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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대회 출전 신청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역시 게임 회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행사여서 그런지, 티어 인증도 쉬웠고.

        

       클릭 몇 번으로 끝나는 작업이었다.

        

       이게 왜 그리도 오래 걸렸냐고 묻는다면, 정말로 할 말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던 고로.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더랬다.

        

       프로게이머도 아니면서 대회, 그것도 본선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된다는 대회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영 어색했던 탓도 있었다. 언터처블스에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했지만, 그건 룰부터가 예능 대회에 가까웠고.

        

       그때까지만 해도, 명확한 목적이 있기도 했고.

        

       다만, 지금은 달성되어버린 목적이어서.

        

       약간은 멍한 머리에 이끌린 눈이 다시 한번 천천히 화면을 훑어 내렸다. 텐트 안에서 대충 속독했던 공지. 패치노트다. 과도하던 너프는 철회되고, 오히려 암살에 특화된 트리가 추가된.

        

       6개의 캐릭터가 출시된 이래 최초의 대격변급 패치다. 그 대상이 도적이 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그 덕에, 이 공지가 발표된 후로는 ‘도적’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는 일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도저히 하나하나 읽어볼 수 없을 정도로 글이 많아서.

        

       월드시리즈에서 도적이 활약했을 때는 GP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고, 내가 도적으로 1등을 달성했을 때는 나에게 관심이 쏠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관심이 오롯이 도적에게 쏟아진 탓이었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격돌모드나, 시작되지도 않은 대회는 화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더라.

        

       그러니까-

        

       이건, 도적부흥운동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였던 활동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음을 알리는 공지나 다름없었다.

        

       긴 시간이었다.

        

       전생과의 몇 없는 연결고리나 다름없던 나오나에 집착하고……그러면서도, 정작 나오나를 할 때마다 전생과의 괴리감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 괴로워서.

        

       하다못해 도적의 위상이라도 전생과 동일하게 올려두면, 나아질까 싶었더랬다.

        

       방송조차도, 그런 생각으로 조금은 막무가내로 시작했었는데.

        

       그래도……결국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도적부흥운동이 성공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

        

       순서로 보면, 그래.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오소독스에게 도적을 전수할 수도 없었겠지. 그러면, 월드 시리즈에서 도적이 활약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 너프가 되지 않았을 테니, 시위를 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결국 Dox……그 친구와 만나는 일도 없었을 거고.

        

       그러니까 결국, 결국은. 모두 방송을 시작한 덕분이기는 한데.

        

       동시에, 이렇게 되고 나니- 방송을 시작한 이유도, 인지도를 모아야 할 원동력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도 사실이어서.

        

       조금은 망설여지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작성자: ㅇㅇ]

       [제목: 근데 센세가 대회 나갔으면 좋겠긴 해]

       [사실상 어느 서버가 본토냐는 논란에 종지부 찍을 기회잖아

        

       프로 6:6? 응 우리가 우승했어~

        

       계급장 뗀 1:1? 응 그것도 우리가 우승했어~

        

       이거 레딧 가서 도배하는 거 어케 참음?

        

       그리고 그냥 팬으로서도 센세가 실력으로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음……

        

       요즘 육수농도 너무 짙어져서 솔직히 좀 좆같음……]

       –     센세가 나간다고 프로들까지 이길 수 있을까

       –     ㄴ 1등런 할 때부터 이 말 하다가 아닥한 새끼들만 한 트럭임

       –     나도 캠은 안 까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해

       –     ㄴ 시청자수가 2배가 늘었는데? 니가 뭔데 남의 생업 가지고 까라 마라냐

       –     ㄴㄴ 육수만 만 명이 늘어난 거 같은데 이게 좋은 게 맞냐?

       –     ㄴㄴ 육수는 돈 아님? 오히려 돈은 육수들이 내는 거다

       –     ㄴㄴ 센세가 돈 보고 방송한다고? 방송 초기에 나도 시청자 하고 싶으니까 니들이 도적 방송하라고 강퇴하던 년인데? 돈을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보법부터가 다르다.

       –     대회 나가서 우승하는 거 보고싶긴 해

       –     ㄴ 따먹이 은근 방구석 여포라서 오프 대회 안 나갈 거 같은데

       –     ㄴㄴ 시위에서 현수막까지 건 센세가 좃으로 보이냐

        

       [작성자: 도적도적]

       [제목: 사실 대회 나가길 바라면 개추]

       [나만의 작은 아따먹이 더 커지는 거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대회고 지랄이고 방송이나 켰으면 좋겠긴 하지만

        

       그래도 아따먹이 대회에서 진지 빡겜하는 거 좀 보고 싶긴 하다.

        

       옛날 맛이 그립다에오.

        

       무엇보다 이번엔 프로들 모가지 따고 어떤 티배깅할지 너무 궁금하다 이거에오]

       –     아따먹은 작았던 적이 없어 병신아

       –     ㄹㅇ 난 센세 진지빡겜이 제일 재밌었는데

       –     ㄴ 노방송 챌린저런이 좋았다고? 지랄 자제

       –     ㄴㄴ 유입임? 존나 재밌었으니까 방송을 안 한다고 난리가 났던 거임.

       –     더 로그 대회 나갔으면 좋겠어서 비추했습니다

       –     ㄴ 그딴게 있음? 시발 대체 뭐로 경쟁함? 스피드런?

       –     ㄴㄴ 있겠냐

       –     ㄴㄴ 있으면 주최자가 ‘그 텐련’일 거라고 확신한다

        

       [작성자: ㅇㅇ]

       [제목: 오히려 센세를 위해선 말리는게 맞다]

       [지금 센세는 의문의 은둔고수 느낌이잖아. 솔랭 1등 찍었고, 프로한테도 비장의 한 수 전수했다고 감사 인사 받고, 온갖 빌드들 꺼내오고 막 그러니까 ㄹㅇ 고-수 느낌인데

        

       괜히 프로들 상대로 진지한 대회 나갔다가 개털린다?

