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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황보세가는 무림맹에 속한 정파이자.

       

       사대세가 바로 아래 놓여진 명가 중에서도 손에 꼽는 가문이었다.

       

       황보세가 출신 무인들은, 팽가와 더불어 육신이 단단하기로는 알아주는 이들이자.

       패존 비주의 세가인 비가와 동시에 무투계열로는 정상에 있는 세가였다.

       

       이는 과거, 천하제일인이자 혈마의 혈겁을 막아냈던 권왕 연일천에 이어.

       

       전대 권왕의 별호를 이어받은 이들 중에 황보가의 이름이 여럿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무투 계열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다만.

       

       명가라는 자존심과, 자긍심은.

       

       어찌 보자면 오만함과 자만으로 이어지기에 십상이었고.

       

       지금의 황보세가는 타 명가와 다를 바 없이 오만한 성정이 가득한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보세가란 전 중원에 널리고 널린 세가 중에 손에 꼽는 명가일뿐더러.

       

       육체적인 축복을 무수히 받아 중원에 유명한 고수만 여럿 보유한 세가였으니.

       

       사대세가와 구파일방이 아닌 이상 기를 죽이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본가의 혈족으로서 가지는 특혜와 재능만으로도 어깨가 절로 펴지니.

       

       그들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겠지.

       

       다른 명가의 이들이 그러하듯.

       

       혈족의 특혜를 받는 무인이란 그런 것이다. 

       

       되려 겸손함을 유지하며 예의를 갖추는 이가 더 드문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본가의 혈족 아래 방계로서 삶을 살아온 황보선에겐 더더욱 와닿는 말이었다.

       

       본가가 아닌 방계기에.

       

       하물며, 황보의 피를 얕게 이어받아 그들 특유의 굳건한 육신을 얻지 못한 황보선은.

       

       본가의 혈족이 보내는 멸시와 경멸 어린 시선을 달고 살아온 이였으니.

       

       얇은 뼈대와 크지 못한 덩치는 황보가의 무공을 배우기 적합지 않았고.

       더불어 유약한 성정을 가지고 있어 포식자들의 눈에 띄기에 십상이었다.

       

       재능이 없는 방계에게 본가는 지옥과 같은 곳이다.

       

       자신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괴물 같은 이들이 득실거리는 곳.

       

       명가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 오만함을 입고 비웃음을 머금고 있는 이들이 판을 치는 곳.

       

       황보선이 보는 황보세가의 본가란 그런 곳이었다.

       그럼에도 황보선이 세가를 떠나 도망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은 어찌 되었든 황보의 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속박이 되는 것이며.

       

       주박으로 묶여 앞으로를 살아야 할 것이다.

       

       아마, 평생토록.

       

       그들의 아래에서 노예처럼 살며 지옥 같은 삶을 살겠지.

       

       어찌 감히 본가. 

       그것도 명가에게 자신이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그저 체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황보선이 바라보는 미래는 그런 것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저게 도대체….’

       

       황보선은 온몸 여기저기서 폭력의 흔적으로 격통을 느끼면서도.

       

       당장의 고통보다 눈앞에 놓인 광경에 놀라움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뚜둑-!

       

       “끄아아악!”

       

       사방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한다.

       

       더불어 짙은 황색 무복을 입은 이들이 하나둘씩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지는데.

       

       단 한 명도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모두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피를 토하기 일쑤였다.

       

       우두둑-!

       

       “끄륵…!”

       

       또 한 명이 쓰러지며 바닥을 구른다.

       쓰러진 이의 얼굴을 확인한 황보선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헛!”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은 이는.

       본가의 혈족을 호위하는 호위대의 부대주였다.

       

       황보선이 알기로는 불혹을 넘겼으나, 벽을 넘은 무인이라 들었는데.

       

       저토록 쉽게 쓰러지다니.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많은 인원이 고작 한 사람을 잡지 못해 이 꼴이 난다는 것이 말이다.

       

       “…저자는 대체 누구지?”

       

       황보선은 고통으로 저릿한 가슴팍을 움켜잡고서.

       멀지 않은 곳에 홀로 서 있는 무인을 바라봤다.

       

       눈초리가 특히 사납게 생겨 눈을 차마 마주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심지어 주변에 널린 이들과 비교해 덩치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작은 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보다 더.

