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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수조에서 나와, 다시 샤오의 거처.

         

        기이이잉- 하고 닫히는 바닥을 파랑과 샤오가 말없이 쳐다보았다.

       

        탁자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로투스 비스킷이 담긴 바구니를 샤오가 가져와 탁자에 놓았다.

         

        하지만 파랑은 그것에 손댈 기분이 아니었다.

       

        세계를 삼등분하는 거대 세력 중 하나가 자신을 죽이려고 타격대를 파견했고, 나머지 하나가 수십 명의 인원을 동원해 그것을 막아냈다.

         

        두 단체가 서로 싸웠다는 것 자체는 뭐,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원래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으니까.

       

        세계의 질서 유지 문제만 아니었더라도 이미 세상은 3차 세계대전에 진입했을 거다.

         

        전쟁으로 박살난 세계를 먹고 싶은 세력이 누구도 없으니 물밑에서 암투만 벌이는 거지.

         

        문제는 그 중심에 파랑이 있다는 것.

         

        파랑의 머릿속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그녀도 물론 양심이 있다. 자신이 한 일이 있으니, 세계정부나 헌터협회 최고위층에서 접촉해왔을 때에도 덤덤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단순한 영입이나 스폰 제의가 아닌, 사살이라면?

       

       

        파랑은 이미 세계정부의 초대를 받은 상황이다.

       

        가서 좋은 꼴을 볼 생각은 접는 게 좋겠지.

       

        그렇다고 해서 안 가면?

       

        그래도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진퇴양난인 상황.

       

       환생하기 전에는 평범한 시민, 환생한 뒤에도 전투는 바다괴물들과만 치러 온 그녀다.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처음 느껴보는 감각.

         

        그것이 파랑에게는 꽤나 불쾌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 두려웠다.

       

        자신이야 ‘출항’을 얻었으니 괜찮다곤 하지만, 오케아노스의 다른 인원들은? 신유나 헌터는? 고아원은? 마을 어르신들은?

         

        파랑을 죽이려고 S급 헌터를 아홉이나 동원한 세계정부다. 공들인 작전이 실패했으니 파랑의 주변인에게 손을 뻗칠 것은 거의 확실하다. 확률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 100%라고 보아도 무방.

         

        아니, 이미 손을 댔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

         

        잠시만.

         

        잠깐 파랑의 사고가 멈췄다.

         

        ‘왜 아직 주변인들이 멀쩡하지?’

         

        오케아노스를 포함한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아직 어떤 위해가 없었다.

         

        고아원 원장님과 신유나 헌터와는 오늘 아침까지 문자를 주고받았고, 마을 어르신들도 아주 건강하시다.

         

        세계정부가 마음먹고 파랑을 제거하기로 했다면 이미 그들은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저번에 습격당했는데 간신히 살아났다.’같은 살벌한 경험담이라도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 세계정부로부터 몰래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아니, 거의 확실히 사일로겠지.

         

        세계정부가 각 잡고 펼치는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건 사일로와 헌터협회 뿐이니까.

       

        어쩌면 둘이 협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사일로라고 해도 세계정부의 공격을 ‘완벽하게’막아내진 못할 테니.

         

        설마하니 세계정부가 자신을 봐주고 있다거나, 일부러 힘을 덜 쓰고 있다는 가정은 말이 안 된다.

         

        타격대를 보낼 정도면 세계정부의 의지는 확실하다. 그들이 확실히 의지를 다졌다면 그 따위 물렁한 짓은 하지 않는다.

         

        자신을 두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파랑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귀에 찬 ‘출항’이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이게 없었다면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을 거다.

         

        샤오가 쭈뼛거리며 파랑에게로 와 말을 걸었다.

        “정 뭣하면 며칠 더 있어도 돼…라고 말하고 싶지만.”

       

        “응. 알고 있어.”

         

        고작 이 정도의 경호원으로 세계정부의 진심펀치를 막아낼 수는 없을 거다.

         

        오히려 샤오까지 끌어들이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파랑이 어느새 귀에 찬 ‘출항’을 만지작거렸다.

         

        ‘여차하면….’

         

        직접 이걸 가지고 세계정부로 쳐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모조리! 쓸어 버리는 것이다.

         

        입도 뻥긋 못 하게, 아주 도륙(屠戮)을 낼 수도 있다.

         

        당장 세계정부의 서울 총본부에 쳐들어가서도 유유히 건물 안의 모두를 죽이고 빠져나올 자신이 파랑에게는 있었다.

         

        물 속의 파랑은 그런 존재니까. 출항을 얻은 순간 그녀는 이미 최강이다.

         

        하지만 파랑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린 자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파랑이 그들만을 기습해서 슥삭 썰어버리지 않는 한, 그들은 파랑이 ‘출항’을 들고 나타난 것을 목격하자마자 내부 워프 회선을 통해 다른 도시로 이동해버릴 거다.

         

        그와 동시에 파랑이 그들을 찾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들이 프랑스 지부로 이동했는지, 아니면 아르헨티나 지부로 이동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렇다고 지구상 모든 국가를 돌며 정부를 들쑤실 수도 없다.

         

        ‘돌고돌아 결국 사일로인가.’

         

        사일로 코퍼레이션. 세계정부 다음으로 음습한 놈들이지만 일단 파랑을 지켜줬던 것도 사실이니까. 

       

        헌터협회는…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이쪽도 평범한 사유로 파랑을 부르진 않았을 거다. 그래도 여차하면 ‘출항’이 있으니 제 한 몸 건사해서 나올 수는 있겠지.

