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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 ***

       

       궁주 내외는 물론이고 나도 날듯이 현장으로 달렸다.

         

       그리고 그 현장에 본 것은.

         

       손을 잡고 이마를 맞대고 있는 흑묘와 사라.

         

       그리고 반경 십여 장을 빙설지대로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한풍이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라가 왜 나와 있고 지금 이 현상은..!”

         

       “그, 그것이…!”

         

       라노징부가 대경해서 주변 사람들을 다그쳤다.

         

       나 역시 재빨리 여일예를 찾았다. 아마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수는 여일예였으니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그나마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여일예 소저!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답은 당소열에게서 나왔다.

         

       “조용히 해라. 그리고 궁주님도 정숙해 주십시오.”

         

       당소열의 날카로운 말투가 좌중을 제압했다.

         

       “태음이 구음에 질서를 부여하는 중이니.”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아는게 있다면 모두 설명하게!”

         

       “지금 저 안에 있는 흑묘는 태음지체라는 체질을 타고 태어났지요. 태음은 모든 음기의 근간. 구음 역시 다룰 수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라의 몸속에 있는 기운을 어찌 저 소저가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중지시켜야 하네!”

         

       “말이 안될 것이 무엇입니까?”

         

       “타인의 기운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굳이 말로 해야 하는가!”

         

       “타인의 기운이라니. 마치 구음이 저 라노사라라는 아이의 것인 양 말씀하시는군요.”

         

       당소열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단 한줌의 배려도 가식도 보태지 않은 가차없는 화법은 그야말로 찬물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화법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움이 되었다. 당황스러움이나 분노조차도 차게 식히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저 아이가 구음을 다룰 수 있었습니까? 그저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는데요. 누구의 것도 아닌 구음을 태음이 다루겠다는 것 뿐입니다.”

         

       당소열을 바라보던 라노징부는 길게 탄식을 터트렸다.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참변이란 말인가…!”

         

       “부정적으로만 보지 마시지요. 결국 구음의 음기가 이리 바깥으로 배출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사라가 치료되고 있다는 것이오?”

         

       당소열의 대답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이고 차가웠다.

         

       “태음이 부여하는 질서에 의해 변화하고는 있지요. 그 변화가 과연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그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요.”

         

       당소열도 궁주도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흑묘 쪽을 주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포달랍궁 전체에 퍼지고 있는 장대한 기의 파장에 한풍까지. 수많은 수도승들이 속속들이 이쪽으로 모여 들고 있는 상황.

         

       음.

         

       만약에 여기서 사라의 상황이 악화되면 그냥 그대로 죽은 목숨이겠군.

         

       그런 걱정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여일예나 당도연 그리고 옥수수는 이미 마음 속의 날이 바짝 선 상황이었다.

         

       지금 상황이 걱정도 안 되는지 오직 흑묘 쪽에만 시선을 두는 당소열의 두꺼운 신경줄이 부러웠다.

         

       스스스스스!!

         

       흑묘와 사라를 둘러싼 한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인 것처럼 완만하게 영역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유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반경 십 장에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기운이 가득 차 있어 두 사람의 인형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

         

       모두가 숨죽이고 그 변화를 지켜보기 한참.

         

       드디어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단번에 냉기의 영역이 급속도로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반원형의 장막에 막힌 것처럼 묶여 있던 냉기도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맞대고 있던 두 사람도 몸을 일으켰다. 자세한 상황은 파악해 봐야겠지만 일단 멀쩡해 보이는 두 사람.

         

       “사라야!”

         

       아니…멀쩡한 것은 아닌가.

         

       “아버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꼭 잡는 라노징부를 바라보던 사라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깨닫고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사라야, 사라야 괜찮으냐?!”

         

       “저, 저는…괜찮은데요. 언니가…언니가 제 기운을 가져가서…”

         

       사라가 흑묘 쪽을 바라보며 흐린 표정을 지었다. 라노징부도 그제야 흑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지 할말을 잃었다.