        

       바로 흔한 나오나 여스 되어버릴 거다.

        

       특히 센세는 그 성칭찬 마려워지는 몸매 때문에 오히려 평가절하 당하기 더 쉽다

        

       이건 팬이라면 말리는 게 맞음]

        

       [작성자: ㅇㅇ]

       [제목: 대회 나가면 실력만 까발려진다는 사람들 있는데]

       [대체 이미 랭킹 1등 찍은 사람이 뭘 얼마나 더 증명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설마 진심으로 아따먹이 뭐 도적 빨로 1등 찍은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 계신지?

        

       애초에 운영부터 교전까지 레벨이 달라요. 프로도 아따먹 플레이 보면서 배우려고 하는데 아직도 실력 타령하는 분들은 프로보다 잘 아셔서 그러시는 건가 싶음요;]

       –     도적빨은 아니어도 솔로랭크가 모든 건 아니니까 ㅇㅇ 이건 패러데이 공식 대회에 상금도 제법 되고 비시즌이라 프로들도 나올 거고, 센세는 결국 아마임. 이 악문 프로들 상대로도 먹힌다고 보는 건 조금…….

       –     한국 1등이지 유럽 북미에선 마스터밖에 못 찍었잖아

       –     ㄴ 안 찍은 거지 뭔; 마스터에서 별 잡 빌드들 시연하면서 승률 몇 나왔는지는 아냐?

       –     ㄴㄴ 결국 본토에선 챌 도전도 안 하고 튄 건 사실인데?

       –     ㄴㄴ 센세가 행복방송이나 했으면 싶다가도 이런 새끼들 보면 진짜 대회 좀 나갔으면 좋겠네

       –     ㄴㄴ 지도 지 실력 아니까 나간다 말도 못하는 거지 뭔;ㅋ

        

       대회를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왈가왈부 오가는 말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꿈틀거린 탓이다.

        

       다른 욕은 다 참아도, 게임 못한다는 말은 못 참는 게 게이머의 본성이니까.

        

       정말로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부딪혀보지 않을 수는 없겠더라.

        

       그리고, 응.

        

       나 보겠다고 모여든 사람들이 대부분 원하니까. 내가 뭐라고, 번거로운 카페 가입절차까지 거쳐가며 남기는 의견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더라.

        

       물론, 그런 의견 중에는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것도 있었으나- 이들조차도, 결국 대회 자체가 싫다는 건 아니었다. 대회 준비할 시간에 방송을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거나, 혹여 내가 망신을 당할까 걱정된다거나……결국, 그런 말이었으니.

        

       해결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든지.

        

       * * * *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대회 & 방송 공지]

       [비가 많이 오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여러가지 소식이 있어서 공지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대회 출전 예정입니다. 격돌 대회에 신청서를 냈어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볼 예정입니다.

        

       온라인 예선은 다음주부터라고 하네요. 좋은 결과 가지고 오겠습니다.

        

       또한, 어제 오늘 사이에 카페에 남겨주신 글들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번 캠핑 방송이 갑자기 끝나서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열화와 같은 호응에 감사드리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캠핑 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감사합니다.]

       –     아따먹! 아따먹! 아따먹! 아따먹!

       –     ㄴ 이새낀 진짜 모든 글에 제일 먼저 댓글 달고 있네; 직업 없음?

       –     ㄴㄴ 아따먹 글에 댓달기가 이 사람 직업이고 인생일 수도 있잖아 너무 뭐라 그러지 마라

       –     ㄴㄴ ㅇㅎ

       –     ㄴㄴ 그만해 시발롬들아

       –     방송 일정은 또 없네 시발거 진짜

       –     ㄴ ‘빠른 시일’ ‘캠핑’

       –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방종 때문에 지랄난 겁니다 센세…

       –     ㄴ 아따먹은 그런 거 몰라 캠핑하러 갈거야

       –     ㄴㄴ 아니 왜 갑자기 캠핑병이 들었어 시발

       –     온라인 예선은 방송해줄거죠? 제바류ㅠㅠ

       –     ㄴ 갠방 됨?

       –     ㄴㄴ ㅇㅇ예선까지 됨

       –     와 대회! 응원합니다^^

       –     방송! 일정! 좀! 쓰라고!

       –     ㄴ 어 뭐야 지금 켜졌는데?

        

       패치도 읽지 않았고, 고기도 먹지 않았으며, 대회 출전 여부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종료되었던 방송으로부터 약 24시간 후.

        

       《아. 잘 들리시나요.》

        

       다시 켜진 아따먹의 방송에 몰려든 시청자들은, 가장 먼저  우측 하단에 캠이 켜져있다는 사실부터 확인하며 안도하고 있었다. 불태울 때 불태우더라도, 예나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만큼은 모두가 동일했던 고로.

       

       그러나 화면 어디에서도 정작 스트리머는 보이지 않았다. 캠 화면에 무언가가 씌워진 듯이 흐릿하다는 걸 인지하는 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격돌 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다만, 카페를 보니 제 실력을 걱정해주시며 만류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소중한 의견은 항상 경청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결국 출전하게 된 만큼……걱정해주시는 마음을 덜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예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특별 시참에 당첨되셨으니 본인 나오나 아이디를 공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제 실력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는 특별 시참 과정이에요. 안 오시면 밴입니다.》

       

       부드러운 미성에, 미묘한 단호함이 섞여 있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kf5u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수정 중에 회차가 업로드 되었네요. 잠시 초고를 보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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