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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5

       사복은 강시를 장난감 다루듯 하는 화산문주의 모습을 보고서 경악했다.

       

       저게 사람이 맞는가?

       

       무인의 육신으로 만들어진 강시는 평범한 무인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무한한 양의 내기도 문제고.

       

       그 끈질긴 생명력도 문제이며.

       

       고통과 공포를 모르는 그 몸도 문제다.

       

       하나의 강시를 제압하기 위해선 최소한 세 명의 무인이 뭉쳐야 한단 이야기가 나돌 지경이지 않던가.

       

       허나 화산문주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강시 무리를 가벼이 상대했다.

       

       강시들이 내지르는 공격을 발걸음 하나만으로 흘리는 그 움직임은 가히 보법의 극한이라 할 만 했으니.

       

       꼴에 무인이라 자부하는 사복은 감히 화산문주의 경지를 짐작하지 못했다.

       

       제기랄. 강시 무리들로는 무리인가.

       

       “조금만 더 늦게 와주셨으면 좋으련만.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곤란하네요.”

       

       어찌하면 발악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사복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검은 면사를 쓰고 있는 사내가 서 있었다.

       

       이 자는 누구지?

       

       녹림에 이런 자는 없었을 터인데 어디서 나타난 건가.

       

       검은 옷 너머로 풍겨오는 시체의 냄새에 사복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안녕하세요. 사복님. 혈교주입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주변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태연한 어투.

       

       사복은 거기에 무어라 대답을 하려 했으나 그는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입을 벌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무슨.

       

       자유를 빼앗겨버린 몸에 사복이 당혹스러워 하는 동안에도 혈교주는 느긋이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을 질책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천재지변이 찾아온 건데 당신의 잘못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럼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왜 내게서 자유를 뺏어간 건데!

       

       사복의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걸까.

       

       혈교주는 면사 너머로 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재앙의 앞에서 그동안 투자한 게 무너져 가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잖아요? 성능시험정도는 해봐야죠.”

       

       그는 품 안에서 보랏빛의 구체를 꺼내고는 사복의 손에 강제로 쥐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사복의 엄지에 자그마한 상처를 내어 피가 나게 한 후 구체의 위에 사복의 피를 칠했다.

       

       “힘내요. 사복님. 이길 순 없겠지만 상처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혈교주의 느긋한 목소리와 함께 사복의 손에 들린 구체에서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

       

       본인에게 달려드는 강시들을 가벼이 제압할 즈음 도술의 위력에 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확실히 수련용 도구는 튼튼한 것이 좋다니까.

       

       녹림의 대장이라는 작자도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리 생각을 하며 녹림의 대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때에 불길 사이로 녹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하여 도주를 택하지는 않았다.

       

       “이건 신기하군.”

       

       다른 이들을 해치고 그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것을 업으로 택한 이들에게 충성심이 있을 리가 없는데 어찌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일까.

       

       녹림의 대장에게 그만한 인의가 존재하는 건가?

       

       자기 부하를 내팽개치고 뒤돌아서는 그 놈에게 믿고 따를 구석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부분이 의아하여 저들의 몸을 살피고 있으려니 목을 기점으로 해서 기괴한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모양새인지라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마는 저것이 혈술이라는 것은 알겠구나.

       

       흐음. 저들의 표정과 어색한 움직임을 고려해보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혈술로서 힘을 얻은 대신 꼭두각시가 되어버리다니.

       

       삿된 수단으로 힘을 얻으려던 자들의 최후로구나.

       

       “척 보기에도 본인을 쓰러트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 끌기인가.”

       

       본인이 발을 묶어둘 생각이었다면 조금 더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당장 본인이 허공을 밟아 내달리기만 하더라도 떨쳐낼 수 있는 수준이잖느냐.

       

       녹림들에게 무어를 기대하겠느냐만서도 실망스러운 건 어찌할 수가 없으니.

       

       적당히 눕혀둘까.

       

       “민가야. 저것이 보이느냐?”

