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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탄산수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짜릿한 탄산의 감각을 느끼다 그대로 삼켰다.

        그 후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매일매일이 시끄러웠지.”

       

        – 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그런데 그게 큰 문제가 되나요?

        – 좀 성가실수는 있을 듯?

        – 고생하셨어요.

        – ㅋㅋㅋㅋㅋㅋㅋ

        – 별문제 안 될 것 같은데요?

        – 애초에 이전에도 사건사고는 다 몰고 다니셨으면섴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이것이 내로남불인갘ㅋㅋㅋ

       

        시청자들이 의아함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운명에 묶여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점을 보인단다.”

       

        운명이라는 것은 인연과 함께한다.

        단순히 인간이 무리 동물이기 때문에, 같은 종과 반드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무리를 짓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아예 ‘운명’과 ‘인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초월자는 여러 가지 의미로 모든 것들을 ‘초월’한 존재다.

        그리고 거기에는 ‘운명’과 ‘인연’도 포함된다.

       

        “하지만 나는 떨쳐 냈던 운명을 잠시 받아들였지.”

       

        신들이 다스리고 있는 인간들의 차원을 돌아다니기 위한 조건.

        그것을 위하여 나의 아바타에 일시적으로 ‘운명의 실’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아바타는 정식으로 그 차원의 운명에 끼어들게 되었다.

       

        “물론 운명에 얽매이지 않았을 때도 다른 이들과 인연을 맺는 것은 가능하단다.”

       

        하지만 초월자는 그 과정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인연을 이어나갈지, 애초에 끊어 버릴지 말이다.

       

        – 뭔 소리인가요?

        – ??

        – ?

        – 문과라서 모르겠어요.

        – ㅋㅋㅋㅋ

        – ?

        – 이과도 모름.

        – ㅋㅋㅋㅋㅋㅋ

       

        “흠……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이해를 못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잠시 고민해 보다 좋은 비유를 떠올렸다.

        손가락을 딱 튕긴 후 말을 이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느냐?”

       

        – ?

        – 몰?루

        – 정해져 있지 않을 것 같음.

        – 글쎄요?

        – 정해져 있는 건가요?

        – 정해진 것 아닌가요?

       

        “만약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너희들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

        – ?

        – ??

        – 이건 진짜 몰?루

        – 글쎄요?

        – 바꿀 수 있나?

        –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요?

        – 음…

        – ?

        – 글쎄용?

       

        나의 말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한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살피다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운명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해져 있기도 하지.”

       

        앞에서 ‘운명의 실’을 이야기했으니, 여기서도 ‘운명의 실’로 표현해 보자.

       

        한 차원에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운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에 몸과 영혼이 엮여 있다.

        필멸자들은 자신들이 자기 자유 의지에 따라 살아가고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들의 몸에 얽혀 있는 ‘운명의 실’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인다.

        단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뿐.

       

        “인간들은 이것을 ‘운명’, 혹은 ‘순리’라고 부르더구나.”

       

        – 헐.

        – 이거 불교에서 나오는 말 아님?

        – 헐퀴.

        – 어디서 많이 들어 본건데?

        – ㅎㄷㄷ

        – ㅎㄷㄷㄷㄷㄷ

        – ㄷㄷㄷㄷ

        – ㄷㄷㄷ

       

        이런 ‘운명의 실’은 다른 필멸자와 ‘인연’을 맺을 때마다 점점 늘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묶여 있는 ‘운명의 실’이 자신에게도 얽혀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운명의 실’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인간들을 바라보게 된다면, 무수한 실들에 얽힌 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실제로 나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있고 말이다.

       

        “뭐,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라서 무시하고는 하지만 말이다.”

       

        – ㅎㄷㄷ

        – 세상의 진실!

        – 너무 무서운데.

        – 어우. 갑자기 왜 호러가…

       

        “너희 인간들의 역사를 살펴보니, 실제로 그것을 눈치챈 이들도 몇몇이 있더구나.”

       

        대표적인 인간으로는 역시 ‘부처’라는 인간이려나…….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정신을 차렸다.

        언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을까?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와 버렸구나. 다시 이야기를 되돌리자면…….”

       

        어쨌든 필멸자들은 ‘운명의 실’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간다.

        아주 가끔 이 운명의 실을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만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런 경우가 매우 적기에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운명’에 끌려다니지 않는 초월자에게, 억지로 그런 실을 걸어 주었다고 생각해 보거라.”

       

        심지어 그 실을 끊어 버릴 수도 있지만, 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운명의 실은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을 하도록 강제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좀 더 예를 들어 보자면…….”

       

        그 ‘운명의 실’은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나를 이끌기 시작한다.

        그리고 딱히 원하지 않지만, 죽어 가는 인간을 살리도록 유도한다.

        아니면 관심도 없는 상대를 죽이도록 한다든지…….

       

        – 헐

        – 그건 문제 있네요

        – ㅎㄷㄷ

        – 허미

        – 오우야

        – ㅎㄷㄷ

        – ㄷㄷㄷㄷ

        – 운명 무섭네.

        – 그거 완전 최면…… 조금 다른가?

        – ㄷㄷㄷㄷㄷㄷ

        – 헐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지.”

       

        내가 겪게 된 문제가 바로 이것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원치 않은 일들에 계속 휘말릴 수밖에 없었고, 원치 않은 사건에 계속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들도 나에게 편의를 봐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런 일들을 겪으며, 나는 마침내 요르에 도착할 수 있었단다.”

