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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 ***

         

       ‘평화롭군.’

         

       부르모는 바위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는 산양과 야크가 풀을 뜯어먹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고원의 땅은 그대로지만 고원을 떠돌아다니는 것은 유목민만이 아닌지라 ‘좋은 목초지’라 부를 수 있는 곳도 늘 변하기 마련.

         

       부르모는 좋은 목초지를 잡는 것에 성공했다.

         

       특별히 위험한 짐승의 배설물도 보이지 않았고 인근에 다른 유목민들이 지나간 흔적도 없었다.

         

       이렇게 좋은 곳은 보통 누군가 선점하기 마련인데 운이 좋았다. 하루이틀만 지체했어도 다른 이들이 자리를 잡았겠지.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었으니 부르모가 딱히 나서서 할 게 없었다.

         

       “후아암..”

         

       오랜 경험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상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무료한 것은 무료한 것이었다.

         

       초원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 안정적이 조건이라면 적어도 며칠간은 큰일이 없을 터였다. 양치기견도 그의 곁에 누워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갑자기 늘어져 있던 양치기견이 몸이 벌떡 일으켰다.

         

       끄으응! 끄응!

         

       부르모의 눈도 번쩍 떠졌다. 개가 낸 앓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두 사람이 가까이 와 있었다.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잡으려던 부르모의 손이 멈추었다.

         

       “이런, 놀라게 해드렸나 봅니다.”

         

       “아, 아닙니다.”

         

       부르모가 넙죽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상대방 역시 정중하게 합장을 해 보였다. 부르모는 잠시 자신의 뒤편에 바짝 붙어 숨어있는 개를 바라보았다. 낯선 이를 만나면 일단 이를 세워야 할 녀석이 자신의 뒤에 숨다니.

         

       본래라면 혼구멍을 내 줘야 할 일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이번만큼은 봐 주기로 했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분들이라면 이 녀석이 겁을 집어먹어도 이상할 것은 없지.’

         

       부르모의 얼굴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일반 유목민들에게 있어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은 특별한 존재였다.

         

       일반적으로 고원의 주민들은 유목 생활을 하며 삶을 이어가지만 유목 생활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가족을 이룬 유목민들은 정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지만 부르모와 같이 비교적 영세하거나 소수로 유목 생활을 하는 이들은 농사를 짓는 마을을 기점으로 돌아다니기 마련이었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를 만났다. 그 사실만으로 마을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무용담이었으니 부르모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혹시 이 인근의 지형에 대해서는 잘 아시는지요?”

         

       “물론입니다. 여기서 사흘 정도 북쪽으로 걸어가면 코살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이 제 고향입니다.”

         

       “그렇다면 이 근방에 동굴이나 균열이 있는지요? 그 동굴이나 균열이나 그 근처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진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알고 싶습니다.”

         

       “음…”

         

       부르모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유목민의 삶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의 분노나 짐승의 성난 이빨이 눈앞에 닥쳤을 때 유목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천막과 지팡이 정도였다. 그런 횡액이 눈앞에 닥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었으니 유목민들은 미신에 매우 민감했다.

         

       부르모 역시 그러했다. 산양과 야크들 사이에서 잠들어 있다가 귀신의 흐느낌이나 괴물의 울부짖음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뜬 것이 한두 번이던가? 멀리서 들려온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나 바람소리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지만 어둠에 잠긴 광활한 대지에 그런 괴이한 존재 한 둘이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공포심은 떨칠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목민들은 그런 일들은 경험하더라도 마음속에 묻고 침묵한다. 그런 현상이나 괴이한 존재를 입에 올리고 떠올려 봐야 마음만 좀먹을 뿐이니까.

         

       부르모는 잠시 고민했다.

         

       그냥 낯선 이가 물었다면 모른다고 딱 잡아뗐을 일이었지만 상대는 수행자들이었다. 혹시나 이들이 사악한 존재를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존재가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곳 어디에 숨어있다면?

         

       세 사람은 부르모를 다그치지 않고 합장을 한 채 기다리고 있었고 부르모는 그런 세 사람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이 정도 배려심이 있는 수행자들이라면 만약 그곳에 진짜 악귀가 있더라도 자신에게 횡액이 닥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곳에서 저쪽 산 방향으로 하루 정도 떨어진 곳에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그 근처는 모두 부드러운 흙과 풀이 자라지만 그곳만큼은 풀이 자라지 않지요. 그 언덕에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법한 틈새가 있습니다.”

