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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백양단과 사자단의 전투에 초거대 골렘의 난입 전.

   크라슈와 한 소년이 맞부딪치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메리의 사촌 동생 글렌 다이아나.

     

   황금빛의 기류를 쏟아 내는 그는 지금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심장에는 현재 족쇄 같은 무언가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붉은색과 검은색 뱀의 형태로 이루어진 족쇄는 무척이나 단단히 글렌의 심장을 쥐고 있었다.

     

   뱀의 정체는 구시대의 유물, 데모닉 코어.

   오러 증폭기라는 놈이었다.

     

   10대 천검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삼천 년 전 유물 시대.

   현대와는 다르게 아티팩트의 의존성이 강했던 그 시대에 나온 유물들은 하나 같이 기괴하거나 지닌 파괴력이 터무니없다.

     

   단, 지닌 파괴력만큼이나 그 대가가 죽음에 가까운 것들이 많은 만큼.

   대부분은 각 국가에서 엄중히 관리하고 있거나 비밀고에 넣어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 글렌은 착용하고 있는 데모닉 코어 또한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과거 삼천 년 전 유물 시대에 만들어진 데모닉 코어는 오러의 한계점을 끊임없이 돌파시켜 준다.

     

   그러나 그 대가로 심장을 계속해서 조여들고 끝내 마지막에는 심장을 완전히 조여 터트려 버리는 터무니 없는 대가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그 덕분에 엄청난 출력을 내는 글렌이었으나.

   시시각각 데모닉 코어가 그의 심장을 조여들며 그를 죽여 나가고 있던 것이다.

     

   ‘시그린, 이 미친년이.’

     

   데모닉 코어는 사람한테 쓸만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미래를 끌어다 쓰는 힘.

   언젠가 도달할 영역을 보다 이르게 쓰지만, 그 미래로는 나아갈 수 없게 만들기에 지옥과의 거래라 불리는 유물이었다.

     

   그걸 오직 자신의 수단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글렌한테 주다니.

   크라슈로서는 당연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채에에에엥!

     

   크라슈의 흑염과 글렌의 황금 기류가 부딪치며 검명이 울려 퍼졌다.

   둘 다 서로의 힘에 밀려 한 발자국 물러섰다.

     

   크라슈가 글렌을 바라보았다.

     

   “글렌.”

     

   글렌이 지고 있는 짐은 크라슈도 어렴풋이 눈치챘다.

     

   어린 나이인 그에게 가문은 인생의 전부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버릴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특히, 책임감이 강한 글렌이라면 더더욱 그 경향이 심할 것이었다.

     

   그런 크라슈의 생각을 눈치챈 글렌은 창을 꽈악 쥐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의 얼굴은 부서질 듯 자조적인 웃음을 띠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크라슈.”

     

   그걸 알기에 너도 내게 전력으로 덤비라고 하지 않았나.

     

   글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크라슈의 입이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했다.

     

   크라슈는 글렌과의 기억이 그리 깊지 않다.

   회귀 전, 글렌은 메리의 추종자였으니까.

     

   그는 메리를 신봉했고, 그렇기에 메리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크라슈와도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먼발치에서 서로가 보이는 정도의 위치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때의 글렌과 지금의 글렌은 많이 달라졌다.

     

   메리를 추종하며 자신의 창보다는 메리를 존경하기 바빴던 글렌이었으나.

   지금의 그는 어느샌가 자신의 창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더불어 메리라는 강자 대신 그가 보고 있는 별은 크라슈라는 별이었다.

     

   특급 반 1위로서 당당히 빛나고 있는 크라슈는 불의에도 당당히 맞섰다.

   남들에게 욕먹기 바쁘던 자신의 사촌 누이인 메리조차 당당히 강자라 인정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어느 사람에게나 밝힐 수 있는 이.

     

   그 모습은 동년배인 글렌에게도 존경스러웠다.

   같은 특급 반으로서 글렌은 크라슈가 자랑스러웠다.

     

   그는 강했고, 언제나 앞섰으며 당당했으니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글렌은 생각했었다.

     

   크라슈 또한 그러한 글렌을 알았다.

   그가 자신의 창을 위해 갈고닦은 노력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으니까.

     

   같은 특급 반 일원으로서 글렌이라는 인물은 언젠가 창공의 세대에서도 찬란하게 빛날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빛이 너무나 빠르게 저버리고 있었다.

   시그린이라는 술수가 그를 좀 먹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용납하기 싫었다.

     

   짜증 나게도 자신은 이런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꽉 막힌 인간이었으니까.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건 이제는 질려 버렸다.

     

   사람은 시대와 경험과 흐름에 따라 바뀐다.

   지난날, 펜달을 통해 크라슈는 그 사실을 배웠다.

