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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현직 화룡무인 랭커이자 아피스 천마 캐릭 그마 유저 냥냥권법이 쓰는 화령 외신 솔플 설명]

       

       오늘 화령님이 외신 잡는 거 보면서 경악을 했다.

       

       그래도 나름 그마에 서식 중인 천마 유저라서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다 날라 갔음.

       

       저 분이 진짜 천마지. 나는 그냥 무림에 널리고 널린 시정잡배고.

       

       방송 끝나고 다시보기로 몇 번이나 돌려보는 중인데 파면 팔수록 감탄밖에 안 나옴.

       

       저 분 정말로 무림에서 온 거 아냐?

       

       <화령이 촉수 피하는 영상>

       

       이거 보임? 화령님은 외신의 등에 달린 촉수를 보고 있지도 않음. 그런데 촉수가 날아오면 귀신같이 피함.

       

       이거 핵 같은 거 아니고 기술이다.

       

       천마 많이 해 본 사람이면 알 건데 내기를 주변에다 옅게 흩뿌리는 걸로 다른 무협겜에 나오는 기감을 펼칠 수가 있음.

       

       천마 잘하는 사람 상대하면 반응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게 다 이것 때문임.

       

       원래는 자기 주변에 퍼트리는 게 한계인 기술인데 화령님은 외신의 근처에다 내기를 퍼트려 놨음.

       

       그래서 보지 않고도 공격의 전조를 파악해서 피할 수 있는 거임.

       

       이거 말이 쉽지. 내기 컨트롤 하는 거 더럽게 어렵다. 

       

       내기 컨트롤 신경 쓰면서 공격에 반응하는 건 더 어렵고.

       

       이런 식으로 기감을 쓸 수 있는 유저 화령님밖에 없을 걸?

       

       <허공답보로 날아다니면서 외신에게 권을 펼치는 영상>

       

       이건 더 쩌는 영상임.

       

       다들 알겠지만 허공답보는 무협 캐릭터 장인의 상징임. 왜냐하면 사용 난이도가 토 나올 정도로 어렵거든.

       

       연속으로 허공답보를 몇 번 쓸 수 있나가 무협 캐릭 숙련도의 판단 기준인데 마, 그마 유저들도 보통 다섯 번 이상은 성공 못함.

       

       

       근데 화령님은 이걸로 날라 다님. 자기가 떨어질 거라는 걱정도 안 함. 자기한테 날개가 달린 것처럼 행동을 함.

       

       저 분 내기 컨트롤이 얼마나 뛰어난 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 따위가 추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님.

       

       그리고 중간중간에 외신을 때릴 때 저거 전부 다 무공 쓰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툭툭 건드리는 거 같아도 저기에 다 이치가 담겨 있음.

       

       나도 무협겜만 십 년 가까이 해서 어디 가면 고인물 소리 듣는데 화령님은 더함. 걍 이 분은 무림인임.

       

       나중에 본인 말로 공격 하는 도중에 외신 몸 안에 누적되는 데미지까지 계산하고 있었다는 데 그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싶다.

       

       <즉사기 패턴 직전에 쏘아지는 촉수를 피하며 달리는 영상>

       

       다들 천마 펀치에 열광하고 있는데 난 이걸 더 유심히 봤음.

       

       천마 펀치가 별 거 아니란 소리는 아님. 어느 쪽이나 따라하긴 커녕 이해할 엄두도 안 나는 기술이라는 건 똑같음.

       

       그냥 내가 무틀딱이라서 천마펀치보다 보법에 더 관심이 가는 거.

       

       외신이 즉사기 패턴 준비할 때의 촉수 공격은 이전과 다름.

       

       즉사기 쓰기 전에는 피할 틈이라도 주는데 즉사기 쓸 땐 근처에 다가가려고 하면 촉수 수십 개가 한 번에 꽂힘.

       

       한 발 잘못 내딛으면 그대로 죽는 거지.

       

       근데 화령님은 여기서 한 번도 틀린 선택을 안 한다?

       

       발걸음 하나 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그냥 촉수가 화령님을 피해가는 것처럼 보여.

       

       이건 기감이 좋다거나 반응이 좋다거나 하는 레벨이 아냐. 거의 미래를 예측하는 거나 마찬가지임.

       

       진짜 내 보법이 저랬으면 지금쯤 프로로 데뷔했다. ㄹㅇ루다가.

       

       <천마펀치 영상>

       

       그냥 이건 봐라. 설명이고 뭐고 할 말이 없다.