         

       부르모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을 부르르 떤 뒤 말을 이었다.

         

       “잘만 하면 찬바람을 피해 잘 수 있을 것 같아서…몸을 욱여넣으려고 했는데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소, 소리만 들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그 안쪽에 도사린 것처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과연, 괴이한 현상이로군요. 저희가 한번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 외에 또 동굴이나 균열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이고, 그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영 싱숭생숭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로도 이런저런 정보를 이야기해 주었지만 부르모 본인이 판단하기에도 영 별것 없는 이야기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르모가 기쁨을 담아 합장을 하며 깊숙이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들자 이미 세 사람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히야…수행자들은 신통을 부린다더니 산양보다도 더 빠르시군…”

         

       저런 이들이라면 분명 그 균열 속에 있는 마귀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으흐흐..!”

         

       부르모가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정보 제공일 뿐이지만 마귀 퇴치에 한몫하다니!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무용담이 아닐 수 없었다.

         

       마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수행자 일행이 퇴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부르모의 머릿속에서는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가 전개되고 있었다.

         

       “빨리 마을에 돌아가고 싶다…!”

         

       부르모가 주먹을 불끈 쥐며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목초지에는 아직도 풀이 무성했고 그 풀을 뜯어 먹는 야크와 산양의 움직임은 태평하기만 했다.

         

       “…에효.”

         

       앞으로 며칠은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은 부르모가 다시 바위에 주저앉았다.

         

       방문자가 지나간 뒤 다시 고요해진 목초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양치기견만이 그런 부르모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 ***

         

       “이번엔 예감이 나쁘지 않군.”

         

       “후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누르부치와 니마갈첸 그리고 수달차는 경공을 전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궁주를 낫게 할 재료를 구하기 위해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이 동원되었다.

         

       수많은 수행자들이 재료를 구하기 위해 서장 각지로 흩어졌고.

         

       이 세사람은 궁주의 특별한 명에 따라 호천안이 부탁한 재료를 찾고 있었다.

         

       “포달랍궁에서 나와 세상을 구경 하고 싶었지만 이런 고생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니마갈첸은 누르부치의 푸념에 실소를 지었다.

         

       절정에 이르러 천지간의 기와 소통하기 시작하면 내공은 물론이고 신체의 자연회복력이 상승해 범인보다 월등한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류는 자신의 내공과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니 누르부치는 포달랍궁을 나온 이래 하루하루가 고행길이었다. 소궁주의 안위가 달린 일이니 설렁설렁 할 수도 없으니 죽을 힘을 다해서 두 사람을 쫓아야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아주 버릇이 고쳐지는구나.’

         

       한달동안 죽어라 고생했으니 한동안 바깥은 쳐다도 안 보겠지.

         

       “저곳인 모양이군.”

         

       그런 생각을 하던 니마갈첸은 수달차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정말 뭔가 있을 법한 느낌이군요.”

         

       세 사람은 조금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균열로 다가갔다. 지난 한달간 서장의 수상한 동굴과 균열을 찾아다닌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동굴과 균열이 생기는 지형에 대해서 깨우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균열은 확실히 부자연스러웠다. 척 봐도 매우 단단한 암반층이었는데 어째서 이런 암반층에 틈이 나게 되었을까.

         

       “내가 먼저 진입하겠다. 신호를 보내면 들어오도록.”

         

       “예.”

         

       수달차가 구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품에서 야명주를 꺼내 허리춤에 매단 수달차는 팔다리를 짚으며 균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계속 넓어지는군.’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틈새가 조금씩 넓어졌다. 울퉁불퉁한 암반을 밟으며 전진하던 수달차는 발을 멈추었다.

         

       눈 앞에 직경 1장 정도의 동그란 원통형 통로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말끔하게 다져진 원통형의 통로.

         

       수달차의 시선이 통로 벽면으로 향했다. 그 벽면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암반을 할퀴고 지나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상당히 단단한 암반층인데 이렇게 무 파먹듯이 길을 뚫어 놓다니…’

         

       정체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있는 것은 확실한 상황.

         

       위험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호천안이 언급한 조건에 부합하는 동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달차는 호천안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처음에 공청석유를 언급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그러나 호천안이 원하는 것은 공청석유가 아니었다.