     

   그러니.

     

   “한가지 내기하자.”

     

   크라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흑염의 출력이 한 단계 더 늘어났다.

     

   “내가 이기면 백양단을 나와라.”

     

   글렌의 눈이 한차례 거칠게 흔들렸다.

     

   “……안된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백양단을 나오는 순간 시그린은 더 이상 다이아나 가문을 돌봐주지 않을 것이고, 다이아나 가문은 결국 제국 밖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글렌은 그 사실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달리하지.”

     

   크라슈는 다른 조건을 걸기로 했다.

     

   “다이아나 가문의 자리는 내가 강제로 만들어 놓겠어.”

     

   글렌은 자신이 대체 무얼 들었냐는 표정으로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크라슈는 스타론 왕국의 발하임이다.

   발하임과 제국은 거의 앙숙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

     

   그런 그가 대체 어떻게 다이아나 가문의 자리를 만들어 준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글렌은 크라슈를 보았다.

   하지만 크라슈의 굳은 심지가 담긴 눈을 보자 그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왜냐하면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는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을 반드시 해내는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국과 직접 거래를 할 기회가 있다. 그 거래 선상에 다이아나 가문을 올려놓을 거다.”

   “그게 무슨…….”

     

   대체 뭐길래 가문 하나의 존속을 건단 말인가.

   글렌은 당혹스러운 눈 한편, 의문이 담아 크라슈를 보았다.

     

   크라슈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냐고 말이다.

     

   지금의 글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떤 식으로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모든 게 몰락해 버릴지.

   그리고 멸망해 버린 그 세상에서 하나의 별이라도 더 빛내야만 한다는 것도.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해도 좋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창공의 세대를 기꺼이 하늘 위에 날개를 펼쳐 날려야 할 가치를 알고 있으니까.

     

   창공의 세대 한 명, 한 명의 인물 모두가 창공의 세대란 날개 속 깃털이다.

   그러한 깃털이 모여야만 창공의 세대는 확실하게 날아갈 수 있었다.

     

   크라슈는 그러한 날개의 뼈대가 될 것이었다.

     

   푸르른 하늘을 완전히 뒤덮을 날개가 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되어줄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지면 다이아나 가문이 복구될 때까지 네 심장에 박힌 건 오늘 이후로 쓰지 마라.”

     

   크라슈는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하였다.

   그 웃음은 글렌의 눈이 순간 멎어 버릴 만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크라슈, 넌…….”

     

   글렌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술을 뻐끔거렸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는 대신 그도 어느샌가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넌 그런 이였지.”

     

   글렌도 특급반에 속해 지금껏 많은 것을 들었다.

   그가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쓸 수 있는 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오늘 그것을 체감했다.

     

   “내가 이기면 다 없는 이야기다.”

     

   바닥을 박찬 글렌의 창이 크라슈를 향해 맹렬히 찔러 들어왔다.

   크라슈의 검 또한 그와 똑같이 어느새 그 자리를 메꾸었다.

     

   채엥!

     

   크라슈의 둔검과 글렌의 쾌속 창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한쪽은 둔검을 꿰뚫기 위한 창.

   한쪽은 창을 막기 위한 검.

     

   검과 창이 부딪칠 때마다 벽이 무너지고, 창문이 깨져 나갔다.

   메이리는 어느새 비명을 내지르며 한참 떨어진 구석진 자리에 몸을 피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두 사람에게서 쏟아나오는 기류는 주위를 초토화시켜 놓고 있었다.

     

   그러나 글렌의 창과 크라슈의 검은 멈출 줄을 몰랐다.

     

   끼긱!

     

   글렌의 심장 속 데모닉 코어가 한 번 더 글렌의 심장을 조였다.

   순간적으로 불규칙한 오러가 쏟아 나온 글렌은 피를 토하는 기분과 함께 창을 으스러지라 쥐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황금의 오러는 더더욱 그 힘이 강해졌다.

   글렌의 근육이 거칠게 부풀었다.

     

   그의 창에 담긴 파괴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

     

   데모닉 코어는 총 열두 개의 족쇄가 존재한다.

   하나의 족쇄가 조여들면 더 조여들수록 그 힘은 심장의 부하를 대가로 육체를 강제 각성시킨다.

     

   지금 족쇄가 조인 것은 벌써 일곱 번.

   앞으로 다섯 번의 족쇄가 더 남았지만, 글렌도 알고 있다.

     

   이 중 열 번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을 말이다.

   열 번을 넘는 순간 글렌은 더 이상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지금 족쇄가 일곱 번 조인 시점.

   글렌은 깨닫고 있었다.

     

   모자라다.

   크라슈를 이기려면 이걸로는 모자랐다.

     

   까드드득!

