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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덜그럭, 덜그럭.

     

   그로부터 5일 뒤.

   크라슈는 오늘도 어김없이 열심히 움직이는 말을 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제국의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 왔네요.”

   “그러게.”

     

   상인 여성의 말을 듣고 크라슈는 눈 부신 햇살을 막고자 손을 들었다.

   제국의 수도는 스타론의 하덴하르츠와 위도가 비슷하다.

     

   덕분에 제국의 수도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래봤자 제국 수도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더 가야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제국 안에 들어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히야, 내일이면 올해도 끝인데. 다행히 새해에는 사람들이랑 보내겠어요.”

   “마약쟁이랑 보내는 거겠지.”

   “그거 알아요? 마약종에 취해서 하는 섹스는 끝내준대요.”

   “나 내일 이제 14살이다. 아동 성희롱이야.”

   “에이, 귀족들은 문란하니까 어려도 다 하잖아요.”

     

   이 녀석의 머릿속은 어떻게 돼 있는 걸까.

   그녀는 거친 삶을 살아온 것답게 차원이 다른 빠꾸 없는 말을 종종 했다.

     

   “아, 발하임 님은 이런 쪽 잘 모르시려나. 어때요? 누나가 새해 기념으로 알려줄까요? 처음이니까 안 끼고 해도 돼요.”

   “그것보다 네 입을 째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에이, 제가 나중에 발하임 님 아기라도 데려갈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흐흐, 전 저택 한 채만 주면 다 눈감아 드려요.”

     

   크라슈는 말을 말기로 했다.

     

   “넌 마약팔이보다 성희롱으로 먼저 신고해주마.”

   “깔깔, 그러고 보니 그쪽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네요! 어서 가볼까요!”

     

   상인 여성은 끝이 보여서인지 신나서 마차를 몰았다.

   덕분에 마차는 금세 제국 성벽에 다가갔다.

     

   “일단 안에 들어가 계세요.”

     

   어린애를 데리고 온 걸 제국 브로커에게 걸려 봤자 좋은 거 없다.

   그러니 크라슈는 철장 문을 열고, 잠든 마약 침식종 사이에 털썩 앉았다.

     

   잠시 후 상인 여성이 누군가와 떠드는 소리가 울리고, 덜컹거리며 마차가 이동했다.

     

   그렇게 몇 시간.

   크라슈가 얌전히 기다리는 사이 마차가 멈추었다.

     

   얼마 후 암막이 걷히고, 철장 쪽에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짠, 도착이예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크라슈가 밖으로 걸어 나오자 그의 눈에 여관과 제국 거리가 보였다.

     

   성벽을 보아하니 성벽 근처 도시인 것 같았다.

   무사히 잘 들어온 모양이군.

     

   “고생했다.”

   “헤헤, 중간에 도적단에서까지 살려 주셨는데 뭘요. 바로 떠나시게요?”

   “그래야지.”

     

   다른 마차를 구해 바로 수도로 갈 생각이니 말이다.

   그런 크라슈를 보고 상인 여성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꼴에 15일간 함께 했다고 정이라도 든 모양이었다.

     

   “크라슈 발하임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상인 여성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 라라예요!”

   “잘있어라.”

   “나중에 다 커서 외로우면 저 찾아 주세요! 크라슈 님은 환영이에요!”

     

   마지막까지 저런다.

     

   그래도 연 닿는다면 또 보는 날도 있겠지.

   크라슈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곤 걸음을 옮겼다.

     

   “제국도 오랜만이구나.”

     

   그사이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어깨 위에 올라왔다.

     

   “너 제국에 종을 꽤 심어두지 않았어?”

   “한 명은 아카데미 준비 중이고, 다른 한 명은 황궁에 있지. 이런 변방은 나도 잘 모른다.”

     

   아카데미에도 이 녀석 종이 있었나.

     

   “후후, 네가 올 때쯤이면 선배겠구나.”

     

   하긴, 지금 입학하면 나보다 1년 먼저 입학한 셈이니.

     

   “그래서 그게 누군데.”

   “찾아보는 것도 나중의 재미 아니겠느냐?”

     

   그녀는 그리 말하곤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원, 재밌는 것도 많은 녀석이다.

     

   ‘앞으로 1년.’

     

   크라슈가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하늘이 무척이나 높게 느껴졌다.

     

   ‘멀지 않았구만.’

     

   창공의 세대와 마주할 날이 코앞임을 느끼며 크라슈는 그렇게 마차를 수소문했다.

     

   다행히 수도로 향하는 마차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제국은 넓다.

   그렇기 때문인지 크라슈는 거의 한 달간 기나긴 마차 여행해야만 했다.

     

   ‘이것도 못 할 짓이구만.’

     

   창공의 세대 시절에는 공간 마법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일까.

   마차는 영 적응이 안 된다.

     

   “오, 크라드, 오늘도 검술 수련이냐?”

