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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7

       본인이 모든 내기를 때려 박을 생각을 한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혈교주 놈을 때려잡느라 산 하나를 날려 버린 후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분노한 적이 없었으니 아마 그 때가 마지막이겠구나.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의 일인가.

       

       그 때와 지금의 본인이 이른 경지를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터이니 사실상 그 날의 경험은 무의미하다 봐도 무방하겠구나.

       

       이거야 원.

       

       “실수로 기운을 놓쳐버릴지도 모르겠군.”

       “예?!”

       

       크흐.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물리는 것이 귀엽구나.

       

       어지간한 배만큼 덩치가 큰 녀석이 어찌 저리 겁이 많은지.

       

       그런 주제에 도망치지 않고서 여기에 머무르는 것을 보면 어떤 의미론 참 대단하구나.

       

       “농이다. 그럴 리가 있느냐.”

       

       본인이 아무리 전력을 낸 경험이 없다 하여도 기운을 다루는 데에 실패를 할 리가 있나.

       

       그 정도로 허술한 인간이었다면 진즉에 천마신공의 내기에 잡아먹혀 저물었을 터.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키며 주변에 퍼트려 두었던 모든 내기를 몸 안에 집약시킨다.

       

       이것의 원리는 본인의 절기와 다르지 않다.

       

       집약.

       

       본인이 권을 사용할 적에 내기를 발끝에 집약시켰다면 이번에는 본인의 손끝에 집약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아피스나 화룡무인에서 사용하던 내기와 지금의 본인이 사용하는 내기의 양과 질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만 근본은 같단 이야기다.

       

       모든 기운이 손끝에 모여들고 나서 손을 치켜들었다.

       

       자아. 그림을 그려보자꾸나.

       

       본인은 물방울을 만들어낼 것이다.

       

       모든 내기를 담아서 세상의 위에 본인의 뜻을 담은 물방울을 그려낼 것이야.

       

       손가락을 뻗어 기운을 세상이란 도화지 위에 묻힌 순간 주변에 여유로이 돌아다니던 기운들이 고기를 찾은 늑대무리마냥 달려들어서 본인의 기운을 물어뜯었다.

       

       두렵느냐? 본인이 그림이 완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야?

       

       그대들이 실로 필사적임을 이해하나 본인으로써는 그대들의 사정 따위 알 필요가 없다 싶구나.

       

       내기의 통제를 약간 풀었다.

       

       본래라면 천마신공의 내기를 통제에서 풀어주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허나 본인의 경우에는 상관없다.

       

       저들은 본인을 주인이라 여기기에 본인에게 이빨을 들이밀지 않으니.

       

       천마신공의 내기가 이빨을 들이미는 것은 어디까지나 바깥의 기운일 뿐이었다.

       

       본인의 기운을 지우러 왔던 녀석들이 하나 둘 천마신공의 내기에 잡아먹히기 시작한다.

       

       그를 구경하며 느긋이 그림을 그려 나간다.

       

       지난번에 본인이 했던 일이 세상의 위에 자국을 새기는 일이었다면 이번에 본인이 하는 일은 종이를 찢어 글자를 새기는 일이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세상의 위에는 영원토록 검붉은 글씨가 새겨질 터.

       

       어쩔 테냐. 어찌할 것이냐.

       

       설마 이 정도를 막아내지 못하느냐?

       

       벽이라 생각했던 그대는 벽이 아니라 신기루일 뿐이었느냐?

       

       답하라. 본인이 기대했던 것이 본인의 허상이었냐는 말이다!

       

       속으로 소리치며 그림이 완성되려는 순간 갑작스레 본인의 기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통제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천마신공의 내기는 나의 아래에 굴복하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그 밀도가 줄었을 뿐.

       

       같은 극끼리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 내듯이 본인이 그려내던 내기와 내기의 사이가 강제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본인은 멀뚱히 기운의 사이를 노려보았다.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운도. 내기도. 도도.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완전한 공허였다.

       

       비어있는 공간은 애초부터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으니 천마신공의 내기조차 그 곳에 파고들지 못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바루가 이야기를 하길 세상의 모든 곳에는 도가 깃들어있다고 이야기했었다.

       

       허나 저 곳에는 어찌하여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가.

       

       미지인가?

       

       바루조차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인가?

       

       흥미롭구나.

       

       저것이야말로 본인이 부수어야 하는 벽인 것인가.

       

       마음에 드는 군.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내기를 움직이는 데에 더 집중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려는 포악하고 사나운 기운들아.

       

       이대로 물러날 것이냐?

       

       세상의 의지 아래에 굴복하여 사라져버릴 것이야?

       

       그러고도 만마의 위에 선 신공의 기운이라 할 수 있을까!

       

       물러서지 마라.

       

       집어 삼켜라.

       

       구멍을 뚫어라.

       

       금을 내라.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하늘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흩어지려는 내기를 억지로 부여잡으며 모양을 유지한다.

       

       그럴수록 점점 더 빈 공간의 크기가 커지고 그 수가 늘어나 기운을 다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허나 부족하다.

       

       본인이 이 정도로 한계에 달하리라 생각지 말라.

       

       천하제일에 이르러 새로운 하늘을 찾아 돌아다니던 여행자의 집착이 가벼울 리가 있느냐.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더. 더!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는 빈 공간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던 중 먼저 한계에 도달한 것은 본인의 내기였다.

       

       진즉에 흩어져버렸어야 했을 것을 본인의 의지로 부여잡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어려워졌다.

       

       본인이 그려낸 그림 속에 천마신공의 검붉은 내기보다도 공허한 공간이 더 많아져 버렸으니.

       

       이미 그것은 나의 그림이라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거야.

       

       재밌구나.

       

       본인은 웃음을 지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못했다.

