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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그러니, 이번 작전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있을 겁니다.”

        

       “네가…… 너에게 황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게?”

        

       “그렇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지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완성되지 못한 톱니바퀴.

        

       저 톱니바퀴 형태의 모습이 그저 ‘부품이라는 상징성’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거다. 이런 게임에서 어떤 물건의 모양이 톱니바퀴인 이상, 그 물건은 분명히 어딘가의 부품으로 쓰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완성된 물건’은 여신의 힘, 혹은 그에 필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겠지. 황제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리라.

        

       원작에서 황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 발아래에 두고 평등하게 지배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내가 살던 세상에서도 세계대전을 두고 ‘모든 것을 끝내고 평화를 가지고 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라고 불렀지만, 이후에 곧 두 번째 세계대전이 터지고 사람들은 경악했었다. 이 세계에서는 아직 그런 세계대전이 없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존재가 ‘황제라는 것’은 이상하다.

        

       작중 내내 당당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그 모든 신식 장비를 가지고서도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전술만을 이용하여 세상을 누비는 황제가, 과연 ‘그 전쟁 한 번’으로 세상을 완벽하게 평화롭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을까?

        

       원래 어떤 작품에서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캐릭터의 지능은 해당 작품을 쓴 작가의 지능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특출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몇 번이고 묘사되는 인물이 그런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조금 이상했다.

        

       실제로 위키에서도 캐릭터의 ‘비판’항목이 따로 있었고, 현실의 사례를 대면서 따져놓은 부분이 있었을 정도니까.

        

       뭐, 그래도 이 아제르나 전기를 꾸준히 플레이해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그 뒤에 뭔가 있었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세계대전이 ‘수단’이었고, 황제는 그 세계대전으로 뭔가를 찾을 생각이었다면?

        

       후속작에서 배경으로 유력하게 지목되던 자치국의 국경지대를 막강한 포격으로 일거에 쓸어버렸던 이유. 원작에서는 그래도 종종 얼굴을 내비치던 데미안이 몇 년 동안 거의 해외에만 나가 있었던 이유.

        

       원작에서는 등장한 적 없던 가면녀, 그리고 나.

        

       하나의 그림으로 맞추기에는 퍼즐 조각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퍼즐의 모서리 조각 정도만 있어도, 틀을 잡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전에 그 가면 쓴 자가 제 주변에 있을 때 저는 저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여기 계신 여러분은 제 능력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눈치채고 있었겠죠.”

        

       “…….”

        

       앨리스도, 클레어도, 그리고 레오도. 나의 말에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는.”

        

       나는 조금 뜸을 들이며 말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결론은 금방 내릴 수 있었다.

        

       “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예지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겪어보지 못한 일은 알지 못합니다.”

        

       “…….”

        

       “그리고, 지금 저희가 처한 상황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입니다.”

        

       “그럼, 조금 전에 말한 ‘미래’라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서 조금 신선했다.

        

       “무대의 바깥에서 각본을 읽었다고 해야 할까요.”

        

       침묵.

        

       이번에 내가 말한 이야기는 단순히 능력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였다.

        

       “……우리들의 행동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거야?”

        

       “글쎄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히 이 세상은 게임에서 나오는 것과 닮았다. 하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도 상당히 많다.

        

       마르마로스로 무기를 강화할 수 있지만, 게임에서처럼 마구 뺐다 끼었다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무기에 어떻게 달아두는지에 따라 무기의 특성이 아예 바뀌기까지 했고.

        

       게임에서처럼 회복 장치는 있었다. 하지만 그 회복 장치가 대체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거기에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게임에서는 회복 장치에서 상점의 역할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현실에서는 그것까지는 불가능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은 되었을 장치가 ‘파운드화’를 쓸 리가 없으니까.

        

       게임에서는 공격당하면 HP가 떨어진다. 그리고 그 HP가 전부 떨어지기 전에는 칼에 난자당하건, 짐승에게 머리가 물리건, 창에 꿰뚫리고 총에 맞건, 절대로 죽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심각한 공격을 당하고도 컷신에서는 상처 하나 없다.

        

       그런 주제에 컷신에서는 검에 꿰뚫리거나 총에 맞으면 죽는다. 중요한 전투에서 생긴 상처는 흉터로 남기도 한다.