         

       나는 모두의 심정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흑묘야…너…머리가…”

         

       흑묘의 머리와 눈이 백발이 되었다.

         

       *** ***

         

       상황이 모두 정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어쩌다 흑묘와 사라가 기운을 주고 받는 상황이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흑묘와 사라의 상태를 진단하고, 얼어붙어버린 사라의 숙소와 간이 무대의 뒷수습까지.

         

       대충 상황의 얼개를 파악하고 일차 수습이 되고 나니 이미 밤이 되었고.

         

       우리는 포달랍궁에서 하루 숙박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

         

       흑묘는 사라의 상태를 살피고 싶다 말했고 포달랍궁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너…진짜 괜찮겠냐?”

         

       “괜찮아요.”

         

       흑묘는 손을 들어보였다. 흑묘의 손가락 안에서는 한기가 노닐고 있었다. 언뜻 보면 백발인 듯 보이는 머리칼과 눈동자는 자세히 보면 은빛과 푸른 빛이 섞여 있어 뭐라고 딱 말할 수 없는 신비함이 깃들어 있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흑묘의 눈이 살짝 휘었다.

         

       “후후, 이건 그냥 일시적인 거에요. 충분히 극복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

         

       간신히 얼굴을 뒤덮는 모자와 면사에게서 해방된 흑묘다. 머리카락과 눈색을 감추기 위해서 다시 면사를 끌어올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사라가 쓰던 방은 사라와 흑묘가 일으킨 한파에 노출되어 싹다 얼어붙은 탓인지 우리가 인도된 곳은 어제와는 다른 방이었다.

         

       사라는 침대가 아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 언니…!”

         

       흑묘가 나타나자 쪼르르 달려오는 사라. 침대에 누워 있는 채로 공연을 관람했던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활기가 가득했다.

         

       “흑,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인을 뵙습니다.”

         

       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던 궁주 내외가 각자의 방법으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내가 치료법을 알고 있다고 했을 때와는 대접이 전혀 달랐지만 뭐 당연한 이야기였다. 소동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사라가 하루아침에 건강을 되찾았으니까.

         

       “의원의 말로는 사라의 증상이 거의 일반인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스스스스!

         

       라노징부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냥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여겼던 흑묘와 사라 사이에서 갑자기 한풍이 불어 왔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흑묘의 행동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흑묘를 바라보고 있자니 흑묘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은인?”

         

       “아, 죄송해요. 밤 사이에 구음기가 쌓였길래…”

         

       “언니, 괜찮아요..?”

         

       사라는 조심스럽게 흑묘를 올려다보았다. 둘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는 것일까? 흑묘와 사라는 어제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친밀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방금 전의 흑묘의 행동이 사라가 걱정할만한 행동이었을까. 이몸 고인물 호천안조차 태음지체와 구음지체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상황.

         

       어쩌면 사라의 걱정대로 흑묘가 꽤나 무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흑묘를 주의깊게 살펴야 할지도 모르겠군.

         

       흑묘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라가 귀여운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너도 느낄 수 있지 않니? 언니는 이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머리카락이…”

         

       “그냥 일시적인 증상이란다. 사라가 힘내서 나으면 내 머리카락도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갈거야.”

         

       “으음…힘낼게요!”

         

       “기특하구나.”

         

       흑묘가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사라 본인이 없는 곳에서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

         

       “사라의 건강도 회복되었으니 이렇게 방 안에만 있지 말고 산책이라도 하면서 체력을 붙이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네요. 사라야? 엄마랑 같이 산책 가지 않으련?”

         

       흑묘가 사라 없는 곳에서 전할 말이 있다는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차이랑이 사라의 손을 잡고 방을 빠져나갔다.

         

       “예상보다도 회복속도가 빠르네요. 반나절만에 적지 않은 음기가 쌓였어요.”

