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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화영 고등학교는 남녀 분반이다.

        

       사실 화영 고등학교뿐만이 아니라, 화영학원재단 내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 중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모두 남녀 분반 형태였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각각 다른 성별의 반에 갈 일은 없다.

        

       교칙으로 불순 교제 금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렇다고 남녀 커플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대놓고 사귀더라도 선도위원들 대부분은 잠잠했고, 한 명 정도 떠드는 사람이 있긴 해도 일반적으로는 무시해도 될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자친구를 기다리겠다고 여자애가 남자 반 앞에 찾아온다던가, 반대로 여자친구 기다리겠다고 남자애가 여자애 반 앞에 가든가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직 예민한 나이였다. 사귀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어도, 그 사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놀림당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뭐, 가끔은 그걸 일종의 자랑으로 여기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윤다호와 같은 반에 있는 다른 남학생들은,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았다.

        

       “…….”

        

       “…….”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냥 노려보고 있다는 말은 조금 부족했다.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윤다호는 책상에 앉은 채로, 그리고 예사라는 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얼핏 보면 러브코미디 만화에 종종 나올 법도 한 구도였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험악한지 대충은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의 눈에는 결코 그렇게 몽실몽실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광경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말해.”

        

       예사라가 말한다.

        

       “뭘.”

        

       윤다호가 받아친다.

        

       둘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죽일 듯이’ 노려본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쪽은 한국, 아니 세계 최대 기업을 언젠가 물려받을 상속녀.

        

       한쪽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을 물려받을 차기 회장.

        

       둘이 정말로 피를 튀기며 싸우기 시작하면, 그 끝이 절대로 멀쩡하지는 못 하리라.

        

       ……라고, 적어도 둘의 사이를 ‘대충만’ 알고 있는 주변 학생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실제로는, 사실 예사라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긴 했다. 사실 개인 자산을 쏟아부으면 개인 대 기업으로 싸워볼 수 있을 정도로 재산이 많기는 했으니까.

        

       물론 그렇게 했다가는 결국 유진 그룹도 휘말려 들게 될 거고, 이사진들은 싫어하게 되겠지만.

        

       “내 친구들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들. 호명 그룹에서 한 짓이잖아.”

        

       주변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니, 사실 아까 전부터 집중 중이기는 했다. 이미 예사라가 남학생반에 대놓고 들어와 있는 시점에서 시선이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예사라 혼자 온 것도 아니었다. 그녀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예사라의 ‘바람 상대’들이 따라온 것이다.

        

       1학년 여학생들을 제외하고, 다른 학년이나 다른 성별의 반에는 예사라와 그 친구들에 대한 소문이 몹시 과장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예사라가 등교할 때도, 심지어 하교할 때도, 언제나 그 아이들과 꼭 붙어 다녔으니까.

        

       그냥 팔짱만 끼고 다녀도 서로 사귀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받는 정도인데, 대놓고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한 학생들이 많았으니까.

        

       같은 집에서 살면서, 이미 할 건 다 한 사이가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사실, 선 위에 서서 한 걸음 내딛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맞는 추측이긴 했지만.

        

       그리고 동시에, 예사라가 윤다호의 약혼녀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니, 그 학생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예사라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세 친구는, 바람 상대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난 모르는 일이야.”

        

       윤다호는 예사라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렇게 오만했던 윤다호는 최근들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다. 윤다호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추종자도 있었고, 내심 윤다호의 약혼이 깨지기를 바라는 여학생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윤다호는 언제나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선 체육 시간에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그냥 수업을 빠져버린다. 말수도 점점 적어지고, 그냥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이다.

        

       다들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저 끼어들 생각을 할 정도로 멍청한 아이가 없을 뿐이었다.

        

       예사라 정도가 아니라면 윤다호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뭔가 따지지도 못 하리라.

        

       윤다호의 대답을 들은 예사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윤다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해보려는 듯.

        

       그리고 그 눈매는 지금까지 예사라가 지었던 표정 중에서 가장 매서운 것이었다.

        

       “…….”

        

       한참 동안 윤다호를 노려보고 있던 예사라는, 몸을 휙 돌려서 교실을 나가버렸다.

        

       교실에는 분명 학생들이 가득했는데도, 이상하게 윤다호는 교실에 혼자 덜렁 남겨진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예사라의 바람 상대들한테 어떤 일이 생겼고, 그래서 예사라가 호명 그룹을 의심하고 있다는 건가?

        

       그래서 약혼자를 찾아와서 따졌다는 말인가?

        

       1위와 2위의 차이가 이렇게 큰가 보구나.

        

       그런 생각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조금씩 피어올랐다.

        

       아무도 입 밖으로 그 생각을 내뱉은 것은 아니지만, 윤다호는 그 생각을 이미 듣기라도 했는지, 그저 책상 위에 말없이 엎드릴 뿐이었다.

        

       *

        

       윤다호는 모르는 걸까.

        

       확실히, 얼굴마담이라는 이미지가 있긴 했다.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호명 그룹에서 윤다호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윤다호는 ‘예사라의 약혼 상대’라는 이미지 외에 가진 이미지가 없긴 했다.

        

       ……혹시, 윤다호의 부모 세대에 회사를 물려받을 다른 사람이 있기라도 한 걸까.

        

       분명히 원작에서는 ‘윤다호가’ 회사를 물려받을 예정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

        

       뭐, 그건 직접 알아보면 그만이겠지.

        

       “저기, 사라야.”

