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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4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녹림채의 수장 사복은 불타오르는 건물들의 모습을 보고서 눈을 크게 떴다.

       

       그 불길 속에서 녹림을 구성하는 이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물! 물 가져와!”

       “씨발. 저게 물로 진화가 되겠냐?!”

       “씨발. 씨발. 씨발!”

       “끄아아아악!”

       

       불타오르는 나무 건물을 어떻게든 물로써 진화하려는 이들.

       

       그게 될 리가 있겠냐며 일단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소리치는 이들.

       

       이미 그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이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사복은 현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평화로웠으니까.

       

       “이봐!”

       

       사복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변을 살피고 있는 남자 하나의 멱살을 붙잡아선 그 눈을 노려봤다.

       

       “사…사복님.”

       “무슨 일이야.”

       “그것이. 무인이 쳐들어왔습니다.”

       

       귀찮게 됐군.

       

       언젠가 적이 쳐들어오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예상치 못했는데.

       

       정파놈들이 화공을 쓸 줄이야.

       

       화산문주 한 사람에게 깨진 후로 불의 소중함이라도 깨달았나보지?

       

       “몇 놈이냐.”

       

       이 녹림의 사람들은 혈교의 은혜를 얻어 어지간한 삼류 이류의 무인이라면 가뿐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을 지니고 있다.

       

       비록 무의 수준은 부족할 지라도 그걸 채우고도 남을 내기와 수가 있으니 어중간한 녀석들이 토벌을 나섰다면 진즉에 제압이 되었을 터.

       

       상황이 이러한데 녹림의 이들이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곧 그 상대가 그만큼 실력 있는 무인이라는 소리다.

       

       이만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라면 수가 꽤나 되겠지.

       

       허나 괜찮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 할지라도 혈교의 강시 앞에서는 무력하니까.

       

       오히려 잘 됐군.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몸 안에 품고 있는 내공은 맛있을 테니까.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

       

       “두 명입니다.”

       “…뭐?”

       

       두 명? 이만한 혼란을 일으킨 게 두 명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 할 지라도 결국에는 인간이다.

       

       그 몸은 하나란 말이다.

       

       겨우 둘이서 이 녹림에 거대한 소란을 일으키는 일 같은 게 가능할 리가.

       

       사복은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혼란의 한복판에 여성 하나와 여자아이 하나가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은 참으로 녹림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었다.

       

       고통스런 비명소리.

       

       공포에 질린 목소리.

       

       주변의 건물이 타들어가는 소리.

       

       그 한 가운데에서 느긋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은 꼭 주변의 풍경과 격리된 것처럼 보였다.

       

       “보아라. 민가야. 저 나무에 불이 붙을 때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느냐? 이를 잘만 활용하면 이렇게. 나무 자체에서 발화를 일으킬 수 있지.”

       “오. 이런 식인가?”

       “그래. 정확하다.”

       

       도술로써 건물에 불을 붙이며 히히덕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녹림의 수장인 사복조차 순간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키만한 지팡이를 든 채 웃음을 짓고 있는 저 여자아이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저 여자는 알고 있다.

       

       검은 색의 무복을 입고 비녀로써 머리를 뒤로 정리한 저 여인은 분명 현 화산의 문주다.

       

       단신으로 무림맹을 굴복시킨 괴물.

       

       혈교의 계획을 몇 번이고 무마시킨 악몽과도 같은 존재.

       

       혈교주조차도 화산문주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단 물러서라 할 정도의 재앙.

       

       자기 문파 바깥의 일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들었거늘 어찌 저 자가 이 곳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사복은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갤 끄덕이는 화산문주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찌해야 하지?

       

       저 자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신으로 무림맹을 격파한 자다.

       

       그런 괴물에게 녹림 몇이 달려든다 하여도 무어가 달라지겠는가.

       

       그렇다 한들 저 자가 우리를 놓아줄까? 그럴 리도 없다.