         

       ‘일 년에 이슬 한 방울만큼 떨어진다는 공청석유의 힘을 온존시켜주는 그릇…흑반천암(黑盤天巖).’

         

       호천안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은 공청석유가 고일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흑반천암이었다.

         

       통로에 보이는 암반 중에서 점차 검은색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수달차는 신중하게 전진했다.

         

       검은 암석이라고 다 흑반천암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 정황증거라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확인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꾸드득. 꾸드득.

         

       천천히 전진하는 수달차의 귓가에 무언가 씹어먹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달차는 그 소리를 쫓아 계속해서 전진했고…

         

       소리의 진원지에 도달했다.

         

       ‘….거대하군.’

         

       산장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도 공간이 남을 것 같은 거대한 공동이 나타나고 그 공동의 벽을 파먹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수달차는 그 형상을 보자마자 방금전까지 자신이 걸어온 이 통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했다.

         

       통로는 저 괴물이 주둥이를 들이밀고 파먹은 흔적이었다.

         

       저 괴물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토룡…이라고 해야 하나.’

         

       형태는 지렁이와 흡사했지만 저런 걸 과연 토룡에 비유하는 것이 올바를까. 몸길이만 해도 십 장이 넘고 주둥이에는 단단한 암반을 무처럼 파먹는 이빨이 빼곡히 나 있다.

         

       뿐인가.

         

       암석을 흡수해 제 몸의 것으로 만드는지 검은 암반을 두른 위압적인 모양. 머리만 있었다면 전설에 나오는 이무기라 불러도 될 위용이었다.

         

       ‘이 공동…검은 암석 덩어리들이 훨씬 많다.’

         

       알갱이일 때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공동에 박혀 있는 자갈 크기의 암석 덩어리를 확인한 수달차는 이 검은 암석이 흑반천암이라고 확신했다.

         

       수달차가 그렇게 공동의 벽면과 괴물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을 때.

         

       우뚝!

         

       돌연 암반을 파먹던 괴물의 움직임이 멈추고.

         

       곧바로 수달차가 있는 방향으로 머리가 이동했다.

         

       ‘들켰군….’

         

       수달차는 괴물이 입안으로 몇 겹이나 나 있는 톱날 같은 이빨을 목격하자마자 도망쳤다. 초절정이고 자시고 단신으로 제압할 수 있는 크기의 괴물이 아니었으니까.

         

       콰드드드드!!

         

       그 몸무게가 가볍게 천근을 넘을 것 같은 괴물이 난리를 피우자 통로 전체가 무너질 듯 요동쳤다. 그 진동으로 간접적으로 괴물의 위용을 느낀 수달차의 발이 더욱더 빨라졌다.

         

       목표는 통로와 이어지던 천연 암반!

         

       ‘그 안으로 도망치면 이 녀석도 땅을 파먹으면서 쫓아와야하니 도망칠 수 있다!’

         

       초절정의 무인이 작정하고 경공을 전개하니 통로와 이어진 균열에 도달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수달차는 속도를 죽이지 않고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른 뒤 그대로 균열에 몸을 던져넣었다.

         

       우드득! 빠직!

         

       날카로운 자연 암반들을 몸으로 박살내며 몸을 구겨 넣은 수달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콰아아앙!!

         

       암반을 박살내며 나타난 주둥이가 수달차의 목전까지 들이닥쳤다.

         

       “허억!”

         

       기겁한 수달차가 황급히 암반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고 간발의 차이로 톱날과 같은 괴물의 이빨을 피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콰앙! 쾅!!

         

       괴물이 거친 기세로 암반에 머리를 박았지만 큰 몸뚱이가 지나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먹이를 놓쳤다 파악한 괴물은 암반에 머리를 두어 번 박아보다가 포기하고는 몸을 빼기 시작했다.

         

       “….후.”

         

       괴물이 주둥이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했지만 수달차는 팔다리를 놀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균열의 입구까지 도달했다. 바깥에서 내밀어진 두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온 수달차는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살았다는 실감이 들자 절로 전신에서 힘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사형! 괜찮으십니까?!”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안에 뭐가 있었습니까?”

         

       수달차는 깜짝 놀란 듯한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드디어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네.”

         

       호천안이 주문한 재료의 행방을 확인한 삼인방은 포달랍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용물 말고 그릇만 찾으라고 시킨 호천안!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야무지게 먹어보겠습니다. 옴뇸뇸! 촤라라라촤촤촵촵!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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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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