그래서 수행자께서는…”

         

       라노징부는 어제의 이야기를 이어 말하는 사라를 바라보며 웃었다.

         

       ….와아아아아!

         

       어제보다 좀 더 선명해진 함성이 귀에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꿈속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마귀를 만나 위기에 빠지셨죠.”

         

       사라는 잠시 멈칫했지만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라노징부는 그런 사라를 보면서 자신의 표정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라노징부와 차이랑은 느릿하게 이어지는 사라의 말을 경청했다.

         

       어제와 같이 흥분해서 지금의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함성소리를 못들은 척 하면서 시간을 보낸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컸구나.’

         

       사라는 바깥의 일을 묻지 않았다. 날 때부터 오성이 뛰어난 아이었으니 라노징부의 곤란함을 읽어내고는 호기심을 억누른 것이겠지.

         

       딸아이의 천형을 고쳐 주기는 커녕 딸이 마술을 보고 싶다고 말할까 두려워 바깥의 소식 하나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아비라니. 라노징부는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느낌에 성벽으로 발을 옮겼다.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지금의 심정이 진정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와아아아아아!!

         

       “괜히 왔나.”

         

       더욱더 선명해진 함성에 라노징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답답함을 풀고자 올라온 성벽이었건만 가슴은 더욱더 먹먹해졌다.

         

       ‘돌아가자…묵상이라도 하면서 마음을…’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라노징부는 성벽 한곳에 모여 있는 수도승들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라노징부는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가자 수도승들이 왜 모였는지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모여 있는 마술 공연의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좀 보이나?”

         

       “그나마 좀 보이긴 하는군. 그러게 평소에 수련을 안 한 대가를 이리 치루는 거야.”

         

       “오늘부터 안법을 집중적으로 수련해야겠군.”

         

       라노징부는 말없이 그들이 근처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허, 헉!”

         

       “구, 궁주님!”

         

       구경에 뒤늦게 궁주를 발견한 수도승들이 대경해 합장을 해 보였지만 라노징부는 그들을 탓하지 않고 안력을 끌어 올렸다.

         

       라노징부는 마술공연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무대에서는 여일예의 봉 마술이 한창이었다. 현란하게 돌아가는 봉이 눈 깜빡할 사이에 두 개 네 개로 늘어났다가 다시 하나로 돌아갔다.

         

       수도승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자리에 굳어 있었고 라노징부는 계속해서 마술이 펼쳐지는 무대를 주시했다.

         

       마술도 보았지만 라노징부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부모님의 어깨 위에 올라간 코흘리개들, 제 또래들과 삼삼오모 모여 마술을 관람하고 있는 청소년기의 아이들.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이 라노징부의 눈에 박혔다.

         

       와아악!

         

       절단 마술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사라 또래의 아이. 모든 마술 공연이 끝나자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꾼의 주머니에 돈을 넣었다.

         

       라노징부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집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소녀를 보고는 눈을 감았다.

         

       저 나잇대의 소녀들은 저렇게 웃을 수 있구나.

         

       라노징부는 마치 잊었던 사실을 깨우치듯이 그리 생각했다. 그는 오랜 기간 사라만을 바라보았고 사라는 저렇게 격렬한 감정표현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방에 갇혀 고작해야 수행자들의 여행담이나 적인 책이나 읽으며 나올 수 있는 반응과, 혼을 쏙 빼는 화려한 볼거리를 목도한 소녀의 반응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

         

       “누르부치.”

         

       “예! 궁주님!”

         

       사흘간 가장 좋은 사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고도 미련이 남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성벽에 올라 눈을 부릅뜨고 있던 누르부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합장했다.

         

       “저들의 대표를 불러오거라.”

         

       라노징부는 사라의 환히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밥봉고!

    *[비공개]님께서 [8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무엇을…암시하는 것인지? 모르겠서! 응애답게 후원해주신 8코인은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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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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