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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휴우웅!!

       

        “흐음.”

       

        드디어 중간계에 도착했다.

        아니…… 애초에 중간계에 계속 머물고 있었으니 정정해야겠다.

       

        나는 드디어 인간들이 사는 영역에 발을 디뎠다.

       

        ‘식생은…… 내가 나고 자랐던 곳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군.’

       

        처음 보는 식물종이 조금 보이지만, 활엽수와 침엽수와 같은 식물들이 보였다.

        이젠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지만, 내 전생의 ‘지구’라고 불렀던 행성에서 보던 식물과도 비슷한 종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차원은 본래 ‘지구’의 분리 차원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신계의 파수꾼 푸푸르마가 말했다.

        나는 이곳까지 나를 데려다준 그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 만약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이 아이에게 당부하시면 될 겁니다.

       

        포르르-!

       

        푸푸르마의 손안에서 작은 정령이 날아올랐다.

        작은 조류…… 그러니까 ‘참새’라고 하던가?

        그런 조류를 닮은 정령은 겁먹은 듯 푸푸르마의 주위를 날아다니다, 그의 손짓에 따라 천천히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푸푸르마여. 하나만 더 물어보자꾸나.”

       

        = 네.

       

        “요르라는 인간들의 무리가 어디 있느냐?”

       

        나의 질문에 푸푸르마가 한쪽을 가리켰다.

       

        = 저 방향으로 가시면 나올 겁니다. 더 자세한 안내는 그 아이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렇구나. 아이야. 네 이름은 무엇이냐?”

       

        나는 내 어깨에 올라온 정령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러자 정령은 덜덜 떨면서 나에게 의지를 보냈다.

        이름이…… 그렇군.

       

        “흠. 이름은 알겠으나…… 인간의 구강구조로는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이로구나.”

       

        이걸 어쩐다…….

        잠시 정령의 이름에 대하여 고민하다 푸푸르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오셰’라고 부르시면 될 겁니다.

       

        “그래. 그럼 오셰(이쪽 세상의 단어로서, ‘빛 조각’을 의미한다)라고 부르마.”

       

        포로롱~!

       

        내 말에 날갯짓을 하는 정령.

        그렇게 필요한 일들이 다 끝났을 때, 푸푸르마는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 그럼 전 이만.

       

        “그래. 수고하거라.”

       

        슈슉!

       

        푸푸르마가 사라지고.

        나는 어깨에 정령을 올려 둔 채 ‘요르’가 있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방향만 알고, 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럼 가 볼까?”

       

        파닥파닥!

       

        그렇게 나는 숲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 약간 고전 판타지 소설 도입부 같음.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의 모험!

        – 캬! 고대 그리스 모험인가요?

        – ㅋㅋㅋㅋㅋㅋㅋ

        – 그리스는 아닌데, 수상할 정도로 그리스 느낌 나는 그런 동네 아닐까?

        – 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떠들썩했다.

       

        나는 시청자들이 충분히 떠들 수 있도록 잠시 이야기를 멈췄다.

        그리고 탄산수를 마시며 시청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그들이 충분히 진정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입을 열었다.

       

        “요르 국가로 향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일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까지 전부 이야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겠구나.”

       

        – 앗?!

        – 크으으윽!

        – 전부 이야기해 줘요!

        – 으아앙!!

        – 다 해 줘요!

        – 다 줘요!

        – 크아아아아아아악!!

       

        내 말에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한다.

        그들의 반응에 나 역시 안타까웠지만, 이 부분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런 자잘한 이야기까지 전부 하다 보면, 앞으로 두 달은 이 이야기만으로 방송을 이어나가야 했을 테니까 말이다.

       

        – 두 달ㅋㅋㅋㅋ

        – ㅋㅋㅋㅋ

        –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겁니깤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차원 하나당 몇 가지 썰이 있는 겁니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나도 본래는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었단다.”

       

        본래 내가 ‘인간들의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라는 조건을 건 이유엔, 나와 인연을 맺은 아케포라스를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왜냐하면 그와 약속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뭐였는데요?

        – ???

        – 궁금궁금

        – ??

        – ?

        – ?

       

        “뭐였더라…… 그가 물고기를 잘 구워서 나에게 건네줬을 때였나?”

       

        내가 아케포라스가 구운 물고기의 맛을 칭찬했을 때, 그는 나의 칭찬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 나라인 요르는 바닷가와 접해 있기에, 이보다 더 맛있는 물고기 요리가 가득하다. 그러니 언제 한 번 찾아오면 대접하겠다.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구나.”

       

        당연히 나는 그의 말에 언제고 한 번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기에 나는 요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 아닠ㅋㅋㅋㅋㅋ

        – 그거 밥 한 번 먹자는ㅋㅋㅋㅋ

        – K-약속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내 말에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느 부분이 이 아이들을 웃긴 것일까?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다.

       

        “본래는 그저 아케포라스를 찾아가 약속대로 식사를 대접받고, 그대로 본체로 돌아가려 했단다.”