       

       흩어져야 했을 것들을 억지로 붙잡은 여파가 몰려오고 있었으니까.

       

       비유하자면 지금 본인은 활시위를 무작정 잡아당긴 것이다.

       

       시위를 힘으로 끊어버리기 위해서 무작정 당기고 또 당기고 당겼지.

       

       허나 시위는 끊어지지 않았고 시위를 잡아당기던 팔은 힘을 다하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쏘아질 화살 뿐.

       

       본인의 힘이 이 세상에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 힘이라는 것이 천마신공의 내기라는 거겠지.

       

       눈을 감고서 주변의 기운을 관조한다.

       

       통제에서 풀려나 세상을 집어삼킬 생각을 하는 정신이 나가버린 것들을 노려본다.

       

       그대들의 주인이 앞에 있거늘 어찌하여 방자하게 날뛸 생각을 하는가.

       

       돌아오라.

       

       기운 중 무엇은 쉬이 고개를 숙이고,

       

       어떤 것은 투정을 부리고,

       

       어떤 것은 반항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에 그것들은 모두 본인의 아래에 굴복했으니.

       

       힘의 파도는 본인의 손 위에 집약되었다가 흩어져 본인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이 정도면 여파는 크지 않겠구나.

       

       그리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오늘 하늘에 먹구름은 없었을 터인데.

       

       그것이 의아하여 눈을 떠 위를 올려다보니 마른하늘에 빗줄기가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본인이 사용하려던 도술의 여파인 것인가.

       

       바루가 비를 내리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본인도 비를 내릴 수가 있는 게로구나.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고갤 내렸더니 용이 얼굴을 물에다 박은 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딴 게 이 해역의 수호자인가.

       

       위엄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가 없구나.

       

       “뱀대가리야.”

       “…”

       “고갤 들어라. 뿔을 붙잡아 억지로 끄집어 올리기 전에.”

       

       본인이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고 나서야 머리를 든 용은 본인을 보기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멍청한 목소리를 냈다.

       

       “멀쩡…하군요?”

       “그럼 멀쩡하지. 이 근방이 초토화될 것이라 생각했느냐?”

       “그야 그런 기운이 몰아치면 재앙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무어. 그건 그렇지.

       

       이 주변에 흩어진 것들이 천마신공의 내기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면 본인은 그들을 굴복시키는 대신에 그들을 무마시키는 쪽을 택해야 했을 터이니.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졌더라도 본인은 멀쩡했겠지만 격돌의 대상이 된 이 섬은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다행이네요.”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용은 흐물거리듯 돌벽 위에 머리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를 보며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본인의 그리는 그림을 흩어버린 그것의 안에는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공허는 섬뜩했고, 그것이 지닌 견고함은 경이로웠으니.

       

       그것은 분명 미지였다.

       

       흐음. 이에 대해서 바루나 백주는 알고 있을까?

       

       종선은 이전처럼 본인의 의문에 답을 내어줄 수 있을까?

       

       궁금하구나.

       

       이런 호기심이 샘솟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끝에 무료함에 흘려보내던 본인이 다시금 목표를 찾을 줄이야.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구나.

       

       저 공허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저것은 분명 본인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째서 본인을 틀어막는 것인지는 모른다.

       

       저것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을 때에 무슨 일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말이다.

       

       하늘을 부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하더냐?

       

       하늘을 부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곳에 하늘이 있고 본인이 가려는 길을 가로 막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를 부수어 그 위에 서기 전까지 본인은 포기하지 않을 터이니 여러모로 시험을 해보아야겠지.

       

       이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아니. 하나 있긴 하군. 사람이 아니기는 하지만.

       

       “뱀대가리야.”

       “옙?!”

       “방금 전 본인의 기운을 흝어버리려던 것들을 보았느냐?”

       

       이 놈도 어찌되었든 간에 신령 비스무리한 존재다.

       

       그러니만큼 바루나 백주만큼은 아니더라도 도술에 대한 이해가 있을 터.

       

       “예. 보았습니다.”

       “그대는 그것들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용이 무지랭이라는 것은 지난번에 확인한바가 아니었던가.

       

       그저 대단하거나 신기했다거나 하는 반응이나 들을 생각으로 물음을 던진 셈이었다.

       

       허나 답변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처음 보는 것이라며 소리칠 거라 생각했거늘.

       

       이래서야.

       

       “짐작되는 바가 있느냐?”

       

       무언가를 아는 듯하지 않은가.

       

       내가 되묻자 용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세상에 모든 것에는 도가 있습니다.”

       “안다. 다른 이에게 익히 들은 일이니.”

       “이는 절대불멸의 진리입니다. 세상을 구성하는 규율이니까요.”

       “그 소리는 방금 전 그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곳에도 무언가가 있을 거란 소리더냐?”

       “예. 그렇습니다.”

       

       흐음. 과연. 설득력이 있구나.

       

       아직 본인이 이른 도술의 경지가 드높지 못하여 그를 보지 못 할 뿐이라는 것인가.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지만 바루건 종선이건 다른 이들에게 묻더라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올 것 같구나.

       

       “답변해주어 고맙구나.”

       “별 것 아니었습니다.”

       “그럼 본인은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예! 물러가십시오!”

       “나중에 다시 오마.”

       “…예? 또요?”

       “그래. 또다.”

       

       용은 기겁을 했지만 그런다고 본인의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용아. 원망을 하려거든 그대의 생김새를 원망하도록 하거라.

       

       그대가 바루마냥 귀엽게 생겼더라면 본인도 한 번은 고민을 해보았을 것 아니더냐.

       

       왜 징그럽고 찝찝하게 생긴 용대가리로 태어나서 본인의 마음을 차갑게 만드는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모지상주의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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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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