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38

       “그러니까,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는 겁니까?”

        

       “미리 알고 싸운다, 라는 느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미아의 관찰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신체적인 능력이 대단하지 못하고, 활동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미아여서 티가 별로 나지 않았을 뿐이지, 미아도 어린 시절부터 자기 어머니한테 거의 세뇌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니까.

        

       나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까지도 날 죽이는 게 일생의 목표였던 애다.

        

       “하지만 이상하잖아요. 예지 능력 같은 게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적을 사격해 맞추고, 마치 어떤 위협이 있을지 알고 있었다는 듯 제게 비싼 마르마로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기도 하고, 다수의 실력자를 상대로 그런 성과를 내고.”

        

       미아는 내가 미아 근처에서 보였던 활약상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게다가…… 저는 전장을 직접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제니퍼 선생님의 그 훈련이 실제 전쟁보다 약한 강도라면…… 애초에 그런 곳에 혼자 들어가서 살아 나오는 것이 가능하긴 한가요? 분명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 아닌가요?”

        

       “…….”

        

       “지하 미궁에 대해서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중심부에서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줄도 알고, 그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 즉석에서 작전을 바꾸고, 훈련된 기사들을 단신으로 몰살시키는 사람이라면, 그건 단순히 신체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잖아요.”

        

       오늘 나를 만났을 때는 다소 긴장한 듯 보이던 미아의 목소리는 이야기를 풀어낼수록 점점 차분해졌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말로 다시 풀어내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그때 기억하시나요? 실비아가 제 방에서 총을 찾아 나왔을 때.”

        

       “기억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실비아를 죽일 수 있었던 기회는 딱 그때뿐이었다고 생각했었어요. 제 손에 장전된 총이 들려있고, 제 실력으로도 맞출 수 있을 만큼 가까웠고, 총도 꽤 대구경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하면…… 제가 총을 쏠 거라는 미래가 있었다면 실비아는 제게 총을 주지도 않았겠죠.”

        

       “…….”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 그렇게 시간을 돌리는 와중에도 나는 죽어본 적은 없다. 정신 놓고 전장에서 날뛸 때도 단번에 죽지는 않았으니, 내가 죽으면 시간이 다시 돌아갈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미아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만약 미아가 나를 총알 한 발만으로 죽이지 못했다면 나는 시간을 돌려서 총을 돌려주지 않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아가 나를 한 번에 죽여버렸다면, 그 이후는 나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네요. 어떻게 생각을 해봐도, 실비아를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아요. 저는 마법을 사용하는데도.”

        

       “그래서, 그런 저의 미래를 끝까지 보고 싶다는 뜻입니까?”

        

       “음, 그럴지도요.”

        

       미아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실비아를 죽이는 걸 말끔하게 단념하니까, 그동안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미아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듯 천천히, 한마디씩 말을 꺼내놓았다.

        

       “죽인다, 오로지 죽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지어 실비아를 죽이고 나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하긴, 심지어 나를 몰래 감시하기까지 했으니까.

        

       나는 그때 미아에게 ‘감정을 배우는 중’이라는 헛소리까지 했다. 상황을 얼버무리기 위해.

        

       얼마 전에 소피아와 관련된 소동이 있었을 때도 미아는 확실하게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려나?

        

       “하지만 그걸 포기하고 나니…… 이상하죠. 분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했는데, 오히려 그 중요한 게 비어버린 자리에 이것저것 다른 것들이 들어왔으니까요.”

        

       “다른 것들이라면…….”

        

       “해야 할 일이 빠진 곳에, 하고 싶은 일들이 들어왔다고 해야 할까요.”

        

       미아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 그 표정은 씁쓸해 보였다.

        

       “저는 신체 능력이 다소 떨어졌어요. 이건 선천적인 재능의 영역이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요. 그래서 ‘공격 수단’으로 마법을 선택한 거예요. 성공한 뒤에 증거를 숨기기도 더 유용할 테고, 응용하기도 더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그걸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미아의 아래로 내려갔던 시선이 다시 반짝하며 올라와 나를 보았다.

        

       “하지만…… 이상하죠. 저는 그저 당신을 죽일 수단이라고 생각하던 그 능력을, 실비아 당신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도와줬으니까요. 전장에서 아군을 보호하는 데 쓰고, 제 몸을 보호하는 데 쓰게 하고.”

        

       음…….

        

       사실 그건 미아를 생각해서 그랬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인데.

        

       하지만 아무리 눈치 없는 나라도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을 꺼내는 게 분위기 깨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만약 실비아가 준 그 마르마로스를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건 제가 부모님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에요. 그 마르마로스를 지팡이에 장착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왜 이걸 저한테 준 건지 고민하는 와중에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미아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게 꽤 즐거웠던 거예요.”

        

       미아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그 이후로도 실비아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제가 마법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에요.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응용할지, 새로운 마르마로스를 어떻게 사용하면 어떤 마법을 창조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그저 제 재능에 맞는 선에서 이용하기 위해 마법을 골랐다면, 지금은 그 마법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건지 생각하는 것이 즐거워요.”

        

       “…….”

        

       “그리고 실비아를 따라다니면서 먹어본 이런저런 음식들도 맛있었고……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따라가고 싶어요.”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만.”

        

       “하지만 그 끝에 도달하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죠.”

        

       미아의 그 말은, 뭐랄까.

        

       굉장히 마법사다운 말이었다.

        

       “그리고 궁금하니까요. 실비아의 능력이 과연 마법적인지, 아니면 그 이외의 다른 현상인지. 지금 당장 제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지만, 그 원인을 파악해보려면 끝까지 따라가서 직접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미아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 처음 봤을 때 보였던 긴장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 안쪽에는 저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 그건 좀 무섭긴 하지만.”

        

       내가 조금 심술궂게 한 말에 미아는 이번에는 조금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지만, 그렇다고 자기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저 혼자 준비하고 실행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

        

       혼자서 다 생각하고, 혼자서 실행해야 한다고 한다면, 나도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 그곳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을 거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고, 시간을 벌고, 작전을 세우겠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당신을 막을 만한 명분이 더 떠오르지 않네요.”

        

       “……그, 처음부터 막을 생각으로 오시긴 한 건가요?”

        

       뭐, 따라오라고 설득하려고 했지.

        

       그런데 내가 설득하기도 전에 먼저 결론을 내리고 있었으니, 내가 더 할 말은 없다. 할 수 있는 경고도 다 했고.

        

       나는 대답하는 대신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자세한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미아는 나를 따라 일어나면서 말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미아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숨을 내쉬려다가, 아직도 메이드가 서있는 것을 보고 얼른 참았다. 다행히 메이드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어서 내 행동을 정확하게 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티가 나게 움직인 것도 아니었고.

        

       그럼 다음은……

        

       다음은 누굴 먼저 만나야 할까.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모든 사람을 다 만나고 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할지 모른다.

        

       루테티아 왕궁은 넓었고, 만나고자 하는 사람 중 별관에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루 만에 다 돌 수 있으려나.

        

       시간을 돌리면 대화 내용도 리셋되어버리니 그러지도 못하고.

        

       새삼 엑스트라 하나하나한테까지 죄다 말을 걸고 다니던 레오가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긴, 게임에서는 몇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시스템적인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JRPG시리즈를 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점은 인연이벤트를 몰아서 보다가 게임상 시간 하루만에 두 히로인과 연속해서 키스신을 보게 되었을때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관계상 좀 어색해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메인 이벤트에서는 별로 언급도 없는 것을 보고 주인공이 참 강철멘탈이구나 했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