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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트렐리니아 왕국.

       

       그곳에 퍼진 종교의 존재는, 수많은 각지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건 트렐리니아 왕국이 무척이나 오래된, 유서 깊은 왕국이기에 그러한 것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종교를 세웠다는 것이다.

       

       “종교라…….”

       

       이 세계에서 종교란 매우 뜻이 깊다.

       

       단순히 사람이 믿고 싶어 만든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종교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세계인 만큼, 종교를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시 되었다.

       

       특히나.

       세계를 만든 두 신 중 하나인 여신을 믿는 나라.

       

       신성 제국, 이에로스.

       

       이에로스는 계속해서 트렐리니아 왕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곳은 아직 국가가 종교를 선택하지 않은 가장 거대한 왕국이자, 최근 전쟁의 혼란에 가장 연관이 깊은 왕국이었으니까.

       

       “성녀님, 한 번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무릎 꿇었다.

       

       그의 앞에 앉아있는 성녀, 벨리아르 이에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처음 듣는 이름이긴 하네요.”

       

       트렐리니아 왕국이 종교를 가지던 말던, 그건 이에로스 신성 제국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신성 제국은 왕국들이 종교를 가지는 걸 독려했다. 그게 설령 자신들이 믿는 여신님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었다.

       

       국가적으로 공인 된.

       ‘마신’을 제외한 모든 신들을 믿어도 이에로스는 그저 방관했다.

       

       그들이 믿는 건 오로지 여신일 뿐.

       그걸 다른 나라에 강요해봤자, 제대로 된 포교가 이루어질 리 없었기에.

       

       그래서 다른 왕국들이 종교를 믿던, 믿지 않던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실존하는 ‘신’에 한해서는 말이다.

       

       이 세계에는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

       비록 그 영향력이 매우 낮아 신으로써의 격을 펼치지 못하는 신도 존재하지만, 그런 신들도 엄연히 이 세계에 존재하는 신이었다.

       

       설령 그게 벌레의 신이든, 바람의 신이든, 불의 신이든.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저 신이 실존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요르문간드라….”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물며 다른 신들과 같이 특별한 명칭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벌레의 신 아스낙케쉬스는, 이름을 지녔어도 ‘벌레의 신’이라 불린다.

       

       그게 그 신을 가장 표현하기 쉬운 명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신들은 이름 대신 명칭으로 불리우고, 그걸 바탕으로 숭배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그런데 새로운 신을 믿겠단다.

       그것도 단 한 번도 국가적 종교를 지녀본 적 없던 트렐리니아 왕국에서.

       

       게다가 명칭이 존재하는 신도 아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를 신으로 믿겠다?

       

       이건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신성 제국 이에로스가 허락한 건, 어디까지나 실존하는 신이지.

       

       그들이 마음대로 지어낸 신이 아니었으므로.

       

       “사절단을 보낼까요?”

       

       “아니요, 제가 직접 갈게요.”

       

       성녀, 벨리아르는 고개를 저었다.

       

       때마침 지루하던 터였으니.

       

       

       * * *

       

       

       트렐리니아 왕국.

       원래는 그 어떠한 종교도 받아들이지 않던 왕국이었다.

       

       딱히 다른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마계와의 전쟁터에 가장 가까웠기에 다른 종교를 받아들일 여유도 없었기 때문.

       

       그런 트렐리니아 왕국은 최근 새로운 종교를 만드는 것에 열을 올렸다. 그들이 모시는 신은 요르문간드. 한없이 거대한 존재이자, 그들의 왕국을 지켜준 위대한 신이었다.

       

       레스벨리고는 왕국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요르문간드를 새로운 신으로 받들이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과연 저 시민들은 믿을까?

       그들이 저 요르문간드를 드래곤이라 믿어, 왕녀 엘리세르데를 제물로 바쳤다는 것을?

       

       아마 모르겠지.

       언젠가 퍼질 거란 생각은 했지만, 왕녀를 제물로 바쳤다는 사실은 그 당시 극비였으므로.

       

       “허허…….”

       

       레스벨리고는 뒷짐을 지며 헛웃음을 뱉었다.

       

       처음엔 왕국이 망할 거라 생각했다.

       갑작스레 뒷산에 생긴 거대한 드래곤.

       

       생존의 용사가 여신께 맹세를 하며 제물을 바쳐야 한다 열변을 토했을 때는 나라가 망할 징조라 여겼다.

       

       그랬기에 제물을 바쳤다.

       전쟁 통에 좋지 못한 사정에도 돼지, 소, 닭들을 보내고.

       

       그걸로 하늘이 만족하지 못한 것 같자, 신화 속 이야기 대로 드래곤을 위해 자신의 딸까지 제물로 바쳤다.

       

       그런데 아니었단다.

       

       드래곤이.

       

       “하, 하하. 나, 날씨가 좋군요!”

       

       레스벨리고의 시선이 옆을 향한다.

       그곳에는 콧수염이 인상적인 사내, 모든 일들의 원흉.

