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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8

    <238 – 스승차이>

     

    미이니는 대결시작부터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1학년은 <술식의 구조와 이해> 강의도 모르겠지. 그건 1학년 2학기에나 들을 수 있으니까!’

     

    고작 1학기 필수강의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나 배우는 학생들은 술식의 일부가 서로 맞물리는 유사술식의 존재도, 그 가짓수도 모른다.

    예습을 빡세게 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카데미 교수의 술식소형화는 세계최고.

    세계최고의 교수가 아닌 자들에게서 배운 술식 최적화 및 소형화에는 군더더기가 남을 수밖에 없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더라도 능지차이보다 더한 스승차이는 넘을 수 없다 이 말씀이야.’

     

    내가 오크노디를 이길 수 있다.

    1학년 수석을 능가할 수 있다.

    자신감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미이니!

     

    “가라, 롤스로이스 1호기!”

     

    교관의 신호와 함께 시작된 대결.

    스스로도 잘 뽑혔다고 생각되는 롤스로이스 1호기가 시작과 동시에 술식을 발동했다.

     

    <마나부스터>

    <평형유지>

    <고도유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되 높이 낮아지지도, 좌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는다.

    보통의 종이비행기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먼 거리를 이론상 무한하게 날아갈 수 있는 콤보!

    대기 중에 자연마나가 존재하는 한, 그 마나를 토대로 미이니의 종이비행기는 어디까지든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야고보의 종이비행기>

    <바르나바의 종이비행기>

     

    심지어 미이니의 롤스로이스 1호기 좌우로는 그녀에게 1등 포인트 토토를 건 2학년들이 편대를 짜듯이 호위를 맡아 함께 비행하고 있다.

     

    “가라 횬다이구루마! 저 성가신 놈들의 비행기를 다 부숴버려라!”

     

    그런 자신들의 비행기 뒤로 들리는 제이라스의 외침.

    폭급한 성정의 소유자답게 제이라스는 대단히 공격적인 술식을 잔뜩 집어넣었다.

     

    <거스르기>

    <다연발마탄>

    <유도탄>

    <역풍 부르기>

     

    마법술식은 사용하기에 따라 수많은 ‘응용’이 존재하는데 제이라스는 그중 ‘역발현’을 가장 즐겨썼다.

    보통 바람마법과 관련된 술식은 정방향으로 배치하며 순풍을 부르는데 쓰지만 그는 술식을 역방향으로 배치하여 역풍을 불렀다.

    자신보다 100m 앞서나가는 비행기들이 역풍에 먼저 기세가 죽어 선두와의 간격을 좁힐 때 사용하는 일종의 광역기상디버프!

    정작 그 자신의 비행기는 돌진의 응용술식인 거스르기를 통해 자신의 비행기에 반대되는 흐름을 거스르며 가속효과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비행기의 힘은 점점 줄이면서 자신의 힘은 점점 늘리고, 그 과정에서 비행체를 추적 및 격추시키는 매직미사일을 잔뜩 날리는 공격적인 운용!

     

    “으아악!”

    “우리 것까지 맞추면 어떡해!”

     

    제이라스를 도와 참전한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도미니크 기체 소멸! 자동실격!”

    “루덴 기체 소멸! 자동실격!”

     

    마탄유도탄에 피아식별술식이 없어서 아군의 비행기를 격추시켰지만 제이라스는 오히려 탈락한 학생들한테 뻔뻔하게 말했다.

     

    “내 술식을 옆에서 보는 것을 허락했는데도 내게 방해되지 않으면서 같이 비행할 술식도 새기지 못한 너희들의 실수다. 내가 너희 때문에 피아식별용 술식을 하나 새겨넣는 낭비를 해야겠나?”

    “그, 그건 그렇지만…”

    “으으. 너무해…”

     

    자신의 조력자를 먼저 격추시킨 제이라스.

    미이니는 속으로 그의 오만함을 비웃었다.

     

    ‘바보네. 잘만 이용하면 <외부저장장치>마냥 조력자들의 비행기도 이용할 수 있는데.’

     

    편대를 짜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비행속도를 올릴 수 있는 <밀어주기> 술식을 지닌 조력자들의 비행기.

    미이니가 조력자들의 도움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제이라스는 자신의 재능에 심취해서 조력자들을 거슬리는 짐 취급을 했다.

    이걸로 1등을 빼앗길 가능성은 사라졌다.

    오크노디 따위, 애초에 1학년에 불과하다.

    제이라스보다 훨씬 뒤에서 빌빌거리다가 먼저 탈락하겠지.

