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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완성이 되어가는 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드워프 인부들의 힘을 빌리는만큼, 집을 짓는데 이리도 오랜시간이 걸릴 필요는 없었지만…질을 높이는데 힘을 들이느라 예상했던 것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질 좋은 목재와 단단한 돌.

     

    끝내 1층이 아닌, 무려 3층으로 쌓아올린 집.

     

    넓은 안방과 여러개의 개인실.

     

    단아한 주방과 거실.

     

     

    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키우는 말과 그 마구간.

     

    지상창고와 지하창고, 등등…

     

     

    평생을 살아갈 집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을 들였다.

     

    물론 이런 바람을 이룰 수 있었던건 플린트의 몫이 컸다.

     

     

    그는 나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만약 여전히 ‘라이커’의 성을 지니고 있었다거나, 혹은 네르나 아르윈이 제 가문의 힘을 빌렸다면 이조차도 우습게 갚을 수 있는 것이었겠지만.

     

     

    빈털터리가 된 나에게 플린트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심지어는 이렇게까지하고도 부족한게 없는지 물어올 정도였다.

     

    “괜찮은거냐, 베르그? 원하면 호수 근처에 낚시터도 하나 만들어주고.”

     

    “됐어,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으음.”

     

     

    플린트는 나와 함께 집의 외관을 확인했다.

     

    그러다 그도 이제는 어느정도 만족을 한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네. 전쟁 영웅이 평생 살아갈 집이라 생각한다면 좀 초라할진 몰라도.”

     

    “난 만족하고도 남아.”

     

    “이제 집에 가구를 들이고, 여기저기 문만 달면 다 끝나겠어.”

     

    “그래.”

     

    “가구는 3일 안에 구해올 수 있을 것 같다. 집 짓는건 그래도 대충 끝이 났으니 인부들은 돌려보낼거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

     

    “그게 마음이 편하다면야.”

     

     

     

    저 멀리서 제 작업을 끝난 드워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자! 이제 끝났으니 돌아가자고!”

     

    “가서 마을에서 한잔 걸치자!”

     

     

    나는 힘든 일들은 모두 끝났음을 알아차리며, 미소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플린트가 동시에 내게 말했다.

     

     

    “베르그. 일단 난 오늘도 떠나봐야할 것 같아.”

     

    “그래.”

     

    “3일 뒤 돌아올테니 그때 보자고. 인부들은 알아서 돌아갈거야. 그건 걱정하지 말고.”

     

     

    나는 플린트를 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몇 번째 전하는지 모르겠는 말을 진심을 담아 전했다.

     

    “고맙다, 플린트.”

     

    “…뭘. 친구가 이런 것 아니겠냐. 아, 베르그. 혹시 필요한게 있어?”

     

    “필요한거?”

     

    “이번에 가구를 여기저기서 구해오니까…잡다한것까지도 다 사올 생각이거든.”

     

     

    나는 굳이 그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받은것만 해도 충분했다.

     

     

    “난 필요한거 없어. 집으로 충분해.”

     

    “그러냐. 알겠다. 난 간다, 그럼.”

     

     

    플린트는 이후 미련없이 몸을 돌려 떠나갔다.

     

    나는 가만히 남아 우리의 집을 바라보았다.

     

     

    새삼 이곳이 우리의 새 터전이 될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들뜬다.

     

    그럼에도 나는 한숨과 함께 진정시키며, 아내들을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

     

     

    엘프들의 장로, 아스칼 셀레브리엔은 집무실에 멍하니 앉아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최근, 묘한 허함에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르윈이 떠나갔다.

     

    이제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수 없는 곳으로 그녀는 사라졌다.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겠지만…원한다고 그녀를 볼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베르그와 혼인을 올리며 떠날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아르윈은 언제나 스탁핀에 있을 것이었기에, 아니, 없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져버렸다.

     

     

    그나마 그녀가 행복을 찾아 떠났다는게 다행일까.

     

    베르그가 살아났다는게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지만, 아스칼은 실프리엔이 했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아르윈이 미소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는 그 말을.

     

     

    그럼에도, 이 허한 마음은 어떻게 달랠수가 없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아르윈이 자신의 곁을 떠날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가 셀레브리엔에게 가졌던 증오는 이루말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니…170년간 함께했던 그녀가 사라지니…이렇게 마음 한켠이 비어버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세계수 밑에서 고통받았던 세월은, 고작 몇 년안에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따지고 본다면, 그런 고통을 오랜시간 준것도 모자라…한 용병단에게 팔아버린게 아닌가.

     

    아르윈이 베르그에게 깊은 사랑에 빠졌기 망정이지, 행위 자체는 끝없는 원망을 들어도 싼 것이었다.

     

    물론 영지를 떠나겠다며 아르윈도 그 혼인에 힘을 싣긴 했었다.

     

    하지만 힘을 실었다고, 정말로 딸을 팔아버리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아스칼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모든 죄를 착실히 짊어지고 있었다.

     

    “…”

     

    하지만 이제와 더 마음이 공허하고 아쉬운건, 어쩌면 일전에 생각했듯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앞으로도 사죄를 구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이건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르윈에게 주었던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것만 같아 드는 죄책감이었다.

