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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신들의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다.

        많은 신들이 먹고 마시고, 즐겁게 떠들며 연회를 즐긴다.

       

        홀짝!

       

        그런 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보투르를 마셨다.

        이렇게 초월에 다다른 ‘신주’는 제법 귀한 것이었기에, 나는 연회 내내 이것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른 신들처럼 많이 마시고 싶었지만, 아바타의 몸으로는 홀짝거리는 것이 한계였다.

        이 이상으로 마셨다가는 아바타의 육체가 버티기 힘들 것이다.

       

        ‘내 본체가 왔다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었을 테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신주를 계속 홀짝일 때였다.

       

        슥!

       

        “음?”

       

        연회장 한편에 앉아 있던 내 위로 그림자가 졌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처음 보는 여신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반갑습니다.

       

        “음…… 반갑구나.”

       

        이 여신은 누구일까?

        나는 신주를 홀짝이며 눈앞의 여신을 살폈다.

       

        금색에 가까운 은발을 가진 여신.

        형태는 인간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옷차림은 이쪽 세상의 평균보다도 천 면적이 적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가슴과 성기, 그리고 팔다리를 조금 가리는 정도랄까?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 여신으로부터 느껴지는 ‘신격’이었다.

        다른 지성체를 유혹하는 느낌의 신격이라면…….

       

        =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인 네페테르라고 한답니다. 10계 상위신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우후후…….

       

        “흠.”

       

        ‘역시나 ‘사랑의 신격’이었나?’

       

        ‘신격’이라는 것은, ‘초월’에 지성체들의 ‘신앙’이 섞이며 발현되는 ‘초월’의 다른 형태이다.

       

        기본적으로는 ‘초월’과 ‘신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앙’이 공급되는 자기 차원…… 그러니까 ‘자신을 신으로 모시는 지성체가 존재하는 차원’에서는 같은 격의 차원보다도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 때문에 일반적인 초월자들 사이에서도 ‘신’이 되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 멸천룡님을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츄릅~!

       

        “…….”

       

        나는 내 옆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는 네페테르를 곁눈질했다.

        비록 아바타와 여신 사이의 격 차이 때문에 감정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눈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드래곤으로 살아가면서 눈치라는 것은 거의 사라져 버린 나였지만, 그런 나의 눈에도 여신의 행동은 조금 수상했다.

       

        = 지난번에 뵈었던 본신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지금의 이 모습도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스슥!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은 내 팔을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인간들이 귀한 예술품을 매만지는 것 같기도 했고, 또는 부서지기 쉬운 것을 매만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나저나 피부로 직접 접촉하니, 이 여신의 신격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접촉했을 때 더 강하게 작용한다라…….’

       

        그러고 보니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이라고 했던가?

        지성체들이 생각하는 ‘짝짓기’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신이니, 당연히 그것과 관련된 방향으로 초월과 신격이 발전했을 터다.

        그러니 접촉할수록 신격이 강하게 발휘되는 것이겠지.

       

        내가 그런 생각하는 사이, 내 팔을 매만지던 여신이 자기 얼굴을 나에게 가까이 가져다 댄다.

        이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 여신의 얼굴이 나에게 향하고, 이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멸천룡이시여. 저는 미의 여신입니다.

       

        “그래.”

       

        = 그렇기에 저는 아름다운 것들을 매우 좋아한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끈적끈적한 촉감을 가진 채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신격은 갈무리되어 있으나, 그녀의 모든 것에서 은연중에 묻어나오는 신격 때문이다.

       

        = 처음 멸천룡님을 뵈었을 때……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화려한 모습, 웅장한 자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멸천룡님과 같은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겠죠.

       

        “그러하느냐?”

       

        = 물론 지금의 모습도 아름다우십니다. 뭐, 미의 여신인 저보다는 못하시지만요.

       

        “그래. 그건 그렇지.”

       

        지금 내가 머무는 차원에 한정한다면, 눈앞의 네페테르라는 여신이 나보다 아름다운 것은 ‘진실’이다.

        왜냐하면 네페테르의 아름다움은 이 차원의 지성체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미의식’의 총집합과 같기 때문이다.

       

        이 차원에서는 네페테르의 외형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그 외의 다른 아름다움은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다른 것으로 아름다움을 비교해 볼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외형’만으로는 누구도 네페테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면 또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나에 대한 여신의 찬양은 이어졌다.

        나의 본체에 대한 찬양을 하다가도, 다시 아바타의 나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나는 신주를 홀짝이며 여신의 찬양을 들어 주었다.

       

       

        *            *            *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여신 플러팅 뭔뎈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간단하게 탄산수로 목을 축인 나는 말을 이었다.

       

        “제법 수다스러운 아이였지.”

       

        – 그런데 수작 부리는 것 아닌가요?

        – 성교라닠ㅋㅋㅋ

        – 너모 야해욧!

        – ㅗㅜㅑ

        – 북극곰 학살각?

        – 북극곰을 아껴욧!

       

        “응? 북극곰? 그것은 뭐냐?”

       

        갑자기 채팅창에 뜬 ‘북극곰’이라는 단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극’과 ‘곰’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실제로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가는 ‘곰’이라는 동물의 일종이었다.

        ……그런데 왜 이 동물이 채팅에서 언급된 것일까?

       

        – 그런 게 있어요.

        – ㅎㄷㄷ

        – 어허! 금지!

        – 모두 키보드에서 손 떼!

        – 라나님에게 이상한 거 가르치면 안됨!

        – 라나님 지켜!!

        – 지켜!

       

        “??”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어쨌든 잠깐의 소란이 지나가고.

        나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여신이 나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이유는 간단하단다. 내가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이기 때문이지.”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 차원의 미의식은 ‘미의 여신’을 기준으로 성립된다.

