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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1회차 격돌 대회, ‘서리내린 왕좌’.

        

       총 상금 10억원.

        

       다른 나오나 대회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였음에도, 신청자는 적지 않았다. 다른 대회와 달리 6등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상금이었고, 인지도를 올릴 방법이라 생각하면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기회였던 고로.

        

       자의로든 타의로든, 소위 ‘실력 방송’을 표방하던 인터넷방송인들이 대거 지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 입장에선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대회였다. 그러니, 반대로 자격이 되면서 신청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서는 겁먹은 것 아니냐는 조롱이 급증할 수밖에.

        

       사파리TV에서 힘겨이 방송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이던 스카치 역시, 다른 이들과 비슷한 과정을 걸쳐 결국 신청 버튼을 눌렀더랬다.

        

       다만, 그와 다른 이들 간 차이가 있다면- 처음에 ‘은퇴한 몸인데 대회까지 나가기엔 부담스럽다’며 손사레를 치던 것이, 결코 그의 진심은 아니었다는 점이리라.

        

       포아글 프로 출신이라는 간판이 그에게 가장 큰 홍보 수단이었고- 잠깐 망설이는 척을 하며 미션비를 든든하게 챙기는 것까지가 계획된 과정이었으니.

        

       ‘본선까지만 진출해도 대박이지. 풍도 풍이고, 나중에 각종 대기업 합방 기회까지 생각하면-’

        

       장밋빛 미래를 떠올리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릴 지경이었다. 

        

       ‘출발이 좋아.’

        

       예선 시작일. 스카치의 방송에는 평소의 2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참가자가 과다한 지역 예선까지는 결승만 중계된다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개인방송에 사람들이 쏠린 덕분이다.

        

       스카치는 이런 기회를 놓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 시작된 첫 두 경기. 주제를 모르고 경쟁에 뛰어든 마스터들을 상대로 학살쇼를 벌인 그는, 한껏 텐션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자, 보세요 형님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솔랭은 솔랭. 프로는 프로. 솔솔프프. 외우세요. 제가 솔랭에서 빡겜하기 시작하면 끝장납니다, 진짜로. 당장 랭킹만 높은 분들 실력 보면- 크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ㅋㅊ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ㅊㅇ』

       『좀 치네』

       『으딜 마딱이들이 ㅋㅋ』

       『ㅋㅊㅇ』

       『마딱이 둘 잡고 이거 맞냐?』

       『솔솔프프 ㅇㅈ ㅋㅋㅋㅋㅋ』

       『이게 프로다』

       『ㅅㅅㅍㅍ』

        

       평소 나오나를 할 때는 잘 오지 않던 큰손들조차, 포아글식 일대일 결투라는 소문을 듣고 몰려들고 있었다.

       

       -오라이오라이 님이 859개를 후원하였습니다!-

       【카치야 오늘 폭주기관차 엑셀 함 제대로 밟아보자】

        

       새로 나온 나오나보다는 익숙한 포아글을 선호하는, 보다 연령층이 높은 시청자들의 후원이 쏟아지는 상황. 

         

       더 이상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을 지경이었다. 쏟아지는 후원에 마음이 절로 요동치고 있었으니.

        

       “아이고, 우리 오라이 형님이 또 폭주개를!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제대로 달려보겠습니다! 막말로, 오늘은 제가 진짜 질 자신이 없어요.”

        

       그리 소리치고 있자니, 정말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감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그래. 좆오좆 프로라고 해봐야, 뭐 그 쓸데없는 맵이나 운영에 더 익숙한 새끼들이지. 일대일로 붙으면 안 꿀려. 그 새끼들이 진짜 결투를 해보면 얼마나 해본다고.’

        

       “현역 프로 만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라고 하시는 분들 있는데, 오히려 좋죠. 손뼉이 마주쳐야 박수를 치고, 박수를 좀 쳐야 박수를 받지 않겠습니까? 저도 일대일 결투에는 잔뼈가 굵은 놈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능하면 진짜 프로는 최대한 늦게 만났으면 싶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는, 설령 질 때 지더라도 강하게 나가야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으니.

        

       -명예와영광 님이 1,000개를 후원하였습니다!-

       【일대일은 근-본 포아글 출신 못 당하지ㅋㅋ ㅋㅊㅇ】

        

       “아- 또 우리 명예와 영광 형님께서 천 개! 카치 업!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 제물 깔끔하게 썰고, 리액션 들어가겠습니다. 어디, 다음 제물은 어떻게 생겼나- 오, 뭐야 이거. 대검 기사네요?”

