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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마귀 군대는 흉악한 기세로 카드순 내부로 밀어닥쳤다. 그들은 건물들을 가차 없이 때려 부수며 진격해 나갔다.

         

       그들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은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서였다. 티케터들이 사람들에게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표를 재빨리 뿌린 덕에 자카누바들은 그저 빈 거리를 휩쓸고 있을 뿐이었다.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동안 원더랜드의 중심부인 사법 극장에서는 경비대의 소집이 이루어졌다. 원더랜드에 등록번호(인스피라)가 부여된 시민들은 모두 일정한 주기로 경비대에 종사해야 했다. 그리고 비상 상황이 닥치면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후방에서 손님들에게 피난처를 제공 중인 극장주를 제외한 모든 시민에게 소집 영장이 발부되었다. 무려 10만에 달하는 페르소나들이 순식간에 중앙 광장에 집결했다.

         

       이 모든 과정은 3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이루어졌다. 전령 역할을 하는 티케터와 그들이 가진 순간 이동의 힘 덕분이었다.

         

       허수아비, 미노바, 홉스는 광장에 들어차는 원더랜드의 병력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유쾌하고 시끌벅적했던 곳에서 전쟁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루엘로!”

         

       미노바가 막 충격에서 깨어나 딸을 찾을 때, 극장 안에서 크레이지 해터가 걸어 나왔다.

         

       “산 자들이여, 많이 놀랐겠군.”

       “이, 이거 괜찮은 거요?”

       “별거 아니오. 마신의 영역에서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 물론 이 정도 규모는 드문 일이지만……. 어쨌든 여기서부터는 그대들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오. 그대들은 어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시오.”

       “자장가는……합주는 모두 끝난 겁니까?”

       “거의. 아마 5분이면 마무리될 거요.”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 여기 없는 사람이……아, 저기 오는군.”

         

       계단 아래에서 오베론, 루미, 클라라 세 사람이 뛰어 올라왔다. 그들은 각자 묵직한 포대 자루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들은 퍽에게서 키르쿠스에게 쓸 ‘잠 모래’를 받으러 간 것이었다.

         

       “가이드 두 분! 합주가 끝나는 대로 손님들을 출구로 안내해주시오! 매 조장, 그대는 손님들을 경호하게. 오베론 단장은 합주가 끝난 뒤, 공동에 덜 감긴 눈을 찾아서 잠 모래로 잘 마무리 해주시오.”

         

       그는 그렇게 외치고는 경비대를 지휘하기 위해 계단을 따라 광장 아래로 내려갔다.

       허수아비는 루미와 무언의 시선을 나누고는 다른 두 단장을 향해 소리쳤다.

         

       “미노바 씨, 홉스 씨, 안으로 들어가서 일행들을 데리고 나와 주세요!”

       “아, 알겠네.”

       “판타스틱도 있어. 잊지 말자고.”

         

       두 사람이 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오베론은 루미와 마지막 인사 비슷한 것을 나누고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광장 아래의 형세를 살폈다.

         

       입구 근처에 있던 자카누바 무리는 어느새 광장 바로 앞까지 들이닥쳤다. 사람들은 그들이 그저 무작정 날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분명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곳이 어딘지는 명백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점점 더 가깝게 더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법 극장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경비대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이곳을 둥글게 에워싸는 형식으로 방진을 형성했다.

         

       얼마 안 있어 놈들이 광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당장이라도 부딪칠 기세로 펄쩍펄쩍 뛰어오던 그들은 경비대와 불과 몇 발자국 남겨 두지 않고 정지했다.

         

       쿵.

       동시에 발을 멈추는 충격음이 광장을 울렸다. 먼지구름이 광장을 훑고 지나갔다.

       자카누바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앞에 있는 자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경비대원들도 놈들의 흉악한 기세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쏘아봤다.

         

       조용히 대치하는 두 집단 사이로 마귀 진영 쪽에서 몇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보통 자카누바보다 덩치가 2배 이상 컸으며, 손에는 커다란 낫을 쥐고, 하늘거리는 검은색 천을 몸에 휘감고 있었다.

         

       “사신.”

         

       허수아비의 중얼거림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사신이라면 그 사신?”

       “누아-자카누바!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네.”

       “저 정도 고위 마귀들이 어째서…….”