       

       

        *            *            *

       

       

        펄럭!

       

        “요르다!”

       

        “요르에 도착했다!”

       

        배 위에서 수많은 인간들이 소리친다.

        그런 인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때, 내 옆에 서 있던 인간이 말했다.

       

        “누님! 요르입니다! 마침내 도착했어요!”

       

        “그래. 그렇구나.”

       

        나는 나보다 더 좋아하는 델포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에 의하여 신격이 스며들어 있었던 그물을 잃어버린 델포프.

        그 이후로 틈만 나면 나를 습격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나의 부하가 되어 버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진짜 그랬다.

       

        ‘그나마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나와 계속 만나며 운명이 계속 엮였기 때문이려나?’

       

        이게 이렇게 쉽게 엮이는 것이 아닌데, 이 인간과는 유난히 쉽게 엮였다.

        아무래도 고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아무래도 좋나?’

       

        딱히 상관이 없어서 그냥 자기 좋을 대로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운명의 실을 끊을 정도가 아니고, 나의 가치관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면 딱히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까.

        다만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아이야.”

       

        “네! 하명하십시오 누님!”

       

        “넌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느냐?”

       

        처음에 듣기로, 오르자드라는 도시국가의 영웅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그곳으로 돌아가서 자기 무리를 지키는 것이 맞지 않나?

        내가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무리의 전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무리를 떠나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런 나의 질문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웅은 더 큰물에서 놀아야 하는 법이오!”

       

        “그래…….”

       

        가늘게 뜬눈으로 델포프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다.

        이놈만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배에 타고 있는 인간들도 전부 이놈과 비슷한 상황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전부 내쫓고 싶긴 한데, 내 몸에 걸려 있는 ‘운명의 실’이 전부 저놈들과 얽혀 있는 터라, 함부로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항구다!”

       

        “이쪽으로!”

       

        “노를 저어라!”

       

        “으럇차!”

       

        그러는 사이에도 배는 착실하게 요르를 향해 나아갔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요르라는 도시 국가를 바라보며 작게 감탄했다.

       

        “제법 번화한 도시로구나.”

       

        이전에 아케포라스가 말했던 어두움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지나온 여러 인간들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발전한 도시는, 어려웠던 그 시절을 훌륭하게 이겨 낸 것이 눈에 보였다.

        아마도 나의 도움도 있었겠으나, 아케포라스를 비롯한 인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함께했을 것이다.

       

        ‘대견하군.’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 아이를 만나볼 수 있겠지?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하늘에서 방실방실 미소를 짓고 있는 신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5~6세 정도의 연령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신이었다.

        하급신 정도로 보였는데,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신은 이쪽을 바라보며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신의 한 손에는 검은색의 꽃과 줄기로 만들어진 화살, 반대쪽 손에는 은으로 만들어진 작은 활이 들려 있었다.

       

        “응? 뭘 보십니까 누님?”

       

        “음…….”

       

        느낌이 좋지 않군.

        나는 손에서 용금을 생성하며 하급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하급신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활에 화살을 메겼다.

       

        슉!

       

        검은색 꽃잎을 휘날리며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그 목표물은 나.

       

        “흠.”

       

        아바타의 ‘천룡안’이 화살에 담긴 신격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비록 본체에 비하면 한참 급이 낮은 ‘천룡안’이었으나, 상대방의 신격이 한참 낮았기에 중요한 부분을 읽어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알아낸 화살의 능력은 바로…….

       

        ‘맞은 상대에게 불행과 재앙을 가져오는 것인가?’

       

        정확히는 화살에 맞은 대상의 ‘운명의 실’을 뒤엉키게 만드는 능력이다.

        당연히 운명이 어지럽게 엉키니 제대로 기능할 리가 없었고, 연쇄작용으로 대상과 연결된 다른 이들의 운명도 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과 그 주변인들은 본래의 운명을 따라가지 못할 테니, 자연스럽게 불행과 재앙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나에게 쏘았다?”

       

        ……그렇군. 이것은 싸우자는 뜻이로군.

       

        나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기 시작한다.

        이어서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손에서부터 용금이 길게 늘어나며, 나에게 쏘아진 화살을 그대로 잡아먹었다.

       

        촤좌좍!

       

        = ?!

       

        자기 신격이 그대로 잡아먹히는 광경에 놀란 것일까?

        하급신의 얼굴에 경악의 감정이 깃든다.

       

        그야 그럴 수밖에.

        나의 용금은 내 남편의 초월이 깃든 물질이자, 평소엔 나의 ‘멸천’의 초월도 봉인하는 훌륭한 봉인구다.

        저 하급신의 신격 따위로는 어찌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닌 것이다.

       

        촤좌좌좍!

       

        하지만 나의 용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화살을 먹어 치운 나의 용금은 더더욱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고는 당황해하는 하급신의 사지를 꿰뚫었다.

       

        = 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하급신.

        그런 하급신을 싸늘히 바라보며 활짝 핀 손을 주먹 쥐었다.

        그리고…….

       

        휘리릭!

       

        하급신의 몸이 순식간에 용금에 잡아먹혔다.

       

        “어라? 누, 누님?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

       

        “……아니다. 그저 성가신 놈이 보여서 그랬단다.”

       

        툭!

       

        나는 작은 구슬 크기로 줄어든 용금을 손바닥에서 굴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하급신의 처리는…… 나중에 고민하도록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벽에는 글이 잘 써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낮밤이 바뀌어서 고생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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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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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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