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

       “남궁 형. 이게 다 뭐요?”

         

        백운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십만대산의 정보를 캐기 위한 정찰대.

         

        실상은 그 안에 있는 영물을 탐하는 별동대.

         

        남궁연이 모은 그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은 탓이었다.

         

        “사람은 최대한 많을수록 좋지 않나?”

        “그래도 이건….”

        “어차피 개인이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영물이 많네.”

         

        백운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연의 말이 맞다면 나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영물이 쌓여 있을 테니까.

         

        백운은 그저 남궁연의 수완이 놀라울 뿐이었다.

         

        잔챙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디선가 한 번씩 본 고수들도 몇몇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고수가 있다면 사천에서 보낸 자들일 것이다.

         

        “당가는 대체 어떻게 설득한 거요?”

        “힘들게 모셔 왔지. 큰 도움이 될 거야. 달로포 대협은.”

        “…남궁 형. 저걸 대협이라고 하는 게 맞소?”

         

        백운은 우리 안에 갇힌 짐승 한 마리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크아아아악!”

         

        갑작스럽게 포효하는 거대한 짐승.

         

        그 소리에 놀란 만두 머리 소녀가 벌벌 떨었다.

         

        “히익! 죄, 죄송해요. 입마개는 곧 풀어드릴 테니까….”

         

        백운은 그 광경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음,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니 소협이라고 말하는 게 맞으려나. 당가타에 있는 성체를 데려올 순 없는 노릇이라서.”

        “그게 아니라…. 후, 됐소. 어떻게든 되겠지.”

         

        백운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위화감을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다는 직감을 느꼈다.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영물을 잡으러 가는데 영물을 투입하는 게 맞을까.

         

        저 당가의 영물이 다른 영물과 의기투합해 자신들에게 덤비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압한다고 해도 당가와의 분쟁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백운에게 남궁연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백운. 내단을 얻었다고 해서 바로 섭취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겠지?”

        “허. 내가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를 줄 아시오? 그걸 전제로 하고 모인 사람들 아니오. 설마 나 백운이 내단을 빼돌릴까 봐 그러시오?”

         

        백운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남궁연은 손사래를 치며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게 아니라, 혹여나 심마에 이를까 봐 그러지.”

        “심마?”

        “그래. 내단이나 영약을 먹는다고 무조건 내공이 증진되는 건 아니네. 효능이 좋은 영약일수록, 심마가 뒤따라오기 쉬운 법이지.”

        “심마라, 뭐 한 번 경험해 보고 싶긴 하다만.”

        “끌끌. 이 사람이.”

        “심마가 찾아왔을 때 그걸 극복한다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거 아니겠소?”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걸까, 그게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

         

        남궁연은 표정을 관리하며 대답했다.

         

        “쉽지는 않지. 당장은 모든 걸 부술 수 있을 거 같은 힘을 얻으니 말이야. 더 높은 경지를 생각하기는커녕, 힘에 취해 이지를 상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심마에 빠진 자를 만나 봤소?”

        “먼발치서 입마에 다다른 자를 본 적이 있네. 압도적인 힘을 가졌지만, 그들의 성장은 거기서 끝이라네. 아니, 성장이라고 할 것도 없지. 곧 주화입마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 테니까. 어떻게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없을 테고.”

        “흥. 벽에 가로막힌 건 이쪽도 마찬가지요.”

         

        백운은 절박했다.

         

        무림에 출두한 지 일 년 만에 이류의 고수가 되었고 이 년 만에 일류에 다다랐다.

         

        종남의 후기지수이자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로 모든 무림인이 그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백운은 그들의 관심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용모도 좋고 실력까지 뛰어나니, 정체된 무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는 게 바로 자신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일류에 다다른 지 십 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건 과거의 영광뿐이었다.

         

        어떻게든 다음 경지로 넘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백운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이제 곧이라네.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아도 곧 절정에 오를 수 있을 걸세.”

        “흥….”

         

        그렇게 그들의 대화가 마무리되려는 찰나, 만두 머리의 소녀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저, 저기.”

         

        백운은 눈을 흘겨 그녀를 바라봤다.

         

        분명 당가의 사람 아니던가.

         

        “왜 그러시오?”

        “달로포 대협께서 심기가 불편한 거 같아서…. 혹시 얼마나 더 지나야 십만대산에 도착하나요?”

         

        만두머리 소녀가 불안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 파충류의 난동이 심해지는 탓이었다.

         

        백운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영물을 보낼 정도면 그걸 관리하는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고수여야 하지 않나?

         

        소심하고 기도 약했다.

         

        그리고 십만대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거 같았다.

         

        많이 쳐줘야 삼류다.

         

        “최대한 빨리 가도 보름은 걸리오.”

        “보름…?”

         

        쿵.

         

        당가의 소녀가 쓰러지고 말았다.

         

        보름 동안 저 흉측한 영물을 타이를 자신이 없던 탓이었다.

         

        “…남궁 형. 당가에게 밉보인 게 있소?”

         

        왜 저런 소녀를 이 위험한 곳에 보냈을까.

         

        백운은 당가와 남궁연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린 바실리스크】는

         

        1. 【그린 이구아나】

        2. 【바다 이구아나】

        3. 【큰갑옷도마뱀】

        4. 【주머니늑대】

        5. 【디메트로돈】

         

        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선택지를 보자.

         

        1. 그린 이구아나.

         

        말 그대로 무난한 선택지다.

         

        색이랑 체형도 비슷하고.

         

        큰 그린 바실리스크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대부분 초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풀만 먹어도 연명은 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너무 심심하다.

         

        패스.

       

       2. 바다 이구아나

         

        바다에 사는 이구아나겠지.

         

        수영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별로다.

