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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미하일은 리카르도를 따라다녔다.

       

       

       카페를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스토커처럼 리카르도를 따라다녔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 따라다니는지, 말할 수 없었고 그럴싸한 변명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저 말없이 그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었다.

       

       

       카페에서도.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맨드레이크 사탕을 파는 가게에서도.

       -왜 자꾸 따라오시는 겁니까.

       

       그리고 여기 떡볶이 가게에서도 미하일은 리카르도의 뒤를 밟으며 귀찮게 굴고 있었다.

         

         

       수건을 머리에 감은 리카르도는 주방으로 걸어가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일단 저는 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

       “다시 찾아올 때까지 저를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생각해주세요.”

       

       

       리카르도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

         

         

       수도의 숲의 친구 떡볶이점.

         

         

       [주신 돈 만큼 맛으로 보답합니다.]

         

         

       훌륭한 창업 정신이 걸려있는 떡볶이 가게 앞에 앉아있는 미하일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

       

       

       미하일은 답답했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곤해지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싶은데….’

         

         

       말주변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미하일은 투박한 손을 바라봤다.

       

       

       “…”

       

       

       -예쁘십니다.

       

       

       ‘예쁘다고…?’

       

       

       자랑할 것 없는 투박한 자신에게 예쁘다고 했던 리카르도의 말이 귓가에서 계속 아른거렸다.

       

       

       장난이라는 걸 알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지만 처음으로 ‘예쁘다.’라는 소리를 들어본 미하일은 쉽게 상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니야.’

       

       

       리카르도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뭐가 좋다고.

       

       

       미하일은 고개를 저으며 본론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흔들리지 말고 퀘스트를 완료하자고.

       

         

       1. 리카르도에게 당신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1/1)

       2. 리카르도와 데이트를 하세요. (0/1)

       3. 리카르도의 진심을 들으세요. (0/1)

         

         

       두 발자국만 가면 원하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미하일은 차분한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부사장님 떡볶이 3세트요.

       -부사장이 저인가요?

       -네, 사장님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셨어요.

       -오…

       

       

       리카르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이란 직업을 벗어던진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 부사장님 와 보셔야겠는데요.

       -무슨 일 있나요?

       -무전 취식한 사람이 있어서.

       

       

       가게의 한 곳에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하일은 잡음이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5살로 보이는 남매가 눈을 비비면서 울고 있는 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오빠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꼬질꼬질한 손으로 동전을 내밀고 있었고, 여자아이는 오빠의 등 뒤에 숨어서 울고 있었다.

       

       

       익숙한 모습.

       

       

       과거의 추억과 아이를 겹쳐보는 미하일은 표정을 굳히고 어린아이에게 다가가는 리카르도를 보며 숨을 삼켰다.

       

       

       분명.

       

       

       -터벅터벅.

       

       

       자신이 아는 리카르도라면 꼬마를 내칠 것 알고 있었으니까. 미하일은 숨을 삼키고 리카르도의 악행을 바라봤다.

         

       

       돈이 없는 자신은 지금 도와줄 게 없었으니까.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미안해.’

       

         

       머리에 묶은 수건을 푼 리카르도는 어린아이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꼬마야.”

       “죄송해요….”

       “뭐가 죄송한데.”

       “…돈 없는데 밥 먹으러 와서.”

       “돈이 없긴 왜 없어.”

       

       

       리카르도는 남자아이가 내민 동전을 받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정말요?”

       “그래. 나는 너희 나이 때 무전취식을 했거든.”

       “…나쁜 거잖아요.”

       “알아. 그러니까 했지.”

       

       

       리카르도는 꼬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상냥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꼬마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리카르도라면 저러지 않았을 텐데. 순간 저 남자가 리카르도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하일은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거짓말.’

       

       

       시간이 지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리카르도를 보며 미하일은 생각했다. 저 모습은 거짓이 가득한 모습이라고.

         

         

       -꽈악.

         

         

       미하일은 리카르도가 싫었다.

         

         

       웃는 얼굴로 사람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겼으니까, 미하일은 리카르도의 미소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소를 짓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미하일은 느꼈다. 근본적인 뭔가가 틀어졌다는 착각을 말이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

       “수도의 최고의 명물 떡볶이입니다.”

         

         

       리카르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색 음식을 손에 들고 다가왔다. 매웠었고, 지난번에 루인과 유리아와 함께 먹은 음식을 가지고 왔었다.

         

         

       “…”

         

       

       그가 만든 음식이라서 더더욱 먹기가 싫었지만.

         

       

       “아이를 좋아하세요?”

       “아이요?”

       “네.”

       “안 좋아하는데요.”

       “그럼 왜 도와주셨어요?”

       “아…”

         

         

       “그냥요.”

       

       

       이상하게 그의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는 착각이 들었다.

       

         

       *

         

         

       나는 눈앞의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초면이지만 굉장히 익숙한 여자.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여자.

       나는 비밀이 가득한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입에 안 맞으시나 봐요.”

       “네…?”

       “안 드시고 계시잖아요.”

       “아…”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식어버린 떡볶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포크를 쥔 손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멍하니 떡볶이를 바라보며 숨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여자를 보고 의문을 뱉었다. 그녀가 먹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으니까.

