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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EP.24

     

   띠링.

     

   [메인 캐릭터의 사망으로 스토리가 변경됩니다.]

     

   갑작스럽게 나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에 난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추측이었지만 대부분의 계산은 끝난 상태였다.

   기존의 스토리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클리어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노야’를 찾아왔는데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러면…… 2층으로 가는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

     

   나의 추측은 이러했다.

   환상으로 봤던 장면에 이어 저주를 시행한 마법사가 왕의 유지를 받들어 왕궁의 재건을 꿈꾼다.

   그러던 중, 성좌들에 의해 수많은 탑 밖의 인물들이 이곳으로 유입이 되기 시작하고 왕이 된 마법사는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성 전체에 마법을 발동시킨다.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이 비정상적인 현실에 미치지 않도록.

   그리고 탑에 처음으로 들어온 위협적인 외부인들이 탑의 1층에 적의를 가지지 않도록.

     

   마법사…… 그러니까 지금 나의 눈앞에 서늘한 시신이 되어 있는 ‘노야’는 우리에게 특별한 적의가 없었을 것이다.

     

   ‘적의가 있었다면 애초에 초대가 아닌 진압을 했겠지.’

     

   그리고 지하 감옥에 우리를 처박은 다음 서서히 말라죽기를 기다렸을 것.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호의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굳이 플레이어들을 물리적으로 건드려 그들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그저 지켜볼 예정이었을 것이다.

     

   ‘일주일만 지나도 그들은 얌전해지니까.’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받았던 임무 페널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능력치의 영구적인 하락.」

     

   일주일만 지나면 플레이어들은 초인에서 그저 사회생활을 하던 작은 소시민1로 퇴화한다.

   그것은 곧 격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고 그렇게 된 플레이어들은 반항은커녕 자신이 탑의 밖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탑의 주민이 되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곳은 성좌들이 만든 탑의 1층입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십시오. 2층으로 향하는 길을 찾으십시오.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했을 일은 노야에게 우리가 힘은 있지만 목적은 2층으로 향하는 길뿐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1층의 주인인 노야는 우리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 2층으로 가는 길을 알려 달라 말했다면 거절하지 않고 우리를 보내줬을지도 모른다.

     

   ‘어이가 없지만 거짓말은 안 했네……’

     

   「주제 : 휴식과 정보수집」

     

   짧은 휴식이든 영원한 휴식이든 우리의 눈앞에 떴던 메시지 창은 우리를 속이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탑 1층의 NPC가 되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튜토리얼에서 얻었던 피로를 이곳에서 풀고 그냥 2층으로 올라만 가도 되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평화로운 방법은 물 건너갔다.

   왜 노야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존 시나리오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외부적인 어떤 작용이 있어서 그가 사망한 것인지 당최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 내부에 노야의 죽음이 알려진다면 이곳에 거주하던 기사와 병사들의 적개심이 치솟아 오를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그들 또한 세뇌에 당했더라도 결국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상황에서 노야가 사망한 것은 기정사실이었으니까.

     

   “일단 지팡이부터 챙겨야겠군.”

     

   나는 노야가 쓰던 푸른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정신이 스멀스멀 깎여 나가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으윽.”

     

   내 뒤를 따라오던 남궁천호와 한가민이 머리가 아픈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 옆에 있던 로랑은 이미 정신계 공격에 머릿속이 절여져서 눈이 풀려 버린 상황이다.

     

   나는 지팡이를 들고 반으로 꺾어 버렸다.

   어차피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팡이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안에 들어 있는 메모리얼 피스였으니까.

     

   뜨드득!

     

   지팡이가 반으로 쪼개지자 나를 바라보던 한가민과 남궁천호의 눈빛이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탑에 올라온 플레이어가 지팡이를 부수는 시나리오도 성좌들의 계획에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띠링!

     

   [메인 스토리의 아티팩트가 파괴되었습니다.]

   [기존 임무의 진행이 불가합니다.]

     

   나에게 경고라도 하듯 붉게 물든 갖가지 느낌표 알림들이 나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탑의 1층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우미가 파견이 되었다.

     

   [탑 1층의 해당 좌표에 도우미를 파견합니다.]

     

   스멀스멀.

     

   -으어어어!

     

   허공에 익숙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토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니! 이 양반이 진짜! 애초에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토끼는 공중에 생긴 포탈을 타고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짐승의 감정을 헤아릴 재주는 없었지만 지금 토끼의 인상과 반응을 보아하니 부하직원의 실수 하나로 인해 강제 야근을 하게 된 상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제가 임무 메시지 안 띄워드렸어요? 그냥 쉬다 보면 클리어가 된다니까 뭘 이렇게 많이 헤집어 놓은 거야!