         

        주변에 바다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소룡등천보가 있기도 하고.

         

        3. 큰갑옷도마뱀

         

        얘는 유명하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이 도마뱀도 해를 바라본다.

         

        그렇게 붙은 별명이 선게이저 도마뱀.

         

        아르마딜로 갑옷 도마뱀의 상위 호환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갑옷 같은 비늘이 생긴다는 건 내 약점을 보완해 주는 거니까.

         

        그리고 생긴 것도 멋있게 생겼고.

         

        일단 보류.

         

        여기까진 일반적인 선택지다.

         

        그런데 다음 것들이 문제였다.

         

         4. 주머니늑대

         

        이 녀석은 왜 갑자기 튀어나온 걸까.

         

        뜬금없었다.

         

        특수 진화라고 하면 어떤 조건을 만족했다는 건데, 도통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이랑 다르게 특수 진화의 조건이 안 나오네.

         

        주머니늑대의 장점을 생각해 보자.

         

        일단 이름대로 포유류일 것이다.

         

        즉 변온이 아니라 정온동물이라는 거다.

         

        생존하는 데 있어서 변온보단 정온이 여러모로 낫다.

         

        나도 인간이기도 했고.

         

        너무 뜬금없어서 그렇지, 선택지 자체만 두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

         

        얘도 보류.

         

        이제 마지막.

         

        5. 디메트로돈.

         

        대망의 디메트로돈이다.

         

        이 녀석의 인지도도 만만치 않았다.

         

        페름기와 단궁류를 대표하는 생명체.

         

        공룡 관련 서적을 사면 하나씩 껴있는 그 녀석이다.

         

        도마뱀처럼 생기고 등에 큰 신경배돌기가 있는 녀석.

         

        늪지대에서 햇빛을 쬐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놀라운 점은 디메트로돈은 공룡이 아니라는 거다.

         

        단궁류다, 단궁류.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프테라노돈이 사실 공룡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낀 충격이랄까.

         

        각설하고, 다시 집중해 보자.

         

        전투력만 따진다면 디메트로돈이 압도적이다.

         

        저래 보여도 나름 페름기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였으니까.

         

        몸길이만 해도 5~6m는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당장 피라냐 카이만과 싸워도 될 정도로 체급이 컸다.

         

        주머니늑대가 정온 동물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디메트로돈도 등 위에 난 기관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

         

        디메트로돈으로 하자.

         

        가장 전투력이 강한 종으로 진화해야지.

         

        눈이 감긴다.

         

        눈을 감을 수 없는 내가 눈을 감는다는 건 진화가 시작된다는 거다.

         

        디메트로돈은 눈꺼풀이 있으면 좋겠네.

         

        몸이 서서히 바뀌는 느낌이 난다.

         

        이제 난 디메트로돈으로 변하겠지.

         

        햇볕으로 체온을 조절하며 물가에서 사는 거다.

         

        카이만을 쓰러트리고 늪지대의 왕이 된 후,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다.

         

        최강의 공룡, 스피노사우루스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스피노사우루스?

         

        늪이 보인다.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한 마리의 용.

         

        커다란 볏을 달고 있는 그 용이 포효한다.

         

        그것은 공룡 중의 최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

         

        스피….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스피노사우루스는 최강의 공룡이다.

         

        우드득.

         

        커다란 입으로 나약한 티라노의 목뼈를 부러트리는 모습이 눈에 생생했다.

         

        그래, 스피노야 말로 공룡의 왕이라고 부를….

         

        ….

         

        …….

         

        스피노.

         

        물고기나 잡아먹는 유사 공룡.

         

        스피노.

         

        물가로 도망친 패배자.

         

        스피노.

         

        티라노에게 체급부터 지는 범부.

         

        스피노.

         

        대중매체의 폐단.

         

        스피노.

         

        날 이 세계에 떨어트린 원흉.

         

        스피노는 티라노에게 진 시대의 패배자다.

         

        내가 스피노가 되고 싶었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번쩍.

         

        눈을 크게 떴다.

         

        날 감싸고 있는 새하얀 알.

         

        나를 마에 빠트리려고 하는 추악한 것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디메트로돈으로 진화하겠지.

         

        디메트로돈은 강하다.

         

        어쩌면 카이만보다도 더.

         

        하지만, 내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가 그걸 거부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

         

        [「%! 자■□ 」가 발동됩니다.]

         

        쩌저저적!

         

        날 감싸고 있는 알이 깨졌다.

         

        내가 한 행동은 말 그대로 본능에 따른 것이다.

         

        진화를 하는 도중에 멈춘다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

         

        영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들 때문에 결심하게 됐다.

         

        이 진화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내가 이렇게 쉽게 디메트로돈을 고를 리가 없다고.

         

        내가 거대 펠리컨의 길을 걸을 리가 없다고.

         

        호흡이 편안해진다.

         

        단전 깊은 곳에 있던 내공이 천천히 몸을 순환한다.

         

        어두웠던 정신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심마에서 벗어났습니다.]

         

        고고히 빛나는 상태창.

         

        심마.

         

        그래, 방금의 것은 심마라고 부르기에 한 치의 모자람이 없었다.

         

        하마터면 잘못된 길로 빠져들 뻔했다.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심마를 극복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야할까.

         

        기대에 찬 마음으로 선택지를 바라봤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린 바실리스크】는

         

        1. 【그린 이구아나】

        2. 【바다 이구아나】

        3. 【큰갑옷도마뱀】

        4. 【물왕도마뱀】(「소룡등천보」, 상급 내단의 조각 섭취)

        5. 【악어왕도마뱀】(「용조수 」, 상급 내단의 조각 섭취)

       

        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래. 이게 옳게 된 선택지지.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