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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다음 날.

         

       라이텔 왕국에서 갑작스레 전 대신 긴급 소집령이 내려졌다.

       그 이유는 바로 릴리푸트 왕국에서 갑작스레 선전포고를 해왔던 것!

         

       나는 그 소식을 이치카의 방에서 들으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오, 가을 선배가 제대로 정답을 골랐네?’

         

       이번 걸리버 여행기 퀘스트에서 가장 핵심은 누가 뭐래도 거인이다.

         

       거인이 굶어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최악 루트.

       국고를 털어 거인의 밥을 주는 것은 차악 루트.

       그리고 제일 최선의 루트가 바로 먼저 전쟁을 일으켜 적군의 말을 거인에게 먹이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도 거인이 죽지는 않는다.

       거인이 굶어 죽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릴리푸트 왕국으로 쳐들어가거든.

         

       그러면 당연하게도 거인은 릴리푸트 왕궁의 편에 서서 전투를 치르게 된다.

         

       ‘사실 두 번째 루트 정도만 되어도 괜찮았는데.’

       

       이 퀘스트에서 가을 선배를 데려오지 않았을 때는 무조건 첫 번째 루트로 고정되거든.

       대신들의 등쌀에 밀려 거인에게 밥을 주지 않는 루트.

         

       그럴 경우 거인은 밥을 먹지 못해 힘을 쓰지 못하고 릴리푸트 왕국은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가을 선배가 제대로 정답을 골라준 덕에 퀘스트 진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럼, 이제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나와 이치카는 뭘 하면 되냐고?

         

       ‘악마의 하수인 암살이지.’

         

       우리 측이 대패하면서도, 목숨을 부지하고. 아군에 숨어 있는 스파이들을 척결 하는 것.

       이번만큼은 내 하찮은 신분이 도움이 된다.

         

       어차피 엑스트라 잡졸 1인 신세인지라.

       딱히 주목받지도 않고. 대충 싸워도 배신자라고 낙인찍히지는 않거든.

       

       ‘하지만, 이치카의 경우에는 고위 권력층이라 그 조절이 상당히 어렵단 말이지······.’

         

       심지어 전투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마법부 장관인지라.

       패배한다면 그 책임을 묻게 될 터.

       

       이치카 역할인 마법부 장관은 나도 처음 보는 신분이라서 좀 더 머리를 굴려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나의 바람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졌다.

         

       “뭐!? 이치카 너는 이번 전투에서 빠진다고?”

       “······응.”

         

       여왕이 소집한 대신 회의에서 돌아온 이치카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전달했다.

         

       “어떻게 된 거야?”

         

       *

         

       ‘허······. 미친······.’

         

       나는 이치카의 말을 들으며 입을 벌렸다.

         

       그러니까,

       여왕은 감히 ‘소국’인 릴리푸트 왕국이 ‘대국’인 라이텔 왕국에서 먼저 선전포고를 해왔다는 것에 엄청나게 분노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곧장 전쟁 준비를 명했지만.

         

       ─ 이번 전쟁에서 마법부 장관은 빠져라. 고작해야 소국 따위와의 전쟁이 아니냐.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하며 이치카를 아예 배제했다고.

       대충 현장의 분위기와 대신들의 말을 전해 듣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거 그거네. 유능하고 능력 있는 신하를 질투하는 무능한 왕.’

       

       과거 역사에서도 잔뜩 있지 않았나.

         

       민중과 힘을 가진 영웅을 신하로 두고서, 그를 경계하는 못난 권력자의 사례가.

         

       원래 게임에서 등장하는 라이텔 왕국의 여왕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납득가는 전개였다.

         

       ‘이럼 개꿀인데?’

         

       이렇게, 아예 마법부 장관이 전쟁에서 빠져버린다면 패배의 책임을 이치카가 질 필요도 없어진다.

       오히려 이치카가 나서지 않았기에 패배했다며, 여왕의 권력이 약해지겠지.

         

       즉, 나는 전쟁에서 악마의 하수인을 처리하고.

         

       이치카는 이치카 대로, 따로 준비까지 마칠 수 있다.

       어쩌면 이 스토리를 금방 끝낼 수 있는 준비를!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이치카를 바라보았다.

       이치카는 심술이 가득한 표정으로 양 볼에 잔뜩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번에 함께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에 적잖이 불만이 쌓인 모양.

         

       “이치카.”

         

       나는 피식 웃으며 이치카의 양볼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푸우──

         

       뚱한 표정의 이치카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이번에 네가 전쟁에 나가지 않는 대신 따로 해줄 일이 있어.”

       “······내가 해줄 일?”

       “응, 그림자를 활용해서 이 라이텔 왕국의 모든 정보를 싸그리, 전부. 모아줄 수 있겠어?”

         

       그러자, 시무룩하게 내려앉았던 이치카의 얼굴이 천천히 밝아졌다.

         

       “응, 할게.”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고. 가장 최우선은 너의 안전이야. 알겠지?”

       “······응.”

         

       이치카는 볼이 잡힌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감히! 우리 라이텔 왕국을 도발한 저 멍청한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5만의 대군.

       그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샛노란 머리를 올려 묶은 여자.

       아는 얼굴이었다.

         

       엘레나.

       그러니까 얼마 전에 나한테 대련으로 개발렸던 그 교관이었다.

         

       “우리 라이텔 왕국에게 맞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녀석들이 알게 하여라!!”

         

       그녀는 새빨갛게 핏발 선 눈으로 외쳤다.

         

       ‘이번 전투에서 어떻게든 설욕을 해야 하는 거구나.’

         

       그녀는 남자 훈련생에게 대련으로 진 교관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인 것처럼 보였다.