   “그래, 매일 해야지.”

   “하하, 무도 대회에서 꼭 입상했으면 좋겠구먼!”

     

   덕분에 마차를 운행하는 마부와도 꽤 친해졌다.

   임시로 사용한 가명을 부르며 마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늘 저녁에는 도착 하겠구만. 다행히 무도 대회에는 딱 맞겠어.”

     

   마부의 말을 듣고 크라슈는 땀방울을 가볍게 훔쳤다.

   오늘로 마차 여행도 끝이라는 사실에 후련함이 느껴졌다.

     

   문제는 돌아갈 때가 벌써 골치 아팠지만 말이다.

     

   ‘그냥 가지 말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마차 여행은 꽤 지긋지긋했다.

   병아리 녀석이랑 돌아가겠다 약속한 게 있으니 안 갈 수는 없다마는.

     

   그렇게 다시금 마차가 출발했을 때.

   크라슈는 그날 저녁, 제국의 수도 시라안에 도착했다.

     

   어떻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도시.

   그곳에 도착한 크라슈는 가볍게 등을 폈다.

     

   “재수 없네.”

     

   제국이랑 좋은 기억이 전혀 없어서일까.

   크라슈는 퉁명스러운 말부터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장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대이긴 하지만 무도 대회 접수는 아직 받고 있을 터.

     

   무도 대회 출전이 내일까지인 만큼 크라슈는 오늘 미리 등록해두기로 하였다.

     

   ‘그전에.’

     

   크라슈는 주머니를 뒤져 달링에게 받아 두었던 변신제를 꺼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는 몰라도 지금 모습만 아니면 됐다.

     

   ‘일단 사람 없는 곳으로.’

     

   적당한 곳을 찾아 숨어든 크라슈는 약의 뚜껑을 열었다.

   약품 특유의 향이 코를 찔렀지만, 크라슈는 가볍게 약을 들이켰다.

     

   잠시 후 크라슈는 얼굴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약품의 영향이겠지.

     

   잠시 기다렸을까, 드디어 얼굴에서 느낌이 없어졌다.

     

   “크림.”

     

   크림슨가든을 부르자 그의 앞에 까마귀가 내려앉았다.

     

   “너 앞은 보이느냐?”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왔다.

   앞은 보이냐니?

     

   크라슈가 의아함을 보였다.

     

   “그게 무슨 반응이야. 어떤 꼴이 됐길래.”

   “말 그대로다만. 정말 수상쩍게도 생겼구나.”

     

   크라슈는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곤 때마침 옆에 있던 창문을 돌아본 순간 크라슈가 멈칫하였다.

     

   “……이게 뭔.”

     

   감기다 못해 눈동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실눈.

   복슬복슬한 개털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

     

   왜인지 흑막을 연상케 하는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거기다 날아온 까마귀 모습의 크림슨가든이 어깨에 앉자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 앞은 보이는 모양이구나? ]

   “눈은 눈이니까.”

     

   크라슈는 어이없는 기분으로 변한 자신을 바라보았다.

   왜인지 달링 녀석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기분이었다.

     

   ‘내 성격을 상상했다더니.’

     

   이따위로 상상하고 있었나.

   크라슈는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그건 상관없다.

   무언가 수상쩍어 보이는 얼굴이긴 한데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 이제는 정말 까마귀 같구나. ]

     

   크림슨가든이 키득거렸다.

   자기 일 아니라고 저러기는.

     

   [ 얼른 등록이나 하러 가거라. ]

     

   그 말마따나 접수가 끝나기 전에 크라슈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에파니아 제국의 무도 대회 접수장.

     

   황궁에서 주최하는 만큼 황궁이 관리하는 건물 하나가 접수장이었고, 그 접수장에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몰려 있었다.

     

   제국이 주최하는 무도 대회인 만큼 전 세계에서 여러 인물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무도 대회는 어느 때보다 대성황이었다.

     

   “흠흠, 정말 많이 모였구나. 재밌는 녀석들이 잔뜩이야.”

     

   그러는 순간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에는 푸른빛의 바다 같은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인형 같은 소녀가 있었다.

     

   값비싼 원단으로 만들어진 고급 옷을 걸치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2층 난간 바닥에 몸을 붙이다시피 한 채 1층 접수장을 보고 있었다.

     

   “재미있는 아이들이 많이 모였구나. 이거 참, 흥미롭기 그지없어.”

   “시즐리 황녀님, 제발 몸가짐 좀 지켜주세요. 이 꼴을 황제 폐하께서 보시면 거품을 무실 겁니다.”

   “예끼, 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말거라. 괜히 소리 지르시는 게 귓가에 또 들리지 않느냐.”

     

   옆에 있는 수행원을 호통친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제국의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였다.

   제국에서 막내에 있는 그녀의 나이는 올해 열넷.