         

       흑묘의 부정적인 말에 라노징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사라의 기운을 제어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타고난 체질 탓에 사라의 음기에 간섭할 수 있지만 온전히 다루기에는 조금 힘드네요.”

         

       흑묘의 말은 엄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구음기를 흡수한 뒤에 머리카락 색이 바뀌었다는 것은 지금 몸 안에 들어온 기운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 사실은 라노징부도 잘 이해하고 있을 터였다.

         

       “사라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음기는 더 정순해지고 더 강대해질 테니 언젠가 한계가 오겠죠. 근본적인 치료법이 필요해요.”

         

       “…치료법입니까.”

         

       라노징부의 미간이 더욱더 깊어졌다.

         

       “요 며칠 사이, 수행의 부족함을 너무 절실하게 느끼는군요. 그저 사라가 마술을 보며 기뻐하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그 뒤로 치료법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은인과 함께 기현상을 일으키고, 하루아침에 건강해지고, 지금의 상황이 결국에는 임시방편이라…”

         

       수행자답지 않은 깊은 한숨을 내쉬는 궁주. 수행자고 뭐고 지금 그는 애간장이 다 녹아내린 한 명의 아버지에 불과했다.

         

       라노징부가 입을 연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자네, 치료법을 안다고 했지.”

         

       “예.”

         

       “말해 보게. 무슨 방법이며, 무엇이 필요하고, 이 포달랍궁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각오는 되셨습니까?”

         

       “희망이 생겼는데 어찌 저버릴 수 있겠나. 끝까지 가보겠네.”

         

       궁주의 허락이 떨어졌다.

         

       *** ***

       

       구음절맥을 영구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말로 많다.

         

       우선 화속성 영약.

         

       “평범한 화속성 영약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조합으로 화속성의 기운을 끌어 올린 것들이 아니라 순수하게 재료 상태로도 극양의 기운을 품은 것이 필요합니다.”

         

       “들어 보니 보통 것이 필요한 게 아닌 모양인데…예시를 들어 줄 수 있겠나.”

         

       예시라.

         

       나는 영약 조제법을 떠올리며 말했다.

         

       “뭐 일단은 화륜홍화초가 최선이겠지만 현재 소재를 알 수 없고 현실적으로는 화정이나 태양화리는 되어야 대체재가 될 수 있겠군요.”

         

       “음.”

         

       일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화륜홍화초를 주재료로 사용한 조합법이 가장 많이 연구되어 있다.

         

       세 가지 영약 중에서는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정을 찾기 위해서는 기약없이 사막지대를 헤매야 하고 용암 속에서 헤엄치는 태양화리를 낚기 위해서는 전용 낚시대와 미끼를 만들 재료를 모아야 한다.

         

       그에 비하면 화륜홍화초는 수호영물 한 마리만 따돌리면 되니 쉬운 편.

         

       다만 현재는 화륜홍화초를 구할 수가 없다.

         

       무림천하가 시작되고 1~2년쯤 지나면 누군가 화륜홍화초를 캐 가거든. 그 화륜홍화초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무림천하 커뮤니티에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

         

       “그 화륜홍화초는 본궁에서 보관하고 있네.”

         

       “…예?”

         

       …화륜홍화초를 캐 간 누군가가 포달랍궁이었다고?

         

       “혹시, 대략 6~7년 전쯤에 서안에서 캐오신 겁니까?”

         

       라노징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그걸 자네가 어찌 아나. 사라의 치료제로 극양의 영약을 구해봤지만 도무지 사라에게 투약할 수 있을 정도로 중화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 보관해 두고 있었건만…”

         

       이런 뒷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플레이어들이 마르고 닳도록 욕하던 홍화초 도둑이 바로 포달랍궁이었다니.

         

       “아무튼 잘 된 일이로군요. 가장 큰 문제가 벌써 해결되었으니 말입니다.”

         

       “허허, 천운이 따르는군.”

