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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제이크와 로티는……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했다.

        

       찾기 어려웠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히려 찾기 쉬웠다고 해야 할지.

        

       우리가 루테티아 지하를 누비고 다녔던 것이 어젯밤이었다. 아무리 치유 장치로 몸을 치유했다고 하더라도 쉬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날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깨어있었고, 거의 마지막까지 계속 싸웠으니까.

        

       실제로도 자의건 타의건 샤를로트, 앨리스, 클레어와 레오는 모두 각자의 방에 있었다. 방의 위치만 파악한다면 얼마든 찾을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제이크와 로티는 모두 자기 방에 있지 않았다.

        

       방의 위치 자체는 딱히 숨기지는 않았기에 사용인 중 아무나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내가 찾으려는 사람이 그 방 안에 있지 않다면 방의 위치를 아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제이크와 로티가 본격적으로 연인관계가 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런 관계를 두고 ‘연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둘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사귀고 있다’라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거의 항상 붙어 다니고, 서로에게 비교적 친근하게 굴고…… 로티는 남들 앞에서는 다소 거리를 두긴 했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다소 애매한 일이긴 했다. 사귀지 않더라도 몸을 섞는 이들은 많고, 반대로 사귀더라도 혼전순결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니까. 이런 시대이니 그런 극단적인 예시가 공존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만 두 사람이 사귀고 있건, 그렇지 않건—

        

       “실비아.”

        

       —솔직히 전생과 이번 생을 모두 통틀어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어느 모로 봐도 두 사람이 좀…… 눈꼴시었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뭐, 원작의 레오에 비하면 훨씬 낫긴 했다. 레오는 따로 사귀는 캐릭터가 없어도 여캐들이 알아서 키스를 해오는 장면이 있었으니, 인연 이벤트를 전부 본다면 스토리 진행 도중에 키스 장면을 몇 번이나 보게 된다.

        

       만약 이 세계의 레오가 그런 레오였다면 나는 진심으로 뒤통수를 한 대쯤 후렸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은 나름대로 선을 지키고 있었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는 순애 커플이었으니까.

        

       대놓고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붙어 서 있기는 했다. 누가 보더라도 서로에게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거리였다.

        

       아니, 뭐, 그래.

        

       내가 유도하긴 했지.

        

       원래도 나는 순애 서사를 좋아했고, 그래서 순애 커플이 답답하게 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얼른 가까워지게 하려고 그렇게 힘을 썼던 건데.

        

       게임에서 ‘스토리로’ 그 광경을 보는 것과, ‘실사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마치 전생에 친구가 자꾸 자기한테 여자친구 있다고 은근히 자랑하던 꼴을 보는 것과 기분이 비슷했다. 그나마 그때는 욕이라도 했지, 이 둘은 내가 이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도 못한다.

        

       “제이크, 로티.”

        

       반갑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돌아본 제이크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 생긴 직후의 친구 얼굴이 저랬었는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사용인에게 말하고 기다렸으면 우리가 방으로 갔을 텐데.”

        

       ……그러네.

        

       한 번에 이 둘의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사용인끼리는 전부 이야기가 되어있을 것이다. 중요한 손님이었으니 이 둘이 왕궁 내에서 어디로 갔건 이미 그 위치를 공유하고 있을 거고, 만약 내가 ‘찾고 있다’라고 한다면 그 말을 이 두 사람한테 전해주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굳이 여러 사용인에게 물어물어 이 테라스까지 올라올 이유가 없었다.

        

       “……잠에서 깬 뒤 지금까지 계속 방안만 돌아다녔으니까요. 이렇게 바람을 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쪽팔려서, 나는 그냥 그렇게 말했다.

        

       사실은 사실이었다. 제일 뒤쪽의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부분만 떼면. 물론 샤를로트 방에 침입하기 위해 지붕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그 이야기를 다른 사용인들이 듣는 와중에 대놓고 할 수도 없었고.