       

       저거라니?

       

       바루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드니 녹림의 한 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붉은 색의 기운이 보였다.

       

       저것이 혈술의 기운인가.

       

       도를 보지 못할 무렵에도 불쾌하단 느낌을 주었던 혈술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역겹다는 생각을 절로 품게 만들 지경이었다.

       

       바루가 어찌 산에 존재하는 혈교들을 순식간에 찾아냈는지 알겠구나.

       

       저것이 눈에 보인다면 모른 체를 할 수가 없겠지.

       

       “지난번에 보았던 혈술과 비슷하구나.”

       “지난번이라면?”

       “나율을 폭주시켰던 혈술말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겠구나.

       

       그렇다면 저 혈술은 이 공간에 있는 생명들의 생기를 들이마셔 한 곳으로 집약시키는 것이겠지.

       

       그제야 녹림들을 왜 꼭두각시처럼 내밀었는지를 이해했다.

       

       저는 내 발목을 붙잡기 위함이 아니었구나.

       

       저 녹림들의 발목을 붙잡아 제물로 삼기 위함이었던 것이야.

       

       “저를 막으려면 막아낼 수 있다만 어찌하면 좋겠느냐.”

       “막을 수 있다고?”

       “그래. 본인이 여태 놀고만 있는 줄 알았느냐.”

       

       그 날 이후로 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저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바루에 말에 감탄했다.

       

       처음에는 저를 보고서 경악을 하던 녀석이 그 짧은 사이에 저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인가.

       

       바루. 내 그대가 먹고 자기만 하는 애완동물 같은 삶을 산다 생각했거늘 그래도 나름 신령으로써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대단하다 생각한다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자꾸나.”

       

       훌륭한 도술 연습용 상대가 생겨날 것 같은데 저를 막아선 곤란하지.

       

       어차피 혈교 놈들의 수작이야 지겹도록 반복될 일이니 다음에 시험을 해보자꾸나.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바루는 알겠다고 답을 하고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렸다.

       

       그러자 우리의 곁에 진법이 형성되어 바깥과 안을 격리했다.

       

       얼마 있지 않아 혈술이 발동되어 녹림채의 모든 생명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불길 사이에 서 있던 녹림들이 하나 둘 바닥에 쓰러지며 불의 먹이가 되었고,

       

       타오르던 나무들이 생기를 잃어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렸으며,

       

       불길한 기운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우리를 집어 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것들은 바루의 진법을 뛰어넘지 못했다.

       

       게걸스럽게 달려들던 그것들은 철망에 가로막힌 좀비마냥 무작정 진법을 두드릴 뿐 그것을 깨부술 힘은 없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루가 다루는 도술은 무척이나 복잡하구나.

       

       그녀가 그리는 길의 하나 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지조차 추측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마법을 피하야 도술을 배우러 왔으나 이것 또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바라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겠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것인가.

       

       얼마 있지 않아 주변의 생명들을 집어삼키던 붉은 기운들이 한 군데에 집약되기 시작했다.

       

       저 곳에 이 녹림의 수장이 있는 것인가.

       

       장난감이 되어줄 이를 찾아 발을 움직이던 나는 불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아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과.

       

       이성을 잃어버린 눈동자와.

       

       헤벌려진 입과.

       

       그 몸 안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는 기운.

       

       저를 보고 있자니 전 화산문주의 경지가 그럭저럭 높았다는 것을 재차 느낄 수 있었다.

       

       그 놈은 산 하나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을 빨아 마시고도 그 기운을 어느정도 다스려 보였거늘 이 잡놈은 겨우 녹림채 하나의 기운을 들이마셨을 뿐인데 이성을 잃었구나.

       

       저대로 내버려 두더라도 저 알아 무너져 내릴 게 분명하지만 그래서야 본인의 도술을 시험할 수 없을 터이니 시비를 걸어보자꾸나.

       

       의식을 잃어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녀석에게 관심을 구하려면 무얼 선물하면 좋을는지.