       

       자기 문파의 일에만 관심을 지니는 자가 문파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우리의 존재가 거슬렸다는 것.

       

       무슨 까닭에서 우리를 거슬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만한 거물이 행차하셨는데 우리가 도주하는 것을 가만 지켜보고 있겠는가.

       

       다른 잡것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우두머리인 사복 자신의 목은 분명 치려하겠지.

       

       이 상황에 사복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하나.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것뿐이었다.

       

       아직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니.

       

       사복은 자신이 멱살을 붙잡고 있던 아해를 바닥에 내던져버리고는 다급히 도주했다.

       

       발악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

       

       *

       

       “놓아주는 것이냐?”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도망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옆에서 바루가 물음을 던졌다.

       

       그럴 리가 있나.

       

       다른 잡졸들이야 어찌되든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저 놈은 이 곳을 이끌었던 녀석 아닌가.

       

       도망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또 다시 다른 곳에 가서 비슷한 일을 벌일 터인데 어찌 도주하는 걸 내버려둘까. 최소한 저 놈의 단전 정도는 부셔놔야지.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바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왜 저것을 내버려 두느냐?”

       “저래야 훈련용 인형을 데리고 올 것 아닌가.”

       

       지금까지 오며 이 곳에서 상대한 놈들은 너무도 허약해빠져서 도술을 연습할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단적으로 말해 이곳까지 오며 나와 바루가 한 일은 기껏해야 불꽃놀이 뿐이지 않나.

       

       이래서야 수련을 하는 게 아니라 나와 바루 둘이서 수련회를 온 셈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저 놈을 도망치게 내버려 둔 것이다.

       

       혈교와 관련이 되어 있는 녀석이 이런 잡스런 녹림 무리만을 이끌고 있진 않을 것 아닌가.

       

       자신의 목숨에 위협이 느껴지면 강시건 뭐건 데리고 오겠지.

       

       이런 내 추측은 들어맞았다.

       

       녹림의 우두머리가 떠나고서 얼마 있지 않아 불길 사이로 강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좋은 상대들이 나타났구나.”

       

       강시들이 지닌 기운은 참으로 혐오스럽구나.

       

       지난 번 엔리와 함께 죽은 자들을 상대할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야.

       

       이전에도 강시라는 존재를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다만 이제는 더더욱 꼴보기가 싫어지는 군.

       

       나는 속으로 그리 투덜거리면서 칼바람을 쏘아 냈다.

       

       지금 내가 배운 도술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알기 위함이었으나 그 효과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 살갗을 약간 파고들어갔을 뿐이었으니까.

       

       – 엄청 튼튼하네.

        – 무공으로 상대할 땐 잡몹 느낌이었는데.

        – 대충 베면 쓰러지는 적이었으니까.

        – 화령 도술로 저거 잡을 수 있음?

        – 그러게.

       

       “확실히 화력이 부족하긴 하구나.”

       

       저 놈들의 끈질김은 다소 과할 지경인지라 팔과 다리를 모두 베어내지 않으면 쓰러트릴 수 없지.

       

       이미 죽어버린 이들인만큼 혈도에 혈이 움직이질 않으니 다른 놈들을 상대할 때처럼 혈도를 노리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 한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바람을 날려 피부에 상처를 냈다면 저것을 베어 날릴 정도로 바람을 겹치면 되는 것 아닌가.

       

       기운을 몸 바깥으로 내어서 그림을 그린다.

       

       하나가 아닌 수십 수백 개의 바람을.

       

       칼바람 하나는 기껏해야 나뭇잎을 베어내는 수준의 허술한 바람이었지만 그게 수십 개가 뭉치고 수십 개가 겹쳐진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본인이 쏘아낸 바람이 앞으로 쏘아지듯 날아가 강시의 팔을 베고서 뒤편에서 불타고 있던 건물마저도 베어 가른다.

       

       무너져가던 건물이 중심을 잃고 붕괴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까지는 필요 없겠구나.”