     

   한참 어린 그녀였지만 눈에 깃든 총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제국에서도 앞다툴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7살이 되던 해 제국의 수학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난제를 푼 것은 상당히 유명한 일화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녀의 나이만큼이나 무척이나 천방지축이라는 점이다.

     

   관심 있는 것은 모조리 파헤치고, 그 영특한 두뇌를 이용해 수행원들을 따돌려 황궁을 탈출하기까지 하는 말괄량이.

   그 때문에 그녀의 명석한 두뇌를 높이 사던 자들도 그녀만큼은 황제 후보에 오르지 못할 거라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보좌하는 수행원 중 한 명인 세라 베텔라는 그녀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

     

   ‘황제 후보에 오르지 않고자 일부러 말괄량이 연기를 하시는 분이니까.’

     

   그녀는 뛰어난 두뇌를 지녔지만, 천성이 몸이 약하다.

   그런 그녀가 제국에서 가장 지독한 황권 다툼에 끼어든다면 그 몸이 먼저 버티지 못하고 망가질 터였다.

     

   그러니 그녀는 일부러 더더욱 말괄량이를 연기했다.

   황제 후보 자리에 어떤 이들도 자신을 추천할 수 없도록 영특한 두뇌를 다른 방향으로 썼다.

     

   세라는 그런 그녀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똑똑하기에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는 황제로 사는 삶보다 자유로이 사는 게 더 어울렸다.

     

   “흐후후, 이 맛있어 보이는 것들. 내가 하나하나 뽑아 전부 라헬른 아카데미로 보내줄 테니 얌전히 내 먹잇감이 되거라!”

     

   문제는 그 말괄량이 성향이 날이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다는 점이지만 말이다.

     

   “4황녀님, 그런 식으로 웃는 건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예쁘신 얼굴이 다 망가지지 않습니까.”

   “세라, 얼굴은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니라. 나는 그 점에서 도구를 무척이나 잘 다룬다 할 수 있지. 오히려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않으냐?”

   “저는 혼을 내고 싶습니다.”

   “감히 4황녀인 나를 수행원이 혼내려 드느냐? 14년은 이르다.”

     

   정말 괴팍한 성격의 황녀였다.

     

   “응? 오, 저기 보거라!”

     

   그러는 순간 시즐리는 무언가 재미난 걸 발견했는지 난간 사이를 가리켰다.

   세라가 마지못해 다가서자 거기에는 한 소년이 보였다.

     

   감긴 눈과 우중충해 보이는 얼굴.

   거기에 까마귀까지 데리고 있는 모습은 흑마법사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은 아무래도 검사인 것 같았다.

     

   “왜인지 악당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느냐? 그야말로 제국의 숙적인 발하임 같구나!”

   “발하임이 이곳에 왜 있습니까. 그래도 조금 수상쩍긴 하네요.”

     

   저 눈이 떠지는 날에는 왜인지 큰 사건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러자 시즐리는 어느샌가 바닥에서 일어나 ‘쯧쯧’ 하고 손가락을 저었다.

     

   “어허, 세라야. 사람을 외견만 보고 선입견을 품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니라.”

   “방금 4황녀님께서 악당 냄새가 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내가 직접 확인해 보겠느니라.”

   “네?”

     

   세라가 짧게 당황한 찰나.

   시즐리가 그 작은 몸으로 난간 사이를 불쑥 튀어 나갔다.

     

   “4황녀님!”

     

   무심코 그녀가 소리를 지른 그때 시즐리는 난간 앞에 붙어 있던 홈을 타고 그대로 주르륵 내려갔다.

   마치, 미끄럼틀을 타는 꼴이었다.

     

   그걸 보고, 세라가 경악하는 동안 시즐리는 순식간에 바닥에 도착했다.

     

   “자, 악당 후보야. 어디 어떤 아인지 이 황녀에게 정체를 밝히거라.”

     

   그러면서 그녀는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그녀가 인파 사이를 뚫던 찰나였다.

     

   천성이 몸이 약한 탓에 덩치가 작았던 그녀는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남자의 어깨에 얻어맞고 말았다.

     

   “앗!”

     

   그 탓에 다리가 엇갈린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리던 찰나였다.

   불쑥 튀어나온 팔이 그녀가 넘어지기 직전 배에 툭 닿았다.

   

   

     

   간신히 넘어지지 않은 시즐리가 흠칫하며 고개를 든 순간 그녀는 감긴 눈동자와 마주쳤다.

   시즐리가 노리고 온 소년이었다.

   

     

   

   

   “말괄량이 같으니.”

     

   그런 시즐리를 보고, 소년은 한마디 툭 내뱉은 채 그녀를 세워주었다.

     

   “조심 좀 해라.”

     

   그러곤 그녀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인파 사이로 걸어 나갔다.

   한순간 말문이 막힌 시즐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말괄량이?”

     

   마치 자신을 아는 것처럼 말한 소년의 말에 그녀가 의문을 가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눈캐…!

[ 트위치에서 삽화 작업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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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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