        

       뭐, 그래도 이렇게 둘이 있어서 한 번에 두 사람을 다 찾을 수 있었다는 건 다행이다. 이 점에서는 ‘쉬웠다’라고 할 수 있겠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두 사람이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굳이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만.

        

       “그래?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지?”

        

       제이크는 내 쪽으로 돌아서 테라스 난간에 등을 기댄 채 말했다. 몸을 살짝 내 쪽으로 돌리고 있던 로티도 따라서 돌아섰다. 다만 이쪽은 여전히 신분의 차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제이크처럼 당당하게 뒤로 기대서진 않았다.

        

       내 진짜 신분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로티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보니 의외로 그 태도가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로티는 같은 평민 앞이라고 해도 존댓말을 쓰는 애였으니까.

        

       “심각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왕국 분들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법국을 향하는 것은 정해진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정을 더 숨기려고 해도 헛수고다.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이라도 ‘루테티아 지하에 들어갔던 그 일행’이 법국으로 향할 거라는 건 쉽게 연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나마 샤를로트는 뺄 생각인 모양이지만, 정작 본인은 억지로라도 따라올 생각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없는 걱정이다.

        

       “우선, 두 분께 사과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과라니?”

        

       제이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로티의 시선이 나를 똑바로 향했다. 두 사람 다 내가 무엇 때문에 사과하려는 것인지 떠올리지 못한 모양이다.

        

       “로티를 기사로 선임하기로 한 것은, 한동안 이루어드릴 수 없을 듯합니다.”

        

       “아, 그거.”

        

       내 말을 듣고서야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선임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어쨌거나 두 황녀 모두가 인정하는 공이 있었고,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다면 황제가 거부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황제도 여러모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정이 다소 뒤로 밀리긴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지만 않았으면 아마 몇 개월 내로 로티는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개같이 꼬여버렸다.

        

       그 황제라는 인간이 지금 실종 상태였으니까.

        

       어디 있을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으니 일단은 ‘실종’이다. 당연히 황제가 해야 할 모든 공식적인 일들도 전부 멈췄다.

        

       정상적인 ‘입헌군주국’이라면 왕이 좀 없어도 의회가 알아서 나라를 굴려야겠지만, 제국의 의회는 사실상 황제의 꼭두각시다. 황제의 말에 따르는 이들이 가장 지지율이 높았고, 그러니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황제의 개라는 것을 만천하에 떠벌리고 다녀야 했다.

        

       무능했다면 애초에 황제가 잘라버렸을 테니 의원 하나하나의 능력은 의심할 이유가 없지만, ‘시키는 것을 잘하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일에 대응하는 것’은 능력의 범위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고 다른 귀족에게 부탁해서 로티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곤란하다. 해당 귀족에게 빚을 지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로티의 기사 작위는 ‘황실의 권위’로 내리는 것이기에 의미 있는 것이다. ‘공작가’의 장남과 평민 출신인 로티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그 권위가 제대로 서 있기 때문이고.

        

       “그거라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제이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뭐, 정치적인 이야기를 생각하자면 로티가 기사 작위를 받는 것이 낫기는 하겠지. 그런데…… 사실 우리끼리는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났거든.”

        

       “기사 작위가 없어도 결혼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불법은 아니잖아?”

        

       제이크의 말을 들은 나는 로티 쪽을 보았다.

        

       로티는 정말 드물게도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분’ 때문에 망설이고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내가 기사 작위를 선물하려고 했던 거고, 그것 덕분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던 거라고 판단했는데.

        

       “그건, 축하드릴만한 일입니다만…….”

        

       둘이 붙어 다니는 게 조금 눈꼴시고 배가 아프긴 했지만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더 나아가서 아예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살면 더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내 말에서 그런 기미를 느꼈는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로티 대신에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이후에 로티한테 자신감이 조금 생긴 모양이야.”

        

       로티가 화들짝 놀라 제이크 쪽을 보았지만, 제이크는 그런 로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때 바닷가에서 네가 했던 말을 듣고 나서였지, 아마.”

        

       제이크와 로티가 대화하던 것을 훔쳐 듣고 중간에 끼어들었을 때를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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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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