        

       내 뒤를 열심히 따라오던 하늘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우리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걱정할 필요가 없긴.”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돈이 있으면 사람의 불행 중 많은 것을 막을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부정당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만약 하늘이의 아버지가 다니시는 회사가 망가지면, 하늘이 아버지는 그만큼 큰 상실감을 느끼실 거다. 내가 앞으로 그분 께서 버실 예정이었던 만큼의 돈을, 아니 그 이상의 돈을 그냥 드린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겠지.

        

       뭐, 나라면 아물었을지도 모르지만, 무려 하늘이의 아버지가 아니신가. 자기 딸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대놓고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양혜인과 수아 아버지, 그리고 수아가 고용했던 그 기자에게 정보를 받고 나서야 하늘이도 알게 되었다고 들었다.

        

       ……최나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도 최나경은 호명 그룹과 관련된 곳에 숨어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협력을 구하고 있거나.

        

       일단 표면적으로 움직인 것은 호명 그룹이었으니까.

        

       내 친구를 건드려?

        

       약혼 문제로 내 성질을 박박 긁는 것은 상관없었다. 사라가 직접 그 이야기를 듣지만 않는다면,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거나, 역으로 되받아쳐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을 건드리면…….

        

       음, 이건 너무 클리셰려나.

        

       아직 점심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대화할 정도의 시간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온 곳은, 교내의 공원이었다. 여기서 언제나 대기 중인 은행원이 하나 있었으니까.

        

       점심시간이라 어디 식사라도 하러 갔으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은 그대로 있었다.

        

       “한가람 씨.”

        

       “아, 고객님.”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면, 내 표정에서 돈 냄새라도 나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다른 분들께서도 같이 오셨네요. 혹시 전부 잠재적인 고객분들인가요?”

        

       ……지난번에 얼굴을 봐 놓고도 이런다.

        

       “아뇨, 오늘도 저 혼자예요.”

        

       나의 대답에 한가람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고객님께서 하시는 의뢰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의뢰의 몇 배 수준이니까요. 자, 오늘은 어떤 의뢰를 드리러 오셨나요?”

        

       “주식 매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순조롭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보유량 1위가 되지는 못했죠. 한창 주가가 오르는 중이라서요. 유의미한 변동은 있었지만, 주식만으로 회사를 집어삼킬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유의미한 양이기는 하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여기, 보고서가 있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해놨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넸다.

        

       ……나는 봐도 모를 것 같아서 일단 받아만 두었다.

        

       “그러면, 일단 지금은 매입은 잠깐 멈춰주세요.”

        

       그 말에 이 돈 쓰는 거 좋아하는 은행원이 조금은 실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다른 의뢰가 있으신가요?”

        

       “……네.”

        

       정말, 돈 냄새 하나는 잘 맡는 사람이다.

        

       “원래 저희 주식을 사려고 예정했던 재산으로, 호명 그룹의 주식을 사주세요. 호명 전자, 호명 생명, 호명 건설……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유의미한 행동처럼’ 보이게만 해 주시면 돼요.”

        

       나의 말을 들은 한가람 팀장은, 당연히 엄청나게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돈 쓰는 거 하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안님, 후원 감사합니다!

    전작부터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전작을 쓸 때도 그랬고, 이번 작품을 쓸 때도 그랬고,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저의 작품을 사랑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 작품의 조회수가 백만이 되는 날이 올 줄도 몰랐고, 선작수가 팔천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그만큼 저의 소설을 좋아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제 작품을 읽으시며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신다니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글을 써온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라 너무 좋네요. 저는 제가 쓰고싶은 글을 썼을 뿐인데, 독자 여러분께서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독자님들께서 저의 작품을 이렇게 좋아해주셨으니, 저도 반드시 제대로된 보상을 해 드려야겠죠. 이 소설을 반드시 제대로 완결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제게 투자해주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끝까지 성실하게 연재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엔마라자님, 후원 감사합니다!

    조회수 100만을 넘으면 표지제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최근이 되어서야 알게 되어서, 아직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생각해둔 것이 없습니다. 만약 만들게 된다면 주요 히로인들이 모두 들어간 표지로 만들고 싶네요. 다만 아직 따로 연락받은 것이 없고, 노벨피아 제공 표지를 만들 때의 제약이 따로 있는지도 몰라서 지금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매일 글을 쓰고, 소설의 전개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혼자 썼다면 분명 작품 초중반에서 고꾸라져 일어나지도 못했겠죠. 이 작품을 쓰고 있는 것은 저이지만, 이 글이 완성되는데는 수많은 독자 여러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저의 글을 읽으실 때 제가 글을 쓰며 느낀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완결까지 최선을 다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에리흐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 소설의 전체 조회수가 벌써 백만을 찍었네요. 제가 쓴 작품의 소개란에서 백만이라는 숫자를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 모든 숫자가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의 방문 횟수라고 생각하니 정말로 뿌듯하네요.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가 조회수가 10도 오르지 않던 경험이나, 친구에게 보여주어도 미적지근한 반응반 보게 되거나 아예 읽어주지도 않는 일을 몇 번 겪어봐서, 저 숫자가 제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저 글이 좋아서 쓰기 시작했지만, 이 글이 써지게 만들어주신 것은 독자 여러분입니다. 혼자서 걸어가면 너무나 멀고 험하게 느껴졌을 그 길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훨씬 가벼운 걸음걸이로 지치지도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따라와주실만큼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개월동안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는 어떻게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제가 하나의 소설을 완결낼 수 있었고, 글로 누군가의 칭찬을 받아볼 수 있었고, 글로 돈을 벌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 과정 하나하나를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글을 쓰겠죠.

    저에게 이렇게 기대를 걸어주신 독자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성실하게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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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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