        

       쏟아지는 후원에 입꼬리를 다시 한번 씰룩거리면서 감사 인사를 하고, 이어지는 예선 경기에 접속한 순간.

        

       한껏 여유로운 스탠스를 잡던 스카치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대검은 다루기 힘든 무기다. 낭만으로 가득함에도 막상 사용하는 유저가 소수인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무려 대회에 대검을 들고 나왔다. 솔랭이라면 트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겠으나- 고작 3판 2선으로 승부가 나는 대회에 들고 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

        

       초반 예선이랍시고 장난을 치는 프로일까. 아니면, 포아글에서부터 대검을 쓰던 놈일까.

        

       어느 쪽이든 쉬운 상대는 아니리라.

        

       『겉멋충ㅋ』

       『방패도 안 들엇네』

       『? 노방패 대검에 저 커마면 아따먹인가 걔 아닌가』

       『싸게싸게 썰고 위로 가즈아~』

       『대검 길이 보이 공특 몰빵같은디』

        

       “자, 그러면 2경기! 가보겠습니다. 어우, 대검 살벌하네요. 혹시 실력 꿀려서 한방 뽀록 노리나? 라고 할 뻔- 아. 상대분 무시하는 거 아닙니다? 아니, 대검 혐오도 아니고요. 저도 포아글에선 대검 한번씩 썼어요. 아무튼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나오나 대검쓰는 애들 중에 날빌충 비중 높은 건 팩트 아닙니까?”

        

       그리 목소리를 높이는 스카치에게, 채팅창은 ‘ㄹㅇ’ ‘ㅇㅈ’ 따위의 대답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확연하게 빠른 흐름. 높은 시청자수의 방증이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대회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홍보의 기회였다.

        

       지금도 이 정도니, 결승에 가까워지면 대체 얼마나 모일지.

        

       “자, 그러면 저 집중 좀 하고 오겠습니다.”

        

       끓어오르는 흥분을 애써 가라앉힌 스카치는,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 손에는 큼지막한 방패를, 다른 손에는 날렵한 한손검을 쥔 상태. 클래식한 검방 빌드였다. 조금 더 보는 맛이 있는, 예능에 가까운 빌드를 쓸 수 있으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스카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으나- 아니다.

        

       지금은 승리만 생각할 때였으니.

        

       얼마나 걸었을까. 맵의 중앙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시야 저 편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검은색 갑주가 눈에 들어왔다.

        

       대검 기사다.

        

       이 정도 속도면, 상대도 시작하자마자 전력질주로 중앙을 향해 달려왔다는 의미다.

        

       격돌 모드에서는 중앙을 선점하는 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걸 알아챈 걸까. 아니, 단순히 성격이 급한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대검을 이용한 공방에서 스태미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는.

        

       그럼에도, 스카치는 천천히- 더없이 신중하게 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 다가가는 사이에도, 거대한 대검을 한쪽 어깨에 걸친 기사는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을 원하면 언제든 오라는 듯한, 오만하기 그지없는 자세.

        

       그리하여 방패를 세우고 천천히 발을 옮기는 사이. 두 기사 간의 공간은 긴장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보다 긴장한 건, 명백하게 이쪽이었다.

        

       상대는 묵직한 움직임만으로 묘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기에.

        

       스카치가 호흡을 고르며 스텝을 밟았다. 상대의 사거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가, 다시 빠져나가기를 몇 차례.

        

       공격의 기회를 계속하여 쥐어주다시피 하는 움직임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대검을 몇 차례 다시 고쳐 쥘 뿐이었다.  

        

       역시나, 가벼운 낚시질에 반응할 정도로 미숙한 상대는 아니었다. 결국 잡아내려면 달려드는 수밖에.

        

       호흡의 흐름을 순간 뒤틀며, 스카치는 엇박자에서 발을 박차고 돌진했다.

        

       이어서, 초격.

        

       -휘잉!

        

       첫 수. 찌르기가 빗나가는 소리가 스카치의 귀를 파고 들었다.

        

       상대의 투구를 향한, 인사에 가까운 잽이었다. 그럼에도 상대는 옆으로 제법 큰 스텝을 밟으며 회피 동작을 취했으니-

        

       ‘회피에 능한 타입은 아닌가. 움직임이 큰데.’