       

       어떻게 하면 사람 주먹이 외신 브레스랑 비슷한 위력을 내는 거임?

       

       글 다 써놓고 보니까 설명이 아니라 감탄만 하고 있었네. 나도 일반 유저랑 다를 거 없는 듯?

       

       화령님이 방송 켜서 직접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그럼 바로 가서 구독 박고 도네 박고 마교도될 자신 있는데.

       

       – 그러니까 화령이라는 유저가 사람이 아니란 거지?

       – 화령이 다른 무협겜 랭커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님은 어케 생각함?

       └ ㄴㄴ. 내가 어지간한 무협겜 고수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저런 사람 없음. 아피스가 처음이신 게 맞는 거 같음.

       – 화령 언급할 때마다 왜 꼬박꼬박 님자 붙임? 그냥 천마 컨셉러잖아.

       └ 화령님이 니 친구냐?

       └ 네…. 이놈!…. 천마님에 대한…. 무례를…. 사죄해라!

       └ 무협 틀니 소리 여기까지 나네.

       – 중간까지 어떻게든 설명 해보려다 나중에 포기해버리는 게 웃기네 ㅋㅋ

       – 천마님 방송 기원 1일차

       

       *

       

       외신을 쓰러트린 다음 날 나는 도심으로 나왔다.

       

       요 며칠 간 아피스에 집중하느라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만, 외신도 잡았고 데케이와의 대련 날짜도 정해졌으니 집 안에 갇혀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기껏 현대에 온 것인데 좀 더 다양한 문물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집에서 인터넷으로 세상을 살피는 것도 재밌지만 본디 세상은 두 발로 경험해야 하는 것이니.

       

       당장의 목표는 바로 미식이었다.

       

       무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음식들이 가득한 세상이거늘. 이걸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것 아니겠는가.

       

       마침 내가 있는 곳은 한국의 모든 인재들이 모이는 수도. 당연히 장인들도 넘쳐 나는 곳일 터.

       

       여러 맛난 음식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스마트 폰을 꺼내 오늘 목표로 한 가게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제 방송이 끝난 후 맛집을 찾아 나설 거라고 말하자마자 엔리가 추천해 준 가게였다.

       

       꼭 한 번쯤 들러봐야 한다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엔리가 열변을 토하던 곳.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엔리가 추천해 준 곳이 어찌하야 뼈해장국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잠시 엔리가 뼈해장국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백금발과 청안을 가진 여린 모양새의 외국인 여성이 양 손으로 뼈를 붙잡고 뜯어 먹으며 웃는 모습을.

       

       괴리감이 심하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엔리에게 어울리는 음식은 시뻘건 국물보다는 달콤한 간식 쪽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엔리가 소개해 준 뼈해장국 가게는 어느 구석진 골목에 있었다.

       

       알고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면 이 곳에 가게가 있는지도 모를만큼 깊은 곳에 있는 장소였다.

       

       엔리는 어쩌다 이런 곳을 찾았을까.

       

       맛집이라는 게 허언은 아니었던 듯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줄이 서 있지 않아 다행이구나.

       

       “젊은 분이 오셨네요.”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 중년의 여성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를 어린 여성으로 착각하는 듯 싶은데 내 실 나이를 생각해보면 내가 이 여성보다 두 배는 더 살지 않았을까.

       

       불평을 하진 않았다. 장유유서니 뭐니 하는 걸 신경 쓰는 인간도 아닌지라. 애초에 내가 실 나이를 말해도 안 믿을 게 뻔하기도 하고.

       

       “지금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합석도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하린아! 이 분 합석해도 되지?!”

       “네에.”

       

       가게 구석에 있던 여자아이가 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을 했다.

       

       저 쪽도 엔리만큼이나 괴리감이 심하구나.

       

       고등학생? 아니면 대학생? 그 즈음 될 듯 싶은 여자 아이가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을 노려보면서 해장국을 퍼먹고 있다니.

       

       여자아이 반대편에 앉아 뼈해장국을 주문한 후 들뜬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일단 풍겨오는 냄새는 무척 좋구나.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 느낌이야.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내 앞에 있는 아이의 스마트폰에 눈길이 갔다.

       

       그녀가 보는 것은 아피스의 영상이었다. 스마트 폰 화면 속에선 천마가 외신과 싸우고 있었다.

       

       저건 어젯밤 내가 했던 일 아니더냐.

       

       바라던 대로 저 영상이 널리 퍼트리는 데 성공한 모양이구나.

       

       이젠 내 패배의 영상보다 저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겠지. 고생한 보람이 있었구나.

