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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여기가 JYB구나.”

         

         

       스튜디오엔믹스의 연락을 받고 설소영은 JYB 엔터테인먼트 본사에 방문했다.

         

       그녀는 이번에 촬영하는 플라이 하이의 여주인공 ‘보미’ 역을 맡았기에 OST의 녹음과 안무의 연습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 모든 작업이 가능한 곳이 바로 JYB의 본사이기도 했다.

         

       어차피 설소영과 함께 OST와 안무를 맞출 주연들이 모두 JYB에 소속된 아이돌들이었기에 그녀만 촬영장과 JYB를 왔다 갔다 해준다면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설소영이 JYB 본사 안에 들어서자 이번에도 제작총괄을 맡은 나영진을 발견했다.

       

         

       “불편을 끼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소영 양.

         

         

       똑같이 그녀를 발견한 나영진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

         

         

       “아니에요 나 PD님. 제가 움직이는 게 가장 베스트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라? 근데 고동빈 감독님도 같이 계시네요?”

       “예. 오랜만입니다 소영 씨.”

         

         

       그렇다.

         

       나영진의 옆에는 이번에도 촬영 감독직을 맡은 고동빈이 함께 서 있었다.

         

       그는 이번 플라이 하이의 제작 소식을 듣고 강력하게 촬영 감독직을 맡길 원했다.

         

       그 이유에는 주인공 역을 맡은 설소영이 있었다.

         

       촬영 감독으로서 그날 그녀가 보여준 연기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렇기에는 그는 또다시 그 기이한 광경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고 싶었다.

         

       다만 이번 촬영과 관련하여 조금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이제 설소영의 연기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15화의 클라이맥스 씬의 촬영을 마치고 완벽하게 알을 깼으니까.

         

       오히려 촬영 감독으로서는 든든할 정도.

         

       문제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돌들과 백준영 대표 쪽이었다.

         

       나영진과 고동빈이 오늘 JYB에 방문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촬영 시작 예상이 앞으로 대충 3주 뒤.

         

       나영진과 고동빈은 그전까지 그들의 연기 피드백과 지도를 해주기 위해 계속 JYB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일단 설소영은 녹음을 위해 백준영 대표가 기다리고 있을 녹음실 쪽으로 향했고, 고동빈과 나영진은 아이돌들이 대기하고 있을 연습실로 향했다.

         

         

       “아, 고 감독님. 일단 그들을 만나기 전에 927 작가님의 오더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양반이 제게 오더를 내렸다고요?”

       “예. 그들의 연기가 조금 어색해도 좋으니 어느 정도 폼이 올라왔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촬영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허, 촬영 가능의 판단을 전적으로 제게 맡긴다는 소리처럼 들리는군요. 그럼 절대 촬영 예상 기간에 맞출 수 없으실 텐데.”

         

         

       고동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927 작가에게 안타까운 얘기이지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기준점은 아마 많이 높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게 바로 아이돌들 아니던가?

         

       아마 피드백과 본격적으로 코치에 들어가면 그들이 연기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오래갈지 참 걱정되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연습실에 방문한 고동빈은 아이돌들의 우렁찬 인사 소리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보다 더욱 고동빈을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의 독기가 가득 차 있는 눈빛이었다.

         

       당황한 고동빈은 옆에 있던 나영진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물었다.

         

         

       “나 PD님. 이분들 왜 이럽니까?”

       “음, 아마 백준영 대표님이 저들에게 선언한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언이요?”

         

         

       백준영 대표는 캐스팅 관련으로 들뜬 아이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튜디오엔믹스 관계자분들의 기준점을 넘기 전까지 설소영을 만날 생각도, 927 작가의 친필싸인을 받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고동빈의 생각대로 그들은 본인 스스로가 잘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외모든 춤이든 목소리든 그들에게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들만 가지고 그들이 아이돌이 된 것은 아니다.

         

       끈기와 노력.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었기에 지금의 그들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그들의 의지를 엿본 고동빈이 피식 웃었다.

         

         

       “뭐… 예상보다 촬영 일정이 조금 앞당겨질 수도 있겠네요.”

         

         

       아니, 어쩌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

         

         

         

       “와! 소영 씨! 만나서 반가워요!”

       “아, 네.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OST의 녹음을 위해 홀로 백준영과 대면하게 된 설소영.

         

       잔뜩 흥분한 듯한 백준영의 텐션에 설소영은 조금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와 잠깐의 담소를 나눠보니 아무래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애청자인 것 같았다.

         

         

       “927 작가님에게 들었어요. 노래를 잘 부르신다고요?”

       “잘한다… 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나쁘지 않게 하는 정도.”

       “그래요? 그럼 한 번 테스트를 해봐야겠는데요.”

         

         

       백준영은 설소영에게 가장 자신 있는 노래를 1절만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확실히 누군가의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약간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긴 했다. 그것도 초면인 사람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하지만 드라마를 위해서라는 전제가 깔린다면 설소영은 과감해진다. 거기에다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이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기획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면 설소영은 어떤 것이든 해낼 생각이었다.

