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36

        

         

       예로부터 꿈이라는 것은 무의식의 보고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정보의 창고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얻기도 하고, 인간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격 높은 이를 꿈에서 접하기도 하며, 시간을 초월해 과거와 미래를 살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꿈이라는 것은 보물.

       친숙하지만 인간의 뜻대로 통제하기가 힘든, 가까이 있기에 더더욱 탐이 나는 보물이었다.

         

       당연하게도 인간이 손을 대지 않을 이유는 없었고, 인간은 오랜 연구를 거듭하며 꿈에 개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약을 흡입하고 꿈을 꾸게 되면 점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고, 특정한 의식 행위를 통해 자신의 방어 기제를 한없이 낮춰 악령이 빙의되기 쉬운 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으며,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의식을 한 뒤 잠이 들면 자신의 꿈을 악몽으로 바꾸고 거기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구.

       끝없는 연구.

         

       수많은 연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점술.

       접신.

       자각몽.

       악몽 변환.

       꿈을 매개로 한 저주술.

       꿈을 이용한 명상 방법.

       집단 무의식의 표면을 여행하는 방법.

       꿈을 일종의 기록 보관소처럼 이용하는 획기적인 기억술까지.

         

       꿈은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그 성과가 나오는 재료였고, 학자들은 맥이 끊기고 이어지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하면서도 꿈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꿈에 관한 연구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멈추지 않았고, 미래에 하나의 결실을 만들어낸다.

         

       꿈의 감시.

         

       인간의 꿈에 대한 집착, 과학과 결합하면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마도과학, 세계 3차 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 속에서 피어난 에너지 기술, 세계 3차 대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천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미국의 특수성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꿈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꿈을 감시하는 기술이 군대나 국가 기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SLL(Sleep learning Lab)이라는 투박하기 짝이 없는 이름의 회사에서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앤드루 W. 브라운’

         

       수면학습 박사(Dr. Hypnopedia) 혹은 수면 그 자체(The Sleep)라고도 불린 저명한 과학자이자, 수면에 진심으로 집착하는 괴짜 같은 행동 덕분에 사람들에게서 닥터 쉽(Dr. Sheep) 혹은 닥터 쉿(Dr. Shit)이라면서 놀림을 받았던 천재였다.

         

       소아비만 때문에 고생했던 앤드루 박사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살이 찐 사람이 으레 그렇듯 코골이가 아주 심했고, 수면무호흡증 역시 엄청났다. 숙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얕은 수면조차도 제대로 누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코골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고, 갑자기 자다가 누가 숨통을 막아버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컥 하는 소리와 함께 깬다. 게다가 어릴 적 집안이 유복하지 않았던 탓에 그는 옹기종기 붙은 데다가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더러운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 때문에 그의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를 듣고 이웃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당연하게도 앤드루 박사는 자신의 평온한 수면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살을 빼려고 노력했고, 베개의 높이를 바꿔보았고, 몸을 따뜻하게도 해보았고, 잠자기 전에 목욕하기도 했다고 한다.

       혹시 술 마시고 잠이 들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학교에서 잘나가는 녀석과 친해져서 독한 술을 얻어서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마약까지 얻어서 잠들기 전에 복용하기도 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수면에 대한 그의 집념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이 가리라.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어릴 적부터 비만이었던 몸매 탓이었는지 그의 살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가난한 집이었던 터라 열량은 높으면서 살에 찌기 쉬운, 흔히들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부르는 것들밖에 먹을 수 없었기에 그의 다이어트는 요원한 일이었다.

       베개를 높이를 바꿔보는 것은 그나마 효과가 있기는 했다. 베개를 너무 높게 하면 목이 아프고, 베개의 높이를 낮게 하면 혀가 말려들어 가서 오히려 수면무호흡이 심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높이를 찾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으나 그는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효과가 있을 뿐 획기적으로 그의 수면을 괜찮게 할 수는 없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목욕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술과 마약은?

         

       ‘그런 말을 했었지. 온갖 술을 마시고 약을 먹어봐도 제대로 잠을 잘 수는 없었다고. 나중에 수면제를 얻어먹었을 때 그게 효과를 보기는 했으나, 약값이 너무 비싸서 그냥 포기를 했다고.’

         

       앤드루 박사는 온갖 시도를 했는데도 자신의 수면을 괜찮게 만들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그것에 집착했고,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신경 쇠약으로 말라죽거나 수면무호흡증으로 밤중에 자다가 고혈압 때문에 죽을 자신의 미래를 회피하기 위해 그는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렸고, 명문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명문 대학에 진학한 앤드루는 내친김에 후원까지 받으며 대학원에 진학했고, 에너지가 신경과 뇌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박사까지 따버렸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에너지와 수면의 관계에 대해 점점 깊게 파고들었고, 세계를 바꿀만한 세기의 발견을 하게 된다.