     

   상황을 보니 모든 도우미들이 탑에 올라온 플레이어들의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지금 토끼가 노발대발하며 내뱉는 몇 마디가 그 증거였다.

     

   -1층은 쉽잖아요! 휴식과 정보수집! 세뇌라는 키워드가 들어가긴 했어도 스킬도 있으니까 알아서 잘할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무슨…!

     

   토끼는 한참을 빨빨거리며 내 주변을 맴돌았다.

   짜증이 나지만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없는 것이 도우미들의 규칙. 발을 굴리는 것으로 화를 가라앉히는 모양이었다.

     

   [소수의 성좌들이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봅니다.]

   [소수의 성좌들이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별’이 도우미에게 다른 에피소드가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

     

   -하아… 그쵸그쵸. 성좌님들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바라셨죠.

     

   토끼가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나를 째려본다.

   하지만 토끼의 눈빛이 이번에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려 짜증이 났다는 것이 아닌 ‘걱정’과 ‘고민’이 섞인 복잡미묘한 표정.

     

   -이건 조금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싶은…… 아, 예예. 까라면 까야죠.

     

   토끼가 처음으로 성좌들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토끼는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튕기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이거 전부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적당히 잘나거나 눈에 좀 덜 띌 것이지……

     

   따악!

     

   [메인 임무를 변경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합니다.]

     

   기존에 있던 『1층 – 꿈같은 시간』 이라는 이름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롭게 생긴 특이한 미션 하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

   『1층 – 성좌가 만든 세계』

   

   

   주제 : 정보수집과 전투

   난이도 : C+

     

   설명 : 이곳은 성좌들이 만든 탑의 1층입니다. 알 수 없는 죽음이 함께하는 곳. 이곳에 머물며 사망하기 전까지 최종 보스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십시오. 그의 정체를 찾아내고 쓰러뜨리면 2층으로 향하는 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임무 : 적의 섬멸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탑의 2층 진입 허가

   실패 페널티 : 사망

   —

     

   이번에 떠오른 임무는 확실한 목표를 보여주고 있었다.

   적에게 죽기 전에 먼저 놈을 찾아서 죽여라.

     

   – 지금부터 다른 스토리로 진행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임무는 기존 탑의 1층에서 쓰이던 임무였습니다. 클리어 확률이 너무 극악이라 회의 끝에 시나리오를 변경한 거지.

     

   토끼의 표정이 다시 한 번 울적해진다.

   꿍얼거리는 토끼의 말을 듣다 보니 녀석이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다 죽을까 봐 걱정을 하는 거였군.’

     

   임무의 내용을 읽어보니 확실히 이전에 있던 임무와는 달리 상당한 위험도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도우미들을 지켜본 결과 그들의 처지에서도 플레이어가 모조리 죽어나가면 좋을 것이 하등 없었다.

     

   도우미들은 성좌들에게 플레이어들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들에게 모종의 대가를 지급 받는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후원 또한 어느 정도 챙겨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후원으로 들어오는 코인은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코인으로 세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포션 같은 놀라운 물건들을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코인으로 구매한 각성의 샘물만으로 ‘격’이 오르고 코인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능력치를 말도 안 되게 상승시킬 수 있다.

     

   이 탑이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 솟아올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오른 층수가 높아질수록 그 코인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 자명했다.

     

   “토끼야.”

     

   – ……이 양반이 이젠 아주 편하게 부르시네. 제가 당신 친구에요?

     

   “지금 이 상황이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봐야 하는 거야?”

     

   – 그걸 말이라고 해요? 클리어 확률이 극악이라니까요! 말만 C+ 미션이지 거의 B나 B+에 가까운 미션이라고요!

     

   토끼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빠른 납득이라는 스킬과 마력이라는 능력치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일어난 사건들.

   그리고 그것들이 합쳐져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난이도가 올라간 상황. 그 말인 즉, 난이도의 상승과 함께…

     

   “보상도 올라가는 거지?”

     

   – ……당신 미친 거 같아요.

     

   “보상도 확실히 올라가는 거 맞지?”

     

   나의 물음에 토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토끼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에는 걱정과 짜증이 가득하던 녀석의 눈이 내가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굳은 결심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 에이 씨! 모르겠다! 한 번 해보자고요! 이참에 후원도 팍팍 받아서 지원도 빵빵하게 해드릴게!

     

   토끼의 말에 나는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우리에게 날아온 새로운 임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최종 보스를 섬멸하고 2층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그동안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그 놈을 찾으면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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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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