       

       ‘그런 이가 도대체 어떻게….’

       

       황보선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인의 손에 들려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보자면 더더욱이 말이다.

       

       ‘일 공자가…. 졌어?’

       

       이름 모를 젊은 무인의 손에는 황보세가의 차기 소가주이자 훗날 황보세가를 이끌어갈 사내인 황보척이 붙잡혀 있었다.

       

       무인의 작은 손에 황보척의 두꺼운 목이 잡혀 있다.

       

       거대한 덩치와 비례해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을 황보척의 육신을.

       저 무인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있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황보선에겐 그토록 두렵고 무섭던 황보척이 조금의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배는 넘어 보이는 황보척의 주먹은 청년의 가벼운 손짓에 부서지고.

       

       절대 꿇릴 것 같지 않던 무릎이 나뭇가지 부러지듯 쓰러지더라.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심지어 황보척 뿐만 아니라, 주변에 둘러싸고 있는 황보세가의 무인들 까지 합세했지만.

       

       저 젊은 무인은 그 많은 이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애당초 보지도 못했잖아….’

       

       그래, 애초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고 하는 게 맞겠지.

       

       자신은 저 무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눈에 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놀라움과 자괴감이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고 있는 사이.

       

       “쯧.”

       

       주변 이들을 모두 쓰러트린 정체 모를 무인이 혀를 짧게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도 짜증나게 굴어서 패버렸네…. 좆 됐다.”

       

       고강한 무위와 달리 상당히 양아치 같은 어투였다.

       

       “이러면 그 미친 인간이 잘 걸렸다면서 굴리려고 들 텐데…. 어쩌지? 안 들키게 그냥 다 땅에 묻어버릴까?”

       

       덤덤히 뱉어서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무나 잔인한 언사였다.

       

       땅에 죄다 묻어버린다니…. 무슨 저런 무서운…!

       

       “그렇게 하기에는 보는 눈이 남아있는 게 흠인데….”

       “흡…!”

       

       청년의 눈이 이쪽을 향한다.

       

       새빨간 눈동자를 마주한 황보선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참아야 했다.

       

       사납게 생긴 얼굴과 더불어, 이글거리듯 달아오른 붉은 눈동자는 마주하기가 너무나 두려웠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무섭게 생길 수 있는거지…?

       

       그리고.

       

       “큽….”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황보선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황보선은 순간 뒤편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어…?”

       

       그곳에는 놀랍게도 다른 이가 한 명 더 서 있었다.

       

       “이, 이 공자님…?”

       “…”

       

       그는 황보세가의 이 공자인 황보철위였다.

       

       황보철위는 근래 들어 그나마 황보선이 만났을 때 편한 사람이었다.

       

       원래는 황보척과 마찬가지로 황보선을 깔보고 멸시하던 사람이었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였다.

       

       ‘…이 공자는 싸움에 끼지 않은 건가?’

       

       그랬다면 왜 그랬을까.

       

       하기야 저렇게 뚜드려 맞는데 어떤 사람이 쉽게 끼어들겠냐마는.

       

       적어도 자신의 형이 맞고 있는데 뒤편에서 구경하고 있던 황보철위는 다소 이상하게 보이긴 했다.

       

       그렇게 당황하기도 잠시.

       

       “야. 거기.”

        “…!”

       

       주변을 죄다 작살 내놓은 청년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황보선은 진심으로 땅을 기어서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공포로 굳어버린 두 다리는 의지와 달리 딱딱하기만 했다.

       

       “누군가 했더니만.”

       

       청년이 황보철위를 보며 씨익 웃는다.

       그 미소가 너무나 무서워 황보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잘 게 떨어야 했다.

       

       ‘…살, 살짝 지린 거 같기도.’

       

       부디 아니길 바랐으나, 하체 쪽에 감각이 없는 터라 확신은 못 했다.

       가까이 다가온 청년은 씩 웃으며 입을 연다.

       

       “너도 여기 왔냐?”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황보선은 순간 의문이 들었으나, 옆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오.”

       

       놀랍게도 청년은 황보철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반응을 보니 황보철위 또한 아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반갑네, 일 년 만인가?”

       “그…렇소.”