       

       생존의 용사, 한스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언뜻 본다면 밝기만한 미소지만, 왕은 그가 식은땀을 흥건하게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렇군. 사람 하나 묻어도 모를 정도로 말이야.”

       

       “…….”

       

       한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미소를 거둔 한스는 곁눈질로 왕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게 왜 그런 착각을 해가지고!’

       

       한스는 그때의 자신을 죽여패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드래곤으로 착각할 수 있지?

       

       그래.

       착각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무슨 맹세까지 하면서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지 않은가!

       

       그 탓에 왕은 드래곤에게 제물로 자신의 딸까지 바쳐야 했다. 물론 그 탓에 드래곤인 줄 알았던 요르문간드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모든 일의 원흉인 그로써는 자신이 마치 뜨거운 불판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그의 실수로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친 왕의 상처를 감히 짐작할 수 없었기에.

       

       왕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으로 인해 그늘진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스는 제발 목숨만은 부지해달라고 빌고 싶은 걸 참아내느라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가 가만히 왕이 눈치를 살피고 있자, 왕이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한스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하하, 이보게 자네. 내가 실수 한 번 했다고 자네를 묻을 잔혹한 왕으로 보이나?”

       

       “하, 하하하. 여, 역시 그렇지요?”

       

       “물론 그 덕에 딸을 제물로 바치긴 했지만….”

       

       “…….”

       

       “뭐, 됐네. 나는 이미 지나간 일을 가슴에 묻을 정도로 유약한 사내가 아니니.”

       

       

       왕은 그에게 치던 장난을 멈추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장난 한 번으로 저리 겁에 질리다니.

       생존의 용사라는 이명이 우는 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더라면, 심지어 그가 한 나라의 왕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 누구든 한스와 같은 생각이었겠지만.

       

       왕은 한스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자신의 딸, 엘리세르데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죠! 요르문간드님은 조금 더 곡선이 부드럽다구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종교를 지지하는 딸. 태양 빛 아래에서 조각상을 만드는 걸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조언해주는 엘리세르데를 보고 있으니, 문득 눈물이 울컥 솟을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 여겼다.

       자신이 딸을 드래곤에게 제물로 바친 순간부터, 왕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왕국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딸을 희생해야 하는 본인의 직책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모든 게 완벽해졌다.

       

       딸은 제물이 되어 죽기는커녕, 오히려 잘 먹고 잘 살았는 지 피부가 반짝반짝 빛이 났으며.

       

       왜인지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검게 죽어가던 두 눈동자는, 생기를 가득 품은 채 주변의 모두에게 밝은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골칫덩이였던 옆 왕국까지 완벽히 정리 되었으며, 그가 본 그 어떤 이들보다 강한 존재의 보호를 받게 되었으니.

       

       시작은 불안했지만.

       끝을 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없었다.

       

       마치 지옥인 줄 알았던 광산이, 알고보니 보석과 금덩이가 쏟아지는 금광인 걸 알아차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뒤로 넘어지다가, 골칫덩이였던 것들을 한 번에 깔아뭉개버린 기분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게, 요르문간드 덕이었다.

       

       자신의 딸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왕국이 다시금 평화를 되찾은 것도, 골칫덩이였던 옆 왕국을 처리해준 것도.

       

       모두 드래곤인 줄 알고 착각했던 그 덕분이었다.

       

       ‘드래곤이라 착각했던 게 민망해지는 구만.’

       

       이제는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소리인 지 알 수 있었다.

       

       요르문간드는 드래곤을 따위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였기에.

       

       왕은 아직도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하늘이 갈라지며, 한없이 거대한 존재가 지평선을 가득 메우며 왕국의 적을 단번에 처리하는 장면을.

       

       그렇게 왕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활기에 찬 왕국을 바라볼 때였다.

       

       벌컥!

       

       한 신하가 문을 박차고 내부에 들어왔다.

       

       무어라 말하려던 왕은, 그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데자뷰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와, 왕이시여!”

       

       “왜 그러는 가?”

       

       “신성 제국! 신성 제국 이에로스에서 사절단을 보내왔습니다!!”

       

       “뭣이?”

       

       어째서?

       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신성 제국 이에로스.

       거기서 사절단을 보내온 이유는 뻔했으니까.

       

       새롭게 태어난 신.

       요르문간드가 정말 신인지 의문을 품어 사절단을 보내온 게 분명했다.

       

       그래도 뭐, 사절단 정도야…….

       

       “서, 성녀님도 같이 오셨다고 합니다!!”

       

       “당장 귀빈 대우를 준비하지 않고 뭣들 하는 게냐!! 뛰어라! 발이 보이지 않느냐!!”

       

       평화롭기만 하던 왕국.

       

       그곳에 비상이 걸린 순간이었다.

       


           


I Became Jormungandr in a Fantasy World

I Became Jormungandr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속 요르문간드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A d-dragon!!" "We must offer a sacrifice!" "A dragon devouring the kingdom! I, Asgard the hero, have come to slay you!" I'm not a dragon, you idi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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