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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뭔가가 다가오는 건 알았다.

       그래. 확실하게 인지되었다.

       딱히 검기가 투명하다거나 눈을 교란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4개의 직선으로 이어진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참격.

         

       ‘…저게 대체 뭐지?’

         

       마름모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정사각형?

       아니면 그저 4개의 직선으로 이어진 번개?

         

       모르겠다.

       모르겠어.

         

       ‘집중해.’

         

       나는 [미증유의 감]을 전력으로 켰다.

       더더욱 확실하게 보이는 검의 궤적.

         

       그러나.

       하지만.

       그럼에도.

         

       ‘어, 어디로 피해야 하지?’

         

       어디로 공격이 들어오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정말 수도 못 쓰고 목이 달아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억지로 막아야 하나 생각.

       그 순간, 검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에 울렸다.

         

       “유세하군. 오른쪽으로 벨 거야.”

       “……!”

         

       최종적인 목적지가 언급되자,

       그제야 간파할 수 있었다.

       서둘러 [성자의 검]을…

       아, 아니 안된다.

       위력이 부족하다.

         

       ‘슬라슬라!’

         

       [‘슬라임의 무기고’가 발동됩니다.]

       [‘스위칭’ 능력으로 즉시 교체됩니다.]

         

       스슥-!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히는 양손검.

       나는 손에 들린 ‘노퉁’에 힘을 몰아넣었다.

       부술 듯이 내려 베며 겨우겨우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큭!”

         

       아니.

       정정한다.

       다 막지는 못했다.

         

       일격 하나가 교묘하게 복부를 향해 달려왔다.

       옷자락이 베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닿기 직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검후가 힘을 거두었기에 사라진 거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이게 멈추지 않고 안으로 파고들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 절로 ‘패배’라는 단어가 연상됐다.

       허리가 잘려 두 동강이 난 상체가 바닥을 뒹구는 끔찍한 모습이 떠올랐다.

       장담하는데 실전이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됐을 거다.

         

       ‘…나는 지금 한번 죽었다.’

         

       턱선을 타고 땀방울이 흘렸다.

       톡.

       바닥에 닿자 퍼져나가는 땀자국.

       나는 무릎을 굽혔다.

         

       ‘…헉, 헉…’

         

       마음 같아서는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좀 더 쉬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검후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단다. 일어나렴.”

         

       평범하게 말하지만, 어찌 보면 굉장히 혹독하기 짝이 없는 발언.

         

       과거.

       나는 어째서 팽진아가 ‘사저는 화나면 무섭다.’라고 말하였는지 알 것 같았다.

         

       시선을 마주쳤다.

       조금 전 말했던 예방조치라는 말.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최대한 나에게 욱여넣으려는 거야.’

         

       이 정체불명의 검술을 보여준다.

       그리고 적응하게 하려는 거다.

         

       주먹을 쥐었다.

       잘은 모른다.

       무엇을 위해 적응하게 하려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약한 소리할 때가 아니라는 걸 직시.

       바닥을 치며 힘차게 일어섰다.

         

       “네! 얼마든지 오십…”

         

       슈컥-!

       털썩.

         

       다시 한 번의 주저앉음.

       이번에는 꼴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더듬더듬 목을 쓸어내렸다.

       당연히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나는 직시했다.

         

       목이 잘려 바닥을 뒹구는 미래의 모습을 말이다.

         

       드득-!

         

       “……?”

         

       순간 들려오는 미묘한 소음.

       고개를 돌렸다.

       놀랐다.

         

       일직선.

       연무장 전체에 가느다란 실금이 그어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고쳐졌지만, 베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체 뭐지?

       뭘 어떻게 하는 거지?

         

       ‘쪽도 못 쓰겠어.’

         

       나름대로 자만하지 않고, 높은 곳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벽에 막혀 고꾸라진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천외천의 벽.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검후의 목소리.

         

       “미안해. 유세하군. 아직 멀었단다. 일어나서 자세 잡으렴.”

       “네, 네…!”

       

       음?

         

       나는 그제야 눈치챘다.

       그녀가 피로해하고 있었다.

         

       자세히 본다.

       퉁퉁 부은 손목.

       푸른빛이 감돌았다.

       분명 여기저기 멍이 들고 다친 게 틀림없었다.

         

       검후가 고통스러워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지금 이 기술. 펼치는 것만으로도 반동이 저리 온다는 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매화검후에게 반동이 올 정도의 검법이라는 소리다.

         

       내 시선을 눈치채는 검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에서 연고를 꺼내 손목에 바르며 검을 고쳐잡았다.

         

       “갈게. 이번에는 머리 위야.”

       “…네!”

         

       슈컥-!

         

       “이번에는 옆구리.”

       “네, 네!”

         

       슈컥!

         

       그렇게 약 2시간.

         

       <트윈 헤드 트롤>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죽음의 감각을 느껴 보지 못했던 내가, 약 45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 * *

         

         

       “…대체 이게 뭐죠?”

         

       나는 대짜로 뻗은 채 물어보았다.

       옆자리에 앉은 검후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귀영검(鬼影劍)이야.”

       “…귀, 영검?”

       “응.”

         

       귀영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잠깐의 고민.

       뒤를 이으는 검후의 말에 깨달았다.

         

       “소항우라는 이름 아니?”

       “…서, 설마 검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그 망할 영감탱이가 쓰는 기술이야.”

       “……”

         

       나는 기술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검후를 보며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의문.

         

       처음 느꼈던 것처럼 왜 이걸 나에게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검후는 도대체 어떻게 이걸 아는 걸까.

         

       평소 잘 굴리던 맷돌이다.

       이번에도 빙빙 돌아가며 상황을 짜맞추기 시작했다.

         

       ‘…대련 시작 전 검후가 언급한 망할 영감이라는 말.’

