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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푸흡.”

       

       꿀 같은 낮잠을 자고 있던 자신에게 마법을 배웠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아르를 본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었다.

       

       “쀼우!”

       “알았어, 알았어. 설명해 줄게.”

       

       그게 무슨 말인지 빨리 설명해 달라는 듯 내 어깨를 손으로 통통통 두드리는 아르에게 나는 내가 개화한 특성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사람이든, 마물이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 하나씩은 있거든. 재능이나 잠재력이라고 하기도 하지. 예를 들어 아르 네가 태어나자마자 내 말을 이해, 습득, 응용이라는 재능을 통해 알아듣게 된 것처럼 말이야. 물론 넌 그거 외에도 재능이 참 많지만, 아무튼.”

       “쀼우, 쀼.”

       

       아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설명을 경청했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재능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 꼬리로 내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나도 그렇게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너와 계약을 하면서 발현이 된 거야. 내 능력은 계약과 관련된 힘인데, 그걸로 계약한 상대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나 마법을 제한적이지만 공유할 수 있어. 그래서 너한테 배웠다고 말한 거고. 정확히는 배웠다기보단 빌려 쓰는 거지만.”

       “쀼우.”

       “조금 복잡하지?”

       

       아르는 잠시 손을 머리에 얹고 이해하려 애쓰다가, 곧 대략적으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쀼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내 능력에 대해 전부 아는 건 아니야. 개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우리의 영혼이 아주 밀접하게 결속되어 있고, 그 덕분에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거야. 조금 쉽게 말하면 너랑 내가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상태창을 볼 수 없는 아르에게 풀어서 설명을 하다 보니 조금 두루뭉술하게 ‘너랑 내가 연결되어 있어서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말이 반대로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뢰의 계약이라는 특성 자체가 일반적인 테이밍과는 다른 ‘신뢰를 통한 진정한 의미의 결속’을 표방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탯을 동기화하고, 스킬 역시 동기화할 수 있는 거겠지. 

       

       ‘이 정도면 설명이 조금 되었으려나?’

       

       나는 아르가 잘 이해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렇게 확인한 아르의 표정은 이해를 했다기보다는 감동을 받은 쪽에 가까웠다.

       

       “응? 아르야?”

       

       맑은 눈망울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아르가 말했다. 

       

       “레온이랑 나, 항상 연결되어 이써?”

       “으응. 그렇지.”

       “지금두?”

       “그럼. 근데 그게 그렇게 감동한 눈으로 볼 일인…. 으아앗!”

       “쀼우우우!”

       “아르야, 우리 언덕 내려가는 중이야! 넘어져!”

       “쀼웃!”

       

       나는 내 얼굴에 힘껏 달려들어 밀착한 아르를 진정시키기 위해 떼어내 안은 채 엉덩이를 5분 동안 내리 토닥여 줘야 했다. 

       

       ***

       

       “이제 좀 진정됐어?”

       “쀼우!”

       

       아르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낮잠 자고 방금 일어난 거라 그런가 기운이 아주 넘쳐.’

       

       한창 자랄 때니 기운이 넘치는 건 좋긴 한데…. 음.

       

       ‘나랑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게 그리 좋았나.’

       

       그러고 보면 아르는 나랑 항상 붙어 있으려고 한다.

       이러다 그 뉴튜브에서 흔히 말하던 분리불안증 같은 게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

       

       ‘근데 생각해 보면 우린 분리되면 불안해해야 되는 게 맞긴 해.’

       

       영혼 계약은 계약자끼리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패널티가 부과되니까 말이다.

       

       ‘흐음…. 그래도 지금은 좀 지나친 것 같으니 한번 말을….’

       

       나는 품 안의 아르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아르는 눈이 마주치자 쀼우 소리를 내며 또 다시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윽.’

       

       아르의 웃음에 무장해제된 나는 결국 입을 떼지 못하고 마주 웃어 주었다. 

       

       ‘그래. 말할 수 있고 조금 똑똑하다는 것만 빼면 객관적으로 아직 아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니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양육자와 멀어지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저번에 잡화점에서 잠깐 혼자 기다리라고 했을 때도 가만히 잘 기다렸고.’

       

       벨라가 준 초콜릿을 경계심 없이 맛있게 먹어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스미스 씨한테 발광석 감정을 받는 동안에는 얌전하게 있지 않았는가.

       

       ‘그냥 나를 좋아하는 것뿐, 하려면 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나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뀨우.”

       

       아르의 통통한 꼬리가 기분 좋은 듯 흔들거렸다.

       

       ‘그나저나 요 엉덩이 토닥이는 거, 진짜 효과 좋네.’

       

       품에 쏘옥 안을 일이 많다 보니,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밑을 받쳐 안은 손으로 종종 가볍게 아르의 빵실한 엉덩이를 토닥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르의 표정이 기분 좋게 풀어지면서 안겨 있는 몸의 긴장도 함께 사르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 아르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자연스러운 쪼그만 뀨우 소리까지…. 최고지, 최고.’

       

       그래서 최근에는 아르가 조금 흥분했을 때에도 등이나 엉덩이를 토닥여 주곤 했는데, 아주 효과가 좋아서 금세 진정시킬 수 있었다.

       

       토닥, 토닥.

       

       “뀨우.”