         

       아니, 해내야만 했다.

         

         

       “시작할게요.”

       “네. 일단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세요.”

         

         

       백준영의 그 말을 끝으로 설소영의 노래가 시작됐다.

         

       그녀가 부르는 곡의 제목은 ‘전하고 싶은 말.’

         

       한 8년 전에 유행한 여성 발라드곡이었으며, 설소영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가 즐겨 듣는 노래이기도 했다.

         

       참고로 전체적으로 곡의 높낮이가 많이 바뀌어 초보자가 부르기에는 제법 난이도가 높은 곡이었다.

         

       사실 어떤 노래든 간에 백준영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설소영이 노래를 배운 적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다가 그녀의 본업은 노래가 아닌 연기.

         

       당연히 이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을 생각이었다.

         

       다만.

         

         

       -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첫 소절을 듣자마자 백준영은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목소리가 듣기 편하고 음색이 독특했다. 뭔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음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몰입이었다.

         

       그녀의 노래에는 짙은 감정이 실려있었다. 그것은 듣는 이의 감정을 뒤흔들고,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

         

       그리고 그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는 존재들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천재.’

         

         

       눈앞의 소녀가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의 천재라는 것을 깨달은 백준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본기가 부족한 게 눈에 보이는데 저 정도라…….

         

       이제서야 그분께서 왜 플라이 하이의 주인공인 보미 역을 설소영에게 맡겼는지 알 것만 같았다.

         

         

       “소영 씨.”

         

         

       그렇게 노래가 모두 끝나고, 조용히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설소영을 향해 백준영이 말했다.

         

         

       “가수 할 생각은 없으세요?”

       “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는 설소영.

         

       하지만 상대방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 MAX였다.

         

         

       “그냥 배우 때려치우고 저희 기획사에 들어오세요. 아니, 들어와 주세요. 제발!”

       “아… 그건 좀.”

         

         

       약간 주제가 엇나갔지만, 백준영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좋은 소식이기도 했다.

         

       그녀의 재능이라면 곧바로 녹음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즉, 기본기와 관련된 부분을 빼면 노래는 이 이상 터치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백준영에게 절망적인 현실이 들이닥쳤다.

         

         

       “어떠세요?”

         

         

       백준영이 보여준 안무대로 움직인 설소영이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백준영은 절망했다.

         

         

       “어… 촬영 예정이 3주 뒤라고 했죠?”

       “네. 맞아요.”

       “그럼 한 3달 뒤에 시작하자고 한번 건의해보는 건 어떨까요?”

       “???”

         

         

       설소영의 의아한 반응만큼이나 백준영은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녀는 분명 연기 천재에 노래 천재다.

         

       근데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뭔가 기름칠을 아예 안 바른 로봇이 억지로 팔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결론만 말하자면……

         

       그녀는 신이 내린 몸치였다.

         

         

       “곤란하네요.”

         

         

       춤은 겨우 몇 주 해서 늘어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솔직히 이제는 아이돌들 쪽보다 이쪽이 더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백준영이 누구던가?

         

       JYB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수많은 아이돌을 키워온 육성의 베테랑.

         

       시간만 박는다면 신이 내린 몸치인 그녀 또한 개과천선 시킬 자신이 있었다.

         

         

         

         

         

         

         

       “라고 가볍게 생각한 저 자신을 원망하고, 제게 소영 씨의 코치를 떠넘긴 작가님이 그저 원망스럽습니다.”

       “네. 그럼 둘 다 계속 원망하시면 되겠네요. 근데 언제는 소영 씨를 직접 코치한다고 해서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몰랐으니까. 그렇게 심각할 줄 몰랐으니까!”

       “그래도 결국은 많이 좋아졌다면서요? 브라보~ 멋지다 백준영 대표!”

         

         

       음, 격려가 가득 담긴 박수를 쳐줬는데 왜 뒷목을 잡으시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아, 소식 들었어요. 이제 소영 씨랑 아이돌 분들이랑 같이 안무 연습한다면서요?”

       “예… 뭐. 애들도 고동빈 감독님의 인정을 받았고, 소영 씨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동선이나 대형에 슬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맞는 말이네요.”

         

         

       아이돌들은 고동빈 감독과 나 PD님에게 피드백을 받은 지 2주 만에 그들의 인정을 받아냈다.

         

       다들 정말 이를 갈고 연기 연습에 임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남은 촬영 날짜까지 안무 연습과 추가로 연기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근데 저희 안무 연습 촬영은 왜 하는 겁니까? 고 감독님이 계속 촬영해가시던데.”

         

         

       문뜩 백준영 대표님이 내게 물었다.

         

         

       “아, 그거 메이킹 필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가 부탁했어요.”

       “메이킹 필름? 사람들이 저희 안무 연습하는 걸 굳이 챙겨볼까요? 심지어 영상 길이도 많이 길 텐데.”

       “음… 글쎄요.”

         

         

       적어도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챙겨보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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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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