    자신의 확고부동한 1등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본 미이니는 무언가 당혹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느릿… 느리이잇…

     

    거북이도 이렇게까지 느릴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출반선에서 쥐꼬리만큼만 나아간 오크노디의 비행기!

    그녀를 돕는 이사벨의 비행기도 느려터지기는 피차 마찬가지였다.

     

    “오크노디. 정말 이래도 돼?”

    “술식은 이미 통했어요. 우리 승리예요!”

     

    …수상하다.

    뭘 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느낌.

     

    ‘제동이 걸렸어.’

     

    미이니는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비행기의 속도가 느려졌다.

    제이라스의 <역풍부르기> 술식 때문에?

    아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느려졌다.

    심지어는 <이단부스터>를 사용해도 늘어난 속도가 전보다 더 빨리 줄어들더니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두었던 <분리발사> 술식으로 비행기의 동체 상당부분을 버리고 경량화를 하며 쏘아지는 비행기조차 뭔가에 걸린 것처럼 덜컥 멈췄다.

     

    뒤집힌다.

    힘의 작용이 반대로 향한다.

    빠르게, 그리고 멀리.

    나아갔던 속도와 거리만큼 미이니와 그녀의 편대비행기들이 일제히 역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멈춰!”

    “앞으로 나아가!”

    “수, 술식이 통하지 않아!!”

     

    조력자들만큼이나 패닉에 빠지기는 미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게 무슨 술식이지?

    무슨 짓을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공간술식?”

     

    학생회 진행요원의 중얼거림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하나.

    미이니는 번뜩이는 천재의 직관력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다.

     

    <매직아이>

     

    모든 마법적 발현을 감지하는 감지마법을 펼치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오크노디와 이사벨의 비행기.

    두 대를 중심으로 모든 비행기에 뻗어져있는 기다란 선들의 존재!

    저것이다.

    저것이 모든 비행기의 비행을 망쳐버렸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제이라스의 비행기나 오크노디를 방해하려다가 엉겁결에 저만치 앞서가버린 다른 1학년들의 비행기도 모두 마찬가지다.

     

    <정지비행>

    <좌표고정>

    <멀티링크>

    <탄성부여>

    <사거리확장>

    <강도확장>

     

    비행기를 연결한 줄이 긴 사거리에서도 지속되고, 거센 힘에도 버티며, 뛰어난 탄성력까지 지니도록 겹겹이 술식을 새긴다.

    비행기 동체 그 자체를 강화해서 빠르게 도주하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적 비행기를 공격해서 격추시키는 것만 생각했던 자신들은 생각지도 못한 접근법!

    오크노디는 남을 앞지르지도 공격하지도 않고 대신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마나고무줄로 모두를 자신과 묶은 뒤, 자신과 이사벨의 비행기를 고정시켰다.

    출발선에서 아주 조금 나아간 상태로 정지하도록.

     

    “어어어? 우리 비행기 어디가!”

    “돌아와. 거긴 출발선이라고!”

     

    1학년들의 비행기가 가장 먼저 뾰옹 소리를 내며 뒤로 힘이 실려 추진력을 상실했다.

    그들의 비행기는 맥없이 바닥에 추락했다.

     

    “녹스 기체 추락확인! 기록 1.3m!”

    “바이든 기체 추락확인! 기록 1.1m!”

     

    제이라스는 운이 나빴다.

    그들보다 빠른 속도로 멀리 나아갔던 탓에 마나고무줄에 실린 힘도 훨씬 강했다.

    당연히 그의 비행기는 그들보다 멀리 뒤로 날아갔다.

     

    <거스르기>

    <역풍 부르기>

     

    심지어 그가 새긴 비행술식도 스스로에게 나쁘게 작용했다.

    앞을 막는 비행기가 없으니 오직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역풍.

    가뜩이나 강한 탄성력으로 뒤로 돌아가는데 역풍을 거스르는 힘까지 자신이 혼자 다 받으니 출발선을 순식간에 지나갔다.

     

    “안 돼!!”

     

    다연발마탄? 유도탄?

    발사할 일도 없었다.

    오크노디와 이사벨의 비행기를 그의 비행기가 감지하기도 전에 출발선 후방 10m에 자리한 건물 벽에 비행기가 꽂혔으니까.

     

    “제이라스 기체 비행불가확인! 기록 -10m!”

     

    심지어 그 뒤로는 넋 나간 제이라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출발선을 향해 돌아오는 세 대의 종이비행기 편대가 있었다.

     

    “안 돼!”