         

       확실히 천운이 따랐네. 뭐 구음지체에서 발생하는 음기를 누르기 위해서는 극양의 기운을 품은 영약을 생각하는 건 충분히 할만한 발상이니까. 포달랍궁이 사라를 치료하기 위해 쌓아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일까.

         

       라노징부의 얼굴색이 한결 나아진 것을 보니 이제 필요한 것들을 쭉 말해도 되겠군.

         

       “그럼 이제 부재료들을 쭉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용선과가 필요하며 천년하수오 혹은 백년산삼, 속단유액과 그 속단유액을 보완하는 속성의 보혈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금강단유액을 사용하면 중수를 기반으로 한 영양수액을 구비해야겠죠. 그 외에 진귀한 약재가 필요하지만 충분히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들이니 돈과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갑작스레 쏟아지는 재료의 향연에 라노징부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나는 그런 라노징부의 반응을 확인하면서도 일단은 말을 이어 나갔다.

         

       “필요한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가의 경지에 이른 단약사와 대장장이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제가 제시한 약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실력이여야 합니다. 포달랍궁에 계신 의원분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니 궁주께서 확인해주셔야겠군요. 대장장이의 같은 경우 스승, 아니 제 일행이 나서면 되지 문제는 없겠군요.”

         

       “으음, 그래 확인해보겠네.”

         

       “그리고 지금부터 포달랍궁의 영향력과 수행자들을 동원해서 찾아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화륜홍화초를 구했다 하니 이 과정이 제일 어렵겠군요.”

         

       “….허어.”

         

       필요한 것을 단번에 쏟아내니 궁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양.

         

       무려 구음절맥의 치료법이다. 쉬울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라노징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숨이 턱 막히는 이야기겠지. 부재료랍시고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재료들 하나하나가 세간에서는 영약으로 통용되는 것들이다. 하나하나가 천금의 가치까지는 안 되겠지만 못해도 백금의 가치는 지니는 것들.

         

       아무리 궁주라고는 해도 포달랍궁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히 부담이 심하겠지.

         

       거기에 딸의 치료에 포달랍궁의 수행자를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었다.

         

       “궁주, 이것은 투자입니다.”

         

       “내 각오가 부족했던 모양이오. 걱정 마시게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들어 줄 터이니.”

         

       “궁주님을 다그치는 말이 아닙니다. 혹시 궁주께서는 빙백설후에 대해서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 보았소.”

         

       빙백설후. 거의 백년 전에 사망한 인물이고 현 시점에서는 고금제일의 빙공고수로 꼽히는 사람이다.

         

       “빙백설후는 삼음절맥을 극복하여 천하제일의 빙공고수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런데 구음절맥을 극복하면 어찌 될까요?”

         

       라노징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오직 딸아이의 병을 낫게 한다는 점만 생각하던 궁주.

         

       그런 궁주의 머릿속에 사라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겠지.

         

       “뛰어난 오성에 방대한 잠력까지…무인으로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만약 사라가 구음절맥을 극복할 수 있다면 포달랍궁은 천하제일의 자질을 지닌 소궁주를 맞이할 수도 있겠군요.”

         

       이건 명분이다.

         

       사라를 치료하기 위해 포달랍궁 전체의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명분.

         

       아무리 궁주라 한들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문파의 자산을 사용하고 문인들을 동원하는 건 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소궁주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문파의 역량을 동원하는 건 궁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렇군.”

         

       라노징부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모두 이해한 듯한 눈빛. 구음절맥을 극복한 뒤 사라의 눈부신 미래를 그리는 듯한 기대감과 동시에 약간의 경계심 역시 품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대체 찾아야 하는 것이 뭐길래 이렇게 명분까지 챙겨주냐’는 듯한 눈빛이다.

         

       “그래, 포달랍궁의 무인들을 동원해서 찾아야 한다는 그 재료가 무엇이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혹시 공청석유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라노징부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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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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