       

       와중에 황보선은 보았다.

       

       청년이 가까이 다가오니 황보철위가 뒷걸음질 치는 것을 말이다.

       

       “전선에 황보세가가 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본가의 혈족을 두 명이나 보낸 거야?”

       “…”

       “대답해야지?”

       “그, 그렇소…! 저번에 빠진 일이 있어 같이 온 것이오.”

       

       황보철위의 다급한 말에 청년이 뒤편에 시선을 보내며 묻는다.

       

       “저게 그럼 네 형이야?”

       “…맞소. 황보가의 소가주 되실 분이오.”

       “저게?”

       “…”

       

       마치 저까짓게 소가주라고? 라며 놀라는 말투였다.

       

       황보세가임을, 심지어 자신이 패서 정신을 잃게 만든 사내가 황보가의 소가주 될 사람임을 알았음에도. 

       

       청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황보선은 그게 신기했다.

       

       “어쩐지 말하는 게 좆 같더라니…. 미리 알았으면 좀 더 팼을텐데.”

       “…그게 무슨.”

       “말 나온 김에 좀 더 팰까.”

       

       정말 더 팰 생각인지 청년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황보철위를 다시금 바라본다.

       

       “아 참.”

       “…?”

       “복수할 거냐?”

       “예…? 아, 아니. 뭐라 그랬소?”

       “너네 형, 내가 팼잖아. 그럼 이제 너도 덤빌 거냐고.”

       “…”

       

       껄렁이는 모습으로 묻는 게 황보선이 보기에도 상당히 얄밉고 꼴불견이었지만.

       

       동네 양아치 같다고 하기에는 직전에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거리감이 짙었다.

       

       동시에 황보철위가 뭐라 대답할지 궁금했다.

       청년이 묻는 말투가 이상해서 그렇지.

       

       어찌 되었든 제 형이 눈앞에서 작살난 것은 맞았으니까.

       

       “…그…것이.”  

       

       황보철위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간다.

       

       고심과 고민이 깊어 보이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황보철위는 과연 제 형의 담금질을 앞에서 보았음에도 가만히 있을까.

       혹은 명예와 형제간의 의리를 지키고자 주먹을 들까?

       

       짧은 순간이 지나고.

       황보철위는 고민을 끝냈는지.

       

       청년을 마주보며 제 의지를 얼굴에 가득 띄운다.

       황보선이 보기에도 굳건한 의지가 아닐 수 없었다.

       

       두꺼운 근육이 팽창하고.

       알 수 없는 분위기가 이른다.

       

       아무래도 황보철위는 청년과 싸울 생각인 모양이었다.

       

       뚜둑-.

       

       청년은 그런 황보철위를 보며 목을 풀었다.

       

       황보척을 어린아이 다루듯 굴려버린 청년을 상대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황보선이 살짝 떨리는 눈으로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황보철위가 청년을 보며 으르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내끼리 좀 싸우고 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소. 이에 대해 끼어드는 것은 오히려 사내답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오!”

       “…”

       “나 황보철위는, 형님의 의지를 존중하여 이를 묵살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어, 그래.”

       

       결론은 안 깝치겠다는 말이었다.

       

       당당하게 소리치는 황보철위를 보고 있자니.

       황보선은 자신이 오히려 창피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와중에 착각일까.

       

       황보철위를 뒤로하고, 황보선은 청년의 두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차,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

       

       황보선은 부디 착각이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정말 청년의 두 눈은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또렷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자신에게 향해 있었고.

       이를 황보선은 차마 마주 보지 못했다.

       

       ‘…왜, 왜 날 보는거지?’

       

       심지어 살짝 미소 짓고 있는 게 더 소름끼쳤다.

       

       설마….

       황보철위 대신 자신을 팰 생각인 걸까?

       

       의문이 쌓이고 겁이 끝까지 차올라 목젖을 툭툭 건들 무렵.

       

       황보선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겁에 질려 바닥만 애써 바라볼 뿐이었다.

       

       

       

       

       

       ******************

       

       

       

       

       

       

       바닥에 누워있는 머저리들을 잡아다 한 곳에 던져 놓고서.

       

       멀뚱멀뚱 서 있던 황보 뚱땡이에게…그나저나 이름이 뭐였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아무튼.