         

       에너지와 약물을 이용해서 꿈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 세기의 발견을 기뻐하며 파고들었고, 내친김에 후원과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결과물이 나왔으니, 그것 하나하나가 군대와 정부가 눈이 돌아갈 만한 것들이었다.

         

       꿈을 꾸었을 때 나오는 뇌파를 분석해서 텍스트를 뽑아내는 기술.

       머리에 칩(Chip)을 삽입한 사람의 뇌파를 분석해서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

       사람의 숙면을 돕고 숙면 상태에서 기계에서 나오는 정보를 꿈에서도 나오게 만드는 기술.

       극소량의 약물을 이용해 수면 환각을 강제로 만드는 기술.

       사람의 머리에 심은 칩에 간단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수면 장애를 없애는 기술까지.

         

       하나하나가 끔찍할 정도로 탐날만한 것들이었다.

       납치하거나, 암살하고 싶을 정도로!

         

       당연하게도 앤드루 박사의 끝은 좋지 않았다.

         

       당당하게 자신이 이런 일을 해냈다면서 수면학습 기계를 만들어 배포했던 앤드루 박사는 미국 정부에 의해 군사 시설로 납치되었고, 거기서 엄중한 감시 속에서 국가 기관의 끝이 없는 투자를 받으며 ‘정부의 중요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연구실에 갇혀 오직 연구만 했고, 수면학습 기계가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는 와중에도 그 부를 제대로 누리거나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감금된 채 썩어가기만 했다.

         

       반항?

       불가능했다.

       머리에 칩이 심어졌으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그것 역시 꿈도 꾸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는 엄청난 실력의 의사들이 있었고, 그가 무사히 목숨을 끊는 것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통속의 뇌’로 만들어버릴 과학자들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끔찍한 우울증에 휩싸여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음에도 얌전히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통속의 뇌가 되어서 전극이 부착된 채 컴퓨터처럼 이용될 바에는 자기 육체로 연구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앤드루 박사의 비참한 삶에도 마침내 끝이 찾아왔다.

       그를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용병이 그의 앞에 나타났으니까.

         

       당시에 기생술사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박진성이라는 이름의 용병이 말이다.

         

       ‘쯧. 자신의 천재성을 과학이 아니라 주술에 이용했으면 더 좋았을 사람이었거늘.’

         

       진성은 회귀 전 보았던 앤드루 박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푹 파여있는 눈두덩이.

       스트레스 때문에 대부분 빠져버린 머리카락.

       해골을 연상시키는 초췌해진 얼굴.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덜덜 떨리던 손발.

       죽은 생선의 눈깔을 연상시키는 퀭한 눈까지.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사람 그 자체였다.

         

       앤드루 박사는 극비로 만들어진 연구실에 쳐들어온 진성을 보고 처음에는 당황했고, 자신을 감시하던 군인과 의사와 과학자를 전부 죽였다는 말에는 환호했으며, 자신처럼 갇혀서 연구하는 노예로만 이용되었던 다른 과학자들의 죽음에는 슬퍼했다.

       그는 진성의 앞에서 수없이 감정을 바꿀 수 있는 배우처럼 일희일비를 반복했고, 그 끝에 진성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나를 죽이러 왔다고 했지? 고맙소. 정말로 고맙소. ]

         

       그리곤 진성에게 온갖 선물을 안겨주었다.

         

       연구소 어디에 저장장치가 있는지,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자신이 비자금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놓은 금고의 존재와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과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심지어는 자신이 손을 댄 수면학습 기계의 하자를 알려주며 그 정보를 세간에 공개하고 공매도하라고까지 말했다.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진성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진성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것도 주었다.

         

       [ 그리고…. 내가 이곳에 갇혀 지내면서 만든 주술이 하나 있소. 수면과 관련된 주술을 보면서 내가 만들어본 것인데, 당신에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

         

       수면과 관련된 주술.

       수면에만 미쳐 살았고, 결국에는 놀라운 성과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천재가 만들어낸 주술이었다.

         

       매개와 좌표, 순수한 에너지와 어마어마한 정신력을 재료로 남의 꿈을 엿보거나 그 꿈에 개입할 수 있게 해주는 주술.

         

       진성은 그 주술을 받고 매우 놀랐었다.

         

       주술사가 아닌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기 때문에.

         

       그랬기에 그는 앤드루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아쉬워했고, 앤드루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재촉했음에도 그를 쉽게 죽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대단한 주술을 만든 천재에게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해주었고, 예우의 뜻으로 그의 시체를 그 자리에서 태운 뒤 재를 고향에 뿌려주었다.

         

       하나의 죽음.

       하나의 성과.

         

       세계 3차 대전 이후의 세계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다만 특별한 것은 그 성과가 주술이었다는 것과 오직 진성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으으으으—-으—으—-”

         

       그리고 지금.

       그 주술이 사용되었다.

         

       일본의 무인에게서 뽑아낸 마나를 재료로 삼아서.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