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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예나의 첫 도네이션으로부터 약 3분.

        

       레반, 시훈의 채팅창에는 대형 화재가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그녀와 얽힐 때면 으레 그러했듯이.

        

       『여행객 받아라~』

       『난민(아님)』

       『오해하지 마세요~ 호스팅은 아닙니다~』

       『무기보다 방송을 더 자주 던지네 시발거 진짜』

       『육수 분들의 소중한 돈은 고스란히 레반에게 도네로 바쳐졌습니다 😊』

       『뭐지? 왜 혀를 날름거리는 얘기를 하는 거지? 무엇을 날름거린 것이지?』

       『우우……나 뿔이 너무 아파……』

       『금발(아님) 태닝(아님) 굴착기(맞음)』

        ㄴ 영구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평소의 배는 되는 화력이었다. 이미 2배 이상 늘어난 시청자수가,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시훈이 상황을 파악하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채팅창을 대충 살펴보기만 해도, 예나가 방송을 켠 채로 그의 방송에 접속했다는 건 알 수 있었으니.

        

       “……아니, 그때 분명 아따먹 님은 호스팅 금지라고 하지 않았나? 이 분 지금 뭐하고 있는 겁니까?”

        

       -1가구1레반청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레바니가 엄한 목소리로 ‘너는 이제 호스팅 금지야’했단 건데……뭔가 좀……ㄲ리는 건 정상이지?】

        

       『헉』

       『한 손으로 양 손목 잡아서 머리 위로 올린 상태로……………』

       『아미쳤엌ㅋㅋㅋㅋㅋ』

       『이건 음성리퀘해야하네요』

       『저희 정상협회는 정상그잡채 드립니다』

       『너는 이제 도네 금지야도 해주세요』

       『아 ㅁㅊ 존ㄲ』

        

       그 와중에, 근묵자흑이라. 레반 본인의 팬들의 채팅과 도네이션조차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이.

        

       차라리 호스팅을 하는 게 어그로가 덜 끌리지 않았을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왜 방송을 켜고 레반 방송을 보는데……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음. 끄고 볼까요.】

        

       예나의 멘트를 그대로 옮겨오는 뻐꾸기들까지 생겨난 시점.

       

       미간을 찌푸린 시훈이 전화를 집어든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축적된 경험으로는, 어설프게 채팅이나 메시지로 대응하기보다는 바로 통화부터 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고로.

        

       “하……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음.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지금 방송 보느라 조금 바쁜데 무슨 일 있냐’같은 말 하시면 진짜 찾아갑니다.”

        

       《……무섭네요.》

        

       놀랍게도, 정말로 당혹감이 물씬 어린 목소리였다. 하려던 말을 과하게 정확하게 맞춘 탓일까. 아니면, 찾아간다는 말에 당황한 걸까.

        

       열이 올라서 무심코 던진 말이 조금 과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와중에, 시청자들은 ‘찾아간다’는 표현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뭐야뭐야’나 ‘레따먹 기원 n일차’ 따위의, 핑크빛 기류를 기대하는 듯한 채팅이 채팅창에 범람했다.

        

       다만, 시훈이 보기에 그런 채팅을 치는 이들은 대부분 양쪽 팬을 모두 긁기 위한 분탕들인 고로. 저들 중 누구도 우결각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는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연습 안 하시나요. 요즘 캐릭 폭이 좀 좁아지셨던데……세계무대의 벽은 높아요.》

        

       그렇게 자꾸만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에 잠긴 시간이 조금 길었던 걸까.

       

       어느새 회복한 예나가 다시 조용한 어조로 쿡쿡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요즘이라.’

        

       평소 레반은 방송에서 광전사만 고집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회 연습차 광전사에만 집중하기는 했지만.

        

       그러니 저 말은 자신의 방송을 꾸준히- 그리고, 대부분 챙겨봤다는 의미일 텐데.

        

       쓸데없이 꼬리를 무는 상상들을 애써 찍어 누르며, 시훈은 다시 무심해진 어조로 답했다.

        

       “……빌드 다변화해둬서 괜찮습니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캐릭 다 다루는 그쪽이 이상한 거야. 프로들도 대회에선 주캐 많아야 2개 써요.”

        

       《일대일 대회는 달라요. 최소 3개는 다뤄야 가위바위보 싸움을 하지. 왜 혼자 주먹만 들고 가위바위보를 하려고 해요. 제 경험상, 그런 거만한 마인드로는 일대일 대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러나, 평정을 그리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었던 것이.

        

       “……애초에 일대일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잖아. 무슨 경험을 한 건데.”

        

       《……경험은 없긴 한데. 제가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하진 않잖아요. 제가 경험이 없으면 제 말 안 들으시고, 경험이 있으면 경청하는……그런 스타일은 아닐 거잖아. 설마 아닌가. 경험 유무 중시하는 스타일인가요.》

        

       “그, 표현을 좀-”

        

       레반은 튀어 나오려던 말을 애써 중간에 삼켰다.

        

       굳이 짚어봐야 긁어 부스럼일 터다.

        

       콕 집어 강조하지 않은 지금도, 적지 않은 수의 분탕들이 ‘속보) 아따먹은 경험이 없어’, ‘처 녀 인 정’, ‘경험 없다는 사실 지적당하고 발끈하는 아따먹……이건 된다’ 따위의 채팅을 치고 목이 날아가고 있었으니.