         

       검을 조금 배우고 <팽가>에 입문했다는 말.

       조합해 보니 얼추 견적이 나왔다.

       그러한 내 생각은 선수를 친 검후에 의해 사실로 판명됐다.

         

       “맞아. 나 그 사람 제자거든.”

       “…?!”

       “제자라고 해도 어린 시절 강제로 납치당해서 배운 거야. 사실 보여준 기술 대부분은 내가 그를 분석하고 잡기 위해 쫓아다니면서 독학으로 습득한 거라서…아마 원본이랑 좀 차이가 많을거야.”

         

       검후는 담담히 말했다.

       일렁이는 분노가 느껴졌다.

       필시 뭔가가 있다는 생각.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다.

       분명 이건 검후에게 있어 중요한 개인사일 테니까.

         

       그런 내 모습에 귀엽다는 듯 웃는 검후,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네~”

       “아, 아닙니다. 저기 근데…이걸 보여주시는 이유는 역시 검귀가 이번 습격에…?”

        “솔직히 확신은 없어. 그 영감의 행적은 도통 추측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래도 한번은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미리 말하지만, 유세하군을 우습게 여길 생각은 없어.

       그러나 장담하는데.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쪽도 못 쓰고 죽었을 거야.

         

       동의한다.

         

       ‘고스라’에서 보여준 게임 화면 속 전투의 모습.

       검귀라는 인물에 대한 패턴과 공략.

         

       ‘…안돼.’

         

       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전 부딪침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검귀는 내 생각 이상의 괴물이었다.

         

       나는 이왕 말문이 트인 거 검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거든.

         

       “저기, 귀영검이라고 하셨는데. 이거 진짜 정체가 뭔가요? 정말로 귀신이나 그림자 같은 걸 다루는 검술인가요?”

         

       “아니~그런 기미는 없었잖아? 애초에 귀영검이라는 이름도 정체를 간파 못 한 검수들이 붙인 이름이거든.”

         

       “…그럼 도대체…”

         

       검후는 빙그레 웃었다.

         

       이 정체불명의 신묘한 검법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나는 끝까지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 * *

         

         

       유세하가 매화검후에게 다양한 죽음을 경험하는 그 시각.

         

       숙소 밑에 있는 무인 호프집.

         

       팽진아와 수옥빈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벼운 차림의 두 사람.

       워낙 쭉쭉빵빵한 검술, 흡혈 주머니의 소유자들이다.

         

       알코올까지 몸에 들어가니, 발색 좋게 달아오른 피부가 요염한 색기를 내뿜었다.

       다행히 이곳은 개인 숙소에 딸린 시설.

         

       음식을 전달해 주는 서빙용 기계 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보는 눈은 없었다.

         

       “그래서 부른 이유는 언제 말할 거지?”

       “어머, 이제 겨우 1잔 마셨는데 벌써 가시려고요?”

         

       눈살을 찌푸리는 팽진아.

       수옥빈과 자신은 그리 친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악우에 가까운 관계라고 여겼다.

       말하게 있다고 해서 어울려 준 거지.

       이리 주야장천 술 마시며 놀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럴 시간에 유세하를 위한 검술 수업을 더 짜야 한다. 그저 마시기 위해 부른 거라면 이만 가보겠-”

       “-그거 가르칠 게 남아있나요?”

         

       흠칫.

         

       팽진아는 몸을 떨었다.

       훅, 들어오는 한마디.

       절로 혀를 찼다.

         

       지적대로 팽진아는 더는 유세하에게 알려줄 게 없었다.

         

       원래라면 2학년쯤에 연마해서 학년말에 배웠어야 할 [패천멸섬]이다.

         

       그걸 고작 4개월 만에 완벽히 터득한 압도적인 천재에게 뭘 더 가르친다는 말인가.

         

       “……”

         

       팽진아는 생각했다.

       그래, 이거다.

       팽진아는 수옥빈의 이런 부분이 싫었다.

         

       뛰어난 관찰력과 판단력으로 결론을 내리는 지성.

       어찌 보면 유세하와 비슷했다.

         

       다만 차이는 확실했다.

       유세하는 배려심이 많았다.

       상대가 상처받을 것 같다면 최대한 돌려서 전달.

         

       하지만 수옥빈은 그런 게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음에도 마치 쿡쿡 찌르듯 훅 전달해 버렸다.

         

       노려보듯 바라보던 팽진아.

       입술을 깨물었다.

       다짐하듯 말했다.

         

       “…나는 유세하의 스승이다!”

       “어머. 스승이죠. 누가 뭐래요?”

       “이, 이, 이익!”

       “너무 이 악물지 마세요. 그러다 부서질라~”

       “장난칠 거라면 나는 당장-”

       “-그런데 언제까지 그리 속일 수 있을까요?”

       “…뭐?”

         

       수옥빈은 생맥주를 쭈욱 들이켰다.

       쿵.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유세하군은 분명 강하지만 아직 미숙하지요. 스승으로서 옆에 있어 주고 호흡을 맞춰주고 검을 나누고, 던전, 게이트같은 사회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 그래. 맞다 나는 스승으로서-”

       “-그러니까 언제까지 그리 속일 거냐고요.”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수옥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 스승이다. 스승으로서다. 스승이니까 제자를 위해서다. 대충 이런 말들. 이제는 의미 없지 않나요?”

         

       “…무슨?”

         

       “아, 아. 역시 저는 유세하님처럼은 안되네요. 그냥 직설적으로 말할게요. <패천검>.”

         

       영문을 몰라 눈을 끔벅거리는 팽진아.

       그녀의 귓가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려왔다.

         

       “남자.”

         

       유세하님을 한 명의 남자로 보고 있잖아요.

         

       당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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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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