       “민가야?! 방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설마.”

       “수많은 바람을 겹쳤을 뿐이다.”

       

       간단한 계산이지 않나.

       

       아무리 거대한 나무라도 수십 번의 도끼질을 견딜 수는 없는 것처럼.

       

       본인도 수많은 바람을 날려 눈 앞에 있는 것을 베었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게 여러 번에 걸쳐서 쏘아진 것인지 한 번에 겹쳐서 쏘아진 것인지 뿐.

       

       “허?”

       

       – 바루 어이없다는 표정 봨ㅋㅋㅋ

        – 그게 왜 됌?

        – 해봤더니 되던데요.(진짜)

        – 이 사람에게 상식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왜 저런 반응들인지 모르겠구나. 이 정도면 충분히 상식선에서 행한 행동 같다만.

       

       – 도술허접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난 도술 세 개 같이 펼치는 것도 힘든데…]

       

       “본인이 어디 평범한 이들과 같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야 본인이 여태 살아 온 세월이 허무해지지 않나.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살아왔거늘 취미로 이를 깔짝대는 이와 비슷할 순 없지.

       

       – 이 사람이랑 무협 관련된 걸로 승부하면 안 됨.

        – 현 프로도 답 안 나오는 상대인데 어쩌겠음.

        – 재능충 극혐.

       

       – 노보정마법사협회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정당당하게 마법으로 승부하자!]

       

       “마력을 주먹에 휘감아 때리는 것도 마법으로 인정해 주느냐?”

       

        – 노보정마법사협회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마법(물리)는 좀…]

       

       어찌되었든 간에 마력을 가지고서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니 마법이라 해도 되는 것 아니더냐?

       

       그런 의견을 내어보았지만 본인의 시청자들은 양심을 어디다 팔아먹었느냐고 항의할 뿐이었다.

       

       거 까탈스러운 녀석들이구나.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맨 앞에 서 있던 강시 하나를 처리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구나.”

       

       본인이 도술을 다루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지라 효율적인 위력만을 발휘하기가 영 어렵군.

       

       대개는 위력이 과하고 때로는 위력이 살짝 모자라니.

       

       이게 현실 속 본인의 육신이었다면 효율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겠지만 화룡무인 속의 육신은 내기가 무한하진 않으니 말이다.

       

       익숙해 지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어.

       

       “…본인이 가르칠 것이 마땅치 않구나.”

       “그런가?”

       “그래. 그저 여러 도술의 종류한 알려주면 족하겠어. 괜히 실전을 하자 그랬구나.”

       

       본인이 기운으로 도를 그리는 실력을 보고자 했던 것이었느냐?

       

       하하. 그렇다면 허무하다 생각할 법도 하지.

       

       본인에게 내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도 익숙한 일이거든.

       

       무공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몰랐나 보구나.

       

       “그나저나 민가야. 저 멀리에서 혈교의 기운이 모여드는 것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하다만.”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았느냐.

       

       도술의 연습을 위한 상대가 필요하다고.

       

       지금 이 강시들도 훌륭한 인형들이지만 아무래도 위기감이 부족하지 않나.

       

       저 녀석이 최선을 다해 발악한 끝에 준비한 것을 상대한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기에 내버려 두는 중이다.

       

       “하아. 그래. 마음대로 하거라.”

       

       바루는 날 가만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여우로 변해 내 목 위에 올라탔다.

       

       여러모로 생각한 게 있는데 그것이 뒤틀려 허무한 모양이야.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사먹여서 기분을 풀어주어야겠구나.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보자꾸나.”

       

       – 보스전인가?

        – 왤케 보스전인데 긴장감이 없지?

        – 화령이잖아.

        – 이 사람에게 위기란 게 있기는 할까.

        – 사망플래그를 아무리 세워도 주먹으로 때려 부술 것 같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망 플래그가 세우면 플래그를 때려 부실 것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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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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