       

       우선은 팔 하나를 날려볼까.

       

       이전에 강시들을 상대했을 때처럼 칼바람을 만들어내 날렸다.

       

       녹림채의 수장은 그에 반응하지 않았고 내가 쏘아낸 칼바람은 너무도 간단히 그 팔을 베었다.

       

       놈은 자신의 팔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움직였다.

       

       허어. 이를 기대한 것은 아닌데.

       

       상상 이상으로 폐급이구나.

       

       저래서야 장난감 취급하기도 애매할 것 같단 생각을 할 무렵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녹림채 수장의 팔이 자라났다.

       

       “호오.”

       

       징그럽긴 하다만 동시에 신기하기도 하군.

       

       어떤 이치로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

       

       과거 하늘의 끝이라는 곳에서 흡혈귀를 만났을 적에 보았던 것을 무림에서 또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이야.

       

       형체를 잃어도 다시금 회복하는 인형인가.

       

       실망스러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구나.

       

       본인이 바라는 대로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아해들아. 궁금하지 않으냐? 저것이 얼마나 저러한 재생을 반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무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녹림의 기운을 모두 빨아들였다 한들 그러한 권능을 얻기에는 부족할 터이니.

       

       “지금 방송을 보는 편집자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오늘은 하린이가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가.

       

       “내기를 좀 걸어다오. 저것이 몇 분이나 버틸지에 대해서. 참고로 본인은 도술만을 사용할 것이다.”

       

       본인이 무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채 1분이 지나기도 전에 끝이 날 테니 말이다.

       

       *

       – 1분 지났다!

        – 어라 기억이?어라 기억이?어라 기억이?…

        – 아 쟤 약해 빠진 주제에 왜 저렇게 질긴 거야.

        – 이거 주작이야!

       

       화령의 방송을 보며 편집점을 잡고 있던 하린은 상대를 가지고 노는 화령을 구경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와 어떻게 저 공격을 다 피할 수가 있지?

       

       녹림수장의 경지는 낮다고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하여도 그 몸에 새겨진 경지는 사라지지 않으니.

       

       녹림수장이 사용하는 권술은 분명 위협적이었다.

       

       허나 그 중 어느 것도 화령에게는 닿지 못했다.

       

       손바닥을 가져다 댄 것만으로 주먹을 흘려내고,

       

       발걸음 하나 만으로 상대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으며,

       

       상대를 현혹시켜 그 시선을 떼어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어찌 감탄을 하지 않겠는가.

       

       – 아 2분 지났어.

       – 역배는 승리한다!역배는 승리한다!역배는 승리한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무리지. 애초에 저 녹림수장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의심스러운데.

       

       내가 저 앞에 서 있다면 어떻게 됐을까.

       

       녹림수장의 움직임은 빨라. 위력도 강해. 지닌 무공의 경지도 나보다 높아.

       

       거기에 몇 번이나 사지가 날아가도 회복을 하는 질긴 생명력은 끔찍하다 싶을 지경.

       

       못 이겨. 절대로.

       

       우리 문파가 다 같이 달려들어서 레이드를 해도 될까 일걸.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3분이 지났고 그 때까지도 녹림수장은 여전히 대지에 서 있었다.

       

       “쟤 왜 저렇게 질긴 거야.”

       

       4분 안에 쓰러트린다에 포인트를 건 하린은 자신의 포인트가 날아가버릴지 모른단 생각에 침을 삼켰다.

       

       – 금붕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그냥 권으로 때려잡으면 안 될까요?! 제가 금붕어가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어차피 저 잡놈은 화령님의 수련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권으로 날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만 본인이 해줄 수 있는 답은 미안하다는 것밖에 없겠구나. 본인은 본인의 발언을 번복하고 싶지 않다.”

       

       화령의 입에서 나온 답은 하린이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답변이었다.

       

       안돼.

       

       이래서야 화령님과 나의 추억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포인트 배팅에서 정배는 2분 이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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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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