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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7

    가구를 다 들이고, 문도 다 달고.

     

    나는 아내들을 데리고 호수에 도착했다.

     

     

    길었던 여관 생활도 드디어 끝이 났다.

     

    새로운 우리의 터전에 들어설 순간이었다.

     

     

    “….하아…”

     

    시엔이 자꾸만 곁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침을 자꾸만 꿀꺽꿀꺽 삼키는게, 그녀가 긴장하고 있음이 전해진다.

     

     

    시엔은 부푼 배를 조심스레 부여잡은채 앞을 바라보며 걸었다.

     

    곧이어 나올 우리의 집을 똑똑히 확인하려는 듯 했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시엔. 거창한것도 없고.”

     

    “아니, 그래도…”

     

    “…?”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 긴장하지 않을리 없잖아.”

     

     

    나는 시엔을 돌아보았다.

     

    따지고보면, 외딴곳에서 긴장없이 살겠다고 말했던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는 했다.

     

    시엔도 그런 내 꿈이 좋다며 항상 내게 속삭여왔었다.

     

     

    그리고 그랬던 우리의 꿈이 기나긴 시간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이 더 기적 같은지 알 수 없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일까, 아니면 그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아직까지 시엔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일까.

     

     

    “베르그가 그렇게까지 노력했는데 괜찮을거예요.”

     

    그때 네르가 곁에서 말했다.

     

     

    “너무 놀라시면 아이한테 안좋으니까, 진정하세요.”

     

    아르윈도 마찬가지로 말한다.

     

    조금 과장된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셋이 친하게 지내는만큼 이런 걱정도 진심이 전해져왔다.

     

     

    …그럼에도 서로가 조금씩 티격대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잠자리일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조율이 필요한 것 같긴 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 조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네르와 아르윈이 번걸아가며 나를 쥐어짠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시엔이 출산까지 마치고 난다면 또 얼마나 힘들어질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때로는 우두머리를 토벌할때보다 더욱 힘겹다 느껴질 정도였다.

     

     

    “…다왔어.”

     

    그리고 그때, 나는 높은 수풀을 헤치며 우리의 집을 그녀들에게 소개했다.

     

    최근에는 그녀들이 집이 완성된 모습을 보고 놀라고 싶다며 나를 따라오지 않았었다.

     

     

    그만큼 완성된 우리의 집은 그녀들에게 새로운 것이었고, 나도 그런 그녀들의 반응이 기대됐다.

     

     

    “……….아.”

     

    시엔은 우리의 집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 멈춰섰다.

     

     

    “…와아아…”

     

    네르도 입을 벌리며 감탄을 했다.

     

    “…”

     

    아르윈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끝내, 네르가 먼저 환희에 뛰며 나를 보았다.

     

    “너, 너무 완벽해, 베르그…! 빠, 빨리 들어가보자!”

     

     

    아르윈도 내게 다가와, 내 등을 껴안으며 말했다.

     

    “…여기가 당신과 평생 살아갈 곳이군요.”

     

     

    시엔도 나를 보았다.

     

    “…”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새로운 집에 들어서면 가장 흥미로운 일이 뭘까.

     

    물론 집의 구성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겠지만…결국, 성과 열을 올리는 것은 방을 고르는 순간이다.

     

     

    나야 안방이 있으니 결정할게 없었다지만, 시엔과 네르, 그리고 아르윈은 서로를 보며 미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제가 이 방을 하면 안될까요?”

     

    시엔도 평소와는 다르게 욕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당장 세 여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방은, 안방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쪽방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말했다.

     

    “…방이 작잖아. 여기는 작은 창고로 쓸 생각이었다니까?”

     

     

    아르윈이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베르그. 저는 그래도 이 방이 좋아요. 시엔님, 저도 양보 못해요.”

     

     

    네르는 조용히 내게 다가와 애교를 피우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시엔과 아르윈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속삭인다.

     

     

    “…여보, 내가 이 방으로 하면 안될까…?”

     

     

    네르는 최근 들어 이런 저런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중이었다.

     

     

    어쩌면 시엔이 나를 ‘벨’이라고 부르는 사실에 보이는 미약한 질투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지간에 네르는 나를 ‘여보’, 혹은 ‘내 사랑’, ‘내 짝’, ‘자기야’…등등, 나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호칭을 사용했다.

     

     

    나는 아내들의 싸움을 중재하며 말했다.

     

    “결정은 나중에 하고, 집부터 돌아봐. 다른 마음에 드는 방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내 중재에 아내들은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시선이 그 작은 쪽방에서 어렵게 떨어져 나갔다.

     

     

    그녀들이 다음으로 향한건 안방이었다.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주방에도 관심을 들이지 않고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가장 넓은 그 방을 확인하며 그녀들이 눈빛을 빛냈다.

     

    나는 아내들이 방에 만족을 하는 듯 해, 조용하게 뿌듯한 마음을…

     

     

    “…다행히 벽이 두껍네.”

     

    네르가 속삭인다.