       

       크으…. 행복하다.

       

       ‘흠흠, 그래도 이제 좀 자제해야지.’

       

       너무 즉각적인 보상을 자주 받다 보면 잔잔한 행복을 못 느끼게 된다는 말도 있으니, 다음번의 행복을 위해 나는 토닥이는 걸 멈추고 아르를 다시 내 어깨 위에 얹었다. 

       

       “쀼우.”

       

       그리고 너무 자주 엉덩이를 토닥이다가 아르가 완전히 적응해 버려서 지금의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고.

       

       그러니 이건 미래를 위한….

       

       바스락!

       

       “…!”

       “쀼?!”

       

       그 순간, 앞쪽에 있던 풀숲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걸 본 나는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 

       

       바스락, 바스락!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근처에 위협이 될 만한 마물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전의 커먼 울프처럼 숲 너머에 서식하는 마물이 넘어왔을 수도 있으니 혹시 몰라 경계하고 있는데, 마침 풀숲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꿀렁.

       

       “휴우. 슬라임이었구나.”

       

       레키온 사가 내 최약체, 레벨1짜리 마물.

       점액질로 이루어진 멜론 정도 크기의 슬라임이 우리의 기척을 느낀 듯, 잠깐 멈추었다가 이쪽으로 뽈뽈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쀼우?”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아르가 ‘처리할까요, 두목?’ 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슬라임을 가리켰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 내가 해 볼게. 아르는 내가 마법을 잘 쏘는지만 지켜봐 줘.”

       “쀼우!”

       

       [스킬 동기화를 통해 ‘파이어 볼’을 ‘아르젠테’로부터 공유 받습니다.]

       [금일 사용 가능한 스킬 변경 횟수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이래서 처음에 파이어 볼을 선택해서 연습해 뒀지.’

       

       맨 처음에 파이어 볼로 마법에 대한 감을 잡고, 플레임 캐논으로 변경해서 대충 최대 출력이 어느 정도 되나 한계를 시험한 뒤, 혹시라도 마법을 쓸 일이 생기면 다시 파이어 볼로 돌아오기 위해서.

       

       ‘실수 없이 가 보자.’

       

       나는 이쪽으로 기어 오고 있는 슬라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이어 볼.”

       

       영창과 함께, 심장에 흐르던 마나가 팔을 통해 손바닥 앞에 모여드는 감각이 느껴졌고.

       

       화륵!

       

       아까 언덕에서 했던 것처럼, 나는 손바닥 쪽에 모은 마나를 튕기듯 앞으로 발산시켰다. 

       

       화아아악!

       

       “꾸륵.”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파이어 볼은 정확히 슬라임에게 적중했고.

       파이어 볼의 화력에 점액질이 모두 증발해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조그만 슬라임의 핵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쀼우우!”

       

       내 실전에서의 첫 마법이 성공하자, 아르는 어깨 위에서 두 팔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쁏!”

       “읏차, 조심해야지.”

       

       신이 난 나머지 두 발로 벌떡 일어서다 어깨에서 미끄러질 뻔한 아르를 나는 재빨리 받쳐 잡아 올려 주었다.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 기다려 봐.”

       “쀼우?”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그때 슬라임이 처음 나왔던 수풀 주변에서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 다른 슬라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슬라임은 무리 생활을 하는 마물이라, 한 마리가 있다는 건 근처에 여러 마리가 같이 있다는 뜻이야.”

       

       바스락.

       

       슬라임은 앞쪽뿐만 아니라, 옆쪽에서도 나타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많은데. 아르야, 이번엔 나랑 같이 싸워 볼까?”

       “쀼우우!”

       “좋아. 그럼 네가 옆쪽을 맡아 줘. 내가 앞쪽을 처리할 테니까.”

       

       나는 아르를 땅에 내려 주고, 곧바로 전방의 슬라임들을 향해 파이어 볼을 발사했다. 

       

       “파이어 볼.”

       

       화르륵!

       

       ‘아무리 최약체라지만 어쨌든 마물이고, 수가 많으니 신중하게.’

       

       슬라임은 수가 적을 때는 거의 위협적이지 않지만, 그 수가 많아질수록 조심해야 한다. 

       

       ‘접근을 허용해서 신체에 슬라임이 달라붙기라도 하면, 산성 점액질에 피부가 순식간에 녹을 수 있으니까.’

       

       나는 신중하게 한 발씩, 손바닥을 슬라임 쪽으로 확실하게 정조준해 파이어 볼을 날렸고.

       

       “꾸륵.”

       “구르륵.”

       

       심지어 일정 거리 안에 다가와 나를 향해 점프하는 슬라임까지도 정확히 공중에서 파이어 볼을 맞혀 깔끔하게 잡아냈다. 

       

       ‘후후. 이 정도면 내가 마력에 대한 재능은 몰라도, 마법을 사용하는 재능은 생각보다 꽤 있는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조금 우쭐해진 나는 아르에게 자랑할 생각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쀼! 쀼! 쀼! 쀼! 쀼!”

       

       파바바바바박!

       

       “…….”

       

       화르르르륵!

       

       슬라임이 전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단숨에 모든 계산을 끝내고 거의 0.5초 간격으로 입에서 파이어 볼을 난사해 원 샷 원 킬을 낸 아르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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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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