       

       편하게 보내줄 이유는 없었다. 호흡의 우위를 점한 순간이었으니. 이득을 중첩시킬 타이밍이다.

        

       -까가각!

         

       옆으로 움직이는 상대를 추격하듯 횡으로 휘감긴 스카치의 한손검이, 상대의 갑주를 긁듯이 스쳐 지나갔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공격. 그러나 예상한 대로다. 스카치는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오른쪽 입꼬리를 한껏 말아 올렸다.

        

       흩뿌려진 일격의 궤적에 따라가는 검을 잠시 바라보던 상대가, 대검 손잡이를 몸으로 당기며 방어 자세를 취했기에.

        

       공격이 빗나간 거야,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공세의 흐름이 계속하여 그에게 있다는 점이었으니.

        

       “이분, 일단 포아글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 반격 모션이 없네요.”

        

       여유를 찾은 스카치가, 다시금 방패를 높게 세운 채 횡으로 움직였다. 성난 황소를 요리하는 투우사가 된 심경이다.

        

       언제고 저 대검이 제대로 휘둘러지면 빠질 수 있는 거리에서 왔다갔다 하기를 몇 차례. 우직한 상대는, 움찔거리는 페인트 모션조차 없이 대검을 곧게 세우고 있을 뿐이었다.

        

       검방기사 입장에서는 한없이 고마운 일이다.

        

       체력을 깎아낼 차례. 거리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시 깊게 들어갔다가 패링 모션을 취하는 거리싸움이 계속됐다.

        

       대검 기사를 얼마나 멋있게 요리해낼 수 있는지는, 첫 공격을 얼마나 크게 이끌어내는지에 달려있었으니.

        

       ‘일단, 좀 초조하게 해볼까?’

        

       -푸욱!

        

       런지와 함께 얕게 찔러 넣은 검에서 짜릿한 손맛이 전달되어 왔다. 기대 이상의- 그야말로 최고의 상황. 물 흐르듯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스카치의 검이 다시 한번 파고들었다. 연격을 시전한 검 끝이 아직 경직되어있을 상대의 왼팔을 향했다.

        

       움찔거리던 기사는, 어설프게 몸을 돌리며 왼어깨를 뒤로 빼고 있었으나-

        

       -퍽!

        

       그 정도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을리가.

        

       스카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제 뒤로 빠지며 상대의 돌진을 유도하면, 이번 세트는 사실상 끝이다. 압도적인 우위에서 운영해나갈 수 있으니.

        

       그러나.

        

       ‘어? 대검이-’

        

       분명 경직이 남아있어야 할 타이밍. 그럼에도, 기사의 대검은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스카치는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뒷걸음질치며 방패를 세웠다.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퍼억!

        

       절묘하게 방패의 아래를 파고든 대검이 스카치의 왼 허벅지를 강타했다. 생각 이상의 충격. 휘청, 균형을 잃은 기사의 다리가 그의 통제를 벗어나 비틀거렸다.

        

       스카치는, 그제야 저 대검이 아까부터 자유로이 날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미친, 대검을 던졌어? 언제?’

        

       무기 투척이 사실상 불가능한 포아글 시절의 습관이 몸에 밴 탓일까. 아니, 설령 무기 투척에 익숙했더라도 대검을 던지는 플레이는 예상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 중요할까.

        

       상정한 범위를 벗어난 플레이에, 스카치는 순간 멈칫거렸고-

        

       -콰앙!

        

       그리 흘려보낸 찰나는, 상대의 주먹이 그의 얼굴과 맞닥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

        

       * * * *

        

       “……뭐지. 상대분이 조금, 음……이런 류 일대일 싸움 경험이 부족한 분이신 것 같네요. 아무튼……상대가 검방으로 펜싱질하면, 이렇게 찌르기를 유도하고 피격 직전에 횡투척을 해보세요. 순간적으로 시야 사각으로 날아가서, 한번은 무조건 당해요.”

        

       “빗나가면 어떻게 하냐……제대로 던지면 빗나갈 수는 없어요. 원래 상대가 방패로 막는게 정석이고, 방어에 맞춘 대응 방법이 있어서. 결국 심리전 싸움이에요.”

        

       

       “다음 세트에 보여드려야겠네요. 이번엔 대응하시겠지. 다시 던져볼게요. 타이밍은 조금 다르게 할 거긴 한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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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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