       

        인간들의 말대로 하자면…… 친구의 집에 찾아가 식사를 대접받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나는 이때의 인간 세상 나들이를 조금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 사건사고가 일어날 것 정도는 예상했지만, 정말 하루도 느긋할 날이 없었지.”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

        – ㅋ

        – 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도대체 무슨 일들을 겪으신 겁니까 센세….

        – ㅋㅋㅋㅋ

       

        “음…… 그렇다면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마.”

       

        이것은 내가 ‘요르’에 도착하기 1년 전의 일이었다.

       

        – 1년 전?

        – 아닠ㅋㅋㅋ 

        – 스케일이 왜 년 단위얔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

        – 엌ㅋㅋㅋㅋ

       

        “어허. 이야기에 집중해야지.”

       

        나는 시청자들을 타이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쾅!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길을 걸어가던 내 앞에, 한 인간 수컷이 나타났다.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만든 옷을 입은, 커다란 근육을 가진 인간 수컷.

        한 손에는 무쇠로 만들어진 몽둥이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그물이 들려 있었다.

        인간들의 관점으로 보자면, 아마도 ‘야만적’이라는 말이 딱 떠오르는 그 인간은, 나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찾았다! 이 괴물!”

       

        “???”

       

        괴물? 나에게?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뒤에 다른 존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저 인간이 나를 ‘괴물’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간이여.”

       

        “나는! 바다의 거신 도테폴루의 아들! 오르자드의 영웅! 델포프님이시다!”

       

        “너는 왜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너를 사냥해, 이 세상에 내 위명을 떨치겠다!!”

       

        콰앙!

       

        내 질문에는 대답할 생각도 없이, 자기 말만 떠들고는 그대로 돌진하는 인간 델포프.

        그러곤 그의 무쇠 몽둥이가 나의 머리를 직격했다.

       

        떠어어어엉!!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힘과 함께 퍼져나가는 충격파.

        신의 아들이라는 인간 델포프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인간의 육체로는 결코 휘두를 수 없는 거력이 나의 몸을 통과했다.

       

        “하하하! 이 델포프님의 힘 앞에서는 그 어떤 괴물도 무사할 수 없다.”

       

        “그렇구나.”

       

        “하하하! 그렇…… 응?”

       

        나의 말에 힘차게 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곤, 그대로 몸을 굳혔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 머리로 향하고, 이어서 내 머리에 박힌 무쇠 몽둥이로 향했다.

        나는 살짝 찌그러진 무쇠 몽둥이를 손가락을 톡톡 건드리며 감탄했다.

       

        “훌륭한 몽둥이로구나.”

       

        “……제, 젠장!”

       

        팟!

       

        이를 악문 그가 뒤로 물러선다.

        동시에 그의 왼손에 들려 있던 그물이 나의 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묶어라!”

       

        휘리릭!

       

        “오?”

       

        인간 델포프의 명령에 따라 나의 몸을 저절로 휘감는 그물.

        나는 그 그물에 서려 있는 힘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으하하하! 아버지께서 내려주신 그물이다! 괴물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이는구나.”

       

        놀랍게도 이 그물. 신격을 머금고 있다.

        비록 필멸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한 힘만을 담고 있었지만, 분명히 신의 힘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의 정밀한 신격 제어라니…… 나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기예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훌륭하군.’

       

        아무리 미량이라지만, 어쨌든 신격… 그러니까 초월이 담겨 있는 그물이다.

        당연히 어지간한 필멸자들로서는 이 그물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수압’과 관련된 바다의 초월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잡았다! 괴물아!”

       

        “…….”

       

        그물에 휘감긴 내 앞에서 인간 델포프가 웃는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힘을 주었다.

       

        신격이 담겨 있는 그물이지만, 그것은 내 아바타도 마찬가지다.

        내 아바타는 나의 분신이자, 남편과 나의 초월이 조금씩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런 그물 정도는 내 힘으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

       

        살짝 힘을 주어서 나를 포박하는 그물을 풀어내기로 했다.

        나는 어지간하면 인간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찌직!

       

        “어?”

       

        “하하하…… 하하…… 하…….”

       

        “…….”

       

        “…….”

       

        힘차게 웃던 그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진다.

        나는 어이없이 찢어져 버린 그물을 바라보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인간 델포프를 바라보았다.

        나와 찢어진 그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황당함이 담겨 있었다.

       

        “그…… 살짝만 힘을 준다는 것이…….”

       

        “…….”

       

        “으음. 미안하구나.”

       

        “…….”

       

        털썩!

       

        인간 델포프가 무릎을 꿇었다.

       

       

        *            *            *

       

       

        “……이런 일들이 하루마다 일어났단 말이지?”

       

        – 아닠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하핰ㅋㅋㅋ

        – 물 마시다 뿜었어욬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찼다.

        오늘도 나만 모르는 이유로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은 인간들이 왜 웃는지 모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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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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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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