     

   글렌의 이가 으스러지라 부딪쳤다.

     

   동시에 그의 창이 더더욱 억세게 크라슈를 몰아쳤다.

   크라슈의 가슴팍을 향해 창대가 들이밀어졌다.

     

   어느새 자리한 크라슈의 검이 글렌의 창대를 밀어 쳐냄과 동시에 공간을 장악하려 들었다.

   글렌은 창을 회전시켜 가까스로 공간 장악을 막았다.

     

   크라슈의 목과 옆구리를 동시에 노린 이중 타격이 이루어졌다.

   크라슈의 검은 물 흐르듯 목의 창을 쳐냄과 동시에 원을 그리며 그대로 옆구리 타격도 막아 내었다.

     

   분명 글렌의 눈에 비추는 크라슈의 검은 느릿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검은 확실하게 글렌의 모든 창술을 막아 내고 있었다.

     

   강하다.

   크라슈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하긴, 당연한 이야기였다.

   천무지체를 지닌 자기 누이조차 크라슈에게 패배했다.

     

   나름대로 창술의 재능은 있지만 자기 누이에게도 닿지 못한 자신이 크라슈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왜일까.

   글렌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끼긱-

     

   여덟 번째 족쇄가 글렌의 심장을 조여들었다.

   글렌의 기세는 더더욱 거세졌지만, 크라슈 또한 그 기세를 더욱 끌어 올리며 응수했다.

     

   강하다.

   크라슈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강자에게 부딪치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크라슈는 전투에 오롯이 자신만을 보고 있었다.

   글렌의 실력 하나하나를 저평가하지 않고, 그를 조금의 방심도 없이 진심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크라슈, 넌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냐.’

     

   글렌은 묻고 싶었다.

   그 정도의 강함을 지녔으면 흔히들 하는 오만함과 방심 정도는 지닐 법하지 않냐고.

     

   겉보기에는 늘 오만한 척하는 크라슈였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언제나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절대 높게 평가하지 않고, 어떠한 상대라도 방심 없이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한다.

     

   그것이 감탄스럽고 부러웠다.

   그리고 부러웠기에 닮고 싶었고, 존경스러웠다.

     

   너와 같은 강자가 되고 싶다.

   너와 같은 미래에서 창을 휘둘러 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 또 너에게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

     

   글렌은 자기 심장을 조이는 데모닉 코어를 느끼며 헛웃음을 삼켰다.

     

   가문을 위해 미래를 대가로 지금 이 자리에 선 주제에 그런 생각을 품다니.

   참으로 모순적인 이야기였다.

     

   끼기기긱!

     

   아홉 번째 족쇄가 글렌의 심장을 또 한 번 조였다.

     

   글렌의 눈과 머리카락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오러가 너무 많이 가미 된 결과 육체가 제멋대로 변화를 시작한 것이었다.

     

   글렌의 몸에 둘러진 오러는 어느새 황금의 갑옷과도 같았다.

   그가 쥔 황금의 거대한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대기가 진동했다.

     

   콰앙, 콰아아아앙!

     

   어느새 창에서 나올 수 없는 폭발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어난 소닉붐 현상으로 주변이 초토화될 만큼 글렌은 전에 없던 파괴력을 손에 쥐었다.

     

   화륵!

     

   그러나 그에 따라 움직이는 크라슈도 같았다.

   흑염을 머금은 그의 창은 글렌의 창에 정확히 맞부딪치며 그 화력을 돋보였다.

     

   크라슈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열기가 대기에 아지랑이를 피워 올렸다.

     

   끼긱!

     

   그리고 글렌의 마지노선.

   열 번째 족쇄가 심장을 조여들었다.

     

   쿵!

     

   일순간 주위가 정지한 듯 대기가 멈추었다.

   그 공간 속에서 글렌은 황금의 건틀렛의 쥐어진 창대를 틀어잡았다.

     

   꾸구구국!

     

   글렌의 창을 따라 대기가 일그러져 나갔다.

   그만큼 그의 창에 모인 기류는 차원을 달리했다.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내 전력이다.”

     

   본래 글렌은 오늘 데모닉 코어의 족쇄를 열두 번까지도 쓸 작정이었다.

   시그린에게 크라슈를 반드시 이기라고 명을 받았으니까.

     

   그러나 크라슈를 마주하고, 글렌은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직접 미래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의 미래에 함께 서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최대를 글렌이 꺼내든 순간.

     

   화르르르륵!

     

   크라슈의 전신에서 터져 나온 흑염과 붉은 기류가 몰아쳤다.

   크라슈 또한 그에 응수했기 때문이었다.

     

   글렌은 그에 감사하듯 창을 손이 터질 듯이 틀어잡았다.