       

       

       맛이 없다거나.

       아니면 내가 싫던가.

       

       

       이 둘 중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제가 너무 잘생겨서 밥이 안 넘어가는 거죠?”

       “네?”

       

       

       상당히 격한 목소리로 답하는 여자. 솔직한 그녀의 반응을 욕할 수 없었지만 나름 얼굴에 자신 있는 미남으로서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포크로 떡볶이를 찍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

       “아?”

       “제가 먹여드리겠습니다.”

       

       

       여자는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안 맵게 만들었습니다.”

       “…”

       “제가 이 떡볶이를 만든 사람이거든요.”

       “그래서요.”

       “세상에서 배고픈 게 가장 서럽지 않습니까.”

       “배고파 본 적도 없으면서.”

       

       

       나는 공격적인 여자의 답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요.”

       

       

       일부로 그녀의 신경을 긁지 않고 자연스럽게 답해줬다.

       

       

       “굶어본 사람을 많이 만나봐서 그런가 보죠.”

       “거짓말.”

       “제가 좀 귀티나게 자라긴 했습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입에 떡볶이가 꽂힌 포크를 다시 한번 내밀었다. 붉은색 소스가 뚝 떨어지며 침묵의 시간이 흐르자 여자는 긴 한숨을 뱉었다.

       

       

       “독 안 들었습니다.”

       

       

       여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쩝.

       

       

       번데기를 처음 먹는 외국인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턱을 움직이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어깨를 움찔움찔 거리고.

       

       

       괴롭히는 것에 취미는 없는데, 눈앞에 아름다운 여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많이 맵나요?”

       “…아니요.”

       “다행이네요.”

       

       

       떡을 꼭꼭 씹을수록 여자의 표정은 평안하게 변해갔다. 겨우 다 먹었다는 감정을 반절 담고 맛있다는 감정을 반절 담은 여자의 표정은 읽기 쉬울 정도로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여전하네.’

       

       

       거짓말을 못 하는 저 표정도.

       맛있는 걸 좋아하는 식탐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사람과 일치하고 있었다.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간다.

       

       

       나는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물었다.

       

       

       “맛은 어떤가요?”

       “…맛있네요.”

       “그렇죠?”

       

       

       여자의 포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묵을 먹고. 떡을 먹고. 계란도 먹고.

       정작 음식을 사주는 사람은 나인데, 먼저 먹어보라고 하지 않는 여자의 이기적인 행동이 미웠긴 했지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떡볶이 접시가 비워질 때쯤.

       

       

       나는 그녀를 보고 예전에 하지 못했던 숙제를 풀기로 결심했다.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해도 그녀가 내게 찾아온 이유를 알려주지 않을 것 같고 나도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도 열리지 않았고.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비밀 소녀 씨.”

       “네?”

       “이름을 제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비밀 소녀 씨.”

       “아… 네.”

       

       

       나는 표정을 굳히는 여자를 보며 작게 손을 내밀었다. 무도회에서 춤을 신청하는 영식처럼 무뚝뚝하고 절도있게 그녀를 향해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이제 저를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

       “밥도 먹었고, 할 일도 떨어졌는데. 계속 시간을 쓰는 건 비밀 소녀 씨에게 아까울 것 같아서요.”

       

       

       나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드리죠.”

       “…”

       “욕을 하고 싶다면 들어드리고.”

       “…”

       “사과를 받아야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표정을 보니까, 저한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말이죠. 물론 저야 아름다운 여성분을 봐서 좋긴 합니다만 그쪽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런가요…”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시간은 소중했으니까.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득이 될 선택을 하기 위해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제가 가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여자는 눈을 꾹 감으며 나를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급조한 티가 나긴 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내게 말했다.

         

         

       “그게…”

       “네.”

       “사실은… 한나 선배한테 스승님이야기를 들어서….”

       “아… 한나 씨가요?”

       “네…! 검을 빠르게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나는 허리춤에 맨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나 씨가 그랬다고요?”

       “네. 한나 선배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제가 멋대로 찾아온 거니까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말하는 여자의 표정을 보며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이유였나….’

       

       

       나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비밀이 참 많으신 분이네요.”

       “…”

       “이름도 비밀이고.”

       “죄송합니다.”

       “흐음.”

       

       

       팔짱을 끼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저도 일정이란 게 있는 사람입니다.”

       “…”

       “수도에 살지 않고 워낙에 제가 미남인 탓에 인기가 많고요.

       “…재수”

       “네?”

       “아니에요.”

       

         

       괜찮은 제안이었다. 내가 그녀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았기도 했었다.

         

         

       ‘미하일’은 알아서 성장할 테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뒤를 돌았다.

       

       

       “일단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여자는 떠나려는 내 소매를 잡고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네?”

       “오늘 저랑 같이 있어 주세요.”

       “무슨….”

       “제가 당신을 설득하겠어요.”

         

         

       그러니까.

         

         

       “저랑 데이트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내일부터 탬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닷!

    [후원 감사]
    (컨디션 이슈로 다음 회차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닷!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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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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