         

       ‘저런, 어쩌나······.’

         

       나는 병사들 틈에서 푹 철모를 눌러쓴 채 한숨을 뱉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패배하는데.

       심지어 그냥 패배도 아니고. 대패다.

         

       ‘뭐, 다 자기 업보지.’

         

       그래. 만약 처음 나에게 시비를 걸고서, 이어진 대련에서의 패배를 인정했다면 괜찮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내가 악마의 하수인이니 어쩌니 하면서 계속 청탁과 진정을 넣었다는 모양.

         

       하지만, 마법부 장관의 권력 앞에서 그녀의 그런 시도는 전부 무산되었다.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어떻게든 공을 세우겠다고, 아득바득 우겨 재물까지 바쳐 대장 자리를 맡았다고.

         

       “전원 이동 준비!!!”

         

       그렇게 엘레나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서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전쟁에 나가는 라이텔 왕국의 분위기는 너무나 가벼웠다.

         

       “야, 저쪽 병력이 고작 만 명이라면서?”

       “그러니까. 무슨 깡으로 도전한 건지 모르겠네.”

       “우리는 5만 명인데 말이야.”

         

       거의 5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병력 앞에서는 아무래도 진지해지기는 힘든 듯했다.

         

       ‘하지만, 곧 바뀌겠지.’

         

       저쪽에는 비밀병기가 있으니까.

       허기에 눈이 돌아가고, 힘까지 쌩쌩하게 남아 있는 거인.

         

       “출격하라─!!!!”

         

       엘레나의 전진 신호와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5 만의 군대가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치, 친구여······. 그런데 대체 이런 것을 왜 씌우는 것인가······.”

         

       거인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지금 웬 새빨간 천을 머리 위로 덮은 상태였다.

       이걸 위해서 왕국의 전 병력들이 달려들어 왕실의 커튼을 전부 뜯어 연결해야만 했다.

         

       스르르르르륵─

         

       아무리 발을 끌며 조심조심 걸어도, 등 뒤에서 천이 끌리며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그 탓에 릴리푸트의 병력들은 거인의 양옆으로 멀찍이 떨어진 채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 거인.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이런 건 쇼맨십이 중요해. 쇼맨십.”

         

       임가을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즐거운 듯 말했다.

         

       “쇼······맨십? 그게 뭐지?”

       “그, 처음부터 네가 와! 하고 나타나면 적들도 다 도망가 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럼 뭐야. 네가 먹을 말들이 제일 먼저 도망친다니까?”

       “확실히······. 그건, 곤란하군.”

         

       꾸르르르릉─

         

       식사를 떠올리자. 다시금 거인의 배에서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나는······지금. 배가 고프니까.”

         

       이윽고.

         

       천으로 덮인 거인을 대동한 릴리푸트 왕국의 군대가 라이텔 왕국의 군대가 평야에서 마주했다.

         

       “······.”

         

       릴리푸트 왕국의 군대는 긴장된 얼굴로 마른 침을 삼켰다.

         

       5배가 넘는 병력의 차이는 눈으로 보기 전에는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눈앞에 사람이 끝도 없이 늘어선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실감하고 마는 것!

       지금 그들이 어떤 싸움을 하러 왔는지를.

         

       저편에서, 노란 머리를 올려묶은 여자 하나가 창을 치켜들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릴리푸트 왕국! 너희에게 라이텔 여왕님의 전언을 전하겠다! 감히, 우리 라이텔 왕국에게 반기를 든 역도들이여. 오늘 이곳이 너희들의 무덤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타협 따위는 없는 격렬한 선언문.

       그에, 릴리푸트의 병력들은 더욱 몸을 움츠렸다.

         

       분명, 비밀병기인 거인을 데리고 오긴 했으나.

       그 거인이 저 인원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다.

         

       그들이 본 거인은 말도 느리고, 행동도 굼떴다.

       거기에 그들이 묶은 밧줄 하나도 끊어내지 못하고 쉽게 포획되던 모습을 떠올리자.

       의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으으으으으·········.”

         

       두려움에 떨며 누군가의 이가 달달 맞부딪치던 때였다.

         

       펄럭─!

         

       “······우어어어어어어어!!!”

         

       거인이 거대한 천을 집어 던지며 양팔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릴리푸트의 병사들은 볼 수 있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초록빛 머리카락의 한 여인을.

         

       ‘······여, 여왕님이 왜!? 여기에!?’

         

       그녀는 서민이나 할 법한 편안한 옷차림으로 당당하게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 있었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릴리푸트 군대여! 나를 따라 적들을 쓸어버려라.”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우우우우웅─

         

       푸른빛의 이질적인 기운이 거인에게로 모여들었다.

         

       ‘하핫! 릴리푸트 왕국의 보석이 전부, 이렇게나 순도 높은 마정석이라니! 이거라면 나도 싸울 수 있어!’

         

       “자아, 거인! 특 대 가 속!!!”

         

       쿵. 쿵. 쿵. 쿵. 쿵!!

         

       그 목소리와 동시에 거인이 적진을 향해 발을 구르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거인의 뒤를 따라 릴리푸트 왕국의 병사들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a Genius Swordsman in the Pretty Girl Game

I Became a Genius Swordsman in the Pretty Girl Game

미소녀 게임 속 검술 천재가 되었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reincarnated into a game where you raise pretty girls to prevent the world’s destruction.

But wait, what are the guys doing while the girls are busy saving the world?

As it turns out, it’s a world where women are strong and men are weak.

In a world that disregards men, I have to survive as a ‘man who wields a sword.’

But… I’m incredibly strong, you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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