     

   그러자 그의 창날이 이윽고, 새하얀 빛을 토해내며 응축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크라슈를 보고 배운 차지 기술이었다.

     

   일순간 모든 빛이 글렌의 창에 빨려든 느낌이 들었다.

     

   주변 모든 대기가 그 광경을 보고 숨을 죽인 그때.

   빛을 빨아들여 어둠밖에 남지 않은 공간 속.

     

   글렌의 황금의 창이 휘둘러졌다.

     

   초광금창류(秒光金槍類)

   오식(五式)

   금섬참(金閃斬)

     

   건물의 기둥과 벽면이 모두 갈라드린 글렌의 금섬참이 크라슈를 덮쳐 왔다.

     

   열 번째 족쇄를 푼 글렌이 휘두르는 금섬참의 위력은 백양단의 건물 전체를 절단시킬 수준이었다.

     

   미래를 대가로 쓴 글렌은 강했다.

   이번 대항전에서 그의 창을 받아낼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을 정도의 터무니 없는 강함이었다.

     

   그렇기에 크라슈는 그의 전력에 전력으로 응수하기로 했다.

     

   까득-

     

   그 순간 크라슈가 입 안에 있던 순간 강화 영약을 깨물었다.

   동시에 그 힘이 크라슈의 육체에 스며든 그 순간 멸화침식의 열기에 엑셀이 더해졌다.

     

   가속된 그의 열기가 순식간에 몸 전체를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의 육체는 한 단계, 또 한 단계 더 나아가며 그 힘을 증폭시켜 나갔다.

     

   멸천나찰(滅天羅刹)

     

   크라슈가 도달할 수 있는 최강의 경지.

     

   크라슈가 멸천나찰에 도달한 순간 글렌은 눈앞이 모두 흑염으로 가득 찬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황금조차 져 버리는 흑염 앞.

   글렌은 눈이 멀어 버리는 기분 속에서도 창을 멈추지 않고 휘둘러 나갔다.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자신의 전력을 다하고자.

     

   글렌의 황금의 창이 빛나던 그때.

   이윽고, 크라슈의 검이 글렌의 앞에 떨어졌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육식(六式)

   멸천나화(滅天羅火)

     

   아주 잠시.

   소리 없는 흑염이 일대를 질주한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뒤늦은 폭음과 함께 흑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채 휩쓸었다.

   휩쓸려 나간 흑염에 의해 건물이 반파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타들어 가는 백양단의 건물 아래.

   크라슈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흑염의 연기를 후욱하니 뱉은 채 앞을 보았다.

     

   거기에는 글렌이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에게서 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걸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내가 한 말 기억해 둬라.”

     

   저 녀석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크라슈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힉!”

     

   그러자 슬쩍 몸을 빼고 있던 메이리가 비명을 지르며 크라슈에게 덜미를 잡혔다.

   크라슈는 그녀를 잡음과 동시에 바닥을 박차 질주했다.

     

   그리고 글렌까지 들어 올림과 함께 그가 건물을 빠져나온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개판이 되었다.

     

   “꺄악?!”

     

   비명을 지른 메이리가 크라슈의 손에서 휘날린 사이.

   크라슈는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터무니없는 크기의 골렘이 하나 있었다.

     

   ‘존그레이의 초대형 골렘.’

     

   1기생 특수학과 수석.

   마갈단의 학생 단장, 존그레이의 초대형 골렘이 분명했다.

     

   크라슈의 예상대로 다른 단들이 이쪽 전투에 합류한 것이다.

   분명 백양단과 사자단이 싸우는 틈을 노려 난전 속에서 팔찌를 노릴 작정이었겠지.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망각했다.

   그건 다름 아닌 이쪽도 똑같이 팔찌를 노릴 수 있는 기회란 거였다.

     

   때마침 글렌 덕분에 멸천나찰까지 발동한 마당.

   검은 연기를 내뿜은 크라슈의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휘어졌다.

     

   “메이리.”

   “네, 네에?”

   “지금부터 팔찌를 지닌 다른 단의 단원들 전부 찾아.”

   “네? 제, 제가 왜요?”

   “선물로 팔찌를 하나 줄게.”

     

   메이리의 눈이 깜빡여졌다.

   크라슈가 팔찌를 하나 준다면 메이리는 팔찌를 빼앗기지 않은 게 된다.

     

   당연히 시그린의 노성도 피해 갈 수 있을 터.

     

   “……정말이죠?”

   “한 입으로 두말 안해. 정 의심스러우면 발하임의 이름이라도 걸어줄게.”

     

   이쪽은 발하임의 이름을 큰 가치로 여기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메이리의 눈에 결심이 찼다.

     

   크라슈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임시 동맹 결성이다.

     

   어디 한탕 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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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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