       

       서 있는 황보 녀석에게 바닥에 누운 놈들을 다 데리고 가라고 말해 놓았다.

       

       내 말에 놈은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투가 영 아니었다.

       그래도 아마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솔직히 화도 풀 겸 더 패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봤으니 참아줘야지.’

       

       적당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알고 있는 분위기랑은 다르지만, 분명히 그놈이었어.’

       

       한껏 후려 맞은 듯 바닥에 누워 낑낑거리고 있던 남자.

       

       제 성씨와 맞지 않게 평범한 덩치를 가지고 있던 유약한 얼굴의 무인.

       

       ‘묵권.’

       

       전대의 마인이자, 내 수하였던 무인. 묵권 황보선.

       그가 분명했다.

       

       ‘소식은 개방을 통해서 얼추 듣고 있긴 했는데, 여기서 볼 줄이야.’

       

       묵권은 전생에 마인을 학살하듯 때려잡으며 이름을 날리던 고수였으나.

       

       황보가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마교에 투신한 뒤 마인으로서의 삶을 살던 사내였다.

       

       ‘분위기가 너무 다르긴 하다만.’

       

       당시의 묵권을 떠올리자면.

       

       별호와 같이 말수가 없는 사내였으며.

       시키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싸움은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든 약하든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내였다.

       

       유약함이나 나약함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는데.

       

       ‘이때는 아직 저랬다는 말인가.’

       

       지금 마주한 황보선은 예상과 달리 너무나 유약해 보였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모습은 내가 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으니까.

       

       ‘신기하네.’

       

       황보가의 비기를 제대로 습득했다는 무인이.

       이 시점에선 저토록 나약한 인물이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근 시일 안에 무슨 기연이라도 얻는 걸까?

       

       더불어, 황보세가의 차기 소가주라는 놈을 떠올려보자면.

       

       솔직히 감상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기골은 좋으나 써먹질 못하는 반푼이였으니까.

       

       차라리 은근슬쩍 뒤에서 구경하던 황보…철 뭐시기가 재능으로 따지면 훨씬 나아 보일 지경이었다.

       

       ‘반쯤 죽여놓을 걸 그랬나.’

       

       놈에게는 감상보단 그런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황보척은 훗날 묵권 황보선이 마인으로 타락하는 이유이자 원흉이었으니.

       

       과거.

       

       명을 받아 마인을 사냥하고 돌아온 황보선은, 자신의 세가에 돌아오자마자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혈겁과 더불어 중원에 점차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황보선을 시기 질투한 황보척이.

       

       황보선의 아내와 어린 자식을 죽이고.

       

       더불어 황보선까지 죽이려 했던 일이 기점이었으니까.

       

       이런 걸 생각하면.

       

       황보척이란 놈을 지금 미리 치워 놓을까 싶으면서도.

       

       떨떠름함을 숨긴 채 참고자 했다.

       

       ‘복수는 대신에 해주는 것이 아니니까.’

       

       아마 전생의 묵권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면.

       

       내게 그러지 말라 했을 것이다.

       

       구태여 뭔가 한다면, 자신이 복수를 할 수 있도록 조금 도움을 달라고 하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마인으로 살던 시절.

       

       내 뒤편에서 같이 걷던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고선.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내가 처리하는 것 보다 도와주는 게 몇 배는 어려운 일이었으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지금의 황보선이 그걸 바랄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보니 어쩐지 한껏 쫄아있는 모양인데.

       

       왜지?

       

       난 반가워서 최대한 다정한 눈으로 본 건데 말이야.

       

       “아.”

       

       혹시 옆에 있던 놈이 무서워서 그랬던 건가?

       

       하기야, 그 덩치로 옆에 서 있는데 누가 안 무섭겠어.

       

       나 같아도 아파 죽겠는데 그런 놈이 멀뚱이 옆에 서 있으면 무서울 것이다.

       

       “게다가 나름 구해준 건데, 좋은 인상이 남았겠지?”

       

       분명 그랬을 것이다. 

       

       황보선에겐 마치 내가 영웅처럼 비치지 않았을까?

       

       “음, 개운하네 아주.”

       

       안 하던 착한 짓을 해서일까.

       피곤함에 찌들어있던 몸이 다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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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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