         

       사신들은 광장에 있는 모두가 다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원더랜드의 절반을 자신들의 집으로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인 것은 크레이지 해터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도 이렇게 뻔뻔한 요구를 해오는 놈들은 처음인지 어처구니없어했다.

         

       전략적으로 말도 안 되는 행동과 시선 끌기.

       허수아비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느꼈다.

       양동작전이다!

         

       그의 머리는 재빨리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저 대군이 그저 시선을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면?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까 바운서의 외침이 떠올랐다.

         

       -손님, 여기는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던 파수꾼의 기계음.

       마귀들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뛰어들어야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음성들은 그렇게 딱 한 번 들리고 더 들리지 않았다. 그 한 번의 시도와 눈앞의 군대가 모두 미끼라고 한다면?

         

       허수아비는 바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 한 방향을 돌아봤다.

         

       아치문과 완전히 대칭되는 지점에 있는 카드순의 반대쪽.

       북쪽.

       그곳 하층에는 사법 극장의 지하와 연결된 비밀 통로가 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입을 떼는 순간, 극장 안쪽에서 비명과 폭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자카누바 군단이 경비대에게 돌진했다.

         

         

       ***

         

         

       고위 마귀는 번식으로 태어나기보다 일반 마귀가 어떤 계기로 각성, 융합, 변이, 진화 같은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신’이라는 별명을 지닌 누아-자카누바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급 마귀인 자카누바가 사신의 낫이라는 기물을 손에 넣게 되면서 힘과 지능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사신의 낫이라는 물건이 언제부터 어비스에 존재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현존하는 낫들은 모두 원래 하나의 존재였고, 그것이 쪼개진 것이 현재의 사신들이 들고 다니는 그 물건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어떤 인과로 얽힌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예외를 빼고는 그것은 오직 자카누바만이 손에 쥘 수 있었다.

         

       카타로피는 자신이 사신의 낫을 얻게 되었던 때를 떠올렸다. 앞서 낫을 잡았던 수십 마리의 동족이 힘을 감당하지 못해 육체가 폭발해 산산이 흩어져 죽었다. 그의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짐승에 가까웠던 자신이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너무 슬펐고, 너무 무서웠던 것은 확실했다.

         

       그래도 어떤 오기가 있었을까. 그는 사신의 낫을 손에 쥐었고 살아남았다.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고 그동안 상상도 못 했던 힘을 손에 얻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신들도 분명 자신처럼 낫의 힘에 어울리는 고귀한 존재임이 틀림없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신들끼리 모이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사신의 낫이 그 주인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캇피야, 캇피야! 와서 이거 좀 먹고 해.”

         

       볼도 몸도 그보다 통통한 사신 한 명이 입에 먹을 것을 우걱우걱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 옆에는 그런 사신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중년의 사신이 있었다. 그녀는 카타로피에게 먹을 것이 담긴 도시락을 내밀었다.

         

       “캇피 군, 페어리 만두 먹지 않을래? 간장 절임 했던 페어리들을 갈아서 속을 만들었어.”

       “됐습니다. 둘이서 많이 드십쇼.”

         

       카타로피는 ‘사신’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위엄을 찾아볼 수 없는 동료들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왜 저렇게 신경이 날카롭대? 늘 여유 있는 게 캇피 군의 매력이었는데.”

       “쟤 얼마 전에 지상에 놀러 갔다가 인간들에게 털렸잖아요.”

         

       뚱뚱한 사신의 말에 중년의 사신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어머. 우리 사신 귀공자께서?”

       “누가 귀공잡니까! 야,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그 자리에는 ‘사도’가 3명이나 있었어! 거기에서 정교회 사제랑 기사까지! 너 사도 3명 이길 수 있어? 엉?”

         

       카타로피가 펄쩍 뛰자 뚱뚱한 사신이 입을 불퉁하게 내밀며 중얼거렸다.

         

       “쟤는 나한테만 화를 내.”

       “어머, 우리 패티 군한테만? 착각한 거 아냐?”

       “저한테는 존댓말도 안 써주잖아요.”

       “꿈도 꾸지 마. 넌 평생 못 들을 거다.”

         

       그가 씩씩대고 있는데 그동안 가만히 지켜 보고 있던 사신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다른 사신들과 달리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과 골반이 굴곡진 것이 여성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카타로피.”

       “샤, 샤아누라 씨.”

         

       그 목소리 역시 다른 사신들보다 가늘고 높았다. 카타로피는 그녀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씨는 빼라고 했잖아. 나이 차이 얼마 난다고.”