        

       매니저가 빠르게 차단하고 있었지만, 마냥 유쾌하게 넘기기에는 수위가 과도한 채팅도 일부 있을 지경이었다.

        

       《그런데……게임 안 하시나요. 저 이제 방송 보러 가고 싶은데. 오랜만에 기사 한번 어떤가요.》

        

       그럼에도, 예나는 그런 채팅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방송에 접속해 있으니 분명 다 보일 텐데.

       

       언제나 그랬듯이, 시훈의 예상범위를 가벼이 벗어나는 사람이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주로 좋은 의미였지만.

        

       “지금 니가 그 말을- 하. 아니, 아닙니다. 아무튼, 앞으론 직접 호스팅 말고 간접 호스팅도 금지입니다.”

        

       《……엄하시네요. 방송 정도는 봐도 되잖아요.》

        

       “……혼자 봐요, 혼자. 아니, 그러니까- 하아. 매니저님? 저, 뉘앙스 이상하게 가져가는 채팅들 좀 싹 임시차단 넣어 주시고. 아무튼, 방송 보지 말라는 게 아니고……아니, 이걸 내가 왜 설명하고 있지.”

        

       《원래 친구들이랑 같이 보는 맛 아닌가요. 왜, 스포츠 경기도 왁자지껄하게 보면 더 재밌잖아. 채팅창이 2개니까 2배로 재밌는 기분인데. 레반님도 한번 해보시면 이해할 텐데……아. 말 나온 김에, 지금 같이 아크님 방송 보러 가실까요. 10분 후에 시작하는데……오늘 코스프레 방송이래요.》

        

       “……나가.”

       

       《아, 코스프레 안 좋아하시나요. 그러면……평소에 무슨 방송 보시나요. 아니, 추천에 참고하려고요.》

       

       물론, 항상 좋은 의미는 아니더랬다.

        

       * * * *

        

       예선 1일차. 레반에게 축객령을 당한 후 찾아갈 만한 방송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다들 대회 경기는 이미 마무리한 상태였던 고로.

        

       경기를 나름 빨리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평소 눈여겨보던 스트리머들이 대부분 빠르게 탈락한 탓이기도 했다.

        

       도댓은 다행히 토너먼트에 잔류했지만- 진지한 방송 스타일 그대로, 내일의 경기를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겠다며 방종한 모양이었고.

        

       리플레이를 보며 승리의 여운을 즐기는 시간 정도는 가져도 될 텐데. 아쉬움이 남았지만……쥐흔은 하면 안 되니까.

        

       카페와 갤러리에 익명 응원글을 두어 개 적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과업들을 처리하고 있자니, 눈에 밟히는 것이.

        

       [아리: 예나쌤😍]

       [아리: 예선 1일차 전승 축하해!!!!!!!!!!]

        

       제자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들이었다.

        

       방송을 하던 중에는, 확인만 하고 회신을 미뤄두었던.

        

       [아리: 참참 나 이거 샀다??]

       [아리: 캠핑가서 쓰려고!]

       [아리: 어때??]

       [아리: (사진)]

        

       도저히 확인을 안 할 수가 없는 메시지였다. ‘(기프티콘)’ 따위의 노골적인 유혹과는 비교가 안 되는 파괴력을 가진 미리보기였던 고로.

        

       그리 전송되어 온 건, 캠핑 용품들이었다. 다만, 문제가……구매했다는 것이, 대부분 아기자기한 요리도구여서.

        

       [아리: 넘나 귀여워서 즉시 질러버렸어🤣]

        

       ……캠핑에서 복잡한 요리도구는 힘겨운 설거지감에 불과하다는 얘기, 하면 안 되겠지. 아직 순수한 뉴비는 어화둥둥 보살펴줄 필요가 있으니. 

        

       본인이 직접 겪게 두는 편이 나을 터였다. 왜, 치어(稚魚)는 낚아도 후일을 도모하며 방생해야 하듯이.

        

       그런 의미에서는, 조만간 정말로 캠핑을 한번……가는 김에 다같이 가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예쁘네]

       [다음에 같이 캠핑가는 건 어떨까?]

        

       [아리: 너무 좋아!!!]

       [아리: 이미 백만년 전에 수락했어요 저는]

       [아리: 언제 가지??? 정해지면 바로 휴방 공지 올리면서 자랑할거얌]

        

       [아]

       [방송은 켜도 되지 않을까]

       [우리 시청자들은 캠핑방송 좋아하던데]

        

       저번에 캠핑 방송이 중간에 종료되었을 때 유독 불만의 목소리가 많기도 했으니. 다들 사실은 평화로운 대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기분을 제법 좋아하는 티가 나더랬다.

        

       하지만……나도 지튜브에서 그런 영상을 보다 보면, 슬그머니 재생속도를 올려버리는 것도 사실인지라.

        

       혼자 가만히 자연을 즐기는 모습보다는, 여럿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리와 진희에, 레반……이라는 출연진이 나오는 캠핑 방송이라면, 나 같은 게 혼자 뚝딱거리는 것보다는 비교도 안 될 만치 흥미로울 것이 분명해서.

       

       다만-

        

       [아리: 누가 뭘 좋아한다고?]

       [아리: 아 맞다]

       [아리: 예나 나오면 좋은 건 맞아]

       [아리: 제발 그 빗소리 ASMR은 다신 영원히 제발 세상이 멸망해도 시도하지 말아줘 ^^^^^^^^^^^^^^^^]

        

       ……말에 가시가 조금 있는 느낌인데.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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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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