        

       그런 식이니, 이곳이 ‘게임을 바탕으로 한’ 세계라고 인지하고 있는 나로서도 이 세계에서의 이야기가 정말 게임의 각본대로 흘러갔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막말로, 내가 없었다면 미아는 윈터필드에서 곰한테 살해당했을 테니까.

        

       “거기까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옛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황궁 가장 깊은 곳에는 미래를 예견한 예언서들이 많으니까요.”

        

       설정상으로 존재하고, 원작에서도 일부 읽을 수 있는 예언서들이었다.

        

       “……그래서?”

        

       “예언서의 내용도 대체로 제가 알고 있는 대로였습니다. 다만 훨씬 더…… 비유적인 표현이 많았죠.”

        

       솔직히 현실의 성경과 비교하면 성경 쪽이 훨씬 더 알기 쉬울 정도였다. 성경은 그래도 이야기를 이야기로 적어놓는다고. 은유로 가득한 시가 아니라.

        

       내가 원작의 미래를 선명하게 알지 못했다면 전혀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이었을 거다.

        

       장대한 계획을 세운 존재가 나타나고, 그 계획은 분명히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황제도 그 내용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간 성격이라면 ‘그렇다면 내가 극복하고 말겠다’라고 생각하겠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어마어마한 인물이니까.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시도 자체를 즐길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예언의 안에서 저라는 존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면 쓴 존재도. 그렇다는 뜻은, 예언이 예언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가 있다는 뜻이겠죠.”

        

       다들 입을 꾹 다물고 나의 말에 집중하고 있어서, 나는 그대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처럼 시간을 움직이는 존재가 있다면, 시간의 바깥에서 개입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지 모릅니다.”

        

       “……여신?”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제가 이곳에 있게 된 이유가 그 무엇 때문이건, 적어도 그 가면 쓴 자를 보낸 존재와는 상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존재와 제가 근처에 있으면 제 능력은 무력화되니까요.”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만약 내가 가진 힘이 여신의 힘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힘을 막은 상대의 힘은 여신의 힘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완벽하지 않은’.

        

       그렇다는 건, 그 억제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라고 해도 되는 말이 아닐까. 미래에서 그 가면녀를 보낸 존재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말을 할 수는 없었더라도, 그 계획이 완전히 성공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가면녀의 능력은 또 다른 지보에 의해서 막혔다. 

        

       가면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가면녀는 내가 쓰던 총과 매우 흡사한 총을 가지고, 앨리스를 적대했지만, 나에게는 대단히 공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놀려먹고는 기분이 아주 좋다는 듯 웃기까지 했다.

        

       그건, 마치 나한테 장난이라도 거는 것 같은 태도였다.

        

       무언가 아주 잘못된 미래의 앨리스라면,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건 이용당하고 있는 앨리스라고 생각한다면.

        

       ……그 가면녀를 마주칠 때마다 지보 조각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면녀 본인과 황제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지금, 법국 전체를 휘감은 그 결계. 그건 그저 만들어진 마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여신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완성된 지보는 하나가 아닐 겁니다.”

        

       황제가 노리는 것은 여신의 힘을 이용해 먹기 위한 것. 대체 그게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팬그리폰의 피가 짙게 흐르는 존재를 매개로 여신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일 거다.

        

       세계대전을 일으켜 지보의 조각을 모으고, 피가 가장 짙은 ‘적합자’인 클레어에게 지보를 사용해 여신의 힘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세상을 자기 발밑에 두고 신과 같은 자로 군림한다.

        

       그게 황제의 계획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조각은.

        

       “여신의 힘을 이용하거나 막기 위한 제국의 지보가 있다면, 그 반대되는 물건도 존재하겠죠. 여신 자신이 준비했건, 아니면 지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법국이 준비했건.”

        

       그리고 법국 또한 지보를 모으고 있었다.

        

       기왕이면 양쪽 다 가지고 있고자 했겠지. 결국 한쪽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빼앗겨버렸지만.

        

       “그렇다면, 이건…….”

        

       클레어가 경악해서는 지보를 내려다보았다. 지보에서 나온 빛이 클레어의 얼굴을 강하게 비추었다.

        

       마치 자기를 사용해달라는 듯이.

        

       ……팬그리폰이 자기 핏줄을 이용해 여신을 막으려고 했다면, 반대로 여신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자기 힘을 지킬 방법을 찾았으리라.

        

       그게 오늘, 앨리스의 방으로 오는 내내 시간을 되돌리면서 머릿속을 정리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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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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