       “그, 그래도 그냥 이게 편해서…….”

       “너 정말 인간들한테 졌어? 네 실력으로? 사도 셋이라 해봤자 산 사람들이잖아.”

       “……안 졌다니까요! 비, 비겼어요! 그때, 그 기사 놈만 아니었어도…….”

         

       그때, 뚱뚱한 사신이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샤아, 여기 와서 만두 좀 먹어.”

       “야, 야! 샤아 씨의 이름을 함부로 줄여 부르지 마!”

       “다 같은 친구인데 뭘. 네가 유난 떠는 거야. 까다로피. 까탈로피.”

         

       사신 4명을 태운 광차는 지하통로를 달려 사법 극장의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임무에 고용된 사신은 총 9명.

       그중 5명이 자카누바들을 지휘해서 시선을 끄는 동안, 이곳에 모인 사신 4명이 의뢰인들이 10일 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선 카드순 주변에 자카누바들을 들여보내 바운서들의 경보를 작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그들 4명은 북쪽으로 들어가 바운서 하나를 협동으로 처치해버렸다.

         

       -소오온……니이이, 임…….

         

       바운서는 강력한 정령이었다. 1대1로 싸운다면 사신조차 승부를 함부로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 4명의 전력을 다한 기습 공격에 말 한 번 내뱉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몰래 카드순 안에 잠입한 그들은 의뢰인들에게 받은 정보대로 북쪽 하층 지역에 있는 비밀 통로를 이용했다.

         

       마신의 영역 최심부에 잠입하는 위험한 의뢰인데도 카타로피는 동료들에게서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인간 한 무리가 내 집에 쳐들어왔었지.”

       “아줌마 잡으러 온 용사들이었어요?”

       “아니, 우연히 떨어진 머저리들이었어.”

       “어떻게 했어요?”

       “지금 네가 먹고 있는 고기 꼬치가 놈들이란다.”

       “우와아! 어쩐지! 샤아도 같이 먹지 않을래?”

       “아니, 나는 요즘 채식만 해.”

       “채식? 풀때기는 맛없어.”

         

       이제 도착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카타로피는 배불러서 숨을 씩씩대고 있는 친구를 한 번 노려보고는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이 모습들은 뭡니까? 피크닉 왔습니까? 제발 긴장 좀 합시다! 사신이라는 이름이 아깝…….”

         

       그때, 중년의 사신이 도시락 바구니에서 그릇 하나를 꺼냈다.

         

       “캇피 군, 캇피 군이 좋아하는 허브로 우린 물에 묵사발을 만들어 왔어.”

       “무나 씨, 제발…….”

       “안 먹을 거야? 응? 응?”

       “휴우, ……알겠습니다.”

         

       카타로피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그녀가 내민 그릇을 받았다. 허브 향과 묵사발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역시 입에 맞는 게 없어서 심통 난 거였어.”

       “내가 넌 줄 아냐!”

         

       그러나 카타로피가 미처 한 숟가락을 들기 전에 광차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 때문에 묵사발 그릇은 선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이이…….”

       “어떡할 거야? 주워 먹을래?”

       “집어치워! 임무나 가자!”

       “캇피 군, 임무 끝나고 또 만들어줄게. 너무 속상해하지 마.”

         

       4명의 사신은 각자 사신의 낫을 손에 들고 광차에서 내렸다.

         

       “위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군. 저게 연주되고 있으면 멈추라고 했지?”

       “붙잡혀 있는 죄수들에게도 누가 가야겠고.”

       “최심부 테러는…….”

         

       넷은 각자 맡은 바를 나누고 그곳에서 헤어졌다.

       카타로피가 선택한 곳은 지상의 홀이었다.

         

       그는 홀 안에 들어서자마자 사도로 보이는 남자에게 기습적으로 참격을 날렸다. 그는 한창 지휘에 열중하고 있던 와중이라 그런지 변변찮은 반격 한 번 못 해보고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객석이 무너져 내렸고, 참격이 지나간 여파로 연주가 흘러나오던 무대 역시 둘로 쪼개졌다.

       다들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서 굴러떨어졌지만, 악기가 없어 몸이 가벼웠던 엘라만은 간신히 무대 위에 균형을 잡고 설 수 있었다.

         

       카타로피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히죽 웃었다.

         

       “호오, 당신은 그때 그 곡예사 아가씨 아니신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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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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