     

     

    “…하아.”

     

    그렇게 한숨을 쉬는 중, 누군가가 노크를 해왔다.

     

    -똑똑.

     

     

    “…들어오게.”

     

    아스칼은 상대를 물릴까 싶다가도, 한숨을 내쉬며 상대를 방안에 들였다.

     

     

    -쿵.

     

    “…실프리엔.”

     

    들어온건 실프리엔이었다.

     

     

    아르윈의 정확한 상황을 유일하게 말해준 사람.

     

    아르윈이 굉장히 잘 따랐던 사람.

     

     

    “…다들 장로님 걱정을 많이 해요.”

     

    실프리엔이 미소를 짓다 꺼낸 말이었다.

     

    “대장로님들도 자꾸만 저에게 장로님을 챙기라며 잔소리하시고.”

     

    “…그건 미안하구나.”

     

    “하지만 저 또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에요. 요새 식사도 거르시고…매일 방에만 앉아계시니까.”

     

    “…”

     

     

    실프리엔은 그럼에도 아스칼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아르윈은 행복을 찾아 떠났어요. 힘겨워하시는건 장로님 뿐일걸요?”

     

    “…아르윈의 이야기는 조금 숨기자꾸나.”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마법으로 확인했거든요.”

     

     

    아르윈의 이야기는 그 어떠한 것보다 짙은 비밀이었다.

     

    당장 다른 엘프들만 하더라도 그녀가 그저 여행을 떠난줄로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되살아난 베르그와 함께 은거해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는 건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이 사실이 흘러나가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면…그 피해는 오롯이 아르윈이 감당해야만 했다.

     

    또다시 그런 아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기에, 아스칼은 기겁을 하며 아르윈에 대한 이야기를 숨길 뿐이었다.

     

     

    “….하아.”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말에, 아스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신의 고민을 속삭였다.

     

     

    “결국 아비로서, 좋은 일은 한번을 못해줬구나.”

     

    “…”

     

    “이것도 내가 평생 짊어져야하는 짐이겠지.”

     

    “그래도 덕분에 아르윈은 베르그를 만났잖아요?”

     

    “…그건 베르그가 대단했던 존재였던 것이지, 내 공이 아니다.”

     

    “그렇긴 하네요.”

     

    “…”

     

    아스칼은 실프리엔이 고개를 끄덕이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나름의 장난을 던지는걸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프리엔도 아스칼이 작은 미소를 짓자, 따라 미소를 그렸다.

     

    그러더니 한발자국 아스칼에게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장로님. 왜 아직도 아르윈에게 해줄게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무엇을 해준단 말이냐.”

     

    “저희가 알 필요는 없죠.”

     

    “…..이해가 안되는구나.”

     

    “아르윈의 위치를 아는 사람을 알기만 하면 되는거잖아요?”

     

    “…….”

     

     

    아스칼은 그저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그러자 조화의 신에게 선택을 받았던 전쟁영웅이 자신의 지혜를 속삭여왔다.

     

     

    “아르윈은 트로이 상단의 플린트라는 상인의 도움을 받고 사라졌어요.”

     

    “…”

     

    “그 트로이 상단의 플린트를 돕는다면…아마, 그도 아르윈을 챙겨줄걸요?”

     

    “…트로이 상단의….플린트?”

     

    “베르그님의 오랜 친구라더라고요.”

     

    “………”

     

     

    아스칼의 입이 슬며시 벌어졌다.

     

    마음에 한줄기 바람이 뚫고 흘러간 느낌이었다.

     

     

    생각해본다면, 베르그와 그를 따라갔을 모든 사람들은 그 무엇도 갖춘게 없는 상황일 것이었다.

     

    죽음을 위장했기에 챙길 수 있는게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걸 뒤로 두고 떠나갔다.

     

    오로지 행복만을 찾겠다며 사라졌다.

     

     

    가지고 있던 재물도, 부여되었던 명예도, 힘이 되었던 가문도 버린채 없어졌다.

     

     

    그런 그들이 풍요롭게 살고 있을리 만무했다.

     

    어쩌면 플린트라는 상인이 베르그를 계속 도왔을지도 모르겠지만…결국 그 끝도 언젠가는 정해져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셀레브리엔이 그런 플린트를 지원한다면?

     

    그리고 은근슬쩍, 아르윈에게 전달해주었으면 하는 선물들을 때때로 찔러준다면?

     

    그러다가도 의도를 숨기고 아르윈의 상황을 넌지시 물어본다면?

     

     

    결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스칼이 말했다.

     

     

    “실프리엔, 이 플린트라는 상인 좀 찾아주게.”

     

    실프리엔이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러니 장로님도 이제는 마음을 편히 먹으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vesta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넵ㅎㅎ 덕분에 700만에도 도달한듯 합니다. 감사드려요!
    ㅋㅋㅋㅋ 그렇게 원하시는줄은 몰랐지만, 바라시고 계셨다면 저도 시엔편도 써보도록 할게요. 없이 끝내면 찝찝할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없던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완결은 완결대로 내고, 이후 외전으로 쓰는 형식으로 하겠습니다! 사랑을 주셔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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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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