    “이 속도면 우리도 벽면에 충돌해서 꽂힐 거야!”

     

    그냥 패배도 아니다.

    마이너스 기록.

    상대에게 완전히 능욕당했음을 나타내는 기록이다.

    기체가 불타서 사라지면 받는 <실격>보다도 더욱 비참한 기록!

    2학년들 사이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도 남는다.

     

    “미이니, 어떻게 좀 해줘!”

    “제발 마이너스만큼은!”

     

    미이니는 이를 악물고 마나를 일으켰다.

     

    <신호전송>

     

    원격으로 기체에 새긴 술식을 발동하는 트리거 술식.

    상시발동형 술식과 달리, 특정조건이 충족되면 발동하는 술식 중에서는 신호를 받는 타이밍에 작동하는 술식도 있다.

    비행술식 3단콤보.

    가속술식 4단콤보.

    분리술식 2단콤보.

    9개의 술식에 이은 그녀의 만약에 대비해 심어둔 보험술식이 발동했다.

     

    <워터 밤>

     

    다른 종이비행기를 향해 발사되는 물마법 공격술식!

    직격으로 적중하면 기체가 찢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운 좋게 피하더라도 기체의 날개가 젖어서 무거워지고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는 미래도 피할 수 없다.

    공간술식에는 과연 허를 찔리기는 했지만 축이 되는 오크노디와 이사벨의 비행기가 추락하면 술식도 자동으로 풀리고 일말의 생존가능성이 생긴다.

     

    ‘격추만 시키면 된다. 그러면 남은 술식을 쥐어짜내서 어떻게든 역전을…!’

     

    쏘아지던 물대포가 오크노디의 비행기에서 마주 쏘아지는 물대포에 막히는 순간, 미이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프놈 기체 비행불가확인! 기록 -10m!”

    “와이비 기체 비행불가확인! 기록 -10m!”

    “미이니 기체 비행불가확인! 기록 -10m!”

     

    1등 2등 후보 미이니와 제이라스가 나란히 -10m를 기록했다.

     

    “대체 어떻게…? 공간술식은 다른 술식에 비해 요구면적도 넓어서 남는 공간 따윈 없었을 텐데…”

    “축소술식으로 술식을 작게 새겼거든요!”

    “그럼 힘이 약해질 텐데…?”

    “증폭술식으로 출력을 키웠어요!”

    “뭐 이런 괴물 같은…”

     

    미이니는 허탈했다.

     

    “그나마 1등은 엄한 1학년들이 가져간다는 사실을 안도해야 하나?”

     

    비행기의 힘이 딸려서 역방향으로 되돌아오고도 마이너스 기록을 세우지 않은 두 1학년 녹스와 바이든.

    1.3m와 1.1m의 기록에도 못미치는 거리를 비행하고 제 자리에서 멈춘 오크노디와 이사벨의 비행기가 1등과 2등을 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앗, 지속시간 끝났다.”

     

    공간술식이 해제되자 발동하는 추가술식이 없었다면.

     

    “시간차 발동술식!?”

    “공간술식이 해제되면 자동으로 발현되는 조건부 가속술식을 넣었거든요!”

    “증폭은 이미 공간술식 발현에 썼잖아!! 정지상태나 다름없는 비행기에 무슨 힘이 있어서 저런 가속을 선보이냐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회로를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회전하게 만들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술식에 번갈아가면서 증폭을 걸 수 있잖아요.”

    “뭐? 안정성과 훼손문제 때문에 고정을 시켜도 모자랄 술식을 회전을 시켜?”

     

    공간술식 6종.

    반격술식 1종.

    출력술식 3종.

     

    “에이 시시해라. 두 개는 써보지도 못했네.”

    “!?”

     

    심지어 그마저도 새긴 술식을 다 쓴 것도 아니었다.

     

    “오크노디 기체 추락확인! 거리 15m!”

    “이사벨 기체 추락확인! 거리 12m!”

     

    너무나도 가뿐하게 1등과 2등 기록을 세워버린 오크노디와 이사벨의 종이비행기.

    모두를 가지고 놀다시피 한 결과에 미이니는 넘을 수 없는 재능과 천재성의 벽,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고야 말았다.

    이런 응용력, 판을 깨는 사용방식.

    동일면적 내에 새긴 술식의 수나 실력을 떠나서 가르침의 차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재단의 스승은 아카데미의 마법학부 교수보다도 뛰어난 술식실력을 지니고 있었단 말인가…!”

     

    아카데미가 재단에게 패배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ㅅㅅㅊ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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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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