     

    “…”

     

    아르윈은 조용히 침대를 꾹꾹 눌러보며 그 부드러움을 확인하고 있었다.

     

    “…”

     

    시엔은 조용히 안방문의 걸쇠를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들을 바라보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왜인지 모르게 의도가 보이는듯한 저 행동들.

     

    …뭐가 됐든, 그녀들이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

     

     

    “…라이커 공.”

     

    잘 차려입은 바란이 멍하니 스탁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이커 공.”

     

     

    두 번째 이어지는 호명에, 바란은 뒤늦게 그 말이 자신을 지칭하는 거였음을 깨닫는다.

     

     

    “아.”

     

    그는 그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방향에는 게일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피식 웃음을 짓다, 바란이 말했다.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이군요.”

     

    “그래도 자네의 새로운 이름이지.”

     

     

    바란은 스탁핀을 통치하게 되었다.

     

    물론 시엔의 부탁도 부탁이었지만…일이 이렇게 풀리는데에는 게일의 공이 가장 컸다.

     

     

    용인족의 최고전사인 게일은 국왕에게도 제 주장을 피력할 힘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베르그의 유지는 바란이 스탁핀을 이끄는 것이었다하니…국왕도 그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면, 마왕의 오른팔을 토벌한 공을 치하할 방식이 없었다.

     

    그의 목숨을 끊어낸 베르그는 죽음을 맞이했고, 아내였던 시엔은 사라졌으니.

     

     

    그러니 자연스레 공은 스탁핀, 혹은 해체된 홍염단에게 주어질 수 밖에 없는것이었는데…그 와중에 게일이 베르그는 바란이 스탁핀을 이끌었으면 했다고 말을 하니, 그걸 이루어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바란은 다시금 앞을 바라보았다.

     

    초록빛의 곡식이 스탁핀의 농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역병도 이제는 스탁핀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었고, 모든 걱정이 사라진 마을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름답습니다.”

     

    바란이 속삭였다.

     

    이 풍경을 보는 모두가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란은 그에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담 단장과, 베르그 부단장이 이걸 봤으면 좋아했을텐데.”

     

     

    게일은 그 말에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그는 바란을 보며 말했다.

     

    “아직도 감사한 마음에 행복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군.”

     

    “…”

     

    “아담은 이미 저 하늘에서 행복하게 내려다보고 있을거네. 베르그야 뭐…나름의 행복을 또 느끼고 있을것이고.”

     

    “…”

     

    “바란, 자네는 그저 주어진것에 행복을 느끼면 돼. 그게 두 단장이 원했을 일이야.”

     

    “…”

     

    바란은 그 말을 곱씹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생각을 해보니 둘 다 그럴 것 같기는 했다.

     

    “…베르그 부단장에게 혹시 온 연락은 없답니까?”

     

    바란이 순간적으로 물었다.

     

    게일은 그에 형식적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베르그는 이미 전사했는데 어떻게 연락을 보내나?”

     

     

    바란은 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오늘 제 결혼식인데…소문도 전 왕국에 들릴만큼 크게 냈고…”

     

    “보기보다 욕심이 많군, 바란. 이 모든게 혼인 선물이었다는 생각은 안해봤고?”

     

     

    바란이 그 말에 고개를 젖혀 웃었다.

     

    따지고 보면 그럴지도 몰랐다.

     

    욕심이 많은걸지도.

     

    온 스탁핀과, 귀족 호칭이 그를 위한 선물일지도 몰랐다.

     

     

    한참을 웃었던 바란은 눈꼬리에 걸린 눈물을 닦아냈다.

     

    이게 오롯이 기쁨의 눈물이었을지는, 그도 알지 못했다.

     

     

    끝내 한숨을 내쉰 바란이 말했다.

     

    “…그렇군요. 더 바라는게 욕심일지도요.”

     

    “그렇지.”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선물보다 한 통의 편지가 더 기쁠 것 같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란은 게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장난스레 말했다.

     

    “뭐, 누구든 그렇겠지만….저세상 사람에게 받는 편지만큼 귀한게 있을까요. 특히나 그 사람이 끝없이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

     

    게일은 그 말에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스탁핀에 깽판이라도 쳐보게. 혹시 아나? 영지를 너무 엉망으로 굴리다보면, 그 사람이 저세상에서 분노하며 되돌아올지.”

     

    바란은 그 말에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 반응했다.

     

     

    “그래볼까 봅니다. 정말 그 보고 싶은 얼굴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바란은 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련해지는 눈으로 영지를 다시금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솔직한 말로…그럴순 없겠죠. 믿음을 준만큼 저도 이 영지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으니.”

     

    게일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바란이 속삭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네요.”

     

     

    게일은 한참을 또 바란 곁에 서 있어주었다.

     

    그렇게 둘은 바람을 즐기다, 게일의 말에 휴식을 끝마친다.

     

     

    “자. 새신랑도 이제는 움직여야지. 아리따운 부인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바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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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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