         

        대강 생각을 정리한 파랑이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몰래 수십 규모의 파견팀을 꾸려 그녀를 도운 사일로다. 홍콩에도 사옥이 하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가서 문이라도 두드려 볼 요량이다.

       

       

        그 쪽에서 먼저 왔으니 이쪽이 쳐들어간다는 명분도 있다.

       

        문을 나서려는 파랑에게 샤오가 나직이 한 마디를 건넸다.

         

        “내 쪽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줄게.”

       

        사실상 말뿐이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다. 

         

        “응.”

         

        그리하여 파랑이 샤오의 거처를 나섰다.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을, 크게 앞으로.

         

        딱히 의와 도리는 없었지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우우웅-

         

        파랑에게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

         

        cylo.co.kr/maps/@rtfk…

         

        링크를 보니 사일로맵의 주소다.

         

        클릭하여 들어가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고층빌딩이 경로로 설정되는 모습.

       

        지금까지의 정황증거들을 토대로 한 파랑의 예측이 맞다면, 사일로에서 그녀에게 연락을 취해온 것일 터다.

         

        이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금까지만 해도 쳐들어가니 도륙을 내니 어쩌니 했지만, 이쪽에서 쳐들어가는 것과 저쪽에서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다르다.

         

        ‘그래도 가보는 게 맞겠지.’

         

        파랑이 결정을 내렸다.

         

        어쨌든 사일로라면 자신을 지켜준 단체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파악하려면 이들과 접촉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경우의 대안도 있으니까.

       

        파랑이 지도에 찍힌 위치로 가려…다 멈칫했다.

         

        ‘음, 그래도 점검은 한 번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은 해야지.

         

        그래서 일단은 파랑이 부둣가로 이동했다.

         

        #

         

        철썩- 철썩-

         

        곳곳에서 불규칙적으로 파도 철썩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부둣가.

         

        그곳에 파랑이 섰다.

       

        이따 젖을 거니까 저어어어기 멀리 옷이랑 수건을 미리 갖다 놓고,

         

        ‘출항!!’

         

        머릿속으로 우렁차게 외치니,

         

        콰아아아-!!!

         

        파랑을 중심으로 반지름 10m 내의 반구형 공간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물로 차올랐다.

         

        ‘음, 역시.’

         

        당연히 주변은 아주 초토화가 됐다.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드럼통은 저 멀리 튕겨나가 바닷속에 처박혔고, 충분히 멀리 있지 못했던 컨테이너는 찌그러져 버렸다.

         

        ‘일상에서는 못 써먹겠네.’

         

        사실 일상에서 쓸 일이 없기도 하고.

         

        긴급탈출기나 숨겨둔 필살기 정도의 포지션으로 쓰는 것이 나아보였다.

       

        당장 살아서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평소에까지 반경 10m 공간을 싹 쓸어버리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모범시민 유파랑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민폐다.

         

        게다가 이런 발동형 아티팩트는 스킬과 달리 위력 조정도 불가능하다. 사람이 총을 살살 쏠지 세게 쏠지 결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한시우 헌터 정도의 제작계 헌터라면 출력 조절이 가능한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긴 하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몇 번 만들었고,

         

        하지만 출항은 초창기에 제작된 작품이라. 음. 아쉽.

         

        파랑이 쩝, 입을 다시고는 아티팩트의 발동을 해제했다.

         

        그리고는 쫄래쫄래. 아까 옷을 놓아 둔 곳으로 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대충 옷을 걸쳤다.

         

        그리고 이제 진짜 출발. 사일로, 그 음습한 놈들과 대면할 시간이 왔다.

         

       

         

        #

         

        “와….”

         

        진짜 건물 크다.

         

        파랑이 목을 거의 직각으로 꺾어 눈앞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꼭대기가 안 보였다.

         

        정말 구름이라도 뚫을 것 같은 마천루.

         

        매일 이 건물보다도 큰 괴어들을 상대하는 파랑이지만, 또 물 밖에서 올려다보는 이런 고층빌딩은 또 느낌이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위압감도 느껴진다. 물 밖이라 약간 위축된 탓도 있고.

         

        파랑이 심호흡을 후. 쉰 다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 사람들은 힐끔힐끔. 새파란 머리색은 흔한 게 아니다.

         

        홍콩이라 그런지 파랑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방송인으로서의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독특한 외관의 미녀에게는 눈길이 가는 법이다.

         

        게다가 파랑의 복장은 예전의 그 딱 맞는 정장.

         

        눈길을 안 주려고 해도 쉽지 않다.

         

        어쨌든. 본의아니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슈퍼스타 유파랑이 사일로 사옥 내로 진입했다.

         

        “유파랑 헌터 되십니까.”

         

        “네, 되세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찬가지로 세련된 정장을 입은 직원이 자연스럽게 파랑을 어딘가로 안내했다.

         

        이미 출항을 발동할 준비 만만인 파랑이었기에, 그녀도 별다른 저항 없이 따라갔다.

         

        “최상층까지 올라가시면 됩니다.”

         

        뭔가 구석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애매한 위치의 엘리베이터 앞에 파랑이 멈춰섰다.

         

        설마 나 하나 잡겠다고 엘리베이터에 수작질을 부리진 않았겠지.

         

        파랑이 최상층으로 가는 버튼을 꾹 눌렀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KT0청년님 후원 정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내일 저녁 6시 30분, 다다음화는 내일 저녁 8시 30분에 올라갑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작가 올림.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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