        왜냐고 묻는다면, ‘미의 여신’이 바로 그 차원의 아름다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필멸자인 너희들에겐 좀 어려운 개념일 수 있는데…… 이건 나도 뭐라고 비유하기가 힘들구나.”

       

        어쨌든 미의 여신은 그 차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외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차원의 ‘규칙’이다.

        그 어떤 것도 ‘외형’으로는 미의 여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규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에서 온 다른 존재지.”

       

        즉, 미의 여신의 처지에서 나는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인 셈이다.

        이걸 비유해 보자면…….

       

        “음…… 으음…… 아! 인터넷에서 본 인간들의 일화 중 하나를 예로 들어 주마.”

       

        외부와 교류가 없이 살아가던 원시적인 문명을 이룬 인간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 무리로, 발전된 문명과 기술을 가진 다른 인간 무리가 찾아왔다.

        돌로 만든 창칼을 사용하던 원시 인간 무리는, 강철로 만들어진 창칼을 가진 새로운 인간 무리를 보며 두 눈을 빛냈다.

       

        – 아.

        – 뭔지 알겠음.

        – 그러니까 고인물에 신선한 뉴비가 들어왔다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

        – 맨날 똑같은 디자인만 보다가, 신상 디자인이 들어온 건가?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정확한 비유는 아니다만…… 대충 이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말한 후 다시 탄산수로 목을 축였다.

        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단다.”

       

       

        *            *            *

       

       

        네페테르의 눈빛이 요염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구애의 춤을 추듯, 여신의 손은 내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 아아…… 이 아름다움. 제가 보지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

       

        “…….”

       

        탐욕스럽게 내 아바타를 바라보는 여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술을 홀짝였다.

        그러는 사이, 여신은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 멸천룡이시여. 저와 함께 운우지락을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

       

        여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여신은 나에게 함께 짝짓기하자고 한 것이 분명한데…….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 네페테르여.”

       

        = 네. 멸천룡님.

       

        “내가 아는 법칙에 따르면, 짝짓기는 암컷과 수컷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너와 나는 같은 암컷이지 않으냐?”

       

        그렇다.

        내가 아는 ‘짝짓기’는 암컷과 수컷의 행위이고, 그것은 이쪽 차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암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한단 말인가?

       

        그런 내 질문에, 여신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저는 성교의 여신이기도 하답니다. 여성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남성의 역할도 가능하죠.

       

        “호오.”

       

        여신의 말에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눈앞에 있는 여신은 기본적으로 ‘암컷’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수컷’의 생식기도 가지고 있었다.

       

        여신의 특이한 신체 구조에 순수한 감탄을 하던 나는 네페테르에게 잡혀 있던 팔을 떼어냈다.

        그러고는 살짝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짝이 있다. 그리고 너와 짝짓기를 할 이유도 없구나.”

       

        본체도 아니고, 아바타의 몸이라면 그녀와 짝짓기를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드래곤인 내가 ‘인간형’의 생명체에게 성욕을 느끼는 일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

       

        말하고 보니, 어쩐지 슬퍼졌다.

        나름 전생에는 인간이었는데, 언제부터 내가 인간을 ‘성욕’의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된 것일까?

       

        그런 우울한 생각을 빠르게 털어버린 나는 네페테르에게 확답했다.

       

        “네 제안은 거절하마.”

       

        = …….

       

        나의 거절에 여신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더욱더 내 팔을 꽉 붙잡았다.

       

        “음?”

       

        = 멸천룡이시여. 저는 사랑의 여신이랍니다?

       

        나의 팔에 몸을 밀착한 네페테르의 황금색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눈동자 너머로, 선명한 ‘탐욕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제가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은 없었고, 제가 받지 못한 사랑도 없었지요.

       

        “…….”

       

        = 자. 우리 같이 ‘사랑’을 하는 거예요. 부끄러울 것은 없답니다?

       

        “…….”

       

        = 당신의 아름다움을 저에게…….

       

        “……거기까지.”

       

         그 순간 나의 아바타에 부여된 ‘멸천의 초월’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하하…….

       

        그러니…….

       

        마셔라! 마셔…….

       

        …….

       

        그리고 떠들썩하던 연회장이 일순간 멈추었다.

       

        신주에 취해 있던 이들도.

        음악을 연주하던 이들도.

        춤을 추던 이들도.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춘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

       

        “흠.”

       

        스윽!

       

        마찬가지로 내 팔을 매만지는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여신을 확인한 후, 나는 조심스럽게 잡혀 있던 팔을 빼내었다.

        동시에 내가 일으켰던 ‘멸천’의 초월이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 허억! 허억!

       

        = 헉! 헉! 헉!

       

        털썩!

       

        투당탕!

       

        마치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듯.

        긴장한 채 굳어 있던 신들이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다.

        진짜 ‘멸천의 독’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저 ‘멸천의 흔적’만을 슬쩍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반응이라니…….

       

        혼비백산이 된 신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떠는 성교와 사랑, 그리고 미의 여신 네페테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야.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겠다. 알겠느냐?”

       

        끄덕끄덕끄덕끄덕……!

       

        여신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하늘의 주신 페르제스의 모습이 보였다.

        분노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소란을 피워 미안하오. 하늘의 주신.”

       

        = ……아니오. 자비를 보여주어 고맙소.

       

        “연회를 망쳐 미안하오. 난 이만 들어가 보지.”

       

        페르제스의 허락받은 후, 나는 천천히 연회장을 나섰다.

        내가 나설 때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여는 이들이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류 문명을 보면, 실제로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신들이 제법 나왔습니다.

    약간 야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저쪽 문명도가 ‘청동기 시대’ 수준이었기에 일부러 야만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도 문란함으로는 한자리를 차지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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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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