       

       흐뭇한 웃음을 짓다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표정 변화는 꽤 극적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무표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수저를 내리고 뚫어져라 내 얼굴을 관찰하던 그녀는 스마트폰을 툭툭 건드려 한 번 더 영상을 확인하고는 다급히 고갤 들었다.

       

       이어폰을 뺀 아이는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아피스 하세요?”

       

       생뚱 맞은 말이었으나 표정이 재밌어 어울려주기로 했다.

       

       “네. 합니다.”

       “와! 목소리 완전 똑같애!”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여자치곤 낮은 편이었다. 강아지가 으르렁 대는 것처럼 귀여우면서도 거친 목소리였다.

       

       그에 반해 말을 하는 것은 여느 여자아이처럼 발랄한 것이 매력이 있었다.

       

       “천마 유저시죠?”

       “그렇죠.”

       “닉네임은 화령님이시구요?”

       “정확해요. 뒤에 님자만 빼면 말이에요.”

       “정말요?!”

       

       내가 답을 하자마자 여자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하린아! 왜 그러니?”

       

       그녀의 행동이 신경 쓰였던 걸까. 음식을 나르던 중년 여성이 이 쪽을 바라봤다.

       

       “아니. 아냐! 엄마! 아무것도 아냐!”

       

       이 가게 종업원 분의 따님이셨군. 어쩐지.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싶었어.

       

       얼굴을 붉힌 채 자리에 앉은 아이는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가 자신의 옆에 있는 가방에서 종이를 하나 꺼냈다.

       

       “사인해주세요!”

       “네?”

       

       사인이라니. 연예인들이나 하는 그것 말이더냐?

       

       이런 부탁을 받은 게 처음이라 당혹스러웠으나 아이의 눈빛이 너무도 선명해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름을 써주면 되나?

       

       하지만 그래서야 사인치곤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애초에 내 한글 필체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남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못 된다.

       

       으음. 이렇게 된 이상 무림의 언어를 쓰는 수밖에 없나. 이 아이가 그 글자를 마음에 들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꾸나.

       

       불만스러워 하면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면 되지.

       

       일필휘지로 글귀를 적은 후 여자아이에게 건네주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짜로 천마 플레이에 진심이시네요! 한자라니! 이거 무슨 뜻이에요?”

       “천마 백화령. 이에요.”

       “진짜 멋있어요.”

       “다행이네요.”

       “화령님. 여기 아래에 한자로 이하린에게. 라는 글자도 적어주세요!”

       

       오냐. 어차피 음식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듯 싶으니 네가 바라는 대로 다 해주마.

       

       하린은 내가 사인해 준 종이를 받아 들더니 히죽거리며 웃었다.

       

       저게 뭐라고 저리 좋아 하는 걸까. 이 곳에서의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닐 터인데.

       

       “설마 이런 곳에서 화령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

       

       엔리에게 감사하거라. 그녀가 아니었다면 내 이곳에 찾아올 일도 없었을 테니.

       

       그나저나 엔리가 걱정했던 대로군. 설마 눈을 마주치자마자 알아볼 줄이야.

       

       하린의 눈썰미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내 모습이 그리도 인상 깊었던 것인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영 귀찮아 질 것 같다마는.

       

       천마로 살적에는 다들 나를 두려워하야 다가오지 않았다만 지금의 나는 그저 게임을 잘하는 일반인일 뿐이다.

       

       두려워 할 이유가 없으니 다가오는 데 망설임이 없겠지.

       

       으음. 나중에 귀찮다 싶으면 바깥을 돌아다닐 때는 얼굴을 바꿔야겠구나.

       

       “저 있잖아요. 어제부터 화령님이 외신을 잡는 걸 수도 없이 돌려 봤어요!”

       

       수십 번도 넘게 영상을 보며 감탄했다는 그녀의 말에선 열기가 느껴졌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할 것이라 생각은 한다만 그 영상에 수십 번을 돌려볼 만한 가치가 있느냐? 한 두 번 정도 보고 나면 질릴 것 같은데.

       

       나를 만났기에 신이 나서 과장을 하는 것이겠지. 설마 진짜로 수십 번을 보았을까.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린은 열 띈 목소리로 계속해서 어제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눈빛이 매서워서 멋지다. 무협으로 농담하는 데 흥분하는 데 귀여우셨다.

       

       그리고 또 그리고.

       

       그녀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나에 대한 호의로 가득 찬 하린의 시선이 슬슬 따가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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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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